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 금요일

[우리동네 랜드마크-모두의 도서관] 도서관, 사회적 포용 연결…지역 소멸 대안이 되다, 프롤로그 (2024.8.27.)

 프롤로그

지난해 공공도서관 2억200만명 이용
멋진 외관에 다양한 프로그램 등 운영
주민 생활 속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아
2028년까지 제4차 도서관발전계획 시행
공동체 행복 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
국내외 의미있는 도서관 방문 방향성 제시

#서울 대학로에 자리한 라이브러리 피치는 ‘쉬운 글이 있는 도서관’이다. 이 곳에 있는 책과 자료는 쉬운 글 콘텐츠로 이뤄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정보에서 소외될 가능성 높고, 결과적으로 소통이 어려워진다. 라이브러리 피치는 관계의 확장을 꿈꾸는 공간이다.

도서문화재단 씨앗과 피치 마켓이 함께 운영하는 이 곳은 ‘느린 학습자를 환대하는 도서관’이기도하다. 학습 능력이 조금 더딘 이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기에 소중한 공간이다. 쉬운 레시피를 활용한 요리 콘텐츠를 만들고, 쉬운 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며 영상 및 음성 콘텐츠도 만든다. 라이브러리 피치는 물론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문을 연 강원도 인제 기적의 도서관은 개관 1년만에 10만명이 다녀가며 인제의 랜드마크가 됐다. 인구 3만 명의 시골에서 일어난 작은 ‘기적’은 지방 소멸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벤치마킹을 하려는 지자체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 친화적인 프로그램 뿐 아니라 지역의 특성을 살려 군부대원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등 지역밀착형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올해 안에 남면과 상남면에도 북카페와 공공도서관을 갖춘 복합문화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인제 기적의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통합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쇼핑 천국 싱가포르의 명품 거리 오차드 로드에는 쇼핑몰이 즐비하다. 오차드 도서관(library@orchard)은 번화가 한복판 대형 쇼핑몰 안에 자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도서관 입구는 미용실, 옷집을 비롯해 게임 소프트 웨어와 ‘원피스’ 피규어 등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와 맞닿아 있었다. 캐릭터점을 찾은 아이들이 자연스레 도서관으로 향하고, 도서관에 머물던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상품을 구경하는 장면에서 생활 공간 속으로 깊게 파고든 도서관의 색다른 모습을 만났다.

도서관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책을 빌리고, 공부 하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다양한 강연과 문화예술행사가 어우러진 복합문화센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또 이주민, 장애인 등이 어우러진 사회적 포용을 실현하고 다양한 세대를 연결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도서관은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의 지향점처럼 ‘깨어있는 시민, 성찰하는 인간, 생각하는 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공공재다.

공간 구성 역시 예전의 도서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건축가들이 설계한 멋스러운 건물과 쾌적한 독서 환경, 누구나 찾고 싶게 만드는 멋진 인테리어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광주시 동구 구립도서관 책정원에서 만났던 한 이용자의 말처럼 “우리 동네에 이렇게 멋진 도서관이 있어 행복하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도서관이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도서관을 방문한 이용자는 2억200만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의 1억7570만명보다 약 15.1% 증가한 수치다. 또 독서·문화프로그램 참가자 역시 지난해보다 7.5% 오른 2700만명을 기록했으며 국민 1인당 장서 수는 2.41권이었다.

전국의 공공도서관 수는 1271곳으로 전년 대비 35곳(2.8%) 증가했다. 광주의 공공도서관은 모두 30곳이다. 무등서관 등 시립이 4곳이며 구립 20곳(동구 2, 서구 4, 남구 4, 북구 5, 광산구 5), 교육청 소속이 4곳이다. 지난해말까지 이용자는 580만여 명이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내년 10월 준공 예정인 광주 대표도서관이다. 상무소각장 부지에 지어질 도서관은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로 세르비아 건축사 브라니슬라프 레딕의 작품이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516억원이 투입된 도서관은 현재 예산 확보가 어려워 공정이 25%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내년 4월 준공 예정인 하남시립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열람실, 북카페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현재 52%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전남의 공공 도서관은 6월 기준 모두 76곳으로 각 시군이 운영하는 도서관이 53곳, 교육청 소속이 22곳이다. 도에서 운영하는 전남도립도서관은 현재 독서와 문화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조성중으로 내년 3월 오픈할 계획이다. 또 캠핑 등 레저 수요가 급증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시군 캠핑장과 휴양림으로까지 찾아가는 이동도서관 운영을 확대하는 독서 캠핑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올초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적용할 ‘제4차 도서관 발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도서관은 사회적 연결의 장소로, 지역의 문제를 주민들과 함께 해결하는 장소로 조성되며 지역의 문화 랜드마크로 적극 육성된다.

이번 취재는 광주·전남 지자체가 앞으로 구축해야할 도서관 발전종합계획의 세부적인 시행 계획 수립에 도움을 주고 지역 도서관과 광주대표도서관 등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도서관의 운영 등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됐다.

국내외 10개 도서관을 탐방할 이번 시리즈에서는 규모가 큰 도시의 대형 도서관 뿐 아니라 지역과 밀착된 중소도시의 도서관을 집중적으로 소개, 광주·전남 지역 도서관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시 조직에 도서관 본부를 두고 전국 최초로 도서관 투어를 진행하는 등 ‘도서관 도시’를 표방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는 전주를 찾는다. 또 지난 3월 개관 한 세대 특화(12~16세) 서울 선유도서관, 국회도서관의 첫 지방 분관인 부산 국회도서관을 둘러본다. 그밖에 미술·음악·영어·과학 등 다양한 주제로 공간을 꾸린 경기도 의정부의 특화도서관과 지방 소멸의 대안으로 떠오른 인제 기적의 도서관도 방문할 예정이다.

해외 사례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도서관과 친환경 지속가능한 도서관을 지향하는 독일 쾰른도서관을 찾는다. 또 학교와의 협업을 통해 문해력 문제를 해결하는 등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벨기에 겐트 시립도서관과 도시 역사를 품고 있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시립도서관도 찾아갈 예정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 사회를 ‘책맹시대’로 일컫습니다. ‘도파민 인류’라고 불리는 알파세대가 잃은 것은 사회성이라고 하구요. 관계의 맥락, 감정의 맥락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기에 도서관의 역할이 더욱 더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도서관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좋은 친구와 이웃들을 만날 수 있게 연결하며 필요한 정보들을 적극 제공해 삶이 배움으로 이어지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정봉남 전 순천 기적의 도서관 관장은 “도서관은 시민들의 서재이자 놀이터이고 안전지대이며 사랑방”이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일수록 문화서비스에 대한 공공의 역할은 더 커져야 하기에 공공 도서관의 역할 역시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http://m.kwangju.co.kr/article.php?aid=1724715000772883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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