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유럽이 전자책에 무관심한 까닭은

2011년 12월 22일 한국경제의 정석범 문화전문 기자(sukbumj@hankyung.com)의 기사, 유럽이 전자책에 무관심한 까닭은. 정석범 기자는 이 기사에서 "유럽의 분위기가 미국과 다른 배경은 무엇인가"라고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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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세계 유수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은 자사의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 판매량을 처음으로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2000년을 이어온 종이책의 전통이 붕괴되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미국 출판계가 이처럼 전자책으로 급속히 그 무게중심을 이동해가고 있지만 유럽 출판계는 아직 이런 변화를 자신들의 문제로 체감하고 있지 않은 눈치다. 영국이 약 10%로 마켓 셰어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을 뿐 나머지 국가들의 전자책시장은 1% 내외에 불과한 실정이다.프랑스는 최근에야 전자책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유럽의 정보기술(IT) 선진국인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생각보다 반응이 저조하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반면 전자책 판매로 자신감을 얻은 아마존은 전자책과 종이책 출판에도 손을 뻗쳤다.

제프 베저스 사장은 거물 래리 커슈봄 전 타임워너출판사장을 스카우트해 문학 및 SF·스릴러 전문 출판사를 설립하고 벌써 100여종의 신간을 내놨다. ‘르몽드’지가 최신호 사설에서 “5년 또는 10년 내 아마존이 지구촌 최대 출판사로 떠오를지도 모른다”고 전망한 것은 결코 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일까.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참석한 유럽 출판인들의 관심은 온통 종이책의 미래와 오프라인 서점의 종말 문제에 쏠렸다.

그러나 그들은 출판시장의 대혁명에 비교적 담담히 대처하는 모습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종이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우려를 감출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종이책의 미래를 낙관하는 듯하다.

유럽의 분위기가 미국과 다른 배경은 무엇일까. 그들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와 관련이 있다. 어려서부터 사색의 즐거움, 느린 삶의 가치를 체득하며 성장한 유럽인들로서는 기계로 책을 본다는 발상 자체가 불편하다. 기계화, 코드화된 전자책 시스템 속에서 아날로그에 기반을 둔 인문적 창의성이 싹트기는 쉽지 않다고 보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디지털 문화에 대한 저항감은 유럽인들 사이에생각보다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둘둘 말아 호주머니에 꽂아 넣을 수 있는 말랑말랑한 책이다. 유럽에서 전자책이 대중화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김해시의회, 독서문화 진흥조례 제정

2011년 11월 23일자 경남도민일보 박석곤 기자의 기사, 김해시의회, 독서문화 진흥조례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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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의회가 책 읽는 도시 김해에 걸맞게 독서문화 진흥조례를 제정했다. 김해시의회는 22일 제159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박현수 의원 등 19명의 의원이 발의한 김해시 독서문화 진흥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시가 아닌 의회 의원들이 입법 발의해 조례를 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해시 독서문화 진흥조례는 독서문화 진흥계획 수립과 시행에 관한 사항을 포함해 독서진흥 여건 조성, 소외계층 독서문화 진흥에 관한 사항, 독서문화 진흥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사항, 재정 지원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진실은 가두어 둘 수 없다고 말하는 것--"주어는 있다"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누리꾼(네티즌)들이 박근혜 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 선거 후보 연설 가운데 일부분을 놓고 "정봉주 전 의원이 유죄라면, 박근혜 위원장도 유죄"라고 주장하며 이른바 '박근혜 동영상'(2007. 11. 28.님이 올린 동영상)을 이곳저곳으로 널리 퍼나르고 있다. 이는 시민의 상식으로는 너무 당연한 반응이다.



또한 이러한 상식에 근거하여 박근혜 위원장을 고소 고발을 위한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 우리 손으로 고발 합시다. '조은녀석'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 사람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BBK관련 최초로 문제제기의 발언한 박근혜도 법의 판단 받단을 받아야 한다 생각합니다 같은 말을 하고 누구는 교도소 가고 누구는 비대위로 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법은 평등하다.. 얼마나 평등한지 봅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명박 현 대통령이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강연할 때의 영상인 "2000년 1월 BBK 설립했다"는 동영상을 다시 꺼내어 보며, 이 동영상에 대해 "주어가 없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네티즌도 등장했습니다. 말하자면 "주어는 있다"는 것.

"요즘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을 했습니다. ~BBK라는 투자 자문회사를 설립하고 정부에 제출을 해서 .. 6개월 걸쳐서 나왔다. 기자들이 저 보고 질문을 해서 MBC방송에 나갈 것이니까...."

2007. 12. 16.님이 올린 동영상,  이명박 BBK 내가 설립은 이 시점에서 반드시 다시 보아야 할 동영상이 된 듯싶다. 물론 BBK 논란이 이 동영상으로 온전하게 정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동영상이 나왔음에도 당시 논란의 과정에서는 "주어가 없다"는 유명한 말까지 낳았던 정황을 생각해보면, 참 허망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어는 있다."

진실은 가두어 둘 수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슬픈 일이다. 왜냐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진실은 갇혀 있는 것임을 말하는 것이니까.

아래 동영상에 대한 원고는 이명박“2000년 1월 BBK 설립했다”-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 강연에서 - 참조.


● 파일 1 (2분 27초-3분 00) 저는 요즘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을 했습니다. 해서 금년 1월달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을 하고 이제 그 투자자문회사가 필요한 업무를 위해서 사이버 증권회사를 설립을 하기로 생각을 해서 지금 정부에다 제출을 해서 이제 며칠 전에 예비허가 나왔습니다. 근데 그 예비 허가 나오는 걸 보니까 한 6개월 걸려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 파일 1 (4분 47초 - 5분 11초) 오늘 사실 MBC에서 인터뷰를 쪼깐 하는데, 그 사람들이 뭘 묻느냐 하면은 절 보고 그랬어요. 요즘 기업구조, 대기업 구조조정을 하는데 대기업 출신인 저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렇게 묻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대답을 그렇게 했습니다. 이게 뭐 방송에 나갈거니까. MBC 방송에 나갈 것이니까. 뭐 나가더라고 저 이야기를 그렇게 했습니다.

● 파일 2 (1분 8초 - 2분 00) 그러니까 미국에 1년반 있는 동안에 많은 것을 생각해 봐서, 제가 21세기에 맞는 내가 이제 대한민국에 와서 인터넷 금융그룹을 만든거죠. 제가 어제가 신문에 증권회사를 만든다 이렇게 신문에 났습니다. 증권회사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하고 있는 금융부문에 일을 하는데 그게 부수로 필요한 증권회사가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증권회사는 금융감독원에다 승인을 맡아야 하는데 그게 6개월 걸렸어요. 서두에 말씀드린듯이 같이 6개월 걸렸는데, 그것이 이제 나오면은 금융감독원에서 뭐라고 이야기하냐. 이 증권회사를 만들면은 수지가 어떻게 되겠느냐, 이익이 어떻게 나겠느냐, 이것을 연도별로 뽑아내라고 하라고, 그래서 우리는 첫 년도부터 이익이 난다는 계획을 넣었죠.

● 파일 2 (3분 50초 - 4분 00) 제가 하겠다고 하는 것은 뭐냐. 종합금융회사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익모델, 새로운 수익모델이 있어서 이익을 첫해부터 내겠다는 것

● 파일 2 (5분 16초 - 23) 저는 뭐냐 저가 하는 금융회사 새로운 고도의 금융기술을 한국 금융계에 보여줄려고 하는 거예요.

● 파일 2 (5분 36초 - 6분 00) 그래서 우리가 첫해에 흑자가 나는 증권회사를 보여 줄라고 하는 겁니다. 물론, BBK 투자자문회사는 금년에 시작했지만 이미 9월말로 28.8% 이익이 났습니다. 그럼 첫해지만 뭐 바로 이익이 났고 증권회사 나오면은 내년에 발족이, 금년에 허가가 나면 1월 1일부터 영업을 하더라도 그 회사는 흑자가 날겁니다.

2011년 12월 22일 노컷뉴스 이재준 김송이 기자가 만든 동영상. 정봉주 유죄에 '떨고 있는' 그녀

"정봉주 무죄, 대법원 유죄"

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희망

사랑은 간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은 가버린다
삶은 어찌 이리 느리며
희망은 어찌 이리 격렬한가
-아폴리네르, <미라보다리>의 부분

엔하위키 미러의 '나는 꼼수다'에 대한 요약 정리

지금은 '김정일 사망 정국'이라기보다는 '정봉주 BBK 정국'이라 할 만하다.

'나는 꼼수다'에 대하여 일목 요연하게 정리한 글. 여기에 링크를 걸어둔다.

'나는 꼼수다'

이 내용 가운데 한 대목


꼼수를 처음 듣는 사람을 위한 기본 용어
  • 가카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 가카 혹은 가카 주변의 사건 혹은 인물에 대한 발언 도중, 사실확인 되지 않는 소설을 쓰거나 그로 인해 가카에 불충한 결과로 귀결될 경우 가카를 디펜스하기 위해 치는 쉴드 발언. 이 말이 나오면 앞에 나오는 내용은 극악무도한 소설이므로 절대 사실로 믿어서는 안된다(...)
  • 깔때기: 정봉주 前의원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깔대기 처럼 수렴해서 결국은 자기 자랑으로 끝나는 걸 일컫는 말. 이 깔때기는 점차 확산되어 나는 꼼수다에 출연하는 모든 사람들의 기본 스킬이 되었다고 한다(...). 응용판으로는 남을 치켜세움으로서 결과적으로 자신도 치켜세우는 쌍깔때기가 있다.
  • 꼬깔콘: 19화에서 김어준이 붙인 말로 오절친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보수의 가치를 지키려 장렬히 전사함으로써 보수의 아이콘이 되려했으나 "보수의 꼬깔콘이 돼서 아무한테나 씹히고있어! 미안해 친구야!" 드립이 빵 터지면서 오세훈의 새로운 별명이자 유행어로 떠오름. 그리고 진짜로 비공식적으로 나꼼수 토크 콘서트때 꼬깔콘 협찬이 들어왔다.
  • 씹쇄: 김용민 교수의 저서 '조국 현상을 말하다'가 나꼼수 열풍을 타고 2쇄,3쇄를 넘어 10쇄까지 찍는 판매고를 올리자 김용민 교수가 자기 소개할때 위대한 씹쇄라고 하면서 김용민 전용 별명이 됨. 후에 '조국현상' 18쇄+'나꼼수 뒷담화' 5쇄+'보수를 팝니다' 5쇄 다합쳐서 이씨팔쇄28쇄로 진화 했다.
  • 씨바: 씨발과는 다르다! 씨발과는!욕설이 아니라 추임새. 김어준 전용. 사전에 없는 말이므로 이것은 욕설이 아니라고 한다. 주진우 기자: 그런게 어딨어
  • 유체이탈 화법: 가카 특유의 화법으로서, 자신의 비리와 잘못을 마치 남이 한 것인양 말하는 행태를 비꼰 말. 다른 말로는 전지적 가카시점이라고도 말한다. 어째서인지 한나라당 계열 인사들이 전반적으로 다들 즐겨쓰게 되어가고 있다. 과연 트렌드 세터 가카.

김해 '책읽는도시' 정책 큰 성과

2011년 12월 9일 부산일보 김길수 기자의 보도, 김해 '책읽는도시' 정책 큰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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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시행, 현재 도서관 38곳
시민 행정서비스 만족도 높아
견학 인원만 80개 단체 1천여명


경남 김해시의 '책읽는 도시' 정책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김해시는 2007년부터 '김해의 책'을 한 권씩 선정해 사회적 책읽기를 확산시키고, 크고 작은 도서관을 잇따라 건립했다. 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책읽는 도시'를 선포하고 추진한 정책들이 호평을 받자 벤치마킹 하려는 전국 지자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목받는 '책읽는 도시'=시는 지난 2007년 10월 6일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과 함께 '책읽는 도시 김해'를 선포했다. 올해로 4년째를 맞이하는 '책읽는 도시' 김해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도서관 담당자와 교육청 직원 등의 견학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까지 견학 인원만 전국 80개 단체, 1천89명에 이른다. 견학 목적도 도서관정책수립, 통합도서관시스템 구축과 운영방안, 독서진흥프로그램, 책읽는 도시지정과 운영방식 등 다양하다. 시는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도서관사업 평가에서 경남도 내 최우수 실적을 냈다.

△선진 독서시스템=김해에는 시립도서관 4곳과 작은도서관 33곳, 청소년 문화의 집 등 38곳에 달한다. 이 도서관들은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지만 한 곳이나 마찬가지다. 통합도서관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통합 도서검색은 물론 김해시내 어느 도서관에서 대출신청과 반납이 가능하다. 17개 읍·면·동의 아파트 관리동과 마을회관 등에 산재한 33곳의 작은 도서관은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시는 그동안 축적한 '책읽는 도시' 인프라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책읽기 국제행사 유치를 기획하는 등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책읽기 운동 확산=시는 책읽는 도시를 선포한 2007년부터 매년 '김해의 책'을 한 권씩 선정해 독서붐을 조성하고 있다. 2007년 '제4의 제국'(최인호)을 선정한 후 2008년 '완득이'(김려령), 2009년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2010년 '그건 사랑이었네'(한비야), 2011년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박경화)를 선정했다. 김해의 책으로 선정되면 시민들의 릴레이 독서가 진행된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는 57개 단체에서 2만3천400여 명이 읽은 상태다. 시는 청소년들의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2009년부터 '청소년 인문학 읽기 전국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1박 2일간 '사람답게 산다는 것…'을 주제로 한 집단토론과 UCC 제작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도시가 바뀐다=지난 9월 인제대학교가 실시한 시민만족도 및 행정서비스 수요조사에서 시민들은 김해시의 도서관 및 이동도서관 공급과 운영에 대해 3.5점 만점에 3.27점을 부여했다. 시의 37개 시책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점수다. 시민들의 독서운동 참여도 급속하게 늘고 있다. 지난달 26일 장유도서관과 김해도서관, 신명초등학교, 진영한빛도서관 등에서 개최된 '2011 김해의 책' 독후감 쓰기 대회에는 초등부와 중·고등부, 일반부 등에서 217명이 참여했다.차미옥 도서관정책담당은 "책읽는 도시를 선포하고 4년이 지나는 동안 각종 독서인프라가 구축되고 시민 참여가 늘고 있다"면서 "독서가 도시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책 있는 도시'에서 '책 읽는 도시'로

조선일보 2011년 11월 23일자 조홍복 기자의 보도, '책 있는 도시'에서 '책 읽는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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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 '도서관 천국' 순천
도서관 50곳, 걸어서 10분안… 내년 책읽기 사업 본격 추진 회원증, 모든 도서관 이용해

전남 순천시 연향동 황지훈(44)씨는 주말이면 딸 해찬(8)이와 손을 잡고 인근 '기적의 도서관'을 찾는다. 걸어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평소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느라 딸과 시간을 보내기 어려워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도서관행이다. 이곳은 2003년 11월 전국 최초로 건립된 어린이전용 도서관이다. 황씨는 "집에서 가깝고 무엇보다 다양한 책이 많아 아이가 도서관을 좋아한다"며 "순천에서 거주한 지 20년이 넘는데 10년 새 도서관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아이들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부지 4204㎡에 자리한 기적의 도서관은 순천의 대표 도서관이다. 아동문학과 역사·자연·과학·환경·지리·그림책·만화 등 어린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어린이 도서 7만4500여권과 각종 시청각 자료 2600여점이 연면적 1824㎡·지상 2층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좌석도 380개를 갖추고 있어 특히 주말이면 부모와 어린아이들로 북적인다.

조례동 김일문(42)씨는 틈나면 딸 인희(7)와 조례호수공원에 지난해 3월 문을 연 '조례호수도서관' 1층 어린이 열람실을 찾는다. 딸과 천천히 걸어도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생태 관련 책을 마음껏 딸에게 읽어 준다. 김씨는 "이 도서관은 순천만을 품고 있는 순천의 특성을 살려 생태 관련 서적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마음에 든다"며 "덩그렇게 호수만 놓여 있었는데, 호수 주변을 말끔한 산책로로 정돈하고, 도서관까지 세워 주거 환경이 매우 좋아졌다"고 말했다.

조례동에 사는 김성희(34)씨는 지난달 27일 개관한 석현동 문화건강센터 내 보건소를 최근 들렀다가 내친김에 책을 반나절 읽고 왔다. 문화건강센터에 도서관, 보건소, 평생학습관, 다목적홀 4개 건물이 있는데, 보건소 진료를 마치고 바로 도서관에 간 것이다. 김씨는 특히 "순천 출신 작가인 정채봉, 김승옥, 조정래씨 책이 한곳에 모여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 도서관은 연면적 3915㎡, 지하 1층·지상 4층으로 순천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현재 보유 장서는 약 5만권인데, 향후 새로운 책들을 구입해 20만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순천‘기적의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있다. 순천은‘교육의 도시’답게 도서관 인프라를 잘 갖추었다. /순천시 제공
도서관 50개 문 열다

순천은 '도서관 도시'로 전국에서 가장 유명하다. 앞서 사례처럼 시민들이 마음껏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여가 활동을 즐긴다.

시는 2003년 기적의 도서관 개관 이후 도서관 인프라 확충에 팔을 걷어붙였는데 최근 그 계획했던 도서관 건립을 모두 마쳤다. 시는 아파트 단지 자투리 공간이나 마을회관, 주민자치센터 등을 리모델링해 누구나 걸어서 10분 이내에 접근하는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 4일 44번째 작은 도서관이 탄생했다.

현재 시가 직원을 파견해 운영하는 대형 공공도서관은 6곳이다. 이로써 순천에 운영하는 도서관은 총 50곳이다. 순천 24개 읍·면·동에 적어도 1개 이상 도서관이 있다. 마을에서 마음만 먹으면 도서관까지 차량 없이도 접근하는 인프라 구축이 끝났다.

시 도서관운영과는 "50곳을 끝으로 도서관은 더이상 만들지 않는다. 내년에도 도서관 건립 계획이 없다"면서도 "다만 수요가 있다면 1~2개 작은 도서관을 더 만들 수는 있다"고 밝혔다.

10월 말 현재 순천시 보유 장서는 87만권, 시민 1인당 2.7권꼴이다. 이는 전국 평균 1.4권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2014년에는 120만권으로 1인당 4권까지 확보할 방침이다. 선진국 도시 기준이 2.4권임을 감안하면 순천은 이미 그 기준을 훌쩍 넘었다.
작은 도서관은 면적 67㎡ 이상, 1000권 이상 장서를 보유해야 한다. 시가 직영하는 공공도서관과 가장 큰 차이점은 운영주체가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라는 점이다. 시는 운영자를 교육해 파견시킨 뒤 이후 도서관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시민들 자치가 실현되는 셈이다. 시는 월 최소 운영비 10만원과 분기별로 도서 구입비 100만원을 지원할 뿐이다.

순천시 조례동에 만든 조례호수도서관이다. 어린이 열람실이 부드러운 곡선의 공간으로 배치되었다. /순천시 제공
하드웨어 구축, 이젠 소프트웨어

시는 풍부한 도서관 인프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책 읽는 문화를 퍼뜨릴 계획이다. 실제 순천시 지난해 대출건수는 경남 김해시 1인당 5.39권보다도 적은 4.22권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시는 생후 6개월~초등 1년을 대상으로 4단계에 거쳐 책을 읽어주는 '북스타트'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한다. 기적의 도서관에서 주로 실시되는 이 사업을 전 도서관까지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또 아파트 단지 부녀회와 직장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10명 이상이 독서 모임을 만들도록 유도한다. 가령 어린이 모임 회원들을 위해 특정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시가 강사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 순천 출신 고 정채봉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식의 다양한 기행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이밖에 문화교실, 독서캠프, 책과 예술이 있는 나눔장터, 책읽기 마라톤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특히 시는 작은 도서관 운영 활성화에 행정력을 강화한다. 현행 기준 면적 67㎡를 도시지역에 맞게 134㎡로 상향해 비치 도서를 더 많이 확보할 계획이다. 우수 운영 도서관에는 운영비 추가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시는 올해 말까지 13억원을 들여 '도서관 통합 전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현재 회원증이 있어도 상호 대차가 되지 않아 각 도서관을 한번에 이용할 수 없기 때문.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회원증 한 장으로 50개 도서관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문용휴 도서관운영장은 "회원이 특정 도서관에서 요구한 책이 없으면 다른 도서관에서 그 책을 가져와 빌려주는 시스템도 만들어 이용자 편의를 돕겠다"며 "3일 안에 어떤 책이라도 집 근처 도서관에 배달해주겠다"고 했다. 회원증은 각 도서관에서 2~3분 만에 만들어 준다.

2011년 12월 20일 화요일

시민의 시장과 토건시장

1.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11년 12월 13일에 발표한 성명, 토건시정 종식 선언한 박원순은 토건시장 되려는가?

가락 시영 재건축단지의 종상향 요구는 이미 2005년부터 추진되어 왔으나 도시환경 파괴 및 개발이익 환수조치 미비 등의 이유로 번번히 서울시에서 반려, 지금까지 추진되지 못해왔다. 그만큼 중차대한 사안을 취임 2달도 안된 박원순 시장이 시프트 확보를 명분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그러나 도시환경과 용적률을 결정짓는 ‘종 상향’은 도시계획의 근간을 바꿀 수 있는 정책으로 시프트 확보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는 사안이 결코 될 수 없다. 이에 경실련은 서울시의 조치가 도시환경과 개발이익을 시프트와 맞바꾼 종상향 조치의 즉각 철회와 관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중략)
종 상향이 가져오는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가락 시영의 종상향 요구가 6년째 이어지며 전임시장들이 수차례 반려했던 과거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종 상향’을 공공주택 959가구와 맞바꿔 버렸고, 이후 모든 개발 사업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사례라며 적극 홍보하는 무책임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은 종 상향 조치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사안이라며 떠넘기고 있지만 부시장(위원장), 담당국장 등이 도시계획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시장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니라면 박원순 시장의 말대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일 뿐 서울시장의 개입이 없었다면 무책임한 결정으로 서울시의 주택정책과 도시정책을 훼손한 담당책임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마땅할 것이다.

2. 노컷뉴스 2011년 12월 17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해보니... 5년에서 7년은 필요"

▶정관용> 주택 관련되어서 눈에 띄는 기사 하나가 이제 시민단체 경실련이 우리 박원순 시장을 강하게 비판한 대목이 하나 있더라고요.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이게 정비구역 용도를 2종에서 3종으로 바꿔서 용적률을 최대 285%까지 허용했다. 이게 뭐 경실련의 표현에 의하면 과거 전임시장들이 안 하던 그런 규제를 박원순 시장이 풀었다, 어떻게 보십니까?

▷박원순> 저는 좀 굉장히 큰 오해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정관용> 오해인가요?

▷박원순>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그 지역, 그 가락시영 부분은 사실은 종상향을 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용적률이 한 20% 정도 높아진 것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지역은 일반화하기가 힘든 부분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거기 역, 전철역도 있고, 또 바로, 어디입니까, 송파대로하고 남부순환도로가 바로 지나가는, 그런 특별한 곳이어서 아마 그런 것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고요. 그런데 이제 물론 저는 전반적으로 주택이 고층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조금 부정적인 의견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제 이 지역이 그 인근의 다른 지역에 비하면 굉장히 저층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이런 요구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고, 그리고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이걸 오랫동안 검토하다가 이제 이번에 결정한 것 같습니다.

3. 2011년 12월 20일 경향신문에 게재된 우석훈의 칼럼, 시청 토건족 그리고 박원순의 위기

박원순 서울시장은 김상곤의 길이 아니라 노무현의 길에 가깝게 가 있다. 오염지역의 ‘친환경 스케이트장’에서 처음 토건족한테 당했고, 가락 시영 ‘종상향’으로 반은 먹혔다. 서울시 안의 토건족 관료들 그리고 그들에게 줄을 대고 있는 토건 교수들이 한 달 만에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들 입에서 “박원순, 별 거 아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이대로 가면 박원순도 노무현의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지금 시장에게는 엘리어트 네스도 없고, ‘언터처블’도 없고, 토건 시대에 이리저리 줄 대면서 영광을 누렸던 마피아들만 잔뜩 있다.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노통은 자신이 어떤 학자보다 더 잘 안다고 했다. 지금 박원순은, 종상향에 대해서 사람들이 뭔가 깊은 오해를 한다고 했다. 정관용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았는데, 오해는 지금 시장이 하고 계시다. 세세한 얘기는 천천히 하고….

4. 한겨레21 891호, 2011년 12월 26일자 기사, 시민의 시장, 토건시장이 되려는가

박원순표 서울시정이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전임 시장 시절부터 추진된 각 지역의 뉴타운·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는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를 기존 2종에서 3종으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안을 12월7일 통과시켰다.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마저 투기 과열을 우려해 보류했던 사업이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이에 따라 용적률은 285%까지 상승했고, 이 구역에는 평균 28층, 최고 35층 규모의 공동주택 8903가구가 신축된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정부는 △강남 투기과열지구 해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 △분양가상한제 완화 및 폐지 추진 등의 내용을 담은 ‘12·7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와 서울시가 동시에 건설자본과 부자들만을 위한 핵폭탄급 선물을 내놨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서울시의 이번 발표를 두고 “시점도, 내용도 최악”이라고 혹평했다.

한글문화연대의 한국인의 말글살이 조사

한겨레 2011년 12월 14일자 기사. 한글문화연대가 한국인의 말글살이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영어가 경제력? 실생활에선 웹 로그인할 때나 쓰거든요!

한국인의 언어생활 실태조사, 한글문화연대·한겨레말글연구소 조사

"1년에 2~3회 미만 사용" 40%       "업무능력과 거리 멀어" 55%
  학력·소득과 사용빈도는 비례
      "영어구사력이 일자리 양극화

 1990년대부터 ‘세계화’가 강조되면서 우리 사회는 영어 열풍에 휩싸였다. 국가 사이의 거리가 없는 세계화 시대엔 국제 공용어로 통용되는 영어를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배경에 깔려 있었다. 이렇듯 영어가 개인과 국가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영어 유치원이나 대학교 영어강의 등 우리 사회 구석구석이 영어로 뒤덮였다. 그런데 우리는 그 필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영어를 실제 생활 속에서 많이 쓰고 있을까?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대표 고경희)와 한겨레말글연구소는 최근 한국인의 실질적인 언어생활 모습이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인의 언어생활 실태조사’를 벌였다. 전국 7개 권역과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에 의해 무작위로 추출한, 만 25살부터 54살 사이의 성인남녀 1000명을 표본으로 삼았다. 국민들의 전반적인 말글살이 실태를 파악하는 조사가 이
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영어구사 능력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실제 영어를 쓰는 실태 사이에 거리가 크다는 점이다. 최근 1년 동안 초보적인 인사말을 제외하고 문장 단위로 영어를 말하거나 글로 쓰거나 영어 문서를 읽은 경우는 얼마나 되는지 물어본 결과, 조사 대상자의 20.3%가 ‘없다’고 대답했고 ‘1년에 2~3회가량’이 20.1%로 그 뒤를 이었다. 조사 대상자의 40%가량이 영어 사용 빈도가 가장 낮은 항목들을 고른 것이다. 최근 1년 동안 일을 하면서 외국인과 영어로 말하며 의사소통을 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묻는 질문에도 ‘없다’(37.8%)가 가장 많았으며, ‘1년에 10분 정도’(16.7%)가 그 뒤를 이었다.

 영어를 사용해야 할 경우가 주로 어떤 영역이냐는 질문에는 ‘인터넷 로그인할 때, 이메일 주소 적을 때 말고는 그럴 일이 없다’는 응답이 40.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인터넷에서 영문 자료를 검색하거나 번역하는 일’이라는 응답이 25.2%로 뒤를 이었다. ‘말로 상담하거나 발표, 강의, 제안하는 일’은 11.9%에 그쳤다.

 이 결과는 우리 사회에서 영어가 강조되는 정도에 견줘, 실제 실생활에서 영어를 쓰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만 직업 등에 따라 편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소득수준과 영어학습 시간, 외국인과의 의사소통 시간 등이 높거나 많을수록 자신의 영어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했으며, 영어를 쓰는 빈도 역시 학력과 소득수준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정책위원은 “영어구사 능력이 일자리 양극화의 기제가 되며, 거꾸로 일자리 양극화가 영어능력 양극화를 고착시킨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재미있는 결과 가운데 하나는, 취업이나 진급에 영어 능력을 평가항목으로 넣는 제도에 대해 ‘일반적인 업무 능력과는 거리가 있으므로 중시할 필요가 없다’(26.4%), ‘일부 업무 외에는 전혀 필요 없다’(17%), ‘사교육비와 시험응시 비용만 낭비하게 만드는 나쁜 제도다’(11.1%) 등 부정적인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꾸준함의 척도이므로 의미있는 항목이다’(22.8%) 또는 ‘대세이므로 넣어도 된다’(11.3%) 등 소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응답은 34.1%에 그쳤다.

 이는 현재 취업이나 승진 기준으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영어 능력 평가가 적절하느냐는 문제 제기로 이어질 수 있는 결과다. 특히 실제 업무에서 영어를 쓰는 비율이 높은 전문직층은 과반수가 넘는 57.7%가 부정적인 응답을 내놨으며, 오히려 조직 체계 안에 들어 있지 않은 학생층(31.3%)과 자영업층(33%)이 주로 ‘의미있는 항목’이라는 응답을 내놨다. 대학교 영어강의에도 전체의 62.3%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으며, 여기서도 전문직의 부정적 대답은 평균보다 높았다./최원형 기자

대학에는 ‘대학’(大學)이 없다 / 김동춘

김동춘 교수의 불로그에서 옮겨 놓는다. '대학에는 대학이 없다'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은 2011년 12월 5일자 한겨레의 '세상 읽기' 칼럼으로도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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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역사 60년이 지났는데
아직 박사 따려면 ‘미국’ 가야 하고
학부는 오직 ‘간판’ 취득 기관이다

지난 며칠 동안 학술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독일에 다녀왔다. 느낀 것이 많지만 대학을 돌아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학교 분위기나 학생들이 눈에 가장 많이 들어왔다. 지하철이나 학교 카페에서 스마트폰 갖고 노는 학생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베를린대학으로 가는 전철간에는 책이나 수업교재를 줄 치며 읽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며칠 동안의 인상이지만 프랜차이즈 업체가 어지럽게 들어와 있는 캠퍼스나, 도서관에서 토익·토플·편입 공부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젊은이들 탓하자는 것 아니다. 대학에서 밥 먹고 있는 한 사람이자 학부모인 나도 책임의 일부를 지고 있다. 한국의 학부는 취업과 출세를 위한 ‘간판’ 따는 곳이다. 그러니 입학이 중요하지, 교육은 중요하지 않다. 입학만으로 이후 취업과 출세가 거의 80%는 정해져버리니, 교수와 학생이 학문을 매개로 만날 일이 없다. ‘서열’이 낮은 대학의 교수나 학생은 이런 조건에서 취업률 압박과 좌절감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정년 보장을 받은 상위권 대학의 교수는 교육에 매진할 동기가 거의 없다. 게다가 대학 강의의 반은 학술 연구는커녕 하루하루의 생계 걱정을 하는 시간강사들에 의해 채워지고 있다.

대학의 실제 수준은 사실상 대학원을 보면 안다. 그런데 국내 대학원은 텅 비어 있다. 국내 학위로는 행세를 할 수가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학을 제외하면 외국 학생들이 한국의 특정 교수 밑에서 공부하러 오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니 사실상 국민교육기관인 학부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온 학부모들이 매일매일 전쟁을 하고 심지어는 수많은 전사자(?)가 나오는 비극이 계속되지만, 정작 학문과 학자를 생산하는 대학원은 학부의 부속기관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 대학에는 한국 유학생 7만여명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 수로는 중국·인도에 이어 3위이지만 인구비례로 보면 압도적 1위다. 한국 학생들이 1년 지출하는 돈은 평균 잡아도 대략 2조원이 훨씬 넘을 것이다. 이 돈이면 서울의 큰 대학 5개 이상을 운영하고도 남는다. 그 돈을 10년 정도 국내 대학(원)에 집중 지원하면 일본처럼 구태여 미국 유학 가지 않고서도 자기 땅이나 세계에서 전문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못하고, 또 할 의지도 없다. 대학 역사 60년이 지났는데, 아직 박사를 따려면 ‘미국’ 가야 하고, 학부는 오직 ‘간판’, 특정 학벌집단에 들어가기 위한 자격증 취득 기관으로만 남아 있다. 경쟁해서는 안 될 곳에 과도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국가의 지원과 경쟁이 필요한 곳은 그냥 버려져 있다.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한국에 대학이 없고 학문이 없는데, 실제로 대학은 사람을 죽이는 괴물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학부모 부담률은 전체의 90% 정도로서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식 학벌사회 편입시키기 위한 투자비용이다. 독일의 대학은 평준화되어 있고, 등록금이 거의 없다. 요즘 독일 대학도 미국 따라가는 경향이 있지만, 그 때문에 기존의 국가 지원과 평준화 제도를 철회한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서열대로 모여 있는 한국 학생들이 평준화된 대학에 다니는 독일 학생들보다 우수하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학부를 평준화하고, 기업이나 사회에 채용 정보를 주기 위해 졸업정원제 등 대학 평가 체계를 엄격히 하되, 오히려 대학원에 집중 지원하고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여 대학(원)을 진정으로 학문하는 곳, 국제적인 수준을 갖춘 곳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인문학중심도시

기호일보 2011년 12월 15일자 최정용 기자의 보도, '인문학도시 조성 각계 목소리 청취--수원시, 어제 심포지엄서 5개 주제 지정토론'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이 기사에 중부일보의 박종대 기자가 2011년 12월 20일자로 올려놓은 기사 '동네 사랑방같은 공간 확충 시급'이라는 기사를 붙여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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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는 14일 평생학습관 대강당에서 특화된 인문학도시 조성 방안을 찾기 위한 ‘인문학중심도시 수원만들기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김문환 서울대학교 미학과 명예교수가 ‘인문도시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으며, 강진갑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실장이 ‘인문학중심도시 수원만들기 마스터플랜’에 대해 주제발표했다.

이날 토론에는 안병우 한신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5명의 토론자가 ‘일상이 인문학으로’, ‘평생을 책임지는 인문교육문화 창달’, ‘인문정신이 도시공간의 무규칙 단상들’, ‘수원학 연구 및 사료 발굴사업’, ‘인문(학)을 근간하는 도시 만들기’ 등 5개 주제로 지정토론을 펼쳤다.

송영완 수원박물관장은 “현대사회가 효율성과 경제성만을 강조해 나타난 ‘인간성 상실’과 ‘공동체 정신 붕괴’라는 부작용에 대한 답은 인문학에 있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모아지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인문학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효율적이며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제2의 르네상스 시대를 이끄는 인문도시 수원’이라는 목표 아래 ‘수원의 정체성 정립’, ‘책 읽는 도시’, ‘인문학거리 조성’, ‘인문학 소통사회 조성’의 4대 추진전략을 세우고 5대 분야 29개 시책을 기본계획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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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가 인문학 중심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수원시평생학습관 대강당에서 열린 ‘인문학 중심도시 수원만들기 심포지엄’에서 송주희 ㈜이웃 대표는 인문학도시 수원조성을 위한 방안을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지정토론에 나선 송 대표는 ‘일상이 인문학으로’라는 주제를 발표하며 “인문학은 일방적으로 이뤄지면 안 된다”며 “하지만 수원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문학강의는 일방적으로 강사가 수강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한 방향 소통의 구조를 지녔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들이 먼저 모이고 그들이 원하는 지식과 지혜의 콘텐츠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도서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주민들이 인문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문환 서울대학교 미학과 명예교수는 ‘인문도시를 위한 제언’을 기조강연의 주제로 다뤘다. 그는 “수원시가 문화행정과 연관된 소프트웨어를 확충하는 방향을 중시한다면 그 이름에 걸맞는 하드웨어를 필수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는 도서관 건축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건축프로젝트”라며 “이를 토대로 경제 중심의 도시재생프로젝트가 결여하기 쉬운 인간 존중정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갑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실장은 이날 ‘인문학 중심도시 수원만들기 마스터플랜’을 지정토론 주제로 발표했다. 강 실장은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총괄조직으로 인문학 중심도시 추진단을 구성하고 사업중간관리조직으로 사업운영팀(TF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심포지엄에는 안병우 한신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평생을 책임지는 인문교육문화 창달(황의숙 수원시가족여성회관 사무국장)’, ‘수원학 연구 및 사료발굴 사업’(박환 수원대학교 사학과 교수), ‘인문(학)을 근간하는 도시 만들기(김효경 수원발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등이 발표됐다.

염태영 시장은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고 인문학을 통해 인간미 넘치는 ‘사람 중심의 인문도시’ 수원을 조성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많은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종대기자/pjd30@joongboo.com

2011년 12월 19일 월요일

2012년 12월19일, 그 이후

손호철(서강대, 정치학) 교수의 칼럼. 2011년 12월 19일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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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시절’은 끝나는 것일까? 그렇다. 정확히 1년 뒤인 내년 12월19일이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주도해온 ‘어둠의 시절’이 끝날 것인지, 아니면 5년 더 계속될 것인지가 판가름난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민심을 잃었고, 한나라당도 죽을 쓰고 있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 한국정치인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 안철수 교수가 대선에 뛰어들지, 누구도 모른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의 홍삼게이트 등으로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국민경선제로 바람을 일으켜 재집권에 성공한 새천년민주당과 노무현의 실험처럼, 박근혜 의원과 한나라당이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통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12월19일이 아니라 그 이후이다. 물론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0년이 보여주듯이 새 ‘민주정권’이 또다시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사회적 양극화와 반서민의 상징이 되어서는 정권 획득의 의미가 별로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초석을 깔아놓았고 이명박 정부가 꽃피운 신자유주의에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체제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양극화와 민생파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성난 민심은 2007년 대선처럼 다시 한번 ‘민주세력’을 향할 것이다. 즉 ‘집권=민심이반에 따른 정권 상실’이라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한국정치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해 반한나라당연합을 구성하는 것, 이를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20 대 80, 아니 1 대 99의 양극화 사회를 만드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민주통합당 등 옛 민주당과 친노세력의 진솔한 자기성찰과 반성이다. 사실 지금도 사회적 쟁점이 되어 있는 쌍용차를 중국에, 먹튀 논쟁이 되고 있는 외환은행을 무리하게 론스타에 매각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였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핵심적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진보진영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비판하면서 ISD를 포함한 한·미 FTA를 추진했던 것도 바로 노무현 정부였다. 진보진영의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손을 잡고 비정규직 확대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도 노무현 정부였다. 그러나 정동영 의원 정도를 제외하곤 옛 민주당과 친노세력은 제대로 된 자기반성과 대국민사과를 하지 않은 채 ISD에 결사반대하는 등 갑자기 입장을 표변했다. 민주통합당도 과거에 대한 자기비판이 전혀 없이 강령만 번지르르하게 좌클릭해 출범했다. 이처럼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기회주의적 변신에 대해 누가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인가?

민주통합당은 진솔한 자기반성에 기초해 대안적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탈당파라는 ‘진보세력’과 국민참여당이라는 ‘자유주의세력’이 연합한 새로운 정파연합당인 통합진보당,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국민참여당과의 합당 덕으로 본의 아니게 유일한 ‘순수 진보정당’이 되어버린 진보신당 역시 각각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한편으로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반한나라당 정책연합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내년 대선을 단순히 정권탈환을 위한 정치연합의 실험장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모델에 대한 치열한 논쟁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내년 12월19일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이다. 물론 이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이기느냐는 것이다.

부고-이춘자 선배의 죽음

문자메시지로 날라온 부고. 새벽에 검색창에 고인의 이름을 집어넣어본다. 민중의 소리에서 부고 기사를 올려놓았다. 이춘자 대표를 우리는 이은화라고 불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고]서울노동광장 이춘자 대표 타계

노동운동가 이춘자 서울노동광장 대표(월간 노동세상 발행인)가 17일 밤 타계했다.
1960년 3월 3일 출생
1981년 서울대 국문학과 입학
1984년 인천지역 노동현장 투신
1986년 이른바 ‘강철서신 사건’으로 구속
1990년 영등포 산업선교회를 무대로 ‘노동자 우리역사 학교’ 운영
1990년이후 기아자동차 및 철도노조 민주화 투쟁 지원, 서울 구로지역에서 노동운동
2002년 우리역사학교 운영
2006년 반미여성회 서울본부 지도위원 역임
2007년 월간 노동세상 창간, 발행인 역임
2007년 서울겨레하나 공동대표 역임
2008년 새세상연구소 이사 역임
2011년 서울대 문대 민주동문회 운영위원

(현)서울노동광장 대표
(현)서울겨레하나 공동대표
(현)월간 노동세상 발행인
(전)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부소장

2011년 12월 13일 화요일

도서관 냉대

앞의 글에 이어서 김병익 선생(전 문학과지성사 대표, 문학평론가, 당시 동아일보 기자)이 쓴 글 하나도 여기에 옮겨 놓는다. 동아일보 1967년 7월 8일자 칼럼, 제목은 '도서관 냉대'. 종로도서관 사태가 글의 중심이 되고 있지만, 도서관 행정의 문제를 잘 지적하고 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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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냉대
‘1시군 1도서관운동’은 어디로 갔나
근시안적인 문화정책 지양을
있는 것도 폐쇄, 운영중단되다니

‘상점 10개보다 도서관 하나를!’ 이 외침은 이번에 헐리게 될 종로도서관장 이홍구 씨의 것만이 아니다. 교육계가 그렇고 시민이 그렇고 또 경제적인 부를 획득하자는 후진국개발론자들의 요구기도 하다. 그리고 불도저 운전사들이 더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건전한 시민으로서의 교양을 갖기 위해 자진해서 도서관의 터를 닦을 일이다.

그 불도저가 도서관을 부수고 거기에 상가를 짓는다. 국민의 개화를 위한 첩경으로 유학생 손에 의해 세워진 한국인 최초의 종로도서관은 거리로 내쫓길 판이고 상가를 짓기 위해 돈을 다 써버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열람석을 가진 남산도서관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 근래 도서관계가 받는 재난, 이것은 무대 위 가설 건물의 화려한 규모에 현혹되어 그 실속에는 맹목한 우리 문화정책의 일단이기도 하다.

학교가 팽창하고 체육시설이 곳곳에 생기고 각종 문화기관이 확장되는데도 그 맨밑바탕에서 육성되어야 할 도서관은 해방 당시보다 나아진 게 별로 없고 위정자와 시민의 냉대 지역이고 정책 공허 지대였다. 전남 K군 군수가 기왕 세워논 “도서관을 없앨 수는 없고 귀찮게 예산만 털어낸다”고 투덜거리는 게 고작 도서관에 대해 갖는 관심이었다.

전국 1백80여 시군구가 가진 공공도서관은 61개, 3개 시군, 50만 명에 도서관 하나 꼴이고 이 비율은 우리보다 문화적 후진국이라 할 수 있는 아시아 제국보다 훨씬 떨어지는 수자다. 도서관 전문인인 사서는 1백50명에 불과한데 그나마 서울 등 도시집중이어서 대부분의 지방 도서관은 사서 한 명을 두지 못하고 있다. 시군청에 소속된 지방 도서관 직원은 거의 임시직 또는 행정직에서 전보된 사람들.

도서관이 서고 속의 먼지를 털고 재수생의 공부방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더 이상 위축될 수 없는 상태에서 비로소 일어났다. 독지가 엄대섭 씨는 교양과 농업기술의 개발을 위해 사비로 마을문고를 제작, 농어촌에 활발히 침투하고 있고 국회도서관은 서지작업에 비상한 정열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국립도서관은 현재 외국기관을 통한 협조를 직접 교섭중이다.

도서관계가 당국에 요구하는 사항은 작년의 ‘1시군 1도서관 설립운동’을 비롯하여 문교부 내에 도서관 전담의 계 설치, 사서관의 수당과 지위 확보, 지방도서관의 교육청으로의 이관 등 다방면에 뻗치고 있고 공화당도 도서관계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1시군 도서관 증설’을 이번 선거의 공약으로 세웠으며 문 문교부장관도 지난 4월 대구 발언에서 공공도서관 5개년 계획을 밝혔다. 내년 예산에 문교부는 40여 관을 설치하기 위해 5천만 원을 요청했다.

오늘날 도서관은 도서열람처로만 보지 않는다. 지난 4월초 대구에서 열린 공공도서관 회의에서 채택한 <도서관헌장>에서 지적하듯 “새 문화창조의 온상”이며 “사회문화의 센터, 지역개발의 중심”이다. 미국의 ‘차펠스 스트리트’ 도서관은 미술전시회, 연극 음악의 공연, 영화상영, 가정지도 등 시민생활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은 일종의 도서관세를 거둬 이 필수의 문화시설을 확장개선하고 있다.

선진국의 수준을 바라는 건 과욕이라 치더라도 정부의 그 흔한 ‘행정지원’을 약간이나마 부어준다면 우리 도서관계의 의욕이 허욕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지난 1월에 발표된 ‘AID레포트’가 건의하듯 분산된 현 도서관행정을 일원화시켜 문교부에 전담계로 귀속시켜야 할 것이다. 지방도서관은 근래 이관된 부산 대구시는 도서관을 제하고는 인사 예산 등이 지방자치단체에 속해 있어 독자적인 발전을 기할 수 없다.

문제는 도서관 예산 확보에 앞서 위정자들의 도서관 인식, 계획 달성의 도표전시에만 그치지 않고 먼눈으로 내다보는 형안만 가졌다면 한쪽에서는 증설 요구와 계획이 한창인데 또 한쪽에서 아무 대책 없이 유서 깊은 도서관을 철거, 또는 최소한의 운영까지 중지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김병익 기자)

지역사회의 교육센터

2011년 12월 10일 토요일 오전 11시, 북스타트와 책날개 활동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용남 교수님께서 '우리나라 독서운동의 한 사례--엄대섭 선생과 함께한 20년'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였다.

예전에도 간혹 엄대섭 선생과 관련된 글을 이 블로그에 올리곤 했다.

오늘도 그런 글 한 편.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최일남 선생이 쓴 기사. 동아일보 1965년 11월 16일자에 실린 기사다. 제목은 '지역사회의 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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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의 교육센터
전국 ‘마을문고’ 대표자대회
효과적 방법 진지하게 토의
자연부락 4만9천 중 4천여 개 설치
“행정기관의 협조, 아쉽다”

바깥 날씨는 쌀쌀한 편이었다. 백 평도 안 되는 학교강당에는 의자도 없이 마루바닥에 2백 명 가까운 전국 ‘대표’들이 쭈그리고 앉아 무엇인가 열심히 듣고 있었다.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경주여중고 강당에서 열린 제1회 전국 ‘마을문고’ 대표자대회라고 이름을 붙이기에는 그 형세가 너무 초라해보였다.

대표자들의 행색도 가지가지. ‘넥타이’를 맨 사람은 보기 드물 정도로 소박한 농촌청년들의 모임이었다. 20대의 청년이 있는가 하면 40에 가까워 보이는 아주머니에 단발머리의 소녀, 교복을 입은 남자 고등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대회의 분위기는 기자가 접해본 어느 ‘대회’보다도 진지하고 알뜰해 보였다. 이들은 사흘 동안의 대회를 통해서 농어촌 사람들의 독서운동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서로의 체험을 중심으로 토론해 나갔다.

‘마을문고’가 생긴 것은 6년 전인 1960년 말이었다. 동회 회장인 엄대섭 씨의 ‘아이디어’로 경주시립도서관에서 태어났는데 경주 변두리 농촌에서의 시험에 성공한 데 자신을 얻어 다음해에 사단법인 마을문고진흥회를 창립, 전국적인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후 문교부가 이 사업을 정책으로 채택하여 보조금을 지급하고, 내무부가 지방행정의 기반사업으로 채택 하에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사업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책도 없고 독서습관도 없는 대다수의 농어촌 사람들에게 독서습관을 길러주고, 농업부업, 생활개선 교양 사회상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식을 공급해 주기 위해서 마련된 이 운동은 한국의 농어촌 실정에 가장 알맞은 지역사회의 사회교육 ‘센터’라고 평을 받고 있다.

전국의 자연부락은 4만9천 가량(20호 이상으로 추산해서) 그중에서 지금 ‘마을문고’가 설치되어 있는 부락은 4천여 개에 달하고 있는데 동회에서는 69년까지 나머지 타락에 전부 ‘마을문고’를 설치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표창을 받은 전남 강진군에는 1백 85개의 자연부락이 있는데 청년군수인 김재호 씨의 열성으로 1백15개 부락에 이미 ‘마을문고’를 설치했고, 내년 3월까지 나머지 부락에 모두 ‘마을문고’를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면 이러한 운동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마을문고’는 1개 설치하는 데 4천 원이 든다. 이 돈으로 설립자가 희망하는 곳에 세울 수 있으며 설립자의 이름이나 명칭을 적어 기념한다. 한 문고에 들어가는 책은 3백여 권. 책 내용은 생산 기본도서 40%, 교양 20%, 문학 아동 30%, 기타 10%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이 ‘문고’의 살림은 도시나 지방의 뜻있는 개인이나 기관 및 단체에서 자기 고향이나 자매부락에 설립할 수도 있지만 부락의 청년들이 모여 자기네들의 힘으로도 많이 설립한다.

충남 보령군 남포면 기동리 새싹독서회 대표 윤순자(34) 여사(지금은 소송리로 이주)는 시모를 모시고 있는 외에 4남매의 아이들을 거느리고 있는 농부. ‘마을문고’를 설치하기 위한 자금으로 밤으로만 집집을 찾아다니며 마늘을 모았다. 3년 전 일이었다. 그 결과 모아진 마늘이 6접, 그것을 시장에 갖다 팔려고 하자 1천5백50원밖에 부르지 않았다. 너무 억울해서 도로 지고 오는데 마침 대전에 있는 어떤 석유회사에서 이 부락에 ‘마을문고’ 하나를 설치해주는 바람에 그 마늘은 고마워서 그 회사에 선사했다.

그 후 문맹인 처녀들을 모아 모내기 절미 운동 등의 공동작업으로 송아지 한 마리를 사고 그 송아지를 키워 팔아서 다시 두 마리로 늘려 지금은 두 마리의 큰 소가 되었다.

이 운동에 몰이해한 동리 노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노인들의 회갑이면 독서회원들의 성금으로 수저 식기 한 벌씩을 선물하고, 회원들을 결혼 명일 잔치도 열어주었다.

경남 고성군 구만면 중암리 독서회(대표 이재호)에서는 ‘책을 읽자’는 소인 연극을 꾸며 4천 원의 찬조금을 얻었고, 전북 완주군 운주면 가천 독서회의 정정자 양은 군수를 설복, 회관 건립 자금의 일부를 얻기로 되었으며, 회원들에게서 월 회비로 10원씩을 걷었다. 대출되는 책은 회부대종이로 싸서 책의 소중함을 알도록 하고 남녀 회원들이 모이는 것을 색안경을 쓰고 보는 동리 노인들의 오해를 사지 않도록 각자가 각별 조심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이 부락에서는 처음에 마을 처녀들이 중심이 되어 독서운동을 전개해왔는데 처음에는 비방만 하던 청년들도 지금은 적극 협조하게 되었다.

충북 제천군 덕산면 수산리 숙갓독서회에서는 회원들이 퇴비 풀베기 등의 공동작업으로 기금을 모으고 있는데 처음에는 ‘앰프’ 시설로 확성기 소리나 듣자고 주장하던 마을사람들도 이제는 독서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이처럼 하향식으로 밑바닥에서 움트고 있는 이 독서운동의 장래에 대해서 이번 대회에 모인 대표들은 비교적 낙관적이긴 했으나 이 운동이 더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방행정 기관의 인식과 협조가 긴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경주에서 최일남 기자 기)

대학생들, 독서 시간의 3배를 인터넷에 쓴다

시사저널 1151호(2011년 11월 9일에 기사입력된 기사), 대학생들, 독서 시간의 3배를 인터넷에 쓴다 에서 인용.

대학생들은 인터넷 이용 시간의 3분의 1 정도만 책을 읽는 데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최근 대학생 4백51명을 대상으로 독서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47.7분으로 조사되었다. 남학생은 42분, 여학생은 51.5분이었다. 하루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은 남학생은 1백27분, 여학생은 1백29분이었다.

전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응답한 남학생은 19%, 여학생은 16.2%로 집계되었다. 그 이유로 ‘책을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44.9%)’를 꼽았다. 인터넷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대학생은 1명에 그쳤다. 인터넷 이용 시간이 1시간 이상이라는 대학생은 89.1%, 독서 시간이 1시간 이상인 대학생은 37.9%에 그쳤다.

2011년 12월 8일 목요일

이용남 선생님의 글, 작은도서관에 대하여

2011. 12 <작은도서관신문> 창간호에 실린 이용남 교수님(한성대학교 지식정보학부 명예교수)의 창간축사. 제목은 '풀뿌리 도서관운동을 위한 공론의 장이 되기를'이다. 강조는 인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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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신문>이 창간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전국의 작은도서관 일꾼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나눔의 마당이 만들어진 것 같아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크게 축하를 드립니다.

'작은도서관'이란 용어는 2009년 법 개정을 통해 '공공도서관의 시설 및 도서관 자료기준에 미달하는 도서관'을 일컫는 의미로 법제화됐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작은도서관이라 하면 운동성, 운영의 자치성 접근성 등 내재적 정신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 듯합니다.

본래 제도권 공공도서관은 지방정부가 관내 주민을 위해 공공재정으로 설립 운영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작은도서관은 지역의 활동가들이 주민의 참여와 기부금으로 설립 운영해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민간 영역의 에너지를 모아 설립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도서관인 셈입니다.

작은도서관 운동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과거부터 있어왔습니다. 도서관의 역사는 인류문명의 발전과 함께 시작되었지만, 17세기까지는 서민대중이 도서관에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도서관이 대부분 엘리트 계층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선진국에서 민권의식이 싹트기 시작한 18세기부터 서민대중들이 힘을 모아 자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의 작은도서관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회원제 도서관, 기술공도서관 등이 대표 사례입니다. 이러한 운동은 각 지역과 공장 단위로 번져나가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19세기 중반이 이르러서는 지방정부가 공공재원으로 공공도서관을 설립 운영토록 하는 '공공도서관법'이 탄생했습니다.

우리나라, 일본 등 일부 나라는 작은도서관 설립 배경이 이와는 사뭇 다릅니다. 법률적으로는 공공도서관이라는 제도가 마련되었음에도 그 수가 적고 서비스가 부실하고 접근이 불편하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작은도서관을 만든 것입니다. 1960년대의 마을문고를 비롯해 오늘날 곳곳의 작은도서관은 대부분 이러한 유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직적인 풀뿌리 도서관운동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는 우리의 도서관 역사에서 이러한 운동은 의미가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작은도서관 만들기 사업이 활성화되는 걸 보면서 우려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우리 마을의 작은도서관이 정규 공공도관을 대치하고자 하는 것인지, 혹은 보완하기 위한 것인지, 정규 인력도 없고 공공도서관과 시스템으로 연계되지 못한 작은도서관은 훗날 어떠한 모습일지 등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정부의 작은도서관 정책은 민간이 다양하게 설립한 작은도서관들이 공공도서관과 연계해 운영하면서 장차 공공도서관의 훌륭한 서비스 포인트로 기능하고,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일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은도서관도 도서관의 3대 기본요소(자료, 인력, 시설)를 어느 정도 갖추고 제몫을 다하는 도서관이 되어, '중앙관-대분관-소분관'이라는 공공도서관 체제에 참여해야만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작은도서관신문>이 우리나라 풀뿌리 도서관 및 독서운동을 위한 광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는 바입니다.

2011년 12월 7일 수요일

국민독서의 해 추진과 출판계의 대응을 위한 제언

2011년 12월 8일(목요일) 오후2시, 대한출판문화협회 강당에서 열리는, '2012년 독서의 해와 출판계의 과제'라는 주제의 제61회 출판포럼에서의 토론문. 시간에 쫓기며 정리한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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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독서의 해 추진과 출판계의 대응을 위한 제언

제61회 출판포럼 ― 2012년 ‘독서의 해’와 출판계의 과제
2011년 12월 8일(목요일) 오후2시부터
출판문화회관 강당
안찬수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사무처장)

1. ‘국민독서의 해’의 의의와 과제

○ 2012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국민독서의 해’.

○ ‘국민독서의 해’가 일회적인 행사 위주가 아니라 의미 있는 해가 되려면 ‘독서’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전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확산할 필요가 있음.

○‘국민독서의 해’의 목적과 또렷한 목표 설정이 필요함. 이를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이 요구된다고 판단됨. ‘국민독서의 해’ 추진→독서량 증가, 독서율 제고→국민의 일상생활에서 독서 생활화/습관화의 확대 등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국민 개개인에게는 상상력, 사고력, 창조성의 단련과 향상, 자립 기반의 형성, 내면의 성숙, 행복감의 증진 등을, 사회적으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확장을 통해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확충, 연대와 협동심의 배양, 사회통합의 기반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음. 국가적으로는 지식기반사회의 도래에 따라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기본 인프라로서의 독서를 생각해볼 수 있음.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총화를 통해 문화국가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고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임.

○영국의 경우에는 독서에 대한 흥미, 즐거움, 열정 등을 강조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창의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의 경우에는 ‘언어력(국어력)’을 국민독서의 해를 통해 개선, 향상시키고 하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보임. 우리의 경우, ‘생각하는 힘’의 저하가 가장 우려되는 바임.

-“IT와 매체의 발달로 인해 국민들은 전자매체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텍스트에 의존해서 보는 습관에 길들여지고 있다. 이런 행태로 인해 읽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국민들이 대폭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지식 창조 산업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인 “생각하는 힘”, 즉 사유의 부재로 이어진다. 이는 국가 경쟁력 약화와 사회 갈등의 증폭 , 국민 행복의 결핍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야기하게 되므로 ‘국민독서의 해’와 같은 범국민적 독서운동의 목적을 독서를 통한 사유로 제안함으로써 생각하는 국민, 생각하는 국가가 되게 하는 것에 둔다. 이것을 위하여 도서관계, 출판계, 서점계, 교육계, 장애인단체, 학부모단체, 사회단체, 언론계, 지자체 등이 추진조직체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제안한다.“(한윤옥)는 것에 동의하는 바임.

○ 책 읽는 행위가 우리 시대의 고귀한 문화적 활동이며, 이를 통해 가치를 추구하고 의미를 생성해내는 행위가 가능하기에, 독서는 단순한 교양 쌓기를 넘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행위라는 생각을 더욱 깊게 넓게 할 필요가 있음.


2. 독서인구와 출판시장의 성장력 한계: 독서인구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

○ 주제발표자인 한윤옥 교수께서 지적했듯이 “독서문화와 출판문화의 발전은 서로 비례함.”

○ 최근 이루어진 각종 조사와 연구에 따르면, 독서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음. 이는 주제발표자께서 지적했듯이 출판시장의 규모와 성장성에도 영향력을 미쳐, ‘시장성장력의 한계’를 뚜렷하게 보이고 있는 것임.

우리 출판계는 독서인구의 확장에 대해서 더욱 깊이 있는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함.


3. 우려되는 디지털시대의 독서형태와 출판 및 도서관

○ 한윤옥 교수님은 주제발표문에서 “매체는 전달수단일 뿐”이며 “출판은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다”고 언급. 또한 “전자매체는 기존의 인쇄매체에 비하여 많은 장점이 있다. 문자의 표현뿐 아니라 그림, 영상, 애니메이션 등의 복합적 표현이 가능하고, 하이퍼텍스트에 의한 검색기능이 뛰어나고 정보의 용량이 매우 크다.”고 언급. →이에 대해 토론자는 조금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음. 마샬 맥루언이 말한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말을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 “문자 중심 독서에서 시청각 중심 독서로, 심화형 독서에서 확산형 독서로, 일방형 독서에서양방향 독서로” 독서형태가 변화하는 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님. 문제의 심각성은 뒤져보고, 훑어보고, 건너뛰며 보고, 뽑아서 보는 것이 깊이 있는 독서와 집중해서 보는 독서, 즉 ‘느린 독서’를 밀어내고 있다는 것.

○ 더구나 “학교나 도서관에서의 독서교육은 이러한 디지털시대의 독자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교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정책적으로 과도하게 디지털 문화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임.

○ 예를 들어, 2011년 6월 29일 교육과학기술부 및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이라는 대통령 보고를 통해 ‘스마트교육을 통한 교실혁명’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내용: 디지털교과서 개발 및 적용, 교육방법 및 평가: 온라인수업․평가 활성화, 교육환경: 교육콘텐츠 자유이용 및 안전한 이용환경 조성이라는 과제 해결을 위해 2015년까지 총 투자비 2조 2280억원/ 연평균 5,570억원을 투자하기로 함. 이러한 변화는 종이책으로 대표되는 문자문화, 활자문화의 급격한 퇴조와 함께 교육현장에서는 학교도서관의 필요성, 학교도서관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전문 인력의 필요성까지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 우려가 있음. 교육당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대대적인 반대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상황임.

○ 이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의 경우 왜 문자․활자 문화 character-and type-culture를 강조하고 있는 것인지를 우리는 깊이 생각해보아야 함. 또한 각종 독서문화 캠페인의 경우에도 이른바 진보․보수의 영역을 떠나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지도 주목해야 함. 왜냐면 진보건 보수건 ‘비판적 사고력’이 정지될 때 사회적으로는 무뇌상태에 빠지면서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이 오기 때문임.


4. 시민연대운동으로서의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은 아홉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2001년 6월에 출발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연대운동으로 출판계(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도 이 운동의 핵심 주체임. 출범 초기에 구상했던 각종 사업들은 2012년 ‘국민독서의 해’에 즈음해서도 여전히 의미 있는 사업들임.

(1) 정책제안 사업
* 국민에게 평등한 정보-지식에의 접근권을 보장하고, 정보-지식의 격차와 접근기회의 불평등이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모든 영역에 초래하는 심각한 불평등을 제거하기 위한 정책들을 정부에 제안
* 정보접근권과 기회의 평등화에 가장 긴요한 기반 시설인 공공도서관의 전국적 증설과 도서 콘텐츠 예산 확충을 요구하는 정책들을 중앙정부에 제시
* 서울을 비롯한 전국 자치단체들에 지역 공공도서관들을 대폭 증설하고 콘텐츠 예산을 늘리며 운영을 효율화할 것을 요구하는 정책들을 제안
* 주요 도시의 인구 밀집지역, 아파트 단지 등에 어린이 공공도서관을 짓도록 관계 당국, 민간업체, 지자체 등에 제안
* 정보 평등과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각종 정책 포럼 개최
* 각급 학교도서관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을 제시

(2) 도서관 건립과 지원 사업

(3) 홍보사업
* 공공도서관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중요성에 대한 대 국민 홍보사업
* 공공도서관 증설을 위한 대 국민 홍보사업
* 책 읽기 문화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대 시민 홍보사업
* 신문-방송, 기타의 매체 집단들과 책 읽는 사회를 위한 각종 홍보 프로그램 공동제작 사업

(4) 독서문화 진흥사업
* 가정, 학교, 사회에서의 책읽기와 도서관을 통한 연구 조사활동의 창조적 가치를 널리 인식시키기 위한 행사 개최
*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개발
* 신문-방송 등 매체의 책읽기 프로그램 지원 사업

(5) 연구조사 및 프로그램 개발 사업
* 정책제안에 필요한 국내외 정책자료의 연구와 조사
* 책읽기의 문화를 위한 각종 자료의 연구와 개발
* 독서문화진흥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연구와 개발
*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민간 토론회와 정책 포럼 운영

(6)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 사업
* 유사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와 지원
* 필요한 경우 시민사회단체들과의 공동 사업


○이러한 초기 구상에 덧붙여,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면서, 어린이 전용 도서관 건립 사업인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 영․유아를 위한 사회적 육아지원 사업이자 아가들이 책과 친해지게 하는 방법과 소통수단으로서의 ‘북스타트’, 초중등 학생들을 위한 북스타트인 ‘책날개’ 사업, 그리고 ‘학교도서관 및 작은도서관 지원 사업’과 지방자치 단위의 중요한 독서문화 정책 제안 사업인 ‘책읽는도시’ 사업, 각종 포럼과 세미나, 낭송회, 와 정책/교육/연구 사업 등등이 전개됨. 이런 각종 사업에 출판계의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요망됨. (*)

2011년 12월 5일 월요일

서평은 정치다

2011년 12월 5일 오전 3시51분 세계일보,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43번째 칼럼, "서평은 정치다"를 여기에 옮겨놓는다. 중요 부분 강조는 인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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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에 두세 개씩의 서평(reviews) 쓰는 일을 여러 해째 이어오고 있다. 이런저런 연줄로 일간지와 주간지, 월간지와 계간지 등에 서평을 기고하고, 두 군데 공중파 방송에 정기적으로 나가서 책 이야기를 하고, 서평집도 네 권이나 내놓은 바 있다. 내 지적 인식 욕망과 관심의 맥락에 따라 책을 읽고 그중에서 매체에 맞는 책을 골라 서평을 쓴다. 서평 쓰기는 메마른 작업이다. 공력은 많이 들지만 청고한 인격을 만드는 데도, 지식의 성채를 짓는 데도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그건 사랑 없는 섹스는 아닐지언정 출산이 배제된 섹스와 닮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서평은 정치다”라는 한 문장을, 월터 카우프만의 책을 읽다가 발견했다. 서평 쓰기에 투입되는 내 욕망에 대해서 약간의 의문과 회의를 품어온 터라 이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친밀한 관계의 맥락을 만드는 게 정치의 한 기능이라면, “서평은 정치다”라는 말은 맞다. 읽어보니, 그 정치라는 게 지극히 “사소한 정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서평가의 권위, 영향력, 글의 재미와 파급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서평은 현대 지식인들의 문화생활의 한 부분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것쯤으로 취급당한다. 기껏해야 서평은 주식 사이사이에 먹는 간식이고, 본격적인 음악이기보다는 간주곡에 지나지 않는다. 서평은 어떤 책이 그 책값에 합당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봐주고, 그 책을 어떤 사람들이 읽어야 할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서평가의 일이란 게 번역가나 편집자가 하는 일과 겹쳐지는데, 그것은 “저자와 독서 사이에서 움직이는 중개인”이란 점에서 그렇다. 매체에 실리는 서평은 뉴스거리가 될 만한 책, 어떤 학파와 연관이 되어 있는 책이 우선적으로 선택되고, 그 책이 담고 있는 시대적·문화적 가치나 함량보다는 매체나 서평가와의 개인적 인맥이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그러니까 어떤 책이 서평 대상이 되느냐 아니냐는 저자나 독자보다도 편집자와 서평가의 결정이 우선한다는 뜻이다.

주로 기자, 교수, 학자, 비평가, 젊은 작가들이 서평을 쓴다. 서평은 “저널리즘의 한 형태”이므로 서평 쓰기는 어느 정도 식견을 갖추고 순발력 있는 글쓰기를 잘 하는 기자들에게 적합한 일이다. 교수나 학자들 역시 자기 분야에 대해 높은 수준의 지식과 경륜을 쌓은 사람들이니까 해당 분야의 책에 대한 서평가로서 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젊은 서평가”의 부류가 있다. 그들은 “아직 씌어진 적이 없는 위대한 책의 지고함에 기대어 세상을 내려다보는 자”다. 그들은 서평을 제 존재를 번쩍이면서, 제가 얼마나 똑똑하고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지를 알리는 기회로 삼는다. 문학 계간지에 서평을 쓰는 대다수의 “젊은 서평가”들의 글은 대체로 최신 이론들을 문장의 난삽함으로 버무려 내놓음으로써 매우 현학적이다. 대개의 서평들은 우리가 그것에 대해 갖는 문화적 신뢰성에 비해 그 내용이 부실하다. 그럼에도 그 부실함이 들춰지지 않거나 추문이 되지 않는 까닭은 많은 사람이 서평만 읽고 정작 그 책은 잘 읽지 않기 때문이다. 카우프먼은 그런 현실에 대해 이렇게 적는다.

“서평에서 알게 된 책의 대부분을 읽을 만한 시간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서평을 읽기 전에 먼저 책을 읽는 경우도 드물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얼마나 많은 서평들이 왜곡된 설명과 명백한 실수로 가득 차 있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점은 호의적인 서평이나 적대적인 서평뿐만 아니라 학술잡지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카우프만, ‘인문학의 미래’)

간혹 서평 대상이 되었던 책의 저자가 서평가의 “왜곡된 설명과 명백한 실수”에 분노하면서 반론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 가장 극적인 것은 불문학자 곽광수가 자신의 책에 대한 서평이 나온 지 십년이 지난 뒤에 가스통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이라는 번역서를 내놓으며 그 책의 한 각주 형식을 빌려 김현과 박이문의 서평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펼친 경우다. 그 각주의 분량이 수십 쪽에 이를 만큼 작정하고 쓴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많은 서평들이 진지한 학문적 정밀성을 갖고 탄생하지는 않는다.

“서평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주 적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들 대부분이 취하는 공통 전략은 자신의 견해를 진척시킬 수 있는 기회로 서평을 이용하면서, 그 책의 주제에 대한 짧은 에세이를 쓰는 것이다. 또한 이와 함께 자신도 그다지 주의 깊게 읽지 않은 책 한두 권에 대한 약간의 언급을 끼워 넣는 것이다.”(카우프만, 앞의 책)

제 정신을 가진 학자라면 제 책에 대한 서평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서평가들이 제 서평에 진정성, 즉 자기 패를 다 거는 경우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제 “오도(悟道)의 경지(境地)”를 눈꼽만큼이라도 드러내는 것을 아까워한다는 사실을 아는 까닭이다. 이런 사정을 안다면, 곽광수 교수가 제 책의 서평에 대해 저토록 진지하고 정밀한 반론을 펼쳤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기이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칭찬의 관용구를 남발하는 서평가보다는 까칠한 태도로 저자를 신랄하게 꼬집고 괴롭히는 서평가의 글을 읽을 때, 훨씬 더 즐겁다. 그런 맥락에서 테리 이글턴의 ‘반대자의 초상’은 서평의 가장 훌륭한 범례로 꼽을 만한 서평집이다. 저자를 압도하는 박람강기와 유연한 사유체계, 날카로운 통찰력, 신랄함, 번득이는 유머, 그리고 그것을 좋은 문장으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두루 갖춘 서평가의 서평집이라는 뜻이다.

지제크와 라캉에 대해 쓸 때, 탈식민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쓸 때, 테리 이글턴은 모호하지 않고 대책 없이 명료하다. 그가 데이비드 하비의 책에 관한 서평을 쓰면서 “낭만주의에서 모더니즘까지, 시간은 풍요로운 개념이었고 공간은 황폐한 개념이었다. (중략) 오늘날 공간은 시간을 그저 따라잡는 것을 넘어 오히려 앞장서서 끌어당기고 있다. 몇몇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은 너무 독특해서 이론화할 수 없는, 장소라는 형태를 띤 공간이, 개념의 트럼프 패에서 조커가 되어 추상을 거부하고 모든 거대 담론을 붕괴시킨다고 본다. 이제는 시간이 지루하게 균질적인 것, 매번 똑같은 지겨운 것이 되고, 속이 찬 자궁이라는 공간성에 대조되는, 남근적인 탄도가 된다. 그리고 공간이 시간에 그동안의 복수를 하느라 바쁜 와중에, 자연은 인간 역사에 자연의 권리를 행사해 왔는데, 비관적 생태학자들은 그것을 이제 세상이라는 육신에서 종양이 자라는 이미지로 본다.”(테리 이글턴, ‘반대자의 초상’)라고 쓸 때도 그 명료함은 통찰력이라는 아우라를 두르고 빛을 뿌린다.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쓴 책에 관해 서평을 쓸 때 “데이비드 베컴이 과연 이 책을 직접 썼을지 궁금하다고? 차라리 파라오가 피라미드를 직접 지었을지를 궁금해하시라.”(테리 이글턴, 앞의책)고 넉살을 떤다. 그는 독자에게 재미와 지식, 쾌락과 통찰력을 함께 쥐어준다. 우리나라에서 테리 이글턴 같은 서평가를 만날 가능성은 한밤중에 38번 국도를 운전하며 가다가 귀신을 만날 가능성만큼이나 낮다.

우리 서평가들은 점잖거나 무던하다. 그들에게 책과 저자의 허접함과 뻔뻔스러움을 있는 그대로 얘기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게 요청하더라도 그들이 진실을 말해줄 가능성은 없다. 서평가의 내면에는 통찰가와 소크라테스적 인물과 사나운 본성을 가진 개가 공존한다. 하는 바를 보면 그들은 때로는 지나치게 날카롭고, 때로는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이며, 때로는 지나치게 으르렁대고 물어뜯는 강퍅한 본성의 존재들이다.

나는 서평집들을 즐겨 읽는다. 예전에는 김현, 김훈, 고종석이 쓴 서평들을 읽으며 지적 충만감과 기쁨을 느꼈던 적이 여러 번이다. 내 서평도 그렇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지만, 그것은 욕망일 뿐 실현이 불가능한 꿈이다. 최근에도 건축가 서현의 ‘또 한 권의 벽돌’, 정신분석의 김종주의 ‘이청준과 라깡’, 러시아문학 전공자인 이현우의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헌책방 운영자인 윤성근의 ‘심야책방’ 등등을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이현우가 내놓은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은 지제크의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에 관한 꽤나 긴 서평이다. 드물게 한 권의 책으로 엮인 이현우의 서평을 읽으며 그 거울에 비친 내 적나라한 욕망을 보았다! 내 존재 안에 있는 이 낯선 것, 나 자신보다 더 나 자신인 것! 쇼펜하우어가 자기 안의 낯선 괴물이라고 한 의지, 프로이트가 욕망으로 바꿔 이해한 그것, 이글턴이 지제크의 책에 대한 서평에서 풀어서 쓰고, 이현우가 다시 지제크의 책에 대해 말하며 인용한 그것!

“욕망은 의미에 무심하고 매우 비인간적인 과정이며, 그것이 오로지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우리를 조종한다.”(테리 이글턴, 앞의 책)
이현우가 인용하지 않은 그 다음 문장은 다음과 같다.

“욕망은 사적인 것이 아니다. 욕망은 바깥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고통이며, 우리가 비자발적으로 쓸려가는 도착이자 강제적 매개다.”(테리 이글턴, 앞의책)
그것이 쇼펜하우어-프로이트-이글턴-지제크-이현우-장석주 사이를 잇는다. 욕망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평과 서평 사이에서 강제적 매개의 힘으로 움직인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월터 카우프만, ‘인문학의 미래’, 이은정 옮김, 동녘, 2011
●테리 이글턴, ‘반대자의 초상’, 김지선 옮김, 이매진, 2010
●이현우,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자음과모음,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