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다시 찾아 읽게 된 계기는 다음주 4월 3일 금천구청에서 열리는 '사단법인 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 총회에 박범인 금산군수가 참석한다는 소식. 박범인 군수는 당시 금산군 문화공보관광과 과장으로 금산기적의도서관이 건립 가능하도록 했던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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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순·서
1. 연재를 시작하며
2. 금산 기적의도서관 개관 준비를 시작하며
3. 기적을 만든 사람들1
4. 기적을 만든 사람들2
5. 기적의도서관이 우리에게 남긴 것
걸어다니는 곳에 어린이도서관이 있다
2005년은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3월에는 ‘어린이도서관의 법적 지위 확보와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고 4월에 국회에서 열린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 전면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도 학교도서관과 어린이도서관 및 어린이독서활동추진에 관한 내용이 발제 된 바 있다. 5월에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미래의 꿈! 어린이와 도서관’이라는 주제로 (가칭)국립중앙어린이청소년도서관 설립 및 비전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이는 2003년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세워진 어린이도서관과 지방자치단체마다 준비되거나 건설되어진 어린이도서관이 이제 어느 정도 틀을 잡아가면서 어린이도서관 사업에 대한 이론 정립이 필요했던 것과 맞물려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 왜 이렇게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졌을까를 반문해 보면 어린이도서관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사회 문화공동체를 향한 실천이 일정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반증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이도서관 논의가 불붙기 훨씬 이전부터 시민단체(NGO) 영역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던 운영자들은 이러한 논의에 항상 소외돼 왔다. 그로 인해 그 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도 전에 사그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는 어린이독서문화가 활발해지는 사이에 어린이전문서점들은 사라지고 있는 현상과 맞물려 생각해 볼 일이다.
90년대 좋은 어린이책을 소개하고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어린이전문서점들이 대형화되는 인터넷서점에 밀려 문을 닫는 현재의 모습은 과연 현재 어린이도서관이 대형화돼가는 어린이도서관 건립 사업 앞에 그 본질을 퇴색 당한 채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섣부른 불안감을 동시에 유발한다.
그동안 작은 어린이도서관은 지역의 어린이들이 ‘걸어서’ 찾아와 좋은 책을 만나고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공간을 지향하며 지역 주민 스스로 직접 만들어 왔다.
엄마들이 책을 읽어주고 아빠들이 예쁜 책장과 책상을 만들어 주고 지역 주민들이 어린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향토사를 알려주고 전래놀이를 함께 하며 지역의 어려운 분들을 찾아 서로 나누는 나눔의 정신을 어린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지역공동체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해 온 것이다. 7년 동안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이러한 경험을 ‘금산’이라는 지역에 가서 보여주고 싶었다.
과연 지역주민과 관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의 정형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 아닌 욕심을 내어 내려간 ‘금산 기적의 도서관’ 개관 준비 과정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며 우리 지역에 생길 ‘기적의 도서관’의 본 모습을 그려보자 함이 연재의 목적이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개관준비를 하면서 만난 기적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우리 주위에 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발견하는 일이 새롭게 어린이도서관을 만들면서도 가장 먼저이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 개관 준비를 시작하며
어떤 곳일까 무척 궁금한 마음으로 서울을 출발했다.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안찬수 사무처장님과 신은미 간사. 그들은 기적의도서관을 만들고 관리하는 일을 도맡아하는 중요한 일꾼이다.
금산을 향하는 차안에서 그들에게 금산 기적의도서관 유치 과정과 현재의 상황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금산이 궁금했다.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금산의 첫 이미지. ‘금산에 살어리랏다'라는 문구가 멀리서도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금산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그 곳에 현대식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다락원(多樂園), 농민의 집, 여성의 집, 문화의 집, 청소년의 집, 보건소가 같은 모양으로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건물들의 이름을 짓기 위해 무지 애를 썼다는 사실과 다락원이 많은 즐거움이 있는 곳이라는 해설이 마음에 들었다. 건립준비위원회 분들과 첫 인사를 했지만 그들이나 나나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야 할지 모른 채 서로에 대한 확인만 하는 자리였다.
많은 개관 경험이 있는 순천 기적의도서관 허순영 관장님이 어려운 시간을 내어 금산까지 와 주신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현장 방문을 하면서도 이것저것 세심하게 지적하시는 허 관장님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기적의도서관을 건립하는 모든 과정은 사람의 힘으로 풀어갈 것인지라, 무엇보다도 누구를 이곳에서 만나느냐가 개관의 가장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자리를 파하고 금산을 알고 싶다는 내 얘기에 박범인 금산군청 문화공보관광과장님의 안내로 금산 기행이 시작되었다. 계절을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를 타고 이동하며 바라본 금산은 탄성을 절로 나오게 했다.
금산의 반 적벽강 쪽을 둘러보았다. 절벽을 끼고 잔잔히 흐르는 금강의 물줄기는 보는 사람의 시름을 잊을 정도로 여유로웠으며, 금산 하면 떠오르는 인삼밭의 정경은 이 곳 사람들의 생활의 토대를 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기적의 도서관은 유치된 지방마다의 테마가 있다. 제천은 민속학자이신 관장님의 영향으로 민속놀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들이 있고, 진해는 여성학자이신 이효재 명예관장님의 영향으로 여성운동에 대한 교양이 활발하며 자원활동가들이 인형극팀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전국에 공연을 다닐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 기적의도서관 첫 출발지인 순천은 어린이도서관의 다양한 활동의 정형들을 만들어 이를 통해 순천을 문화의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그 지방의 특색을 잘 살리는 것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이용할 기적의도서관을 통해 자신이 속한 지방에 대한 자긍심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는 목표와도 연결되기에 그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첫 날의 기행을 통해 금산은 빼어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고 그 자연을 잘 보존하고 지키려는 금산 지역주민들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테마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금산에는 '자연'을 테마로 하는 도서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매김하는 시간이었다. 이후 개관준비는 이를 바탕으로 준비되는 과정이었으며 금산에는 이를 뒷받침할 좋은 사람들이 충분히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다음 호에는 이들을 소개하고 어떤 일들을 함께 했는지를 알리고 싶다.
기적을 만든 사람들1
도서관 운영의 꽃, 자원활동가
어린이도서관은 말 그대로 ‘어린이’들이 ‘책을 읽는’ 공간이다. 어린이도서관에 조금이라도 관계를 가지려면 ‘어린이에 대한 이해’가 우선 선행돼야 한다. 어린이만의 전용도서관에서 어린이는 그 공간의 주인이며, 따라서 어린이를 위한 마음이 모든 것의 기본이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돕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바로 자원활동가들이다.
기적의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략 관장과 사서, 행정을 돕는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4∼8인이 근무한다.
기적의도서관의 하루 이용자가 200∼500여명 이상이고 주말에는 가족까지 포함해 600∼2,000명이 열람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는 실정에서 현재 기적의도서관 실무자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의 역할은 기적의도서관 운영의 꽃이라 할 만하다.
이를 반영하듯 자원활동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다양한 활동을 하는지가 각 지역 기적의도서관의 활성화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금산에서 기적의도서관을 개관하는 과정에서 역시 자원활동가를 모으고 교육하는 일에 한 달 이상을 소요했다. 그만큼 자원활동가는 도서관 운영에 있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은인 같은 두 사람
금산에 두 번째 간 날 나는 은인 같은 두 사람을 만났다. 이월미와 강영미.
금산 기적의도서관 개관을 한달 앞두고 금산 사람들에게서 과연 한 달밖에 남지 않은 기간에 과연 도서관이 개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의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우선은 금산 주민들이 도서관 개관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 도서관 건립추진위에서는 기적의도서관 홍보물을 만들어 지역의 학교와 행사가 있는 곳마다 찾아 다니며 홍보 활동을 했고 한 축으로 자원활동가를 모집했다.
어린이집 원장선생님들을 만나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모집하고 자원활동가 교육 일정을 잡았다. 자원활동가 교육이 있기로 한 바로 전 날까지 신청서를 접수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제천 기적의도서관 관장님과 사서선생님과 자원활동가 대표를 모시고 진행하기로 했는데 걱정이었다.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이월미씨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자기 아파트의 엄마들, 학교에서 만났던 자모들, 예전에 함께 동화읽는어른모임을 했던 엄마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다 하여 기적의도서관의 취지를 설명하고 자원활동으로 이끌어냈다. 덕분에 20여명이 첫 날 자원활동가 교육을 훌륭히 마칠 수 있었고 그들의 입소문으로 하루가 지나면서 50여명의 자원활동가를 모집하여 2차 어린이책에 대한 이해 3차 순천 허순영 관장님을 모시고 기적의도서관의 운영프로그램을 배우는 교육을 훌륭히 마칠 수 있었다.
이월미씨는 금산의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임없이 만들었다. 한 사람이 보인 헌신에 가까운 노력으로 금산 기적의도서관은 기적을 만들어갔다.
강영미씨는 제주도 사람이다. 설문대 어린이도서관에서 3년의 실무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세 아이의 엄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 건립 준비 시기는 강영미씨가 남편 직장을 따라 제주에서 금산 가까이에 있는 무주에 터를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을 때였다. 가까이 기적의도서관이 생긴다는 기쁨 하나로 세 아이를 차에 태워 금산까지 매일 30분을 차로 달려왔다.
그는 좋은 프로그램을 제안할 때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귀재였다. 개관준비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그가 내놓는 아이디어는 하나 같이 훌륭했다.
‘자연’을 테마로 한 기적의도서관이라는 취지에 맞게 어린이책 목록을 만들고 독서노트를 만들고 나비엽서를 만들고…. 개관 뒤 도서관에 올 어린이들과 함께 할 얘기를 나누며 우리는 늘 신이 났다.
그가 작은 도서관 실무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요긴하게 진가를 발휘하던지, 그가 이 시기 내 곁에 있어 준 것이 정말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적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나는 이 두 사람을 만나며 모든 일의 가장 중심에 사람이 있음을 다시금 실감했다. 그 두 사람과 함께 자원활동가 50여명은 진정 금산 기적의도서관의 기적을 만든 주역이다.
오늘도 금산 기적의도서관에서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을 그들의 얼굴이 그려진다.
기적을 만든 사람들2
기적의 도서관은 민과 관이 함께 만드는 도서관으로서의 의의가 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을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이 다양한 형태의 도움을 주셨다. 어린이들을 위해 마음을 내어 주신 분들께 이 지면을 통해 인사드린다.
정승각(‘강아지똥’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 ‘오소리네집 꽃밭’ 등으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선생님이 금산에 4박 5일간 머무셨다. 개관 준비과정에서 기적의도서관 주변을 벽화로 꾸미면 좋겠다는 생각들이 모아지고 선생님을 초대하기로 결정했다.
정승각 선생님과의 작업을 한 4박 5일 동안은 개관을 준비한 나에게도 교육의 시간이 됐다.
단순히 벽면을 정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인식 전반을 뒤흔드는 선생님의 작업 방식은 금산의 모든 사람을 감동시켰다.
첫 작업은 어린이들이 쓰던 장난감을 모으는 일로부터 시작했다. 어린이들의 장난감으로 부조물을 만드는 것이 선생님의 구상이었다.
학교를 방문해 협조를 얻었다. 그것도 모자라다 싶어 인근 아파트에 방송을 해서 일주일 동안 열심히 장난감을 모았다. 수북히 쌓인 장난감을 일일이 들어 보이며 선생님은 기발한 생각들을 들려주셨다.
버리기 쉬운 하찮은 장난감들이 선생님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는 듯했다. 장난감을 모으는 동안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어린이들이 그림을 그리게 했다. 누군가 시켜서 억지로 그리는 그림이 아닌 어린이 스스로 창조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얘기하고 또 얘기하며 그림은 완성돼 갔다.
또 향림원 어린이들과 ‘소리 그림’ 작업을 하셨다. 징, 꽹과리, 장구의 소리를 듣고 표현해 내는 어린이들의 그림은 가히 ‘예술’이라 부를 만했다. 그 그림 안에는 진정한 소리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어린이들의 그림을 살리고 그것에 덧붙여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창조란 무엇인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정승각 선생님의 벽화작업 과정은 바로 어린이도서관이 추구해야 할 정신과도 같은 것이었다.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충분히 살리는 일, 억지의 과정이 아니라 자연 속에 어울림을 강조하는 것, 틀에 박힌 사고의 틀을 깨는 것…. 그 속에 지금 어린이들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가 숨어 있었고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니 창조가 이루어졌다.
지금 금산 기적의도서관을 오르는 계단 벽에는 정승각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훌륭한 그림책이 한 권 있다.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그런 그림책을, 선생님은 금산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선물하셨다.
벽화와 함께 금산 기적의도서관을 빛내는 것은 조경이다.
일명 ‘똥꼬’ 선생님. 생태주의자이며 들꽃선생님이며 자연지킴이인 이동고 선생님.
금산 기적의도서관의 조경은 다른 곳과 다르다. 인위적으로 큰 나무만을 옮겨다 심는,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의 취지에 맞게 나비가 잘 찾아오게 하는 들꽃동산이다. 개관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간 금산 기적의도서관 앞마당에서 이동고 선생님과 나는 나비가 되기 전 애벌레를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다. 어느 틈에 찾아왔을까 궁금해하며. 초록 잎에 자신을 감추고 꾸물대고 있는 그 녀석을 보며 “바로 이런 것이 자연스러움”이라고 우리는 서로에게 말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 옆에는 오래된 향교가 있고 향교의 옛 벽면을 타고 이러저러한 들꽃들이 무수히 피어 있다. 향교 저 너머에 큰 은행나무가 어린이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 조경은 이미 있던 자연스러움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최대의 관건이었다. 자연지킴이들과 이동고 선생님이 들꽃을 심고 몇 날 몇 일 물을 주면서 정성스레 가꾼 그 들꽃 밭에서 지금 금산의 어린이들이 들꽃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적의도서관에는 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적의도서관에는 자연이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책임을 일깨워주는, 그런 공간이 있다. 작은 연못 하나 만들어 놓았더니 어느 틈엔가 소금쟁이 등 물가 곤충이 오는 것을 보며 자연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자연의 이치를 전달하려는 선생님의 자연사랑에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기적의도서관은 이렇게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을 모아내는 그런 곳이 되고 있었다.
기적의도서관이 우리에게 남긴 것
도서관이 어린이에게는 꿈과 희망의 공간으로, 동네에서는 가장 소중한 곳으로 자리잡길 희망하며 작은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고 가꾸고 있는 전국의 어린이도서관 운영자들은 현재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무언가 엄청나게 큰 결과를 기대하며 어린이도서관 사업을 시작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도서관 사업이란 것이 당장에 많은 성과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어린이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이 시작된 것이 90년대 후반인 것을 생각해 볼 때 이제 겨우 10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뿐이기에 지금 당장 뭘 얻겠다고 말하는 건 어렵다.
다만 어린이도서관을 경험했던 어린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이 공간을 기억해 주길 희망한다. 좋은 책이 있었고,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친절한 아줌마 같은 선생님이 있었고, 친구들이 있었고, 함께 놀았던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던 곳. 그 기억으로 자신의 아이도 그런 곳을 찾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이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꿈이 아닐까?
기적의도서관은 지금까지 민간의 영역에서 이뤄지던 어린이도서관 사업이 공적인 영역으로 확대된 것이다. 좀 더 나은 시설에서 어린이들이 좋은 어린이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어린이전용도서관이 있는 지역의 어린이들에게는 커다란 행복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기적의도서관뿐만 아니라 공공도서관의 어린이실을 포함해 지자체 내 어린이도서관들은 지금까지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이도서관이 확대된다는 것은 양적 확대 외에도 어린이도서관이 지역의 어린이나 그들의 부모들에게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기능과 역할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향후 지자체 내 공공도서관의 확대를 위한 기본 계획의 수립에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부평이 10월에 개관을 하면 전국적으로 총 9개의 기적의도서관이 생긴다. 기적의도서관의 건립과 향후의 이용 실태를 보면서 가장 중요한 대상자인 어린이들이 얼마나 편안하게 이 곳을 이용하는가가 검토되기 시작한다.
한 개의 도서관을 짓기 위해서는 10여억원이 소요된다. 또한 운영을 위해서도 엄청나게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도서관이 위치한 곳으로부터 먼 지역에 있는 어린이들의 이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주 어린 아이가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도서관을 이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을 찾는 일은 연례적인 이벤트 활동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게 된다.
동네의 작은 어린이도서관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먼 거리나 소외된 지역의 어린이들에게도 책을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명제는 먼 미래에나 가능한 계획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평에 생기는 기적의도서관은 단순히 도서관 수 하나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도서관 확충 계획 속에 검토되길 희망한다. 이미 건립된 기적의도서관 중에는 당장의 요구로 건립은 했으나 운영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곳이 많다. 외형적인 기본 구상 외에 어떻게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지역 내에 어린이도서관 사업을 확산시킬 것인가 하는 기본 계획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평 기적의도서관은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로서는 마지막이지만, 이러한 의미에서 새로운 시작이길 희망한다.
지역의 대표 어린이도서관으로서 풍부한 컨텐츠를 가져나감과 동시에 거리가 먼 지역의 어린이들이 쉽게 동네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어린이도서관과의 연계를 통한 어린이도서관 네트워크의 구축 계획이 세워졌으면 한다.
어린 동생의 손을 잡고 올 수 있는 도서관, 작은 도서관이 담을 수 없는 큰 규모의 어린이 책 행사들을 안내 받고 함께 갈 수 있는 방법들이 모색돼야만 기적의도서관은 지역에서 어린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곳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현재 부평 지역에는 2개의 공공도서관(북구, 부평)의 어린이실과 인표어린이도서관을 포함해 작은 어린이도서관 7개가 있다.
일신동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 청천동에 맑은샘, 달팽이어린이도서관, 산곡동에 품앗이,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부평5동에 진달래어린이도서관, 삼산동에 신나는어린이도서관. 작지만 소중한 공간들이기에 이들과의 네트워크 구성은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 사업의 안정적 이용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5차례의 기획기사를 연재하면서 고마운 분들께 지면을 통해서라도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끝내 그러지 못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 개관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금산 박동철 부군수님을 비롯한 금산의 공무원들과 전교조 금산지회 선생님, 금산문화원 안용산 국장님과 금산 기적의도서관 건립추진위원장 김호택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출처 :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083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100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2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2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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