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0일 오후 2시. 전라북도 군산시 개정면 발산초등학교의 학교마을도서관 개관식에 다녀왔습니다. 이 날 저의 역할은 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한 마을주민과 교사 분들을 위해 '책과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해 짧은 시간 강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이 날은 긴 시간 준비해온 '다윈 탄생 200주년 기념 특강'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해서 무리였습니다만, 오래 전에 김명희 님(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사무국장)의 요청을 흔쾌히 허락했던 터라, 아니 갈 수 없었습니다. 일정이 겹쳤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라는 사단법인체의 지도부와 실무진이 올초에 완전히 새롭게 교체되었습니다. 작년까지 김수연 목사라는 분이 이 단체를 이끌었지만 올초부터 이사진과 사무국의 면모가 정말 완전히 일신되었습니다. 무슨 까닭이 있었던 것이겠죠.
이전에 김수연 목사라는 분이 이끌 때의 사업에 대해서는 하도 말들이 많아서 혹여 민간 영역에서 펼쳐나가는 도서관 사업에 대해 사회적으로 큰 오해가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던 것이 어린이도서관문화재단에서 잠시 일하던 김명희 씨가 사무국을 맡아서 이끌게 되었다고 하여 반가웠습니다. 이제 뭔가 일이 차근차근 진행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저의 동행은 김명희 씨의 일솜씨를 잠시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던 셈입니다. 또한 공군사관학교 교장, 공군작전사령관(중장)과 외무부 레바논 대사를 역임한 바 있는 이기현 대표님의 온화하면서도 세심한 면모를 옆에서 뵐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현재 여러 사회단체들이 학교도서관을 비롯해서 도서관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던 차였습니다. 각 기관, 단체는 개개의 필요에 의해서 도서관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만, 계기적으로 또는 의식적으로 상호 보완하면서 협력을 해나감으로써 수혜자들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고 단체 간의 관계도 상보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그럴 단계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인 것이죠. 그런 면에서 하루 동안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저로서는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오후 늦게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지만, 관계자들은 21일에는 남원의 인월초등학교, 22일에는 장수초등학교의 개관식 때문에 긴 일정을 객지에서 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남원의 인월초등학교 학교마을도서관 개관식 때부터는 어린이들과 주민들이 중심이 되는 '책잔치'를 열기 위해 광주의 아이숲어린이도서관과 초롱이네도서관의 자원활동가 분들이 협력한다고 했습니다. 좋은 성과를 거두시기를 바랍니다.
제 똑딱이 사진기로 찍은 사진을 몇 장 올려봅니다.
*군산시 개정면 발산초등학교 전경. 학생수가 모두 84명인 학교입니다만, 현재의 문원태 교장 선생님과 군산교육청의 문원익 교육장은 형제지간이라고 주민들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또한 교육감도 배출했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작지만 자부심이 가득한 학교였습니다. 작은학교이지만 교육환경은 꽤 좋았습니다. 학교운동장에 '책읽는버스(찾아가는도서관 용)'가 서 있습니다. 발산초등학교 누리집 http://www.ks-balsan.es.kr/ 참조.
*'책읽는버스'의 내부 모습입니다. 김명희 사무국장은 현재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운영하는 버스 가운데 1대를 전면 리모델링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여러 학교도서관 재단장을 감당했던 임학성 씨가 그 일을 맡았다고 하는데, 어떤 모습으로 리모델링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왼쪽이 김명희 사무국장, 오른쪽은 아마도 황병위 교감 선생님인 듯싶습니다만, 저와 인사를 나누지 못해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개관식 순서를 의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개관식이 열리고 있는 학교의 강당 모습입니다. 가운데 서 계신 분이 이기현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대표입니다. 여느 축사와 달리 어린 학생들과 호흡을 주고받으며 책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문제를 낼게. 이 사람이 누구지?" "그래 빌 게이츠는 잘 알지만, 그 옆에 있는 이 사람은 누구지?"
*이기현 대표님은 개관식에 참석한 학부모님들에게,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 그러니까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본받게 되어 있다는 것을 사진 자료와 함께 말씀해주셨습니다. 여느 개관식의 축사와는 다른 이기현 대표님의 연륜이 느껴지는 축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발산초등학교의 '디지털도서관'의 한 모습입니다. 이 도서관은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2007년 디지털도서관으로 재단장한 바 있는 도서관입니다. 서가는 세광교구의 것으로 생각되엇습니다. 바닥을 공사하였고, 사서데스크 등의 가구, 도서구입. 그리고 모듭학습 공간을 만드는 일에 활성화 사업비가 소요되었던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개관식의 마무리 모습입니다. 주민들과 학부모님들께서 다과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 모듬학습 공간에서 저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학교도서관이자 마을도서관으로 잘 이용되고 있는 꾸리찌바 시의 '지혜의 등대' 영상(제작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을 보여주었고, 도서관 만드는 일이 돌멩이국 끓이기라는 것, 그리고 그림책 <점>을 함께 읽으며 아이들의 성장을 우리 어른들이 "한참 동안" 들여다보아 주어야 한다는 것 등등을 조심스럽게 말씀 드렸습니다. 자막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겠지만, 세밀히 들여다보면, 2007년에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했다는 것과 함께 이번에 전라북도 도청에서 1천여 만원의 대응투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투자비는 마을주민들이 방과 후에 이용할 때 교실 쪽 문을 개폐할 수 있도록 새롭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새롭게 발산초등학교 도서관에 들어간 책의 모습과 그 책에 붙인 스티커, 그리고 현판의 모습입니다. 3천권의 신간 도서들이 지원되었다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전의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활동과 크게 달라진 것이 바로 이 도서의 '질'일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도서 가운데 30% 정도를 주민과 학부모 용의 도서를 수서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학교마을도서관 사업의 특징은 도교육청, 도청, 시청 등과 협력사업으로 진행한다는 점인데 현판에 그런 내용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전라북도 도청에도 문화체육관광국--문화예술과(과장 이지영)--도서관진흥담당(강일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녁 식사 시간에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광역 단위에 도서관 정책 담당이 있는 곳은 이제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라북도도 있는 것입니다. 도서관진흥담당은 2008년 8월부터 생겼다고 합니다.
*개관식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나누어준 면가방. "책 읽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가방은 네이버에서 지원한다고 합니다.
*발산초등학교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 학교에 '보물'이 있다는 것입니다. 학교 뒷마당에는 '발산리 5층석탑'(보물 276호)과 발산리 석등(보물234호)이 있습니다.
*보물들이 있는 작은 학교숲은 생명의 숲, 산림청, 유한킴벌리가 지원해서 만든 것이라는 명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석탑과 석등은 원래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 학교 터를 자신의 농장부지로 이용하던 '시마따니 야소야'라는 일본인이 원근에서 문화재를 약탈해서 자신의 농장에 가져다 놓은 것이라 합니다. 일본 제국의 식민지 수탈의 한 창구로 개발되었던 군산항의 아픈 모습이 이 학교에 남아 있는 셈입니다.
*이 학교 뒷마당 한쪽에는 '발산리 금고'라는 기이한 건물이 있는데, 현재는 문화재청이 지정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설명문을 읽어보니, 시마따니라는 '일본놈'이 약탈한 문화재를 보관하던 금고라고 합니다. 그것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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