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과 도서관
--말(The Word)
--말(The Word)
영국의 북동부에는 타인(Tyne) 강이 흐릅니다. 강물은 북해로 흘러듭니다. 그 강의 하구에는 우리에게 프리미어리그로 잘 알려져 있는 뉴캐슬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이 대도시 옆에 사우스실즈(South Shields)라는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인구는 7만5천 명. 지난 20세기 말까지 이 도시는 조선과 선박 수리, 석탄 채광과 수출, 화학 산업이 발달한 도시였으나, 21세기 들어 퇴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기존의 제조업 기반이 아직 남아 있지만, 새롭게 서비스 분야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2013년 이 도시의 지도자들은 ‘365도시재생계획’(South Shields 365 regeneration plan in 2013)을 입안합니다. 그 계획의 핵심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그 도서관이 ‘말’(The Word)이라고 이름 붙여진 사우스실즈도서관입니다. 정식 명칭은 ‘The Word, National Centre for the Written Word’. (*어떻게 번역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말-국가문자센터’? https://theworduk.org/ 참고)
전체 규모는 4115m2, 1억 파운드가 투자되었습니다.(약 1446억 원, 엄청나게 투자했습니다. 국립세종도서관이 약 1천억 원짜리 건물이고, 동대문 DDP가 5천억 원짜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티븐 매킨타이어, 닉 헤이워드, 스티브 딕슨, 세 사람의 건축가가 작업했고 2016년에 개관했습니다.(https://goo.gl/mxDl8K 참조)
*주석 추가 https://goo.gl/xC2WzJ 참고.: 1억 파운드가 모두 도서관에 투자된 것은 아닙니다. 도서관과 디지털미디어센터, 재래시장 리모델링에 투자된 돈입니다. Phase one of South Shield’s £100 million redevelopment will see the construction of a new Central Library and Digital Media Centre with new car parking on Ferry Street, along with improvements to the adjacent Market Place, with work starting as soon as January 2015.
그런데 흥미롭게도 2017 IFLA WLIC에서 스티브 딕슨이 이 ‘말’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그의 발표문을 읽어보니, 영국 사회의 여러 가지 고민이 엿보입니다.(발표문은 https://goo.gl/vj7P2c) 우선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우리의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 공공도서관의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성인의 도서관 이용률은 2005~06년에 48.2%였던 것이 2015~16년에는 33.4%로 감소하였습니다.(가디언지 보도 https://goo.gl/Tkg3Td,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 보고서는 https://goo.gl/kobH8o 4장 도서관 참고)
이런 추세를 어떻게 바꾸어낼 수 있을까? 기존의 책 중심의 도서관을 커뮤니티 도서관으로, 20세기 도서관을 21세기 도서관으로 만들어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미래의 도서관 구상>(영국예술위원회, 2013)과 부합하는 것입니다.(https://goo.gl/aoK7Vu 참조) 스티브 딕슨은 자신들이 수행한 디자인의 핵심이 '사람들을 위한 장소'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말’은 커뮤니티 도서관 건물 유형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대표합니다. 사우스실즈의 역사적 문맥을 신중하게 고려하면서도, 더 넓은 맥락 속에서 도서관의 변화된 역할에 대응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21세기 커뮤니티 도서관을 고무하는 작품이 나온 것입니다.”
학습과 탐험을 위한 모든 형태의 스토리텔링을 격려하는 공간, 유연한 전시 공간, 3D프린터가 있는 FabLab, 텔레비전과 라디오 스튜디오, 어린이를 위한 몰입형 이야기 공간, OpenZone 등등. ‘말’은 침묵의 성전이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장애인, 어르신 누구나 제한없이 공유하고 배울 수 있는 장소로서의 도서관입니다.
스티브 딕슨은 도서관이 원형 건물이 된 것은 도서관 역사에 빛나는 옥스포드 보들리언도서관이나 맨체스터중앙도서관을 새롭게 해석해 낸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가정과 직장을 떠난 제3의 장소, 즉 점점 민영화된 경쟁의 장소가 아니라 공동체 생활의 기회를 제공하는 터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말’이 사우스실즈 도시재생에 의미 있는 임팩트를 제공했다고 강조합니다.
문재인정부에서 추진될 도시재생의 중심에 도서관과 같은 공공 문화 기관이 적극 고려되어야만 합니다. 그런 고려 속에서 ‘말(The Word)’은 말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영국인들은 최근 건립하는 도서관에 ‘아이디어 가게 Idea Store’나 ‘말’과 같은 명칭을 붙이는 것일까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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