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밀턴 지음, 박상익 옮김, 주석, 연구 『아레오파기티카 Areopagitica』 인간사랑, 2016년 12월 30일, 1쇄
(562)어떤 사람이 지식의 깊은 광산에서 극도로 고된 노동을 한 끝에, 발굴한 모든 것을 무기로 삼고, 그의 이성을 총동원합니다. 그것은 마치 한 군대가 적을 평원으로 불러내, 아군에게 유리한 바람과 태양의 위치를 확보한 후, 전진을 가로막는 모든 반대 세력을 조준·분산·패배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오직 논거의 힘으로 이런 일을 합니다. 그런데 그의 적은 살금살금 숨어 매복한 채, 검열이라고 하는 비좁은 다리를 지키면서, 도전자가 그 다리를 통과하기만을 기다립니다. 군인으로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용감한 일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진리의 싸움에서는 허약한 겁쟁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563)진리가 전능한 하나님 다음으로 강하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진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책도 필요 없고 전략도 필요 없으며 검열 또한 필요 없습니다. 그러한 것들은 오류가 진리의 힘에 맞서 싸울 때 사용하는 계략이며 방책입니다. 진리에게 단지 대결의 장(場)을 허용해 주십시오. 그리고 진리가 잠들었을 대 묶어놓지 마십시오. 진리는 묶여 있을 때는 진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사로잡혀 꽁꽁 묶일 때에만 신탁을 말하는 늙은 프로테우스(Proteus)와는 다릅니다. 진리는 구속을 받게 되면 오히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온갖 모습으로 변모합니다. 마치 미가야(Micaiah)가 아합(Ahab) 왕 앞에서 했듯이 자신의 목소리를 때에 따라 바꿀 것입니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달라고 간절히 청할 때까지 그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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