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속의 영원> El Infinito en un Junco, 이레네 바예호Irene Vallejo, 2009년(한국어판, 이경민 역, 2023년 3월 20일 초판, 반비)에서
책은 시간의 시험을 뛰어넘으며 장거리 주자임을 입증했다. 우리가 혁명의 꿈에서 혹은 파국적 악몽에서 깨어날 대마다 책은 거기에 있었다. 움베르토 에코가 지적하듯이 책은 숟가락, 망치, 바퀴, 가위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 한번 창조된 이후로 그보다 나은 게 등장하지 않았다. (16쪽)
도서관은 제 나름의 독특함을 지녔다. 누군가 내게 도서관은 늘 사서를 닮아간다고 했다. 나는 아직 책의 미래를 믿는, 시간을 무력화하는 책의 힘을 믿는 수많은 사서를 존경한다. 그들은 어느 책장에서 수년째 잠들어 있는 책을 깨울 수 있도록 충고하고 독자를 떠밀고 구실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 일상적인 행위가 세상의 부활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시작된 장구한 사서의 계보가 있지만, 우리는 그 계보의 오랜 선조들에 관해서는 거의 모른다. 첫 번째 인물은 칼리마코스다. 칼리마코스 이후에는 많은 작가가 생애의 어느 기간 동안 사서로 일했다. 괴테, 카사노바, 휠덜린, 그림 형제, 루이스 캐럴, 무질, 오네티, 조르주 페렉, 스티브 킹 등이 그러했다. 스페인 시인 글로리아 푸에르테스는 “신은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지만, 나는 사서가 되었다.”라고 말했다.(194쪽)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