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3일 목요일

사회공헌과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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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출처: http://www.westernvoices.com/   그림은 본문의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도서관에 다양한 사회적 지원과 기부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기부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작은 ‘고민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한국도서관회관(가칭) 건립” 추진과 도서관 발전을 지원할 목적으로 2008년 출범한 도서관발전재단은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각종 지원을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도서관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앞으로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기부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등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 세미나 일정

사회 : 이용훈 (도서관발전재단 사무국장)
○ 내빈소개 / 사회자
○ 인사말씀 / 신기남 도서관발전재단 이사장
○ 기조강연 : 기부가 도서관을 바꾼다 - “삶은 학습이다”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실무강좌 : 기부 활동 어떻게 할 것인가 - “나눔을 넘어 변화로” / 박경수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도서관 기부 활동 사례(1) - “누구나 꿈꿀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바란다” /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이사장
○ 도서관 기부 활동 사례(2) - “사회공헌과 도서관” /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 세미나 주요 내용

이번 세미나는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도서관에 대한 기부 활동의 의미와 그 방법을 생각해 보고, 그리고 구체적 사례 점검을 통해 바람직한 도서관 기부 활동을 모색해 보고자 마련한 것이다.

1. 박원순 상임이사 기조강연, “삶은 학습이다”

우선 우리사회에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하고 있는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가 “삶은 학습이다”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주제와 같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평생 학습하는 것의 중요성을 짚는다. 왜 우리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정리해서 표현해야 하는지를 동서고금과 국내외 사례를 넘나들면서 정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활동의 근간은 바로 책읽기라는 점을 설파한다. 책을 읽고 책을 쓰는데 있어 메모하고 기록하고 정리해서 책을 쓰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그러한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박원순의 독서법이나 메모법을 통해 이 시대 쇼설 디자이너(social designer)로서 어떻게 다양한 사회 활동과 저술 활동 등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 박원순의 독서법 - 난세의 난독법
닥치는 대로 읽는다, 한번에 끝낸다 ; 언제 다시 집을 수 있는가, 주요하고 의미있는 구절은 독서노트에 담는다, 혼자서 읽지만 말고 함께 읽는다 ; 주기적으로 열리는 도요새난장
* 박원순의 메모법
1.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번개같이 지나간다. 메모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소용이 없다.
2. 몸 어딘가에 메모할 도구를 갖추어라. 정 없으면 손바닥과 팔바닥에라도 메모하라.
3. 오래되면 그 메모조차도 잊는다. 메모한 것은 소중히 정리하고 당장 실천할 것은
  실천하라.
4. 메모하면서 끊임없이 상상의 날개를 펴라. 단지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만 받아적지 마라.
5. 메모보다 더 좋은 것은 컴퓨터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업계획안 등의 본격적 문서에 정
 리해 버리는 길이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이미 여러 가지 연구와 저술 주제를 정해두고 있는데, 차라리 유배제도라도 있어 그러한 일에 집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연구주제는 다음과 같다. 지하철 개혁론, 법치주의 연구(3권), Coin Street, 지역재단, 마을이장 리더십, 개헌론, 세계 10대 재단 연구. 우리 사회를 학습하는 사회, 책을 읽고 공부하고 책을 쓰는 성찰하는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시 도서관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뚜렷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희망의 작은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 사업(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등), 느티나무도서관, 맨발동무 도서관 등 사례와 카네기 도서관 사업 등과 같은 해외 사례를 통해 좋은 도서관 만들기의 중요성과 가능성,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를 학습하는 사회로 만들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본다.

2. 박경수 교수의 실무강좌, 나눔을 넘어 변화로 - 기부활동 어떻게 할 것인가

실무강좌는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경수 교수가 “나눔을 넘어 변화로”라는 주제로 기부활동 방법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내용을 짚어준다. 최근 들어서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참여가 활발해 지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데 있어서 개별 도서관들은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인력과 프로그램,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정자원 부족이라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특별히 향후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사회 자원을 확보하고 새로운 수입원 창출을 위한 혁신적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도서관 사정 못지 않게 기부시장에서도 다원화와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책임성(accountability)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자원개발 방식은 종전 단순 요청과 소극적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적이고 전략적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도서관은 새로운 민간자원을 개발하고 확보하는데 있어 인력 부족, 자원개발에 대한 인식부족, 관련교육 미흡 등 여러 측면에서 부적절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박경수 교수는 이러한 기부시장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과 효율의 시대에 도서관이 자원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과연 어떤 영역이 필요하고, 어떻게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해야 하는지, 자원확보를 위한 제반 요소들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그동안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한 도서관 기부 활동내용을 정리한 결과, 도서관 사업에 있어 민간 자원개발이 비교적 용이한 영역으로는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의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의 사업내용 중 ‘도서관접근성 향상 및 서비스 환경 개선’, ‘지식정보격차 해소’ 등일 것이라고 조언한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는 개인의 삶 차원에서나 사회공동체 차원에서 정신문화운동의 모태와도 같은 것으로 '책읽기'와 관련된 캠페인 등을 고려해 볼 것을 권고한다. 지역사회 도서관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캠페인, 이벤트 등을 활용한 독서운동, 이를테면 책을 주제로 한 시민축제, 다채로운 대중강좌 같은 행사를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소득층 주거지역 아동들을 위한 찾아가는 이동도서관과 같은 사업은 공동모금회나 기업사회공헌 지원사업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이것은 그때그때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해 도서관에서 책을 준비하고 자원봉사자를 결합시켜 순회하는 방식이다. 자원봉사자는 반드시 전문가 수준이 아니어도 되며, 만일 기업 임직원들을 활동에 결합시킨다면 재정후원 가능성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도서관이 자원을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1) 재정지원단체에 대한 프로포절 응모방식, 2) 기업 사회공헌활동 연계 방식, 3) 풀뿌리모금 방식, 4) 전문모금단체와의 연합모금 방식등 4가지를 제시하고 상세히 설명한다. 또한 한 조직에서 성공적으로 자원개발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모금상품, 리더십, 잠재기부자, 전략기획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구체적인 사항들을 짚어 설명한다. 그 밖에 기관의 신뢰도와 조직의 기획능력 점검과 모금방식의 경향을 점검할 필요성도 강조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모금과 관련한 법과 제도에 대해서도 잘 알고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자원개발의 과정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관계정립의 과정이기 때문에 요청(ask)에 따라 단순히 돈만 얻었다면, 장기적 안목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보다 성공적인 자원 확보는 장래성을 보장할 수 있는 감정들과 함께 미래를 위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무형의 유동자산들을 함께 얻어야만 한다. 이 과정에는 무엇보다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무엇이 이루어질 것인가’를 분명히 함으로써 조직의 궁극적인 목적과 사명, 그리고 사업의 방향을 구성원들이 명확히 공유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미션과 비전의 기반위에서 ‘자신감’, ‘철저한 준비’, ‘전략적 접근’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함께 작동시킬 때 그 성과가 배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3. 박영숙 이사장의 도서관 기부활동 사례(1) : 느티나무 도서관

세상 모든 아이들은 꿈꾸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서 지역에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었던 것에서 시작한 느티나무도서관. 그 도서관을 지원하고 있는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꿈꾸고 실현해 낸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이사장. 박 이사장은 왜 도서관을 꿈꾸기 시작했고, 그동안 상가지하 132㎡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한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이 지금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느티나무도서관으로 자라나게 된 이야기를 통해 도서관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이제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를 함께 나누는, 함께 만들어 가는 지역공동체의 구심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책과 도서관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도서관은 소란하다. 살아있기에 그렇다.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만나고 뭔가를 함께 만들어 간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사립공공도서관으로, 그 운영이 결코 만만하지가 않지만, 특히 새 도서관을 지으면서 지역사회의 도서관문화가 성숙되면서 민간이 가진 자발성과 역동성이 더해져서 그 가능성은 현실화되고 있다. 뉴욕공공도서관이 도서관을 이용해서 기업가로, 영화감독으로, 학자로 성공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기부를 하기 때문에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에게 문을 열 수 있는 것처럼, 느티나무도서관은 재단과 함께 지역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성장하는 그런 도서관 만들기, 그런 지역공동체 만들기를 실험해 가고 있다고 말한다. 느티나무도서관 모델을 복제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새로 도서관을 만들기보다는 운영되고 있는 도서관들이 안정적 기반을 다지고 도서관다운 틀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이미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도서관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은 도서관 운영 뿐 아니라 도서관친구들 활동을 조직하고 지원하며, 마을도서관 만들기 운동을 전개, 다른 도서관 운영을 돕는 활동의 기반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활동 영역을 다문화 도서관 서비스로, 일본과의 교류 등으로 넓혀 가고 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은 온전히 도서관을 통해 아이들과 지역사회가 행복해 지는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도서관 생각에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기부, 협력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거창한 프로젝트는 아닐지라도 이렇게 한 지역사회 안에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과 도서관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그런 사례로서 느티나무도서관재단과 느티나무도서관은 좋은 모델이라는 사실은 이미 확인된 바이다. 이러한 느티나무 사례를 통해 더 많은 지역에서 도서관 문제가 지역 문제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도서관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제 느티나무도서관과 재단은 도서관이 있어 달라지는 마을을 보여줌으로써 도서관계에 건강한 긴장과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압력단체를 꿈꾼다. 또한 자선을 넘어 공공성과 일상성을 담은 기부활동의 모델로서, 도서관 운영에 있어서는 상상력과 자발성을 바탕으로, 그리고 긍정의 힘으로 새로운 도서관 운동을 해 나가고자 한다. 도서관이 그 자체로 사회의 건강한 압력단체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말로 느티나무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4. 안찬수 사무처장의 도서관 기부활동 사례(2) : 사회공헌과 도서관

우리 사회를 책 읽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최근 ‘기적의 도서관’사업은 물론 북스타트 운동 등 다양한 독서진흥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사무처장은 “사회공헌과 도서관”이란 주제로 한겨레신문과 삼성,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함께 추진했던 ‘희망의 작은도서관 만들기’ 사업의 사례를 소개한다. 사업 소개를 위한 전제로 미국 뉴욕 시의 ‘퍼스트 레이디’ 애스터 여사의 이야기나 블랙스톤 그룹의 슈워츠먼, 그리고 영국 파카 사가 세계적인 도서관을 건립하거나 지원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도서관에 대한 기부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단지 사회, 문화적 여건의 차이나 기부자에 대한 가시적, 비가시적 보상의 미약함 등등의 조건도 문제겠지만, 그것만큼이나 도서관의 사회적 사명에 대한 공감과 지지의 부족도 큰 문제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즉,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기부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서관이 과연 우리 사회에서 무슨 존재이며,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또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등등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얻는 것이 기부 활성화의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한 사례로 한겨레신문사와 삼성, 책읽는사회문화재단등 3개 단체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희망의 작은도서관 만들기’ 사업은 양극화의 아픔을 이겨내고 문화 복지 수준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교도서관 및 민영 작은도서관을 지원하는 범사회적인 공익사업이라고 설명한다. 이 ‘희망의 작은도서관’은 자라나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책과 미래와 희망을 주기 위한 도서관이고, 이 사업의 주체들은 바로 이 ‘희망의 작은도서관’을 매개로 지역의 문화공동체를 건설하고 나눔과 배려의 문화를 확대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2007년 한겨레경제연구소를 통해 이 사업을 평가했었는데, 그 결과를 정리하면 ‘도서관’을 주제로 한 새로운 사회공헌활동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좀 더 장기적인 사회공헌 활동의 기획 아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유지하면서 공공영역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도서관의 사회적 사명에 대한 개념의 확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도서관문화 발전을 위한 기부와 참여의 확대는 민의를 반영한 도서관 운영에 기여하고, 또한 그 반대로 민의를 반영한 도서관 운영이 도서관문화 발전을 위한 기부와 참여도 확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책으로 아이들을 때려서는 안된다`

"책으로 아이들을 때려서는 안된다."

 

오늘 내 눈에 띤 한마디다. 이 말은 2009년 4월 23일자 경남일보에 실린, 경남도교육위원이자 경남일보 객원논설위원인 박종훈 씨의 칼럼 제목이기도 하다.

 

몇 해 전 '독서인증제'와 관련된 논란이 뜨거웠던 적이 있었다. 나도 독서인증제 반대 논의를 펼쳤다.

 

아이들에게 독서를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책읽기를 '강제'하고자 하는 어른들의 생각은 무척 단순하다.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게 되면 좋은 거 아니냐"는 것이다. 무척 속편한 입장이다. 그런데 당시 많은 이들이 이런 주장을 펴는 것에 나는 놀랐다. 특히 교육부나 교육청 관계자 분들께서는 '교육'이란 '강제적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전제하는 데 더욱 놀랐다. 교육철학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독서인증제란 철저하게 기능주의적 관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도록 하겠다'는 생각이 너무 앞서서는 안된다. 또한 '어떻게 해서라도'라는 방법이 갖고 있는 무자비함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일선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독서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분들의 이구동성을 요약하면 아이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주고, 그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책읽기의 즐거움에 빠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이상의 독서지도는 없다고 말한다. 계기적으로 적절하게 선생님들이 조금씩 조금씩 정말 '살얼음판 위를 걷듯'  아이들이 책의 세계로 이끌려 들어 오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정말 세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독서인증제는 '책으로 아이들을 때리는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말이 길어졌다. '일제고사'가 여전히 우리 교육현실의 문제일 터인데--일전에 경기도의 한 학교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교장 선생님의 표현을 옮기면, 일제고사는 학교 현장에 터진 핵폭탄이다-- 나는 일제고사(一齊考査)라는 말 자체가 싫다. '일제'란 곡식을 거두고 가지런하게 한다는 말인다. 이런 말을 하면서 21세기에 요구되는 창의력과 표현력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창의력과 표현력은 불쑥불쑥 나오는 것이다. 가지런해지지 않는 것이다. '고사'란 말은 쓸 만한 재목이 될 나무를 고르는 일이다. 그러니까 쓸 데 없는 것은 버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제고사는 전혀 이 시대의 정신과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일제고사니 인증이니 하는 따위의 말부터 걷어치워야 한다.

 

 

 

아래는 박종훈 위원의 칼럼이다.

원문출처: http://www.gnnews.co.kr/?section=KNJI&flag=detail&code=21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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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형숙, 사진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178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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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아이들을 때려서는 안된다

박종훈(객원논설위원, 경남도교육위원)

 

최근 경남도교육청이 학생들의 창의력 및 표현력 교육을 강화하고, 종합적 사고 능력을 함양하기 위하여, 교육감 지시 사항으로 도내 전체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이른바 ‘독서인증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 경남은 지난해 전국 학교 도서관 평가에서 대통령상을 비롯하여 전체 15개 중 반 이상의 상을 휩쓴 곳이다. 반면 통계 수치를 보면 경남은 전국의 평균을 밑돈다. 이런 여건에서 이렇게 상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학교와 교사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육청에서 시행하려는 이 사업은 도내 60만 명 학생들의 독서 과정과 그 문화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2003년 이후 학교 도서관관 활성화 사업이 진행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학생 독서 지도는, 사서 교사를 비롯한 관심 있는 교사들과 함께 전문가 그룹인 지역의 교수들이 마치 살얼음판을 걷듯이 조심조심 진행해 온 사업이다. 누구도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 전문가 그룹의 사회적 합의였다. 그런데 독서인증제의 일방적 강행으로 해서 지금까지의 전문가들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위기에 봉착했다고 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독서인증제 시행은 일단 유보되어야
 
독서를 강제로 유도하면 책읽기의 자발성을 없애고, 학생으로 하여금 독서의 즐거움을 빼앗아 간다. 독서 활동을 학교 성적이나 진학 성적에 반영하는 것은 책읽기를 강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장치가 된다. 독서란 감성과 지성의 통합 작용으로서 독자 개개인의 차이와 경험에 따라 다양한 소화 과정을 거치는 자율적 활동이고 그 과정에서 독자는 즐거움을 느낀다.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동원되는 독서 기록장, 독후 감상문, 이번에 동원되는 독서 인증제 등은 책읽기의 목적이나 독서 내용의 충실도보다 외형적 결과에 더 집착하는 제도이다. 얼마나 많은 학교가, 얼마나 많은 학생이, 얼마나 많은 독서량과 같은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결국 외형적 실적위주의 독서 교육의 폐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가된다.

 
학교가 추천 도서를 자체적으로 선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학교는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교육청이나 다른 기관의 추천 도서 목록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상업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도교육청이 필독 도서 10권을 선정하라는 공문은 아이들의 무한한 창의력과 사고력을 책 열권에 가두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한 획일화된 도서 선정은 출판 문화의 왜곡과 기형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제고사 성적 조작 사태를 우리는 지켜보았다. 충분히 예견했던 일이기도 하다. 이미 인근 지역에서 시행된 독서인증제의 부작용으로 기록 부풀리기가 예상되고 있고, 이는 학생들에게 목적을 위해서는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또 하나의 거짓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백보 양보해 그 순기능을 인정한다손 쳐도 그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는 그 시행이 유보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독서 과정이나 결과를 평가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좋은 일이고 이는 칭찬할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측정이 학생들의 독서 과정이나 결과를 왜곡시킨다면 이는 아니함만 못하다.

 
입학 사정관 제도가 앞으로 도입되고, 독서 이력철이 그 사정의 중요한 요소가 될 때를 대비할 필요는 우리에게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언급한 그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준비 없이 이 사업이 어설프게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단위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게 하고 이를 권장할 수는 있어도, 그 실적을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지금의 교육청의 입장은 대단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위이다.

 
 
의견 맞서는 부분 설득·합의 이끌어야

 
교육청은 이 사업이 지니는 순기능과 불가피성을 투명하게 펼쳐 놓고, 전문가 그룹은 이 사업이 지니는 문제점과 역기능을 내놓고서는 모두가 모여서 토론을 할 것을 제안한다. 의견이 맞서는 부분에서는 상대를 설득하고, 필요하면 타협도 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Write : 2009-04-23 09:30:00   |   Update : 2009-04-23 09:30:00


2009년 4월 22일 수요일

나는 `김세원키드`였다, 그리고 `유영재어덜트`

미디어오늘에 유영재 씨에 관한 글을 읽었다. 오후 시간에 차를 운전할 때면, 나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CBS의 <가요 속으로>를 찾는다. 이 프로그램은 듣기에 편하다.

 

'편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익숙하다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정서적인 수동성이 발동된다는 뜻일까? 아무튼, 나도 이 프로그램의 애청자인 셈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다 보면, 진행자의 얼굴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유영재 씨의 목소리는 조금 굵은 쪽에 속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얼굴 선이 조금 굵을 것이라는 나는 상상했다. 미디어오늘에 올라온 유영재의 사진을 보니 참 기분이 좋았다. 성격은 몰라도 이 사진의 표정, 정말  좋다. 정말 잘 찍었다. 이 기사를 보고 그가 단순히 진행자만이 아니라 피디이자, 심지어 에프엠 부장의 직함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린 시절 어느 날 천일전축이 집에 들어왔을 때(큰 누님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어렵사리 사들인 그 천일전축), 그 전축에서 울려나오던 김세원 씨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사람의 가슴으로 전해지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일까? 어떻게 그렇게 차분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부드러울 수 있었을까? 지금도 다시금 들어보고 싶다. 작곡가 김순남 선생의 따님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런 사실보다도 그 목소리의 울림은 오래 간다. 지금도 그 목소리의 여진이 남아 있는 듯하다.

 

유하 시인(지금은 영화감독)은 우리가 세운상가키드라고 하였는데,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김세원키드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은 유영재어덜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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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9066

2009년 4월 17일 금요일

불광초등학교 참새들의방앗간에서

2009년 4월 13일 오전 9시30분. 서울 은평구에 있는 불광초등학교 학교도서관인 '참새들의방앗간'에 갔습니다. 지난해까지 2년 동안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의 상임이사를 맡아 일하던, 은평구 대조동의 '꿈나무어린이도서관'의 이미경 관장이 중심이 되어 펼치는 "어린이, 책, 도서관이 함께하는 학교와 마을 만들기" 사업이 있는데, 그 사업의 일환으로 전개되는 학교도서관 자원활동가 연수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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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침막의 오자, 4월 7일 서정오 작가가 아니라 서정홍 씨가라고 합니다.

 

꿈나무어린이도서관은 어떤 곳인가. 2008년 12월 12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작은도서관 활동가 집단회'가 열렸을 때 이미경 관장이 발표한 자료 '지역주민들의 도서관만들기--대조동 꿈나무어린이도서관'을 보면 도서관이 개관하기까지의 과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조금 길지만 여기에 옮겨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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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꿈나무어린이도서관 관장

 

2005년 6월, 40평의 공간을 새롭게 마련한 꿈나무 어린이도서관은 대조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의 자원활동으로 운영되고 있는 도서관이다.

 

2000년 은평구에는 구립 도서관뿐만 아니라 학교도서관도 없을 때였다.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할 때 동사무소가 지역주민들의 문화복지공간으로 전환된다라는 소식을 접한 대조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지역에 작은 도서관 필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치센터 내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서를 만들어 동사무소 동장을 찾아갔다. 당시 동장이 선뜻 주민의 제안이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다용도로 사용예정이었던 6평의 공간을 도서실로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대조동 자치센터는 2001년 새롭게 신축하였고 그 과정에서 6평의 공간 예정이었던 도서실이 10평의 공간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책을 읽는 공간으로서 도서관이라면 기존의 수없이 사라졌던 문고들과 별 차이가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지역의 시민단체인 “열린사회은평시민회”의 지원을 받아 적극적인 엄마들과 “열린어머니회”를 구성하고 신축기간 1년 동안 준비활동을 하였다.

파랑새어린이도서관, 은평사랑어린이도서관 등 기존의 어린이도서관을 방문하고 각동의 지역정보센터마다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창원지역의 정보센터를 답사하는 등 월1회모여 구입도서 목록을 정하고 이후 운영에 대한 연구 활동과 외부인사 초청 지역주민 강연회 등을 전개하였다. 개관 후 운영은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자원봉사를 중심으로 운영하되 사서지원을 요구하기로 하고 현재 자원봉사 책임자가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조건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 .

 

2001년 12월에 완공된 자치센터 3층에 10평 공간으로 자리잡게 된 어린이도서관은 공간이 협소하였고 3층이라 어린이 출입이 불편하여 대안을 모색하던 중 MBC기적의도서관 프로그램이 TV에 방영되었다. 기적의 도서관 유치를 위해 책읽는 사회만들기 운동본부 관계자를 만나고 그 내용을 근거로 구청 공무원들을 설득해 나갔다.

 

자치센터 옆에 관리되지 않고 있는 (구) 파출소 건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출소가 동별로 축소되면서 유휴 건물로 남아있었기에 그 공간을 어린이도서실로 사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40여평의 작은 공간이었지만 동사무소 옆이었고 초등학교 후문에 위치하고 있어 지역 주민과 어린이들이 이용하기엔 안성마춤이었다. 그 공간을 어린이도서실로 만들기 위해 대조, 대은 초등학교의 협조를 받아 “어린이도서실 유치를 위한 종이학 접기와 가장 긴 엽서 만들기”등의 활동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로 (구)파출소 건물을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하였으나 건축비 문제로 기적의 도서관 유치는 무산되었다.

 

그러나 (구)파출소 건물을 어린이도서실로 사용하기로 결정된 상황이었기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도서실 리모델링을 위한 프로젝트’를 제출하였고 5천만원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구청과 서울시의 예산지원을 이루어지면서 꿈나무 어린이도서실이 탄생하게 되었다. 2005년 6월 작지만 깔끔하고 예쁜 도서실로 어린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공간을 확보하고 리모델링 허가, 예산확보 그리고 신축 이 모든 과정이 4년 걸렸다. 어린이도서실이 내 사는 지역, 가까운 거리에 있었으면 하는 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린이, 책, 도서관이 함께하는 학교와 마을 만들기" 사업이나 그 사업의 일환으로 학교도서관 자원활동가 연수를 펼치게 된 것도 이런 꿈과 열정과 노력 때문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꿈나무어린이도서관은 올해 불광초, 구산초, 갈현초, 역촌초, 응암초, 연은초 등 모두 6개 학교의 학교도서관과 연계하여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꿈나무어린이도서관이 주최가 되어 사서 선생님들의 연수--사서 선생님들(비정규직)은 사서교사와 달리 연수를 받을 기회가 없습니다--와 함께 학부모 자원활동가들의 교육, 중학교 학생들까지 함께하는 독서캠프, 그리고 학교의 안마당에 펼쳐질 책잔치 등 4가지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저의 관심을 크게 끌었던 부분은 6개 학교에는 사서교사 2곳, 사서가 4곳에 배치되어 근무하고 있는데,  이분들의 급여는 은평구청의 교육비 예산의 일부로 감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서부교육청, 은평구청, 그리고 지역에 뿌리내린 작은도서관이 함께 힘을 모아 각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보조사서, 학부모 교육, 독서캠프, 책잔치를 펼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 그대로 "어린이, 책, 도서관이 함께하는 학교와 마을 만들기"의 가능성을 열어나가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교육청과 지자체, 그리고 지역의 풀뿌리 활동가가 마을도서관, 어린이도서관,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펼쳐나가는 꿈나무어린이도서관의 사례는 다른 지역에도 좀 더 널리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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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은 뒤, 서둘러 집안 일을 정리하고 학교도서관의 자원활동가로 참여하는 학부모님들. 문진희, 박순자, 이수정, 김미숙, 정혜원, 이진숙, 양선순, 오방진 등등의 학부모님들이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저의 어눌한 말을 경청해주신 학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점심 급식을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불광초등학교의 학교도서관 '참새들의방앗간'의 이모저모를 볼 수 있는 사진 몇 장 붙여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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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사서로 일하고 계신 배희경 선생님께서 도서관 이용 방법을 교육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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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블로그에 글을 올린 뒤, 이미경 관장께서 사서교사와 사서의 배치와 관련하여 수치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해주셨습니다.  

  이를 2009년 4월 22일 오전에 수정했습니다. 고맙습니다.  

2009년 4월 14일 화요일

`고소한 영혼의 밥 냄새`

신은미. 당찬 여성이다. 심지가 깊고, 성격은 괄괄하다. '머스마' 같은 구석도 있다.

 

한때 '기적의도서관' 실무를 맡아 밤낮 없이 일하던 도서관학도다. 대학 졸업식을 하기도 전에 새로운 도서관문화를 만들어내고자 시민단체에 몸담아 일하다 대안학교로 훌쩍 떠났다. 2년 정도 기숙사 사감 선생님으로 일하다 올해부터는 학교도서관 담당 선생과 행정실 일을 함께 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반갑게도 오늘 이 당찬 여성이 학교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쓴 글을 만났다.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소식지 <학도넷> 2009년 봄호에 '학교도서관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는 꼭지에 제천간디학교도서관 담당교사로서 글을 실었다.

 

제목도 재미있다. '나무밥 짓는 영혼의 부엌을 꿈꾸며'. 학교도서관의 이름이 '나무밥'이라서 그런 것일까? '영혼의 부엌'이라는 단어에서는 역시 숨겨져 있는 여성스러움(이 단어에 무슨 성차별적인 생각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이 묻어난다. '머스마' 같은 구석이 있었을 뿐이지, 그이의 마음속에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영혼을 보살피고자 하는 여성 특유의 모성적 면모가 숨겨져 있었던 것일 터이다.

 

오늘의 한 대목은 신은미 '샘'의 글에서 뽑았다.

 

도서위원들과 분주함과 설렘으로 새 학기를 준비하면서, 또 대안학교라는 이름 때문에 얻게 되는 외부의 궁금증을 대하면서 왜, 뭘,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등 책 읽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동시에 도서관 이름이 '나무밥'인 이유도 다시금 곱씹었다. 밥 먹듯이--일상적으로, 꾸준하게, 편안하게, 맛있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왜, 무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답이 될 것도 같다.

 

낡고 춥고 어설픈 도서관이지만, 어디선가 고소한 영혼의 밥 냄새가 난다. 화목한 식구들의 웃음소리도 들린다. 밥 먹으러 가야겟다. 도서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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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gandhischool.org/

그런대 신 '샘'. 진짜로 왜 도서관 이름이 '나무밥'인거유?

 

어느 학교도서관 개관식이었던가? 제천간디학교의 양희창 선생이 작사한 "꿈꾸지 않으면"을 함께 불렀던 기억이 소록소록 난다. 그런데 그 학교가 어디였는지 가물가물하다. 참 기억이란 건.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2009년 4월 13일 월요일

느껴줘, 버텨줘

'기획회의'라는 잡지가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의 1인 잡지라고도 할 수 있는 잡지다. 일종의 출판계 소식지인데 격주간으로 발행된다. 벌써 통권 245호(2009년 4월 5일자)가 발행되었다. 작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기호 소장은 2009년이 되면 이 잡지를 발행한 지 10년이 된다고 하면서 자체 폐간을 할까?, 하고 나에게 웃으면서 말했던 적이 있었다. 어렵다는 이야기일 터이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꾸준히 발행된다.

 

이번 통권 245호를 보니,  '경쟁교육사회와 학교도서관'이 특집이다.  안승문(전 서울시 교육위원, 현 스웨덴 웁살라대학 객원연구원), 우석훈, 한기호, 이영주(묵동초), 이덕주(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 대표, 송곡여고 사서교사), 김문기(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1학년), 안지선(서울영락고 1학년) 등이 그 필자다. 이번 특집의 글에서 한기호 소장은 대학 개혁까지 언급하고 있으니, 이제는 그냥 출판계 소식지만으로 한정되기를 마다할 모양인가? 한기호 소장은 '학도넷'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그 특집 글 가운데 이영주 선생의  '학교는 삶의 공간이다'라는 글의 첫대목을 오늘의 한 대목으로 골랐다.

 

'슈퍼액션 히어로'는 요즘 학생들이 즐기는 휴대전화 게임 중 하나다. 게임의 단순함이 요즘 아이들의 복잡한 머리를 잠시나마 쉬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쉬는 시간이나 학원으로 가는 이동시간에 잠깐 짬을 내 하다가 바로 꺼버려도 별로 아까울 것 없는 그 시시함이, 아이들의 바쁜 일상에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전진하며 벽만 깨면 된다. 문제는 밀려오는 벽의 속도보다 벽을 깨는 속도가 빨라야 한다는 것. 내가 미처 벽을 깨지 못하면 벽이 나를 밀어내고 나는 떨어져 죽으면서 게임 오버. 정신없이 버튼을 눌러대는 중3학생에게 물었다. 이 게임이 그렇게 재밌냐고. 그 학생은 선문답을 했다. "샘, 딱 우리나라 교육 같잖아요.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벽만 깨다가 그 벽에 갇혀 죽는 것까지......"

 

이 땅은 노동자에게만 힘든 삶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교육시장화를 통해 이미 우리 학생들의 삶까지 극한으로 몰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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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 '슈퍼액션 히어로'라는 게임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다. 그랬더니 이 게임은 2005년에 개발된 모바일 게임이라 소개되어 있다. 게임의 종류에는 "느껴줘, 버텨줘, 내려가줘, 혼내줘, 달려줘, 모아줘, 지켜줘, 올라가줘, 부셔줘, 막아줘, 이겨줘"가 있다고 한다.

 

"느껴줘, 버텨줘, 내려가줘, 혼내줘, 달려줘, 모아줘, 지켜줘, 올라가줘, 부셔줘, 막아줘, 이겨줘...."

 

2009년 4월 12일 일요일

아이숲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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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9일 오후, 아이숲어린이도서관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광주광역시 서구청에서 열렸던 '작은도서관 활성화와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조직된 것도 아이숲어린이도서관의 활동이 밑바탕이 되었던 것입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이날 토론회에서 지정 토론을 맡았던 정봉남 관장을 따라 아이숲어린이도서관을 방문했습니다. 아이숲어린이도서관을 방문한 뒤, 서구공공도서관도 방문했으나, 사진기의 배터리가 없어서 사진은 찍지 못했습니다.

 

아이숲어린이도서관은 2007년 12월에 개관했습니다. 아이숲어린이도서관이 개관한 뒤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광주 지역에서 일어난 작은도서관, 어린이도서관 문화운동의 첫걸음이라고 언론들은 보았던 듯싶었습니다. 지금 관장의 역할을 맡고 있는 정봉남 씨와 지역 주민들이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힘을 모으고, 또 돈을 모아서 "꿈에 그리던 어린이도서관"을 열었다고 합니다.  '광주시민센터'라는 단체가 밑뿌리가 되었지만, 도서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문화공동체의 공간을 만드는 일은 그 자체가 나눔의 문화를 꽃피우는 과정이었고, 지역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공동체 문화활동의 일환이었을 것입니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동영상에는 1년여 동안 아이숲어린이도서관이 어린이와 지역주민에게 어떤 행복감을 주었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다음은 아이숲 1주년 기념식에서 상영되었던 영상이라고 합니다. 함께 보시죠.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12198299&srcid=387025

 

잠시 들렀을 뿐이었지만, 지역사회의 중심에서 아이숲어린이도서관의 지킴이 분들께서 펼쳐나가는 일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동화를 읽어주거나 공부하는 모임, 여러 동아리 활동들, 아이들과 함께 펼친 책잔치의 모습들, 그런 모습들이 다락방 난간에 빨래집개에 걸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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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서도 금당산 지킴이 활동은 서울의 마포 성미산 마을공동체가 그러하듯 지역 현안을 함께 풀어나가는 활동으로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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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남 관장 등과 둘러앉아 다과를 나누며, 책 3천 권을 모아온 이야기를 하며 함께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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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오른쪽에 앉아 있는 분이 정봉남 관장. 도서관 지킴이 어머니들이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언제 3천 권을 모을 수 있을까 싶었어요. 한 권 한 권 늘어나기는 하지만 3천 권이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그런데 2천여 권이 넘어서자 어느 어머님께서 3천 권이 되기 전에 꼭 자기한테 알려달라고 하시더라구요. 책 10권을 기증하시겠다고요. 그런데 막상 2천9백9십 권이 되었을 때, 그 어머님께 연락을 드려야 하는데, 때를 놓치고 말았어요. 그러고는 3천 권이 넘고 말아지 뭐예요. 그렇지만 그 어머님께 연락을 드리니 당장 달려오셔셔 책을 기증해주셨어요. 한창 책을 모을 때에는 누가 물어보면 오늘은 몇 권, 또 오늘은 몇 권 하고...."

 

이야기를 듣노라니 얼마나 열성으로 노력해오셨는지 절절하게 그 심정이 전해져왔습니다. 출입구 쪽에 붙여져 있는 "3000권 도서 모으기 운동에 함께 해요"라는 알림판에는 이 날까지 모인 책이 3,429권이라고 붙여져 있었습니다. 3천 권이 넘으면 도서대출을 하리라고 마음 먹었는데, 이제부터 도서 대출도 지킴이 어머니들의 중요한 활동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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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비록 작은 규모이지만, 정말 이곳저곳도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는 듯싶었습니다. 참 아담하고,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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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마지막 사진은 도서관 입구에 세워져 있는 나무입니다. 그 나무 뿌리에는 "어린이와 도서관을 사랑하는 당신이 소중합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운영의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옆 공간이 비어 있어서 그 공간까지 도서관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그럴 수 있게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어린이와 도서관을 사랑하는 당신이 소중합니다!  

 

 

참고: 아이숲어린이도서관의 인터넷 카페 http://cafe.daum.net/totolibrary

지역사회와 학교도서관

2009년 4월 10일 오후 7시, 경상남도 진주시 예하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희망의 학교도서관' 순회교육을 다녀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새벽 3시가 되는 일정이었습니다만, 무척 보람 있는 날이었습니다.

 

진주 예하초등학교는 2006년에 한겨레, 삼성과 함께 펼쳤던 '희망의 학교도서관 만들기' 사업의 대상이 되어 '글새암도서관'을 개관했던 학교입니다. 올 초부터 이 사업의 후속지원의 일환으로 도서와 비도서의 지원뿐만 아니라 교육 및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도 하는데, 교육의 경우 몇 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그 가운데 하나를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나 학교도서관 담당선생님께서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주제 가운데 '학교도서관과 지역사회'라는 주제를 선택한 학교는 예하초등학교가 유일했습니다. 담당 간사님께서 저보고 이 학교를 꼭 다녀와야 하겠다고 하여, 조금 무리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먼 길에 나섰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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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진주시 예하초등학교의 모습. 학교 정문으로 오르는 길 양쪽에 벗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뭔가 달라도 달랐습니다. 올 3월 1일부로 부임하셨다는 김윤경 교장 선생님께서 학생수 73명의 작은 학교의 분위기를 크게 바꾸어놓으신 듯했습니다. 우선 교장실부터 달랐습니다. 2층에 있던 교장실을 '배려와 섬김방, 운영위원회 회의실'로 만들어 교사들의 휴게 공간으로도 사용하도록 하고, 교장실은 1층으로 옮겼는데, 교장실이 마치 찻집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권위주의적인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습니다"라고 김윤경 교장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김 교장 선생님은 정년 퇴임은 2년여를 남겨놓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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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교장실이었던 곳이 '운영위원회 회의실' 및 '배려 섬김방'으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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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1층으로 옮긴 교장실. 다탁 위에 다기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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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근무했던 학교의 교사들이 생일 때 선물했다는 감사패가 교장실 한쪽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발효차를 내놓으시면서 '배려와 섬김' 속에서 아이들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어린이는 존중받고, 교사는 긍지를 지니고, 학부모는 함께하고, 교장은 책임을 지는 교육. 그리고 학교 현황 자료를 몇 가지 챙겨주셨는데, '글새암'을 활용한 책 읽기 생활화를 위해 노력하려고 계획을 짜놓으셨습니다. 지난 3월 24일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도 낮에 열지 않고 오후 늦게 열어서 학부모 54세대 가운데 42세대가 참석하였다고 합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정말 작은 학교만이 가능한 모습이 머리 속에 그려졌습니다. 김윤경 교장 선생님께서 파악하신 바로는, 학원에 다니고 있던 아이들이 모두 50명인데, 월 760만원이 소요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1년 단위로 계산하면 불과 73명이 다니는 학교의 사교육비가 총 9,120만원이나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김윤경 교장 선생님은 방과후 학교--다도, 연극, 컴퓨터, 진주 팔검무를 강화하고, 기초학습이 부진한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께서 교과를 보충할 수 있도록 해서 사교육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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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 2009년 4월 6일자 20면에 보도된 '색다른 공교육 실현 일환--김윤경 예하초등학교 교장'

 

김윤경 교장 선생님과 함께 '글새암 도서관'을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아주 좋은 컨셉으로 만들어진 도서관이라고 하시면서도 두어 가지 더 개선할 점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도 적극 공감했습니다. 첫번째는 도서관 앞 창틀도 함께 디자인해서 시공했었다면 더욱 좋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의 시선이 창밖으로 빼앗기지 않고 자연스레 도서관으로 향하게 할 수 있었겠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다락방의 난간이 스테인레스로 되어 있는데 나무였으면 더욱 좋았겠다는 것입니다.  차가움보다는 따뜻함의 느낌, 온화함의 느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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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예하초등학교 글새암도서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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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입구 반대쪽의 창틀을 가리키며 김윤경 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고 계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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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공간과 다락방의 모습이 보입니다. 난간을 나무로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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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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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학교도서관 명판.

이번 만남은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6학년 담임선생님인 하재설 선생님이 계셨기에 가능했다고도 생각되었습니다. 하재설 선생님은 알오티시 출신으로 대위로 예편을 한 뒤 학교에 부임했다 하시는데, 아주아주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분이라 하였습니다.

 

저는 방과 후에 늦게까지 남아 계신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2시간 30분 가량 말씀을 드렸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경청해주신 선생님과 학부모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거듭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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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주제는 '학교도서관과 지역사회(책-도서관-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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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에서 다과를 드시면서 학부모님들께서 늦은 시간까지... 교장 선생님께서 인사 말씀을 하시는 동안 똑딱이 카메라로 찰칵. 몹시 흔들렸습니다.

 

 

참고: 예하초등학교 누리집 http://www.yeha.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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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하초등학교 하재설 선생님께서 사진은 몇 장 찍어서 보내 주셨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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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1일 토요일

해는 져서 달이 뜨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2009년 4월 11일 오전. 며칠 동안의 지방 출장으로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벗이 흙으로 누워 있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벌써 12주기라니. 무덤에 절하고 술을 한 잔 올리면서 서른다섯이라는 나이는 참 젊은 나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고 김소진, 서른다섯의 김소진! 그이가 남긴 '불어선생(不語先生)'들은 지금도 후배 작가들이나 독자들의 머리맡에 놓여 있을 것입니다.

 

아, 머뭄도 없고 떠남도 없음이여.
자성(自性)의 본향(本鄕)으로 돌아갔음이어라.
해는 져서 달이 뜨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뵤-뵤-산새 한마리 갑션무지개 사이로 날아가누나.

 

그 묘비의 한 대목입니다. 오늘의 한 대목입니다.

무덤엔 민들레가 피어 있었습니다. 벗들과 함께 냉면으로 점심(點心)하고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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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농민, 도서관 마을을 만듭시다`

2009년 4월 8일 오후 늦게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생명농업 전공부를 방문하였습니다. 전공부 건물들이 달빛을 되비추는 가운데 '홍동밝맑도서관' 건립과 관련하여 홍순명 교장 선생님과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홍동밝맑도서관은 작년에 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아 등기를 완료하였습니다. (2008년 11월 10일 인가 12월 1일 등기완료) 전체 기금 목표를 5억 5천만원으로 잡고 기금을 계속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억 5천만원을 모았습니다. 홍순명 선생께서는 후원을 권유하는 소책자 <생각하는 농민, 도서관 마을을 만듭시다>를 만들었다고 보여주셨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끈질기게 그리고 고집스럽게 홍동밝맑도서관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셨습니다. 마을도서관을 거점으로 농촌문화, 농민문화를 새롭게 일구어나갈 꿈이 영글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간절합니다. 홍동밝맑도서관이 개관하고 나면 우리 농촌의 마을도서관의 새로운 전형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뜻 있는 분들의 도움의 손길이 닿기를 간절하게 기도하였습니다.

 

이곳 전공부 기숙사의 손님방에서 홀로 하룻밤을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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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5일에 '홍동밝맑도서관 건립추진위원회 창립대회'가 열릴 때 저도 참석했었습니다. 그때 홍순명 선생께서 쓰신, '모시는 글'을 여기 옮겨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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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지역 주민, 청소년, 어린이가 함께 하는
"홍동밝맑도서관(가칭)"건립추진위원회 창립대회에
귀하를 모십니다.

"지역과 세계, 자연과 이웃, 모든 생명과 함께 더불어 사는 평민"을 기르려는 풀무학교의 정신을 기리고, 지역과 학교, 주민과 학생이 하나 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홍동밝맑도서관"(가칭)을 세우고자 합니다.

"홍동밝맑도서관"은 단순히 '책읽는 집'이 아닌, 올바른 사람을 길러내는 '주민평생교육기관'이자, 학교와 지역사회의 밝은 미래를 실현해가는 '주민복합문화공간'이 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도서관 건립사업의 추진 준비 운영과정 모두가 우리 지역의 주민 어린이 청소년 교육기관 농민단체 공공기관 기업체 등 각계 각 층이 참여하고 협력하는 "지역공동사업"으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런 우리의 소망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을 '도서관건립추진위원회 창립대회'로 내딛고자 합니다.

때 : 2007. 12. 15 (토) 늦은 3 시
곳 : 홍동면사무소 회의실

"홍동밝맑도서관" 건립추진위원회 창립 발기인 일동
대표 홍 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