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0년 9월 4일자, 백원근 책임연구원(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의 칼럼, 지역공동체와 독서생태계 키우는 '북스타트'를 스크랩해놓는다.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문학사상> 2010년 8월호에 '책 읽는 나라 만드는 ‘북스타트 운동'이라는 글을 발표한 바도 있다.
지역공동체와 독서생태계 키우는 ‘북스타트’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
9월은 독서문화진흥법이 정한 ‘독서의 달’이다. 그래서 매년 9월이면 다양한 독서 관련 행사가 전국의 도서관과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열린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이 10일부터 이틀간 충북 제천 기적의도서관에서 열리는 ‘2010 북스타트 전국대회’이다. 2년 전 서울에서 첫 전국대회가 열린 뒤 지방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북스타트 축제이다.
북스타트(Book Start)는 ‘책과 더불어 인생을 시작하자’는 취지를 담아 출생 후 1년 미만의 영아와 그 양육자를 대상으로 지역사회가 실시하는 독서 및 육아지원 운동이다. 지역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기들에게 탄생 축하의 그림책 2권과 도서관 이용 안내 등이 들어 있는 북스타트 가방을 선물하고, 가정마다 그림책을 매개로 아기와 소통하는 행복한 시간을 갖도록 계기를 마련한다. 맹목적인 조기 독서교육과는 뿌리가 다른 ‘책 읽기의 즐거움’과 ‘독서 평등’을 선사하는 사회적 모성의 실천이다. 그래서 시민과 행정기관이 협력하여 시행하는 민관 협력의 모범 사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영국, 일본에 이어 2003년 시작된 한국의 북스타트는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대표 도정일)이 주도하여 조직한 북스타트코리아와 전국 활동가들의 노력, 정부·지자체 후원에 힘입어 현재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절반에 가까운 곳에서 시행중이다. 여기에는 <한겨레>의 기획기사 연재도 큰 도움이 되었다.
제천시와 북스타트코리아의 지원으로 출범한 제천북스타트는 2005년 5월에 발족하여 올해로 6년차를 맞이했다. 매주 목요일을 ‘북스타트 데이’로 정하고, 제천시에 태어난 모든 아기들에게 첫 선물로 그림책 두 권과 손수건, 가방, 안내 책자로 꾸려진 북스타트 가방을 자원활동가가 도서관, 보건소에서 배부한다. 책 선물에 그치지 않고 2개월 과정의 체계적인 정규 부모교육 과정을 만들어 아기와 양육자(엄마 등)가 친교하며 아기의 사회성을 길러준다. 북스타트 후속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33개의 ‘품앗이 공동육아 동아리’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며 ‘나의 아기’가 아닌 ‘우리의 아기’를 함께 키운다. 육아 스트레스도 날려버린다.
제천북스타트는 무엇보다도 ‘찾아가는 북스타트’에 중점을 둔다. 즉 북스타트에 관심을 갖기 어려운 다문화가정, 장애우 및 소외지역 가정의 아기들 모두가 그림책을 보고 자라며 인생을 시작하도록 자원활동가 엄마들이 산 넘고 물 건너 집에까지 정기적으로 방문해 그림책을 읽어준다. 이러한 ‘얘들아, 그림책이랑 놀자’ 프로그램과 연계된 북스타트의 진화, 공동육아 동아리는 선진국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 시민사회의 놀라운 활동력을 보여준다.
제천북스타트 위원장인 김수연 교수(대원대학)의 최근 연구를 보면, 북스타트를 접한 아기들과 그렇지 않은 아기들 사이에는 책에 대한 태도와 창의력 등 여러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시민의 힘을 바탕으로 품앗이 공동육아와 함께하는 책 읽기 문화 조성으로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제천, 이외에도 진해를 비롯한 전국 여러 지역의 사례는 우리 사회의 희망이자 독서 생태계 발전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번 전국대회를 계기로 북스타트 미실시 지역의 관심과 참여가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책 읽는 사회야말로 삶의 질이 높은 성숙한 민주사회를 만드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백원근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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