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가 ‘독서의 해’라고 발표했다. 3월 선포식을 시작으로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연중 실시될 예정이다. 관건은 독서율, 독서량, 독서시간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와 영상물 위주의 다매체화 속에서 수세에 몰린 독서 생태계를 얼마나 개선하고 재구조화할 수 있을까에 있다. 특히 ‘독서의 해’ 시행 취지인 독서인구 확대를 위해서는, 평소 책 읽기를 멀리 하던 사람들이 독서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일에 정책 자원이 집중되어야 한다. 일회성 행사나 프로그램들로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무엇보다 범사회적으로 실천할 일은 하루 10~30분 정도의 ‘독서시간’을 일과 중 필수시간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독서동기나 독서습관의 부재가 근본 원인이다. 가정, 학교, 직장 등 모든 곳에서 지정된 시간에 읽고 싶은 책을 더불어 읽는 체험을 통해 독서 생활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공공의 독서 인프라인 도서관 서비스를 확장해야 한다. 지난 몇년 사이 공공도서관이 많이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도서관에 대한 국민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감은 여전히 멀다. 주민 생활권 안에서 도서의 대출·반납이 손쉽게 가능하도록 공공도서관마다 민간 시설과 연계된 관외 서비스센터를 다수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새 학기부터 본격화되는 초중고 주5일제 수업에 따른 가족 단위의 주말 도서관 이용 프로그램 시행도 시급하다.
셋째, 지방자치단체가 독서정책 추진에 뛰어들도록 독려하는 ‘지자체 독서진흥지수’를 도입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5년 전부터 시행중인 ‘독서문화진흥법’과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에 의해 각 지자체는 주민을 위한 독서환경 조성 책무가 있는데도, 조례 제정이나 독서진흥 예산 편성에 실제로 신경을 쓰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시청에 독서진흥 전담팀을 운영하는 군포시 등의 사례가 확산되어야 한다.
넷째, 일상에서 책 읽기를 자극하고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요청된다. 상업주의에 밀려 시들해진 신문·방송의 책·독서 정보 제공을 복원시키고, 인터넷 방송인 ‘온북티브이’의 정규 케이블 채널화 지원, 각 분야 인기 스타들이 참여하는 릴레이 독서 캠페인 전개, 전국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독서 낭송대회 개최, 학급문고 설치와 학교도서관 활성화, 경제단체가 협력해 벌이는 직장도서실 설치 운동, 동네서점을 살리는 향토서점 상품권 발행, ‘독서 마케팅’의 최신 성과를 공유하는 독서 콘퍼런스의 연례 개최 등 독자층을 두텁게 하는 정보·경험·공간의 기반을 최대한 확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서의 해’이자 ‘선거의 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일은 12월에 “책 읽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는 대통령 입후보자에게 투표하는 일이다. 개인이나 국가 차원에서 책 읽기만큼 확실한 미래 투자는 없고,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독서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겠다는 리더가 누구인지 검증해야 한다.
‘독서의 해’는 다름 아닌 ‘독자의 해’이기도 하다. 지반 침하가 이어지는 읽기문화의 토양을 단단히 다지고 비옥하게 일굼으로써 삶의 질이 높은 문화 선진국으로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이를 통해 책 읽을 권리인 독서권이 지식정보사회의 기본권이며, 독서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마르지 않는 원천임을 인식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소중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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