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30일 목요일

내일을 말하는 도서관--2018책의해, 책 생태계 비전 포럼—도서관, 내일을 말하다 토론문

 
 
 
내일을 말하는 도서관
 
 
안찬수(책읽는사회문화재단)
2018책의해, 책 생태계 비전 포럼도서관, 내일을 말하다
2018830() 오후2,
순천시 순천만 국가정원국제습지센터 입체영상관
 
 
 
1-1. ‘2018책의해, 책 생태계 비전 포럼-도서관, 내일을 말하다에 토론자로 참여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특히 이번 포럼은 도서관의 도시인 순천에서 열리는 포럼이라 더욱 뜻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포럼을 준비하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2. 저는 지난 2018329(목요일)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2018책의해조직위원회가 주최했던 책 생태계 비전 포럼-책 생태계의 오늘을 말하다에서 <대한민국을 책 읽는 나라로>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대한민국 정부(문화체육관광부)2018년을 책의 해로 정한 것이 국민의 독서율이 하락하고, 가계의 도서구입비는 감소하며, 시민의 도서관 이용률은 떨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책 생태계의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정책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씀을 드린 바 있었습니다.
 
지난 3월의 포럼에서 제가 제기했던 몇 가지 질문은 다시금 반추하고자 합니다. 독서율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바꿀 수 없는 것인가? 독서의 양극화를 막을 방안은 없는가? 간헐적 독자(間歇的 讀者)와 비독자(非讀者)를 습관적 독자(習慣的 讀者)가 되도록 돕는 방안은 무엇인가? 출판문화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책 읽는 사람’(독서 인구)을 늘리는 데 있는데, 어떻게 해야 책 읽는 사람을 늘릴 수 있겠는가? 시민의 독서문화 증진을 위해서는 각종 도서관의 확충 및 개선, 전문 인력(사서) 배치, 장서량의 획기적인 증대, 독서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하며, 생애주기별 독서활동 지원을 충실하게 시행함으로써 평생 독서의 기반을 다져나가야 하고, 지역 간 독서 격차를 줄이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어떠해야 하는가?
 
또한 주권자 민주주의 시대, , 출판, 독서, 도서관 문화 등 책 생태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책 문화 정책이 다른 어느 문화 영역보다 주요한 문화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책 읽는 시민이야말로 주권자 민주주의의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1-3. 오늘 포럼의 핵심어는 도서관입니다. 지난 3월의 포럼에서, 오늘 사회를 맡은 이용훈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께서 <책 생태계 안에서의 도서관, 오늘과 내일을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책이나 독서, 출판, 도서관, 서점 등에 생태계 개념을 더하면 그 생태계는 서로 비슷하거나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서로 중첩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책의 해는 어느 특정 개별 부문이 아닌 여러 부문의 연대와 협업을 도모해서 더 큰 생태계를 구축하고 발전시키는 계기가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용훈 사무총장께서는 도서관의 현실을 진단하면서, “1980년 이후, 그리고 지방자치가 본격 시작된 1990년대부터는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확산되고 양적 증가 등을 통해 새로운 도서관 시대를 열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도서관은 여전히 도서관이면 반드시 제대로 갖추어야 할 3가지 요소, 즉 시설과 장서, 사람(사서와 이용자) 모두에서 여전히 여러 과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공공도서관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문제점들이다. 특히 사람(특히 사서) 문제에 대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궁극적으로 도서관은 사서와 이용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공공서비스인데, 최근까지도 우리나라 도서관에서는 이 사람(사서)의 문제를 가장 소홀히 하고 있어서 도서관의 가치와 가능성을 왜곡하고 무력화하고 있다.”고 우리 도서관 문화 문제의 핵심을 지적하였습니다. 이런 도서관 내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상황이라는 외부 요인인구 구성 변화, 즉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이용자 계층의 변화, 책과 출판, 유통 구조 변화, 독서인구 감소, 새로운 독서 방식의 확산, 어려운 경제적 상황과 공공재원,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 시민 참여 확대 등 행정 부문의 변화 등 도서관 운영을 새롭게 해야 할 사회적 요구를 거론하였습니다.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서 변화를 해야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변화를 기획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도서관의 미래, 이를 통한 시민의 미래는 결국 시민과 도서관 사서가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도서관 서비스를 새롭게 조직하고 실현해 내는가에 그 모양과 성패가 달려 있다.”
 
 
2-1. 오늘 포럼에서 이정수 관장(서울도서관), 송현경 기자(내일신문), 김기영 교수(연세대 문헌정보학), 장훈 연구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곽승진 교수(충남대 문헌정보학)의 소중한 말씀과 가르침을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제발표자의 내용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놓은 것입니다. 토론 시간에는 건너뛰도록 하겠습니다.)
 
2-2. 이정수 관장은 사서’(司書)에 초점을 맞추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양적 성장은 괄목할 만한 것이지만, 지금과 같은 인적 구조로는 공공도서관 서비스의 질적 성장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가로막은 요소 중 하나는 사서에 대한 인식 부족일 것이다. 그런데 사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현재 보이는 공공도서관 역할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하였습니다. “미래의 공공도서관은 모든 시민의 정보접근권과 알권리 보장이라는 역할에 기초하여 과거를 기록하고, 미래를 창조하는 문화전승기관으로서 소임에 충실하고, 개인의 일상적 삶의 거점이 되고 사회적 소통과 통합이 가능한 창의적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공공도서관의 질적 성장과 인적 구조: 2007600개관20171,042개관/ 2007년 정규직 3,628(사서 2,684, 행정 944), 비정규직 2,0952017년 정규직 6.261(사서 4,461, 행정 1,800), 비정규직 7,309
*현행 도서관법의 인력 배치 기준을 적용하면 정규직 사서 충원율은 18.2%에 불과
 
2-2. 송현경 기자는 우리나라 현직 기자 가운데 도서관과 관련된 기사를 가장 많이 쓰는 기자이자 문헌정보학을 공부하는 연구자로서, 공공도서관 현장의 다양한 모범 사례를 꼼꼼하게 소개해 주셨습니다.
 
우선 도서관 공간. 공원과 함께 건립한 사례로 수원의 호매실도서관, 일월도서관, ‘책이 환대하는 공간’, ‘도서관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주는 공간의 사례로 2017년 재단장을 마친 파주중앙도서관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시민이 바라는 서비스자료 상담 서비스 통합 서비스 생애주기별 서비스-가족서비스(고양시립아람누리도서관의 임신부 독서동아리 배부른 책읽기’), 청소년서비스(파주 교하도서관,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 노원구 불암도서관,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다움을 고려해 만들어진 미국 공공도서관의 청소년실), 노인서비스(대활자본, 돗토리현립도서관의 노인들의 관심사인 질병을 주제로 한 투병기 문고’, 정년 이후의 취업과 창업, 자원봉사, 일본 히가시네시 사쿠란보도서관의 온천과 연계한 북토크 프로그램) 지역 서비스-지역과 소통하기(성북문화재단 도서관본부의 주민 정보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서비스 관계망 형성-성북구립도서관들의 동행원탁’ ‘마을인수다’, 송파글마루도서관의 책 처방 우체통’, 용인 느티나무도서관은 마을포럼, 사회를 담는 컬렉션 등), 사회에 관심 갖기(2011년 주코티 공원에 세워진 월스트리트 점령도서관 OWS Library, 용인 느티나무도서관의 사회에 대한 도서관의 인식’)
 
또한 시민이 만드는 도서관의 예로는 시민 참여형 도서관 정책 만들기(성북구 월곡꿈그린도서관), 공간 만들기(성북구 아리랑어린이도서관), 주민참여예산의 활용(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 지역의 공공도서관 정책 제안을 위한 독서도서관문화단체 구성(고양시 책·도서관·문화정책포럼의 고양시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에게 바라는 독서·도서관 정책 공약 제안) 등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핵심적으로 시민이 바라는 내일의 도서관은 책을 중심으로 한 지식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기관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시민이 바라는 내일의 도서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지식정보를 갖고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곳이 도서관”(이종창 관장)이라는 지향과, “사회에 대한 도서관의 인식은 어떠한가. 지금 우리 도서관들은 역사를, 사회를 어떻게 장서로 남아내고 있는지, 개개인의 삶과 사회에 대해 토론하고 상상하는 공론장으로 열려 있는지, 공공성과 지적자유라는 도서관의 가치를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박영숙 관장)와 같은 질문은 값진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3. 김기영 교수는 <책 생태계와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도서관 비전 세우기>를 통해, 도서관에 대한 요구에 자료에 대한 요구, 공간에 대한 요구가 있음을 말하고, 도서관의 수요는 결국 자료, 즉 도서관 장서에 기반한다고 하였습니다. “공공도서관의 장서는 권위적/계몽적 성격에서 시민 요구에 도움이 되는 장서로 그 성격이 변화하는데, “이러한 변화에 도서관이 현재까지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도서관/사서의 장서 선정 능력은 이용자의 요구 및 출판물의 특성에 기반하므로, 도서관에 대한 지역사회 인식 변화는 물론, 출판계와의 연대에 있어 중요한 전제조건이라고 하였습니다.
 
공공도서관이 4가지 특성, 즉 공공성(근대 공공도서관 태동 배경 , 공적 자원의 지원 근거, 시민 누구나 이용, 시민 누구도 배제하지 않음), 지역성(전역 global 요구와 대비되는 지역 local 요구에 기반, 지역 환경에 제약), 전문성(타 기관과 대비되는 도서관의 존재이유, 사서의 전문성 향상 추구, 전문성 대상이 정보자료에서 시민/요구로 변화), 일상성(정보 요구 및 공공성을 기반으로 나타나는 특성. 누구나 개방시간에는 언제나 접근 가능, 지역사회의 요구 증대)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2-4. 곽승진 교수는 미래 도서관은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과 공동체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도 미래의 도서관은 장서 중심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혁신적인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 중심성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창의하고 만들며 협업을 지원하는 공유공간을 지향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대별로 도서관 패러다임이 변화해 왔다는 점을 살펴주셨습니다.
 
1세대-전통적 도서관/ 2세대-전통적 도서관+전자도서관/ 3세대-전통적 도서관+정보공유공간(IC)+디지털도서관로 변화해온 도서관이 미래도서관은 전통적 도서관+메이커스페이스+라키비움+스마트도서관으로 바뀌리라는 것.
 
스마트도서관과 관련해서는, 빅데이터 시대에는 데이터 리터러시가 핵심 역량이고 말하며,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도서관 빅데이터 사업 사례로, 사서의사결정지원서비스, 대출 장서 분석 및 도서관 이용률 시간대를 고려한 프로그램 운영(저자 강연회, 체험행사, 연체자 관리 등), 미대출 장서 발굴, 도서관 정보 나루에서 제공하는 테마 데이터를 활용한 테마 서가 마련 및 포스터 게시 등을 언급해주셨습니다.
 
2008년도에 미국 텍사스대학의 메간 윈젯(Megan Winget) 교수가 제안한 라키비움(Larchiveum)이라는 개념은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을 합한 말로, 이들 기관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통합형 기관을 말합니다. 프랑스 퐁피두센터, 센다이 미디어테크(2001),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라키비움(2014), 국립아시아문화전당-라이브러리파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디지털정보실, 현대카드의 디자인라이브러리, 트래블라이브러리, 뮤직라이브러리, 쿠킹라이브러리, 그리고 네이버 라이브러리. 미국 뉴욕 공공도서관(NYPL)의 재개발 계획, 게티센터(1997), 일본 타케오시도서관, 무사시노 미술대학 도서관·미술관(2011년 재단장), 유로피아나(Europeana), 위키피디아 클램 프로젝트(Wikipedia: GLAM/Projects) 등 아주 다양한 예를 언급하였습니다.
 
메이커 스페이스2011년 미국 뉴욕 주 북부의 조용한 마을인 페엣빌공공도서관(Fayetteville Public Library)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메이커 스페이스의 사례로 미국 시카고 공공도서관(CPL), 토론토 공공도서관의 디지털 혁신 허브(Digital Innovation Hubs)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 외에도 기존의 통합도서관시스템(LIS)에서 도서관 서비스플랫폼(LSP)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해 주셨습니다.
 
2-5. 장훈 연구원은 도서관과 관련된 가장 상위계획이자, 현재 수립되고 있는 3차도서관발전종합계획의 추진경과와 방향성을 중심으로 도서관의 미래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해야 하는 것만을 나열한 정책은 실효성이 낮을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을 나열한 정책은 방향성이 상실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부환경변화에 맞추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의 균형을 이루어 좋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 도서관계가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에 대응하는 도서관의 역할을 찾고자 한다는 점을 소개하면서,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 가운데 우리 현실을 고려한 측면에서 성평등, 교육의 포용성·형평성, 자생력 있는 인프라 구축 및 혁신, 불평등의 완화,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는 도시와 거주지 조성,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보제공 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함을 언급하였습니다.
 
여기에 지방분권, 일자리 창출, 일과 삶의 균형, 생활문화 등 새로운 정부의 정책방향, 저출산고령화사회, 다문화 가정의 증가, 정보 불평등의 확대 등 인구사회구조의 변화,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기술 환경의 변화가 가장 직접적으로 도서관계에 변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3-1. 도서관 서비스의 질적 성장과 사람 문제
 
첫째, 도서관의 미래는 사람(사서와 이용자) 문제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도서관법시행령(대통령령 제28211, 시행 2017. 7. 26.)에 따르면, 공공도서관 등의 사서 배치 기준(도서관법 제61, 도서관법시행령 제4조 별표2)도서관 건물면적이 330제곱미터 이하인 경우에는 사서직원 3명을 두되, 면적이 330제곱미터 이상인 경우에는 그 초과하는 330제곱미터마다 사서직원 1명을 더 두며 장서가 6천 권 이상인 경우는 그 초과하는 6천 권마다 사서직원 1명을 더 둔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기준은 1994년 제정된 도서관및독서진흥법 시행령의 별표 기준이 4반세기가 지나도록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공공도서관 서비스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도서관의 사람(사서와 이용자)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2018822일부터 모든 학교도서관은 사서교사나 사서를 1명 이상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되었습니다. 정부는 사서교사나 사서의 정원을 학교당 1명 이상으로 규정하고, 총정원은 '국립의 각급 학교에 두는 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규정''지방교육행정기관 및 공립의 각급 학교에 두는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규정'을 따르도록 했습니다. 학교도서관 발전의 큰 걸림돌이었던 정원 규정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공공도서관의 사서 배치 기준도 이처럼 뚜렷하게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에 대한 전망이 어떠한지 여쭙고 싶습니다.
 
 
3-2. 지방분권과 지역격차의 문제
 
새로운 정부의 정책방향 가운데 주목되는 것이 지방 분권, 지역문화 분권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문화비전2030> 가운데 지역문화 분권 실현을 통해 문화도시 및 관광매력 거점도시 육성주민 참여를 통한 공론·학습·해결의 문화플랫폼 모델 확산문화를 통한 지역주민 삶 개선 정책 추진등에 주목하게 됩니다. 이미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 현 정부가 추구하는 문화다양성, 지방분권의 정신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문화체육관광부 조직에서도 도서관 정책은 지역문화정책관의 소관 업무가 되어 있습니다. 도서관을 박물관, 미술관, 문화원 등과 함께 지역문화 기반 시설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일부는 도서관의 도시’ ‘책 읽는 도시등의 정책을 펼치면서 도서관 확충과 서비스 확장, 독서문화 발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습니다. 앞으로 도서관이 주민 참여를 통한 공론·학습·해결의 문화플랫폼 모델 확산문화를 통한 지역주민 삶 개선 정책 추진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도시 발전 계획과 비전에 도서관을 중심으로 하여 독서도서관문화, 주민복지, 산업 및 창업 지원 등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곳도 생겨났지만, 그렇지 못한 지방자치단체도 적지 않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지방자치단체와 그렇지 못하는, 혹은 그렇게 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격차가 더욱 커지리라 예상됩니다. 이러한 지역격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도 던져 봅니다.
 
3-3. 인구학적 변화와 도서관의 대응
 
도서관의 장기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나라 인구 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구절벽(人口絶壁, The Demographic Cliff/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 Harry Dent)의 논의에 따른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2018년이 인구 구조적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구절벽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마스다 히로야(増田寛也)의 주장을 원용하여 우리나라의 지방소멸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및 읍면동 10곳 중 4곳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소멸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이상호,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
 
국가통계포털의 주민등록인구통계를 활용해 ’13~’18년 전국 228개 시군구 및 3,463개 읍면동의 소멸위험지수(한 지역의 20~39세 여성인구 수를 해당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값,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이라고 정의)를 계산했을 때,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1375(32.9%)에서 ‘1889(39%)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오늘 포럼이 열리고 있는 순천시의 경우, 순천시 총인구 2013275,013/ 2014277,338/ 2015278,275/2016279,743/ 2017280,314/ 2018279,977 등으로 2017년이 정점을 이룬 해라고 추정되고, 읍면을 예를 든다면, 송광면(소멸위험지수 0.088), 외서면(0.092), 주암면(0.100), 황전면(0.109) 등이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전국 228개 시군구, 3,463개 읍면동의 공공도서관 확충을 고려할 때, 이러한 인구학적 변화는 이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도서관의 도시순천시의 경우에는 이런 변화에 대하여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특히 도서관 정책의 차원에서는 인구 구조와 인구 구성의 변화에 어떤 대응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합니다.
 
3-4. 도서관의 사명과 미래 비전
 
2011년 미국도서관협회 정보기술정책국에서 펴낸, 로저 레빈(Roger E. Levin)<미래를 향하여, 21세기 공공도서관의 전략적 비전>(Confronting the Future: Strategic Visions for the 21st Century Public Library, ALA 정보기술정책국, 2011.)을 살펴보면, “공공도서관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차원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네 가지 차원이란, 물리적 도서관/가상의 도서관, 개인 이용자 중심 도서관/지역사회 중심 도서관, 장서의 도서관/ 창조의 도서관, 포털 도서관/아카이브 도서관이라고 합니다.


물리적 도서관/가상의 도서관: 이 차원의 하나의 극단은 가상으로만 존재하는 도서관입니다. 개인 이용자 중심 도서관/지역사회 중심 도서관: 이 차원은 개인과 지역사회 중 도서관이 어디에 초점을 둘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개인 중심인가, 지역사회 중심인가. 장서의 도서관/창조의 도서관: 이는 도서관이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장서 도서관은 현실과 가상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매체로 구성된 자원을 이용하는 도서관이라면, 다른 극단은 이용자들이 정보와 지식, 예술, 오락을 전달하는 각종 매체를 생성하는 장소가 되는 도서관입니다. 포털 도서관/아카이브 도서관: 이 차원은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매체에 대한 도서관의 소유 정도에 관한 것입니다. 하나의 극단은 전적으로 다른 기관들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방대한 양의 매체 자료에 도서관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통로 역할을 하는 포털로만 기능하는 도서관입니다. 다른 극단은 물리적 또는 가상 여부에 상관없이 다양한 장르와 매체로 된 문서 자료를 보관하는 역할을 하는 도서관입니다.

이 네 가지 차원을 생각할 때, 오늘 우리의 도서관은 각각 어느 지점쯤에 있을 듯합니다. 또한 미래의 도서관도 이 네 가지 차원에서 각각 경향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이 더욱 발달하여 물리적 도서관이 전혀 의미 없게 되리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과연 그럴지는 의문입니다. ‘도서관의 미래에 대한 방향을 설정할 때 기술 발전 등 외부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 대응해야 하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역시 문제는 도서관의 사명과 목표를 명확히 수립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도서관 이용자 및 지역 사회의 구체적인 특징과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송현경 기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성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22.2%에 그칩니다. 성인 10명 중 단 2명만이 1년 동안 공공도서관을 이용한 적이 있다는 것을 우리 도서관계는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어떤 방안으로 도서관 이용률을 높이고, 좀 더 도서관을 시민의 일상 문화 공간으로 바꾸어 나갈 것인가, 이에 대한 논의가 더욱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여쭙고자 합니다.
 
 
4.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
 
일찍이 랑가나단(Siyali Ramamrita Ranganathan, 1892~1972)은 도서관학 5법칙으로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The library is a growing organism.”라고 하였음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organism(ὀργανισμός, organismos)을 흔히 유기체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이는 살아 있는 것’, 생명체를 뜻합니다. 살아 있는 것은 항상성을 유지하면서 자신을 증식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생명체는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받아들여 이를 활용할 줄 알며,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환경의 변화-자극을 감지하고 반응합니다. 또한 생명체는 생식과 유전을 통해 자신과 닮은 자손을 남기며, 환경이 변화하면 이에 적응하면서 변화합니다.
 
그런데 랑가나단이, 도서관은 살아 있는 것임을 말할 때, 이 살아 있는 것은 언제나 죽을 수도 있는 것임을 의식했던 것이 아닐까요? 그렇기에 살아 있는 것앞에 성장하는이라는 수식어를 강조해서 붙여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의 네 가지 법칙은 도서관의 기능을 다루고 있으나 제5법칙은 시설로서의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절대로 필요하고 지속적인 특성에 대하여 말하고 있으며, 이를 다룰 때 우리의 예측을 끊임없이 조정할 필요성이 생긴다. 처음 네 법칙은 도서관의 운영과 관리의 특성을 이루는 정신 spirit을 나타내지만 제5법칙은 도서관의 계획과 조직화를 좌우하는 기본원칙 fundamental principle을 선언한다.”(원문은 https://goo.gl/aUKVi1)
 
랑가나단은 성장을 멈춘 유기체는 생기를 잃고 소멸한다.”(An organism which ceases to grow will petrify and perish.)고 하였습니다. 미래의 도서관은 성장하는 도서관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말씀드리며, 저의 토론을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