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다산연구소 박석무 선생께서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신 글입니다. 제목이 '죽을 때까지 마음공부나 하겠노라'. 1811년 다산 선생이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가운데 한 대목이라고 합니다.
이 인용문에서 눈에 띄는 것이 "마음공부로는 저술보다 나은 게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이 때문에 문득 그만두지 못합니다."는 문장입니다. 다산의 숱한 저술을 학문적 성과로도 읽을 것이지만, 동시에 마음공부의 결과로도 읽어야 할 듯싶습니다.
죽을 때까지 마음공부나 하겠노라
1815년은 다산의 나이 54세, 귀양살이 15년째를 맞는 해였습니다. 사서육경(四書六經)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마치고 더 높은 단계의 학문연구에 마음을 기우리고 싶었습니다. 보통의 인간에서 한 단계 수준이 높은 현인(賢人)이 되는 길을 찾고싶어했습니다. 부패한 세상을 개혁하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제하고 싶던 마음을 놓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인간공부에 대한 욕구를 멈출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마음공부를 위한 저술에 착수합니다. 이름하여 『심경밀험(心經密驗)』이라는 책인데, 저술한 해가 바로 1815년이고 5월 그믐날에 지은 서문까지 실려있습니다. 마음 바깥의 행위규범으로는 『소학(小學)』이라는 책을 최고로 여겨 『소학지언(小學枝言)』이라는 책을 저술하고, 마음공부의 핵심에는 『심경(心經)』이라는 책을 꼽고, 두 책을 통해 현인이 되는 길을 찾기에 이르렀습니다. “소학과 심경 두 책자만이 모든 경서 중에서 뛰어난 책이다. 두 책을 진정으로 연구하여 마음을 가라앉히고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소학』으로는 나의 바깥 행실을 독려하고, 『심경』으로 나의 내부 마음을 다스릴 수만 있다면 아마도 현인이 되는 길이 있을 것이다.(希賢有路)”라고 『심경밀험』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마음공부(治心之工)에 매달리던 다산의 노력은 여러 곳에서 나타납니다. “점차로 하던 일을 거두고 이제는 마음공부에 힘쓰고 싶습니다.…… 스스로 살날이 길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바깥일에만 마음이 치달리니, 이는 주자(朱子)께서도 만년에 뉘우쳤던 바였습니다. 어찌 두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고요히 앉아 마음을 맑게 하고자 하다보면 세간의 잡념이 천갈래 만갈래로 어지럽게 일어나 무엇하나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으니, 마음공부로는 저술보다 나은 게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이 때문에 문득 그만두지 못합니다.”(上仲氏)
1811년에 흑산도의 둘째 형님께 보낸 장문의 편지에 있는 내용입니다. 그때 벌써 마음공부의 중요함을 알았으면서도 복잡한 심사를 가누지 못해, 저술 작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고백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경학연구도 대체로 마친 1815년에 『심경』 연구서를 저술하고는 "이제부터는 죽는날까지 온갖 힘을 마음공부에 기우리고 싶다. 심경을 연구하는 것으로 경학공부를 마치려고 하는데, 과연 실천이 가능할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라고 결론을 맺었습니다.
물욕, 권력욕, 명예욕 등 온갖 욕심에 사로잡힌 인간, 어떻게 해야 그런 욕심을 이기고, 격조 높은 인격에 이르러 현인의 길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다산처럼, 마음공부에 여생을 바치고픈 생각이 저절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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