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교정시설 내 1200여권의 금서 목록을 운용하던 법무부가 2002년 논란이 거세지자 이를 폐지했던 것을 생각하면, 시대를 거꾸로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던 시기와는 맥락이 다르겠지만, 이번 조처 또한 수용자 인권이나 도서 접근권을 ‘무시해도 되는 가벼운 사안’으로 본다는 점에선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 다를 바가 없다. 법무부는 최근 잇달아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강조하는 조처를 발표해왔다. 그에 비춰서라도 이번 조처는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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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교도소·구치소 등 교정시설 수용자에 대한 우송·차입 방식의 도서 반입을 불허하기로 했다고 한다. 금지 물품 및 유해간행물 반입을 막기 위한 조처라곤 하나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요,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다.
<한겨레> 11일치 보도를 보면, 교도소에선 이날부터 원칙적으로 영치금을 통한 도서 구매만 가능해졌다. 우편배송과 민원실 등을 통해 넣어주는 차입은 금지된 것이다. 법무부는 학습·종교·법률 관련 서적의 경우 교정시설에서 분류가 가능해 전달할 수 있다고 해명하지만, 기준은 모호할 수밖에 없다. 수용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영치금이 없는 사람은 더욱 상황이 곤란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법무부 쪽은 “교화 목적에 맞지 않는 도서를 반입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력·장비 개선은 단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를 대는데, 이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최근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수감자의 교도소 내 반입금지물품 반입현황’을 보면, 2015년 이후 올해 8월까지 모두 194건이 적발됐다. 이 중 담배(64건)뿐 아니라 음란물(43건), 흉기(20건)와 마약류(8건)까지 포함된 것은 심각하게 봐야 하지만, 외부 반입만이 교도소 내 기강 문란의 주요 원인이라는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반입 경로는 수용자 은닉(52건), 외부인 반입(38건)부터 교도관을 통한 반입(10건)까지 다양한데, ‘목욕물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리는 꼴’이 아닌가 싶다.
반입 금지 품목은 교정시설의 인력·장비 보강과 근무기강 확립을 통해 걸러내야 할 일이다. 손쉬운 일괄제한 조처는 ‘교화’라는 교정시설의 취지와도 어긋나는 과잉 조처다. 한때 교정시설 내 1200여권의 금서 목록을 운용하던 법무부가 2002년 논란이 거세지자 이를 폐지했던 것을 생각하면, 시대를 거꾸로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던 시기와는 맥락이 다르겠지만, 이번 조처 또한 수용자 인권이나 도서 접근권을 ‘무시해도 되는 가벼운 사안’으로 본다는 점에선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 다를 바가 없다. 법무부는 최근 잇달아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강조하는 조처를 발표해왔다. 그에 비춰서라도 이번 조처는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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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도소로 책 넣어주는 것 금지” 영치금 구매만 된다는 법무부
오늘부터 전국 교도소에서 시행
“음란서적·금지물품 반입 막으려”
인권단체 “영치금 없는 사람 곤란”
“교화 돕는 교정시설 취지 어긋나”
법무부가 11일부터 교도소 등 교정시설 수용자에 대한 우송·차입 방식의 도서 반입을 불허하고 영치금을 통한 도서 구매만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지 물품 및 유해간행물 반입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고 하지만 수용자의 도서접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11일부터 교정시설 수용자가 우송·차입의 형태로 도서를 들여오는 것을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을 전국 교정시설에서 시행한다. “교화 목적에 맞지 않는 도서를 반입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력·장비 개선은 단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제까지 교정시설에서 책을 받아 보는 방식은 우편으로 배송받는 우송과 외부에서 민원실 등을 통해 넣어주는 차입, 영치금으로 교정시설을 통해 구매하는 영치금 구매 등 세가지로 운영됐다.
소식이 전해지자 수용자 가족들이 가입해 있는 네이버 카페에는 법무부 방침에 관해 묻고 답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무협지를 좋아해서 늘 무협지 책을 사서 보내줬는데 11월부터는 책을 못 넣어준다고 한다. 안에서 새 책으로는 구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새 책이면 돈도 많이 들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들도 “오로지 안에서 영치금으로만 책을 사라는 소리인데 너무한다” “책 반입이 금지되면 이제 어떻게 지내냐”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금지 물품 반입을 감독하기 위한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지 않고 도서 반입 경로를 줄여 해결하려고 하는 법무부의 행정편의적 접근에 대해 비판이 제기된다.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영치금 구매만 허용되면 교도소가 서점에서 책을 대신 사주는 방식만 가능하기 때문에 사회단체 간행물 등 비매품이나 중고서적은 구하기 어려워진다. 학습·종교·법률도서는 예외로 뒀다고 해도 분류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지 의문”이라며 “수용자의 경제적 부담도 가중되고, 영치금이 없는 사람은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도 “도서 반입 과정에 금지 물품이 반입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수용자의 도서 반입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교화를 돕는 교정시설의 취지와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단순히 행정편의 때문에 시행하는 것이라면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고 과잉 조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옥바라지 업체 등을 통해 교도소로 음란서적 등이 많이 들어와 속을 썩고 있다”며 “교정본부 쪽에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가 도서 반입 경로를 일원화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학습이나 종교, 법률 관련 서적은 (교정본부에서) 충분히 분류 가능해서 반입이 가능하고, 개인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반입 도서도 달라질 수 있다. 유해간행물을 제외한 도서는 다 공급 가능하다”고 밝혔다.
법무부 교정본부에서 발행한 ‘2018년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한국의 교정시설은 2017년 기준 40만8621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전국 교정시설 수용자(미결수 포함)는 5만5198명이어서,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시설 수용자 1인당 평균 7.4권의 책을 접할 수 있는 셈이 된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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