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어린이> 2010년 가을호(통권 30호)를 넘겨보다가, 원종찬(인하대 한국어문학) 교수와 샹하이의 대표적인 일간지 문회보(文匯報)의 류쉬위안(劉緖源) 주임이 나눈 대담 가운데서 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류쉬위안이 자신이 <아동문학의 3대 모티브>라는 저서를 쓸 때, 그 출발점이 '아동문학을 교육이라는 틀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아동문학의 성과를 보는 데는 두 개의 기준이 있지요. 교육적 기준과 문학적 기준은 서로 교차해야지, 나란히할 기준은 아닙니다. 이 책을 쓴 목적은 교육의 구속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뜻밖에도 중국의 아동문학은 교육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새로운 틀이 만들어졌지요. 이 새로운 틀이란 '잘 팔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적 기능을 강조하던 이전 작품들이 이런저런 교훈을 말하면서 문학의 본질에서 멀어졌다면, 최근 유행하는 패스트푸드 류의 작품들은 아이들이 사서 읽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창비어린이> 2010년 가을호(통권 30호) 216쪽
류쉬위안은 이 구별을 설명하기 위해 '약'과 '콜라'와 '과일'을 들어 비유적으로 설명한다. 교훈성을 강조하는 아동문학이란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주거나 머리가 아프면 두통약을 주는 식으로 '실용적 기능'이 분명하다는 것. 말하자면 아동문학을 '약'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콜라와 같은 아동문학이란 상업적 목적에서 '최고의 작품' '최대 인쇄 부수' '최다 판매'를 강조하는 문학이다. 콜라는 공업제품이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제품이다. 판매가 잘 되지만 영양가가 높은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류쉬위안은 '사과, 즉 과일'과 같은 아동문학을 이야기한다.
저는 좋은 아동문학은 약이나 콜라가 아니라, 세번째 경우인 사과, 곧 과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과는 원생태의 무공해한 것이고, 땅에서 자연 생장한 것이어야 합니다. 서방에, 신이 아니고서는 다른 것은 말어낼 수 있어도 나무는 만들지 못한다는 말이 있어요. 따라서 정말로 좋은 아동문학은 작가의 생명 체험에서 우러난, 아이들도 즐겨 읽고 성인들도 인정하는, 평생 읽을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합니다.
-<창비어린이> 2010년 가을호(통권 30호) 217쪽
어찌 아동문학만 그러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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