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일 경향신문 사설. 찜질방, 낮잠, 라면…김진숙이 하고 싶은 것들 가운데 한 대목.
농성 300일째를 맞은 지난 1일 김진숙은 희망버스기획단이 마련한 ‘희망 라디오’ 행사에서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밝혔다. 배우 김여진씨가 전화를 걸어 “(농성을 풀고) 내려오면 뭘 가장 하고 싶으냐”라고 묻자 그는 “찜질방에서 몸을 지지고 싶고, 오래도록 낮잠도 자고 싶다”고 대답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싶고, 자취하면서 질리도록 먹었던 라면도 부쩍 많이 생각난다”고도 했다. 까마득하게 높은 쇳덩어리 크레인 위에서 사철을 보낸 ‘강철 투사’의 너무나 평범한 소원 앞에서 새삼 가슴이 짠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는 또 “좋아하는 계절이 뭐냐”는 질문에 “너무 혹독하게 사계절을 보냈더니 좋아하는 계절이 사라져버렸다”며 말끝을 흐렸다. 과연 누가, 무엇 때문에 이 여성 노동자의 일상적 즐거움과 좋아하는 계절을 앗아갔는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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