기적의도서관 1호, 그후 7년
천혜의 갯벌을 보유한 아름다운 생태도시 전남 순천. 인구 27만 명에 불과한 이 소도시의 별명은 ‘도서관 도시’다. 책을 읽고 싶으면 시내 어디에 있든지 10분이면 도서관에 갈 수 있다. 48개의 도서관이 거미줄처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천시민들에게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다. 이웃을 만나고, 문화를 즐기는 ‘사랑방’이다. 어린이들은 젖먹이 때부터 책과 뒹굴며 또래와 어울린다. 주부들은 도서관 자원봉사로 나눔의 기쁨과 배움의 행복을 누린다. 고령자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며 삶의 활기를 되찾는다.
2006년 취임한 이래 지금까지 책 관련 행사가 열릴 때마다 아이들과, 주민들과 함께 책을 읽어 ‘책 읽어 주는 시장님’으로 불리는 노관규(50) 순천시장은 이렇게 말한다. “도서관은 빈부 차이,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 모든 주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곳입니다. 어릴 때부터 읽기를 습관화하고 어른이 돼서는 평생학습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죠.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곳입니다. 중소도시의 경쟁력은 바로 도서관에서 나옵니다.”
순천시가 ‘도서관 도시’로 변신한 데는 ‘기적의도서관’ 힘이 크다. 2003년 11월 10일 순천에 ‘제1호 기적의도서관’이란 명칭과 함께 생긴 이 어린이 전용 도서관은 도서관이란 곳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확 바꿨다. 건축가 정기용씨가 “나는 이 도서관이 어린이로 하여금 상상의 여행을 떠나게 하는 작은 우주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말한 곳이다.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의 저자인 부산대 최정태 명예교수는 곧 선보일 신간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에서 순천 ‘기적의도서관’ 성공요인을 크게 네 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시작부터 운영까지 민과 관이 함께 마음을 모은 거버넌스의 새 모델이라는 점이다. 둘째로 젖먹이 아이부터 초·중학생, 엄마·아빠 모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가족도서관이라는 점을 꼽았다. 권위적이고 도식화된 도서관이 아닌 친환경·주민친화적인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매혹적인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함으로써 지금까지 소외되고 있던 지역주민을 도서관 안마당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을 들었다. 순천에 ‘기적의 도서관’이 생긴 지 올해로 7년. 과연 기적의도서관은 어떻게 또 다른 기적을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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