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5일 <경향신문>의 '이종탁이 만난 사람'.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와의 인터뷰에서.
- 우문 같지만 여기서 미친 교육은 무얼 뜻하나요.
“아이들을 공부 기계로 만드는 교육입니다. 밤늦게까지 국·영·수 문제풀이에만 매달리게 하지 않습니까. 교육이 학생들에게 지적 흥미를 유발시키기는커녕 한 줄 세우기만 가르치고 있습니다. 단일척도의 무한질주 게임인 셈이죠. 요즘 학교에 가면 학생 절반이 엎드려 잔다고 합니다. 이런 개탄해 마지않을 상황이 미친 교육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 그럼 진짜 교육은 무엇이라고 정의하시겠습니까.
“(조금 생각한 끝에) 깜깜한 곳에서 빛으로 나가게 하는 것, 그래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감동과 놀람, 기쁨과 깨달음, 행복이 따르게 되겠지요. 이런 느낌이 없는 교육은 교육이 아닙니다.”
곽 당선자가 말하는 ‘미친 교육’의 주범은 고입이다. 외국어고, 과학고에 이어 자립형사립고, 자율형사립고까지 생겨나면서 고교 평준화의 근간이 사실상 무너진 때문이다. 이들 특별한 고교에 가려면 국제중 같은 특별한 중학교에 가야 하고, 여기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생까지 경쟁에 내몰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곽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 이런 중·고교 상황을 ‘20 대 80’의 사회에 비유한 바 있다. 20%의 학생은 학비가 서너 배 되는 외고·자사고 등 귀족학교에 가고, 80%는 돈 없는 부모를 만난 탓에 일반고를 간다. 공부 잘하는 20%는 국·영·수 1점에 목을 매고, 80%의 일반학생은 내면의 상처와 주눅을 키우며 무기력하게 살아가면서 20 대 80의 사회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에 빗대 말하기도 했다. 개인에게는 합리적이지만 전체로는 불합리한 선택, 자기 아이의 행복을 바라지만 그것만 생각하며 뛰다간 공동선을 파괴하게 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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