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수당
2019년 4월 25일
안찬수(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사무처장)
1.
2019년 4월 25일 ‘보편지급 아동수당’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 날부터 모든 만 6세 미만 아동은 부모의 소득·재산과 관계없이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6세 미만 아동 230만8천명이 '보편지급 아동수당' 10만원을 받게 된 것입니다. 2019년 9월 1일부터는 만 7세 미만의 모든 아동이 대상이 될 예정입니다.
아동수당 제도는 미국, 터키,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OECD국가가 오래 전부터 시행해온 제도라고 합니다.(프랑스는 1932년, 영국 1945년, 체코는 1945년, 일본은 1972년 등. 아이해피 누리집 http://www.ihappy.or.kr 참조)
아동수당이 처음 도입된 2018년 9월 1일에는 6세 미만의 일부 아동(소득·재산 기준 하위 90%)이 대상이었습니다. 당시 이러한 ‘선별적 아동수당 지급’ 즉 소득 상위가구 10%를 배제한 결정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소득 상위 10%를 걸러내기 위해 최대 1,150억 원의 행정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보편적인 아동수당을 운용할 때 들어갈 행정비용 약 100억 원보다 무려 10배가 넘는 비용이 들어갈 터인데,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보편적’ 아동수당 제도가 본격화함으로써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별’에서 ‘보편’으로 바뀌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습니다.
2.
‘보편지급 아동수당’ 제도의 본격화는 우리 사회에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 것입니다. 최근 ‘기본소득’ 논의와 관련한 소식 가운데 두 가지 소식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나는 브레흐만의 주장, 1일 3시간 노동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올 1월에 개최된 ‘다보스 포럼’에서 네덜란드 출신의 젊은 역사학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브레흐만은 1일 3시간 노동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일 3시간 노동이라는 브레흐만의 생각은 케인즈가 100년 전에 행한 예언적 강연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케인즈는 1930년 한 강연에서 “100년 후 사람들의 노동시간은 주당 15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30년이라면 불과 11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브레흐만은 역사학자로서 적극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한 가지는 크리스 휴즈 이야기입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하버드대학 룸메이트이자,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이기도 한 크리스 휴즈, 그는 <페어 샷>(Fair Shot, 2018년 2월 20일 발간, 한국어 미번역)이라는 책에서 승자 독식 경제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inequality)뿐만 아니라 정보화 시대로 말미암아 현저하게 드러난 경제적 불안정(instability)에 대처하기 위해 보장소득(GI, Guaranteed Income)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크리스 휴즈는 현재 ‘경제보장프로젝트’(https://economicsecurityproject.org/)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크리스 휴즈는 기본소득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인 실리콘 밸리에서 동쪽으로 80마일 떨어진 캘리포니아의 스톡턴에서 18개월 동안 100명의 거주자에게 한 달에 500달러씩 지급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른바 UBI라고도 불리는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입니다.(*자세한 내용은 https://www.stocktondemonstration.org/ 참조)
크리스 휴즈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안정을 의미하는 직업은 주 40시간, 수당, 휴가, 병가 및 퇴직 저축 계획입니다. 그러나 프린스턴 경제학자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창출된 거의 모든 일자리는 시간제 계약이나 임시직이었습니다. (......) 지난 40년 동안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은 기업에 대한 세금을 낮추었고 세계화된 무역을 장려하면서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았습니다.(......) 50,000달러 미만으로 일하는 모든 성인을 위해 매월 500달러의 보장소득을 제공해야 하며, 상위 1%에 세금을 부과해야 합니다. 이 보장소득은 빈곤층의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중산층의 많은 사람들의 재정적 삶을 안정시킬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매년 우리가 방위에 소비하는 금액의 절반도 채 안 되기 때문입니다.” (출처: http://bitly.kr/xqKTJf)
3.
이명박 정부 때의 일이었던가요? 저는 어느 매체에 ‘손가락 셈법’으로 4대강 사업에 들어갈 거라는 20조 원을 학교도서관에 투자하면 어떤가, 하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약 1만여 학교에 당시 초임 연봉 2천만 원을 받는 사서교사 및 학교사서를 전부 배치한다면, 즉 전국 모든 학교에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선생님을 배치한다고 할 때, 20조 원이라는 돈은 학교도서관 담당 선생님들을 1백 년 동안 운영할 수 있는 재원이 라는 계산법이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손가락 셈법’이었던 셈인데, 교육이 백년대계라고들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백년대계가 아니겠냐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아동수당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오늘, 이 ‘손가락 셈법’과 비슷한 주장을 해보려 합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국민 누구에게나 연 1만 원의 독서수당을 지불하자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 명이 넘습니다만, ‘손가락 셈법’으로 5천만 명의 국민에게 연 1만 원이라면 5천억 원이면 됩니다.
책 문화 생태계의 3대 지표인 국민 독서율, 도서관 이용률, 도서 구입비 등의 지표는 나날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세세한 통계 값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다들 느끼고 있는 실정입니다.
책을 읽지 않는 국민에게는 미래가 없고 혁신이 없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민에게는 민주주의의 미래나 문화선진국이라는 비전은 또 다른 뜬구름일 뿐입니다. 책 읽는 대한민국을 위해 무언가 획기적인 정책과 제도가 필요합니다. 비록 ‘손가락 셈법’이지만, ‘보편지급 아동수당’처럼 ‘보편적 독서수당’과 같은 정책과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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