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8일 목요일

실패한 `영국 교육` 따라가는 이명박 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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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영국 교육' 따라가는 이명박 교육정책

'학교 서열화'와 ‘학교성적 공개’는 실패한 영국식 교육

2008-08-26이영탁/새사연 이사

 

 왜 성공한 핀란드가 아니라 영국 교육인가?

사람과 지식이 중심이 되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창의적 인재양성이 국가경쟁력을 가늠하는 최우선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경쟁에서 살아남을 소수 엘리트를 위한 교육투자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교육개혁이 더 필요하다.

성공적인 교육개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가 핀란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성취도 결과를 말하지 않더라도, 핀란드는 경쟁보다는 협력을 가르치며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교육복지국가이다. 핀란드 학생들의 70퍼센트가 공부가 즐겁다고 답할 정도로 학교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현실은 어떠한가? 교육복지보다 수월성만을 강조하는 우리 교육은 경제침체의 원인을 교육실패로 돌리는 영국식 교육개혁을 따라하기 바쁘다. 1998년 블레어 영국총리는 교육이 최대의 경제정책이라며, 학교자율화와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강조하며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하는 처방을 도입했다. 교육시장화 정책은 결국 학교의 사기만 저하시켰고, 2007년 11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성적이 저조한 670여개의 중등학교를 폐교시키겠다고 할 정도로 영국에는 실패한 학교들로 넘쳐났다.

그럼에도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부터 전국의 초중고교의 학업성취도를 3개 등급으로 분류해서 공개하는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안)’을 발표했다. 학교별 성적공개로 공교육에 경쟁을 도입하겠다는 작금의 교육정책은 특목고 확대로 인한 교육양극화와 사교육비 증가, 학벌사회를 조장한 교육현실을 은폐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의 교육개혁 논의에 교육자와 교육철학은 없고 ‘경쟁을 통한 성장’을 강조하는 경제전문가와 경제논리만 넘쳐나고 있다. 교육관료들은 자신들의 정치철학이나 교육적 소신을 버리고 이들과 한무리가 되어 핀란드와 같은 평등교육을 위한 정책에 나서고 있지 않다.

‘학교성적 공개’는 실패한 영국의 교육정책

학교 간 경쟁과 교육 수요자의 학교선택권을 강화해 학교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교육시장화 논리는 이미 영국에서 실패한 교육 정책이다.

1967년, 1976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은 영국은 1980년에는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월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펼쳤다. 공공부문 민영화 등의 경제정책의 결과는 사회양극화를 가중시키며, 1979년 이래 처음으로 전국 아이들의 33퍼센트가 최저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게 만들었다. 영국정부는 경제침체의 원인을 교육정책의 실패로 돌리고 19번이나 교육법을 개정하면서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학교자율화, 학교 간 경쟁을 도입했다.

특히 학교 간 성적 순위표 공개와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부모들의 학교선택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결국 부동산 가격에 따른 학군의 양극화와 입시명문 학교를 찾아 나선 백인들과 중산층의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교육시장은 힘없는 빈곤층에게 더 큰 타격을 주었다. 사립학교는 거대한 학교시장이 되어 학벌세습의 통로가 되고 있고, 학교 서열화로 인해 경영난과 학업실패를 반복하는 공립학교는 존폐위기에 내몰리는 처지에 있다.

‘학업성취도 결과’는 정책연구자료용 아닌 학교 간 경쟁 상품

교과부가 2010부터 초중고교의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3등급으로 공개한다고 밝힌 것은 2007년 5월 25일 국회에서 제정된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을 무색하게 하는 처사다. 이 법에서는 ‘국가 및 시도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자료를 공개할 경우 개별학교의 명칭은 제공하지 않으며, 소재지에 관한 정보의 공개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어서 지난 11월 16일 입법예고된 시행령에 따르면 초중교 지역교육청 단위로, 고등학교는 시도교육청 단위로 공개하도록 하였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나 교육관계자들도 학교와 지역간 격차, 서열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개별 학교의 구체적인 성적자료 공개에 반대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이번 시행령은 학교 서열화를 불러올 학업성취 결과에 대한 공개를 유보하고, 정책연구자료로 활용하도록 한 종전의 입법취지를 근본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수정된 시행령(안)의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2010년에 실시되는 시험부터 공개되지만, 초중고교의 교과별 평가계획, 학업성취(기말고사) 사항, 학교폭력발생 및 처리 현황, 교원현황 등 40여개 항목은 올 12월부터 공개된다. 기말고사 성적은 과목별 학년평균점수와 표준편차가 올려진다. 국가 수준 성취도 평가는 3개 등급(우수, 보통, 기초학력미달)로 공개되고, 기초학력미달 비율이나 보통학력이상 비율 등은 전년도 대비 향상도까지 공개된다.

교육정보공개가 교육수요자의 알권리 충족, 학교책무강화, 낙후지역 파악 등에 필요하다고 강변하지만, 학업성취결과 공개는 전국의 초중고교를 등급화하는 일이다. 경쟁의 논리가 적용될 학교는 끝없는 약육강식의 입시경쟁으로 내몰리면서 성적평가에 얽매이게 되고, 학부모의 사교육비는 날로 증가할 것이다.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학생들의 시험 성적은 더 나빠질 것이고, 그들이 다니는 학교는 학교 서열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계층의 학부모들은 재력과 부동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0년 고교선택제가 실시되면 좋은 학교를 찾아 이동할 것이다.

초중고교의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는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으로 재편되는 하나의 거대한 학교 시장이 되어 고교등급제와 명문대 진학 상품으로 포장될 것이 뻔하다.

경제적 논리로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들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초중고교의 교육수준이 미흡해서가 아니다. 입시중심의 암기식 성적 경쟁을 조장하는 교육정책이 학생을 지치게 하고, 교사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교육에 시장논리를 도입하는 것은 인간교육, 사회정의, 전인교육을 구현하려는 교육 본연의 역할을 가로막는 일이다.

이미 출발선에서부터 벌어지는 학력격차와 사교육 시장으로 왜곡되어 있는 수월성교육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교육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길 뿐이다. 국가경쟁력 향상도 결국은 학생들의 출신과 배경에 관계없이 교육을 보장하면서 전 국민의 상향적인 지적 평등을 이룰 때 가능하다.

이영탁 gandi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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