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철 교수의 칼럼, 2010년 6월 7일 <프레시안>에 실린 것입니다. 제목은 '한명숙 패배는 정말 노회찬 때문인가?
진보신당, 그리고 진보진영은 심상정 후보의 막판 후보사퇴와 노회찬 대표의 선거완주 등과 관련해 격렬한 내부논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논쟁과 평가와는 별개로 단순히 노 후보가 획득한 표가 오세훈-한명숙 격차보다 크다는 이유로 서울시장 선거패배의 책임을 노 후보에게 돌리는 마녀사냥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의 승리가 자신들이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따라서 오만해져서는 안 됩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를 교훈삼아 2012년 대선과 총선과 관련해 연합정치에 대해 보다 겸허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민심의 역풍은 언제 다시 불지 모릅니다.
같은 문제에 대해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의 글. 2010년 6월 7일 <프레시안>의 인터넷면이다. 민주노동당의 '악역', 진보신당의 '악역'--"진보의 역사는 가롯 유다를 잊지 않는다"
서울의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진보신당이 함께 했다면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는 안타까움 또는 비난에 가까운 비판이 터져 나왔다. 서울의 선거에 대해서는 솔직히 선거전에는 야권 전체가 여론조사 탓이든 뭐든 아무튼 열세라는 패배주의에 빠져 있었던 터에, 결과가 예상 밖으로 간발의 차이가 나니 아쉬움이 더 커져 그랬으리라. 사실 아무도 제대로 내다보지 못했던 결과 아니던가? 그러나 결과를 놓고 졸지에 '악역'이 된 이들과 세력에 대한 화살이 마구 잡이로 쏘아졌다. 이 대목에서는 어쩌다 그 '악역'을 진보신당이 담당했을 뿐이다. 물론 승리의 목전에서 그걸 놓친 이들은 진보신당이 맡은 역할을 악역이라고 볼 수밖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오죽 아쉽고 아쉬웠으면 그러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결코 '악역'이 아니다. 아니, 남들이 보기에는 악역인 그런 존재와 세력이 없이는 역사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른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그건 당당하고 의로운 길이다. 진보의 가치에 대한 고독한 선택의 몫이 분명히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힘들고 외롭지만 누군가 가야 할 길이다. 손해를 보거나 패배를 빤히 예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진보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밀고 나가려는 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의 보수 또는 자유주의 보수가 지배하고 있는 정치 현실을 바꾸어내는 힘을 좀처럼 길러낼 수 없다. 진보는 매번 결정적인 지점에서 이렇게 거듭 희생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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