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2011년 9월 29일 이현수 최우영 기자의 보도, 김난도 서울대 교수와의 인터뷰. '20대는 인생의 아침, 하루 다간듯 좌절하지 마라'라는 기사 가운데 한 대목.
"오리는 물에서 헤엄칠 수도 있고, 땅에서 달릴 수도 있고, 하늘을 날 수도 있죠. 헤엄치고, 달리고, 거기에다 날기까지 합니다. 최고의 스펙입니다. 하지만 오리는 돌고래처럼 헤엄칠 수가 없고, 독수리처럼 날 수도, 말처럼 달릴 수도 없지요. 많은 청년들이 두루뭉술하게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인간이 되려고 합니다. 나중에 독수리가 될지도 모를 청년들이 오리가 되려는 연습만 하고 있습니다. 적당히 헤엄치고, 적당히 달리고, 적당히 날아다니는 연습 말입니다. 사회도 그걸 요구하고 있죠. 기업들이 서류 스펙만 보고 있으니까 다들 오리가 되는 연습만 하고 있는 거에요."
"우리 세대만 해도 군사독재에 맞서면서 만들어진 동료애가 있었습니다.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를 불러도 옛날에는 무대 마지막에는 다 모여서 같이 불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무조건 한 명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살아 남아야 합니다. 생존경쟁, 이것이 바로 청년들이 아픈 이유입니다. 또 하나는 사회적 분배가 기성세대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기성세대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신입 임금 깎아서 구조조정을 피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태아에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 이건 사회적인 낙태 행위입니다. 이 두 가지의 본질은 결국 하나입니다. 사회가 기성세대 위주로 재편돼 있는 상황에서, 거기에서라도 살아 남으려고 청년들끼리 발버둥을 쳐야 한다는 것이죠."
"청년들에겐 방법이 없습니다. 청년들에게 '짱돌'을 들라는 건 올바른 해법이 아닙니다. 좌절만 줄 뿐이죠. 기득권의 철옹성을 쌓고 있는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답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 빌 게이츠 같은 사람 참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독점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회사의 특허를 침해하고 사들이는 등의 반경쟁적인 정책을 폈지 않습니까. 오히려 돈을 많이 못 벌어서 기부를 많이 못하더라도, 좋은 소프트웨어 만드는 회사들과 공생 발전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창업해서 될만하면 싹을 잘라버리고, 한번 실패하면 재기의 기회도 주지않는 구조를 바꾸어야 합니다. 청년들에게 소프트웨어 하나로 큰 기업을 만들 수가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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