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8일 화요일

김진숙 트위터, 우리 시대의 시

아침에 사무실에 앉아 있으나 마음이 자리에 앉질 않는다. 김진숙 트위터를 읽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모두 우리 시대의 '시'라는 생각뿐. 살아 내려오길! 그럴 수 있기를!

마침 레디앙에 김진숙 트위터를 모아놓은 것이 있어 여기 옮겨놓습니다.

김진숙 님의 트윗글 모음

JINSUK0607 100만원짜리 하루가 또 갑니다.대략 7시간쯤 자니까 291662원 어치쯤 잤고, 41666원어치쯤 읽었고, 83332원 어치쯤 트윗했고, 운동하는데 41621원, 씻는데 38523원, 그리고 20833원은 싸는데 썼습니다. 어제부터 시간이 미치도록 잘갑니다.

JINSUK0607 사과가 사과탕이 되기 전에 바나나가 곤봉이 되기전에 떡이 보도블럭이 되기 전에 먹어치웠습니다. 낼은 온 누리에 평화가 가득 할 것입니다.

JINSUK0607 사수대 동지들은 크렌 아래서 온 몸으로 날밤을 ㅠㅠ저분들을 믿고 단잠을 이루는게 저의 유일한 임무인거 같아 정말 가열차게 단잠 농성 수행하고 있습니다. 불침번 서시는 조합원 동지들 정말 고맙습니다.

JINSUK0607 오늘 아침 무심코 일어서다 머리위에 널어논 양말에 정수리 뚫릴 뻔 했습니다 사과는 사과탄으로 거듭나 있었고 물 휴지는 벽돌로 고매(고구마)는 짱돌로 정체성이 대폭 바뀌어 있었습니다. 혼란스러웠습니다. 낼 아침엔 어떤 음식이나 사물도 흉기로 변하는 일이 부디 없기를.

JINSUK0607 저는 사실 여기 올라온 순간부터 정리해고 철회보다는 이 크레인을 마징가제트로 개조하는 일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근데 자기전에 꼭 이 크레인 아래서 외치고 가는 아저씨가 계세요. “절대 딴생각 하지마이!아랐쩨?” 저 아저씬 도대체 어떻게 아셨을까요?

JINSUK0607 제가 아직 수맥 찾는 법을 몰라 자급자족은 안되구요. 다른 연구과제가 많아 그건 장기과제로 넘겨야 할 듯. 현잰 롤러달아 올리구요. 징역 독방에선 물한바가지로도 윤택한 생활이 됐는데 거기대면 지금은 물쓰듯하구요. 머리감는 날은 물 올리는 동지들 얼굴이 시뻘개져요 ㅋ

JINSUK0607 나름대로 공간을 엄격히 분리해서 쓰고 있습니다^^ 1면유리와 3면 쇠로된 조종실이 거실이구요, 좁은 난간 건너편 기계실에서 씻는편이고, 그 외 젤 너른 발코니 공간을 화장실로 배치해씁니다.빠께쓰 들고 오늘은 서쪽 바다를 향해서 어제는 동쪽 고갈산을 향해서...
임무수행중에도 방향전환이 얼마든지 가능한게 빠께쓰 화장실의 장점입니다. 옛날 상태도 갔을 때 바다가 한 눈에 보이던 이장님댁 화장실이 그렇게 부럽드만, 이장님 한 번 초대할 생각입니다.

JINSUK0607 한겨레에실린 광고. 아는이름은없다. 그들은 날위해 오랜시간 생각하고 수십통의 통화를하고 몇날며칠을 그렸을게다.조종실이 떨어져 박살나는꿈 이후 날짜를 세기 시작했다.오늘이 33일째라는걸 몇명이나 기억할까.그걸 100명만 기억해도 이싸움은 이기지 않을까."

JINSUK0607 점심먹으면서 보니까 양말 뒷꿈치가 빵꾸가 났어요.뭘 했다고ㅠ사람들이랑 막 웃으면서 어딜 놀러가는 꿈을 꿨는데 양말은 꿈속을 다녀온 모양이예요.꿈꾸는 양말..

JINSUK0607 크렌나무아래로 조합원의 아이들이 세밸왔다. 돗자리까지 들고와 세배한다. 순간,돈이 500원밖에 없다!27일동안 늘지도 줄지도 않는돈.안나푸르나 들때보다 더오래 더 세심하게 배낭싸면서 왜 세뱃돈 생각은 못했을까. 세뱃돈 못조서 미안해 고함치니 담에주세여 이런다ㅠ

JINSUK_85 한겨레 곽병찬 귀하
답변을 기다리며 다시 씁니다 생전 그런 바람은 첨이었습니다. 배 멀미도 안하는 사람이 미친 듯 흔들리는 크레인 위에서 바람멀미를 했던 지난밤은 참으로 두렵고 길기만 했습니다. 그런 밤들이 다시 온다 해도 전 이 자릴 지켜야 합니다.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공간에서 아무도 함께 할 수 없는 시간들을 견뎌야하는 삶도 세상엔 있습니다. 이 싸움이 패배한 이후가 어떨지. 쌍차는 이미 이어지는 죽음들로 증명하고 있고 최고은의 죽음도 먼 거리에 있지 않기에 하루하루가 낯선 70일의 시간들은 저와 제 동료들의 삶을 지탱하는 벼랑 끝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제겐 노숙자로 죽은 동생이 있습니다. 사지육신 멀쩡한 가장이 무참히 무너지는덴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032가 찍힌 전화번호가 뜨면 욕할 준비부터 하고 전화를 받아선 10만원을 부쳐 달라 하면 20만원어치 욕을 했고 30만원어치 충고를 했습니다. 남들 다 열심히 사는데 왜 그러고사냐, 폐지라도 주워라. 그게 누나라는 자의 일관된 주문이었습니다.
4년 전 설날 아침 노숙자에서 변사체로 신분을 바꾼 그의 시신을 저는 끝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꿈에 나타날까봐요. 때에 절은 가방엔 그의 47년 생애가 유품으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종이 한 장에 이렇게 씌어 있더군요. 연락이 끊긴 1년동안 그의 생존방식을 증명한 최후진술서 ○○자원890원, ○○재활용1050원. 폐지를 주워서 팔았나 봐요.
최고은의 죽음이 다른 사회적 죽음을 가려버리는 건 참기 힘들다 하셨나요? 사회적 죽음을 가리는 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자본이었고, 쌍차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던 가운데 이영애의 쌍둥이 출산소식으로 들끓던 언론이었습니다.
전문적 지식도 갖추고 재능도 인정받았던 예술가의 죽음엔 피자배달을 안한거 외에 분명히 다른이유가 있을것입니다. 그이유를 밝힐수있는 거의 유일한언론이 한겨레임을 전 아직도 믿고싶습니다. 님의글에 상처받았을 수많은동병상련들.님의말씀대로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성의고결함을 입증하기위해 최선다하는 이들에게 사과해주십시오 아무힘없는 저마저도 그애달픈죽음에 앞서서 산자의책임을 느끼는데 언론의 책임은 더무거워야 하지않겠습니까

JINSUK_85 트윗은..아이들이 까르까르 뛰노는 너른 잔디밭 같기도 했다가 6월항쟁의 시가전 같기도 했다가 막차 놓친 문경 시외버스터미널 같기도 했다가 도시락 못싸온 점심시간 교실같기도 했...

JINSUK_85 오늘은 아이들이 석 달 넘게 집에 안 오시는 아빠를 보러 공장에오는 주말입니다. 저녁이면 그 아이들을 품에서 내려놓고 찬 공장 바닥에 몸을 뉘어야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누가 알겠습니까 윗통을 벗은 채 짓밟혀 피 흘리는 노동자들의 피 눈물을 누가 알겠습니까 여기서 물러서면 더 많은 날들을 숨죽여 울어야 한다는 걸 알기에 물러설 수 없습니다. 아이 수술도 미루고 견디는 애비들에게 길고 고통스런 시간이지만 포기하지 않는게 승리임을 늘 새기고 또 새깁니다. 짓밟혀도 꺽이지 않는 동지들의 투쟁에 함께하며 크레인 80일차김진숙
JINSUK_85 조합원아침보고대회 마쳤다 술만 먹으면 개구신되는 인간, 뺀질이, 지이름 안불러줬다고 01시10분에 전화해 징징거리는 넘, 내만 밋어소 수첩북찢어 쪽지보낸 아저씨. 볼때마다 애틋한 27년 날 사로 잡고있는 사람들. 이나이 먹도록 변변히 연애한번을 못하게한 사람들.

JINSUK_85 주익씨떠나고인간의몸에서그렇게많은눈물이생산될수있다는걸처음겪었다앉았다일어서도고였던눈물이쏟아졌고걸어도출렁밥한숟가락이들어가도넘쳐났다입으로코로귀로온몸구석구석에서철철흘렀다그런날재규형이자꾸따라다녔다재규형은어떤자리에서도존재감이없는사람이었다명절마다양말내복신앙촌담요들을
들고와선씩웃으며건네곤했다그런재규형이죽었다아무도울지않았다천명이넘는사람중말하는사람도없었다그런아저씨들이그렇게무서울수가없었다공장은장수를따라묻힌거대한병마총이었다이번엔울수도없었다온몸이눈물로철벅거리는데울수도없는슬픔만큼크나큰천벌은세상에없다가슴속엔젖은솔가지가타는매운
매운연기로꽉막혀말한마디나오질않는데도아저씨들한테밥을먹으라하고그만주무시라고허깨비처럼떠들고다니는게내가해야하는일이었다그게최선이었다85호크레인바로밑에재규형이몸을던진4도크가있다난아직4도크를한번도쳐다본적이없다쌍용차동지들때되면밥먹어라그리고밤이오면자라내말좀들어주라


JINSUK_85 질병으로 15명이 죽어갔다면 원인도 찾고 처방도 찾아내라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누군가가15명을 연쇄살인 했다면 온 국민이 나서 범인을 잡아 법정에 세웠을 것이다. 원인도 알고 범인도 아는 살인에 대한 거대한 묵계. 눈 멀고 귀 멀고 입없고 가슴 없는 장애국가.

JINSUK_85 노사합의조차 어기고정리해고를 밥먹듯하는 자본가가 나쁜가 15년 청춘바친공장에서 1년 두번의 해고통보받고 사무실책상 좀 부순 노동자가 나쁜가 노동자의 피눈물을 한번도 닦아주지않았던 법이 두아이의애비를 기어코 구속시켰다 수영아!힘내라 우리가 다 니편이다!

JINSUK_85 쌍차동지들!울지말고 술먹지말고 가슴치지말고 장례대책 세우지말고 투쟁 세웁시다!임무창동지 그냥보내면 또 울어야하잖아요 김영훈,박유기위원장 멱살이라도 잡고 투쟁을 조직할 분노!비통말고 분노!동지들 잘못아니예요 동지들이 잘못 싸워 이렇게된게 아니란말입니다!
아무 죄없이 공장에서 쫒겨난 마흔네살의 가장이 죽었습니다!가장의 실직으로 고통받던 마누라도 죽었습니다!수천명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쌍차!노동자의목숨을 앗아간 복귀약속파기! 임무창동지 그냥보내지맙시다!민주노총!금속노조!뭐라도 합시다!

JINSUK_85 지노위심판을 받기위해 나서는 조합원들을 배웅하는아침.손흔들고 돌아서는젊은녀석들의 등이 영감처럼굽었다 "어깨펴라자슥들아!" 고함을지르려는데 눈물이왈칵 우악스럽게 입을틀어막는다 서로의표정을 확인할수없는 이알맞은거리는 얼마나다행이냐

JINSUK_85 오늘도 출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정규직들만 주는 기념품을 못받은 하청노동자들,오늘도 온종일 서서 일해야하는 서비스노동자들,이시각에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화물연대동지들,그리고 1228일째 거리에 있는 재능을 비롯한 전국의 투쟁하는 동지들.모두 힘내시라!

JINSUK_85 정동지가 다쳤다 금속노조간부로 한진에서 체포영장떨어졌다 나가질 못하니 주말이면 가족들이온다 가족들 배웅한다 정문앞까지 갔는데 사복들이 덮쳐 사람을 번쩍들어 바닥에 메다꽂았단다 열다섯살 딸내민 얼마나놀랐을까 조합원들이 달려들어 잡혀가진 않았지만 걱정이다

JINSUK_85 작년 지리산 둘레길 걸으며 만났던 실상사가 갑자기 느닷없이 불현듯..눈앞에 그린 듯 선연하다 연꽃위에 앉아 말똥히 바라보던 청개구리 유록색 몸빛까지..정갈하면서도 도도하지 않고,고즈넉하면서도 낯가리지않던,참 안온하던 절집..수경스님은 무탈하신가

JINSUK_85 한진재벌이 조합원들에게 공장에서 나가지 않으면 하루 300만원씩 벌금을 물리는 '퇴거단행 및 사업장 출입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서 낼 결정이 난다. 이렇게 내몰린 노동자들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쌍용차에서 그렇게 밀려난 노동자가 어제 또 죽었다.

JINSUK_85 노사합의조차 어기고 정리해고를 밥먹듯하는 자본가가 나쁜가 15년 청춘바친 공장에서 1년 두번의 해고통보받고 사무실책상 좀 부순 노동자가 나쁜가 노동자의 피눈물을 한번도 닦아주지않았던 법이 두아이의애비를 기어코 구속시켰다 수영아!힘내라 우리가 다 니편이다!

JINSUK_85 김진숙 짐을 정리해서 내리고 문자와 소중히 간직했던 사진들을 지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력중 제가 선택한 건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럴것입니다 내일이나 모레 어떤밤들이 제게 다가올지 모릅니다 담담해지려 애쓰며 기다릴뿐입니다 그게 여러분들이든 특공대이든.

JINSUK_85 용역들 투입돼 우리조합원들 두들겨 맞는거 보고 그날이후 잠을 거의못잤더니 입안이 다 헐었습니다 자기일보다 더 격정적으로 한진에 쏟아주시는 열정들보며 비로소 점심을 달게 먹었습니다 이제 한시름놓습니다 유성과 강정은 여전히 힘듭니다 이제 유성과 강정으로!

JINSUK_85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꽃이 어디 있으랴 세상 모든 꽃이 흔들리며 피어나니 오늘밤 나는 야화다

JINSUK_85 약 5일 전 나이가 든다는게 저는 좋은점이 많은데 하고싶은일들을 못해본게 아쉬움이 많아요 그래도 언젠간 하게되리라 생각하며 삽니다 지금은 그열망이 아주 크구요

JINSUK_85 한진] 특공대가 다녀간 날,제일먼저 달려온게 조합원가족들이었습니다 김해에서 한시간 거리를 택시를 타고오는 사이에도 제가 불안해할까봐 웃는사진을 찍어 보내주고 조금만 기다려달라 당부했던 아이들.저를 보고 아빠를 보러온 아이들이 봉쇄된 문밖에서 웁니다

JINSUK_85 밥을 못먹어 죽을 먹는다는 어제 신문인터뷰를 보고 죽을들고 찾아 온 젊은이가 있었다 굳게 막힌문앞에서 사정해도 안되고 아는 연락처는없고.젊은여성이 혼자 담을넘다 용역들에게 걸렸단다 이 죽만이라도 전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해 겨우 들여온 죽으로 저녁을먹었다

JINSUK_85 저기요 트친님들, 더위에 장마가 닥치니 날씨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건 천하의 날라리도 어쩔수 없는 일,그냥 견뎌야 하는 일입니다 오히려 자꾸 날씨를 의식하게 됩니다 그 마음들 다 아니까 부디 날씨 걱정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JINSUK_85 심야버스타고 한진가대위가 서울엘갔습니다 돐도안된 아이와 학교가야할 아이들데리고 밤차를탔던 에미들.길도모르는 낯선땅의 새벽이 얼마나 막막했겠습니까 회장불참으로 무산된 청문회가 얼마나 절망이었겠습니까 월차내가며 따뜻하게 보듬어주신분들 눈물겹게 고맙습니다

JINSUK_85 효주는 태어나기전부터 아빠가 정리해고의 불안감에 시달렸다 아빠가 해고되자 엄마등에 매달려 집회다니고 서명받으러 다니고 국회청문회 다녀오고.이싸움에서 지면 효주는 살던집에서도 쫒겨나야한다 오늘은 효주의 첫돐.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어떤모습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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