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동엽 시인 40주기 학술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오후1시부터 숭실대 한경직기념관. 가보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마음. 오랫동안 읽고 읽었던 <신동엽 시전집>을 들추어본다. 금강은 아직도 흐르고 있었다. 장시 금강의 3장이다.
어느 해
여름 금강변을 소요하다
나는 하늘을 봤다.
빛나는 눈동자.
너의 눈은
밤 깊은 얼굴 앞에
빛나고 있었다.
그 빛나는 눈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검은 바람은
앞서 간 사람들의
쓸쓸한 혼을
갈가리 찢어
꽃 풀무 치어오고
파도는,
너의 얼굴 위에
너의 어깨 위에, 그리고 너의 가슴 위에
마냥 쏟아지고 있었다.
너는 말이 없고,
귀가 없고, 봄도 없이
다만 억천만 쏟아지는 폭동을 헤치며
고고히
눈을 뜨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 빛나는 눈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그 어두운 밤
너의 눈은
세기의 대합실 속서
빛나고 있었다.
빌딩마다 폭우가
몰아쳐 덜컹거리고
너를 알아보는 사람은
당세에 하나도 없었다.
그 아름다운,
빛나는 눈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조용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다만 사랑하는
생각하는, 그 눈은
그 밤의 죽음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
자시(子時)다. 새벽이다.
승천이다.
어제
발버둥치는
수천 수백만의 아우성을 싣고
강물은
슬프게도 흘러갔고야.
세상에 항거함이 없이,
오히려 세상이
너의 위엄 앞에 항거하려 하도록
빛나는 눈동자,
너는 세상을 밟아디디며
포도알 씹듯 세상을 씹으며
뚜벅뚜벅 혼자서
걸아가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눈,
너의 그 눈을 볼 수 있는 건
세상에 나온 나의, 오직 하나
지상의 보람이었다.
그 눈은
나의 생과 함께
내 열매 속에 살아남았다.
그런 빛을 가지기 위하야
인류는 헤매인 것이다.
정신은
빛나고 있었다.
몸은 야위었어도
다만 정신은
빛나고 있었다
눈물겨운 역사마다 삼켜 견디고
언젠가 또다시
물결 속 잠기게 될 것을
빤히, 자각하고 있는 사람의.
세속된 표정을
개운히 떨어버린,
승화된 높은 의지 가운데
빛나고 있는 눈,
산정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정신의
눈
깊게. 높게.
땅속서 스며나오는듯한
말없는 그 눈빛.
이승을 담아버린
그리고 이승을 뚫어버린
오, 인간정신미의
지고한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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