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출판정책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을 요청받은 바 있으나, 일정이 겹쳐 참석하지 못했었다. 마침 <프린팅코리아> 김상호 부장께서 2010년 12월 27일 소식을 전하고 있어, 그 소식을 옮겨놓는다.
사단법인 한국출판학회(회장 이정춘)는 구랍 3일 출판협회 4층 강당에서 출판업계 관계자 들이 참석한 가운데 “위기의 읽기문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7차 출판정책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현시점에서 가장 민감하게 대두되고 있는 출판계의 과제를 각 분야별 전문가가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석하여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그 해결책을 적극 모색해온 출판학회의 제7차 출판정책 라운드테이블에서는 한국출판학회 이정춘 회장이 직접 ‘위기의 읽기문화 어떻게 할 것인가?!’ 발제하여 한해를 마무리하는 라운드테이블에 의미를 더했다.
이날 사회는 윤세민 한국출판학회 연구이사가 진행했으며 박명순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정책과 과장, 이충우 한국독서학회 회장, 주정관 출판인회의 독서진흥위원회 위원장, 구모니카 한국출판컨텐츠 전문위원, 김기중 순천향대 국문과 교수 등이 참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면서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이날 발표된 주제발표문을 요약, 소개한다.
예견된 위기의 읽기 문화
이른바 ‘활자 이탈세대’의 학습 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을 평가한 최근 조선일보 보도는 충격적이었다. 서울지역 초등학교 4학년생 107명에게 읽기와 쓰기 능력 평가에서 절반에 가까운 52명의 학생이 평가를 위한 지문조차 이해하지 못했고, 문법에 맞는 문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등 비판적 사고력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이미 예상되었던 것이다. 미디어 생태론은 인터넷의 단문정보나 화보와 영상물의 범람으로 독서환경이 오염되고 점차 거대담론이 실종되는 우민화사회의 심각성이 경고해 왔다. 본고는 활자이탈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디지털미디어환경에서 읽기문화가 보호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활자이탈현상을 막고 ‘책 읽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문화정책의 조건들을 예시하고자 한다.
위기의 읽기 문화,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는 세계 제일의 디지털강국이면서 국민의 독서량은 가장 적은 나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인이 주당 활자매체(책, 신문, 잡지 등)를 읽는 시간은 주당 3.1시간으로 세계 평균 독서시간인 6.5시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주당 독서시간이 10.7시간에 달하는 인도인에 비하면 1/3에 불과한 실정이다.(2007년 미국 NOP 월드보고서)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서적과 인쇄물 구입에 지출한 돈이 신문구독료와 자녀들의 교양서적 구입비를 합쳐도 1만405원에 불과하다. 이는 ‘산업화는 늦었으나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외치며 디지털산업육성정책을 펴온 우리나라가 디지털 정보통신 인프라는 갖추게 되었지만 디지털문화정책의 후진국인 것을 입증한 것이라 하겠다.
많은 선진국들은 종이책의 종말을 예고하는 디지털미디어시대에도 지속적으로 종이책의 독서를 강조하고 있다. 매체비평가인 N.Postman은 화상계 미디어들이 생활세계를 지배함으로써 우리를 편리하고 즐겁게 해줄지는 모르지만 또한 우리를 쉽게 파멸에 이르게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디지털세대는 선과 후가 있고 위와 아래가 있는 종적 인식 방법 대신에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횡적 인식방법에 길들여져 있다. 즉, 디지털세대는 남녀 구분의 매듭도 흐려져 유니섹스적인 사고를 갖게 되고, 이들에게 위계질서나 도덕은 거추장스러운 저항의 대상일 뿐이다. 이런 이유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를 주도하는 인터넷기업의 CEO들도 느리고 게으르며 인내하며 집중할 수 있는 아날로그 세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이유는 개개인은 네트워크에 속박되어 점점 더 옛날의 연대의식을 잃어버린 채 이웃과의 소통이 약화되고 ‘인공적 이웃’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기술인 국민의 독서능력은 네트워크와 정보 홍수의 유혹에도 생활세계를 온전하게 지켜낼 수 있는 최후의 문화적 보루이다. 그러나 이를 단시간에 생활화하는 것은 어렵고 개인의 능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리딩인가 하이퍼 어텐션인가?
유비쿼터스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정착되면서 스마트 폰은 언제 어디서나 자기가 원하는 정보와 지식을 접할 수 있는 모바일 네트워크의 핵심이 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과 어플리케이션이 장착되어 있어 전자책 읽기를 실현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 종이책의 독서는 전자책의 독서로 대체될 수 있을까? 인터넷이 '발달된 책'이라고 믿는 진보적 관점은 정당성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유용성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며 인터넷 정보는 체계적인 의식내용 대신에 대충 알기에 적합한 정보와 지식으로 채워지는 단문장의 내용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보화시대에도 인터넷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은 될 수 있어도 독서를 대신할 수는 없다.
Carr는 인터넷을 통한 독서는 더욱 분할되고, 조각나며, 분절된 것으로 종이책의 선형적 독서에 반드시 요구되는 ‘집중력’ 대신에 이른바 ‘hyper-attention’을 요구한다고 하였다. ‘독서’는 읽는 것이고 ‘hyper-attention’은 ‘보는 것’이다.
독서의 생활화를 촉진시키는 선진국들의 다양한 노력
진국들은 유아기부터 책과 친숙해질 수 있는 ‘Book-Start운동’을 서둘러 도입하고 있다. 영상이 지배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문자중심의 독서교육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유아기부터 독서의 생활화 여부가 기초학습에서 성숙한 경지의 평생학습능력에 이르기까지 자이실현의 여건을 좌우하고 국가경쟁력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Book-Start’운동은 1992년 영국 버밍햄에서 시작되어 현재 전 영국의 92%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가 일본에서는 630개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고 서유럽과 미국, 호주, 태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위기의 읽기문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독서의 생활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정책은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은 국민독서능력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문화운동의 차원에서 정부와 언론 그리고 사회단체와 학계의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의 조성이다.
산업진흥정책에서 문화진흥정책으로 출판정책의 패러다임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디지털콘텐츠산업 강국의 실현이 아니라 산업화가 가져온 사회문화적 후유증들을 치유하고 건전한 여가생활을 통한 삶의 질을 고양할 수 있는 문화복지의 향상이 우선적인 정책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출판계를 이끄는 두 바퀴인 출판산업과 출판문화를 육성하기 위해서 출판업계를 대표하는 정부의 정책파트너를 다양화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문화 복지의 인프라가 허약한 우리의 여건에서도 ‘가정의 어린이 책 읽어주기 운동’을 통해 학교와 사회에서의 독서교육과 독서운동을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상호 부장 kshulk@print.or.kr
<월간 프린팅코리아 2011년 1월호 통권 103호>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