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0일 수요일

영화제 지원예산 삭감 철회 촉구 국내개최영화제 공동성명서

 영화진흥위원회는 2024년 영화제 예산 삭감을 철회하라!

- 영화와 관객의 축제는 온전히 계속되어야 한다. -


2024년도 정부 예산이 9월 국회에 제출되었습니다. 9월 5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 타 기금 확보와 전년보다 증액된 예산(734억) 편성을 발표하였습니다.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정부 예산을 서둘러 자축한 영진위와 달리, 영화 현장은 편성 예산으로 인해 절망과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지역 관련 지원예산이 100% 삭감되었고, 제작과 배급지원 예산도 줄어들었습니다. 영화와 관객을 매개하는 ‘국내외영화제육성지원사업’ 예산은 50% 삭감되었는데, 국내·국제영화제를 통합하여 기존 40개 지원에서 20여 개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영화제는 영화 창작의 동기와 목표가 되는 기초 사업입니다. 1990년대 국내에 생겨난 다양한 영화제는 산업이 포괄하지 않는 단편영화, 실험영화를 비롯한 새로운 작품을 수용하였고 2000년 이후 한국영화 산업의 주역이 되는 수많은 영화인을 발굴해 왔습니다. 강제규, 봉준호, 류승완, 김한민, 연상호, 이병헌 감독 등 천만 관객 신화의 주인공부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영화 재도약에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엄태화(<콘크리트 유토피아>), 유재선(<잠>), 민용근(<소울메이트>), 정주리(<다음소희>) 한준희(넷플릭스 <D.P.>) 감독에 이르기까지 영화제는 수많은 창작자의 산실이 되어 왔습니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생겨난 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교두보이자, K-무비의 진정한 시작점이었습니다. 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크게 향상되었고, 각 영화제에서 선도적으로 개발해 온 마켓과 인더스트리 프로그램은 공적 영역의 부족분을 채우며 영화 산업의 파트너를 자임해 왔습니다. 지역의 소규모영화제는 열악한 환경에도 영화의 씨앗을 뿌려 지역창작자 네트워크의 구심이 되었고 수도권 중심의 문화 쏠림에 저항하며 지역민의 문화향유와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국내와 국제를 막론하고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제는 우리 사회에 진정한 문화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공유하고 뿌리내리게 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제 지원예산 삭감은 영화 창작의 직접 동력을 떨어뜨릴 것입니다. 2023년 한국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독립영화의 개봉 편수는 131편인 반면, 제작 편수는 1574편에 이릅니다. 산업이 미처 포괄하지 않는 영화는 어디에서 관객을 만나고 격려받아야 합니까. 영화제 지원 축소는 단기적으로 영화문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영화 산업에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합니다.

영화제 지원예산 삭감은 영화 관객의 다양한 체험과 향유권을 침해할 것입니다. 영화제는 미래 영화 관객개발의 주축입니다. 코로나로 극장 산업이 위기를 겪는 가운데에도 국내 대부분의 영화제는 상영과 축제를 멈추지 않았고,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영화제의 관객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관객이 영화제를 찾는 것은 지나치게 산업 중심적인 영화 유통 환경에 대한 대답이자 영화를 문화로서 향유하고자 하는 소중한 의지의 피력입니다.

무엇보다 영화제 개최 사업은 윤석열 정부에 부합하는 사업입니다. 정부는 국정과제로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복지 실현”과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영화제는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개최되고 있으며 높은 대중성과 축제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시대에 파트너로서 영화제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에 새로운 창작자가 있다면 작품을 소개하는 영화제도 변함없이 존재해야 합니다. 해마다 창작 인구가 증가한다면 비례하여 영화제의 지원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지역과 약자를 우대하고자 한다면 그곳에 영화를 상영하는 축제가 있어야 합니다.

2024년 영진위 예산은 역대 최악의 산업 중심 예산이라 평가될 것입니다. 승승장구하는 K-콘텐츠, K-무비는 한순간에 일구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영화 산업은 창작자의 인내에서 싹을 틔웠고 불모의 지역에서 새로운 영화를 발굴해 왔던 노력의 결과입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영상문화 및 영상산업의 진흥을 촉진하여 국민의 문화생활을 증진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영진위의 예산은 산업에서 소외된 영화문화를 증진하기 위한 굳건한 근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에 국내에서 개최되는 전국의 영화제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2024년 영진위 영화제 지원예산 50% 삭감을 철회하라.

하나. 2024년 영진위 영화제 지원예산을 복원하고 영화제와 영화문화 발전을 위한 논의 테이블을 즉각 구성하라.


2023년 9월 13일 

(가칭)국내개최영화제연대  
2030청년영화제     518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가톨릭영화제     광주독립영화제     
광주여성영화제     남원청년영화제     
뉴웨이브영화제     대구단편영화제     
대구여성영화제     대전독립영화제     
대종상영화제     들꽃영화제     
디아스포라영화제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독립영화제     
부산여성영화제     부산인터시티영화제     
부산평화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서울국제노인영화제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서울동물영화제     서울무용영화제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     
서울인디애니페스트     
수려한합천영화제     
싸이파이안페스타     
우리나라가장동쪽영화제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원주옥상영화제     
인천독립영화제     인천여성영화제     
전북독립영화제     전주가족영화제     
전주국제단편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     제주여성영화제     
제주혼듸독립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중랑구청소년영화제     중랑별빛영화제     
창원국제민주영화제     춘천영화제

(9월 14일까지 56개 영화제 연명,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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