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0일 수요일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다시금 위기에 처해있다!!

<대구대학교 교수 시국선언>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다시금 위기에 처해있다!!

2013년 7월 10일 오후 3:27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다시금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는 독재체제를 시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민주적인 체제로 전환시켰고, 국제적으로도 나름대로 부끄럽지 않은 민주사회로 자처할 정도로 발전시켜왔다. 그런데 최근 확인된 국가정보원의 국내정치 개입, 그리고 이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두웠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 시기에 국가정보원이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인터넷 댓글로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 행위는 물론이고, 이러한 사실을 후안무치하게도 은폐, 축소, 왜곡하려는 집권세력 및 권력기관의 작태는 시민들이 생명을 바쳐 수립한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대단히 위중한 사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여야 간의 정쟁(政爭)적 사안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국기문란’ 행위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은 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확립된 한국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행위이며 헌법적 차원에서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루어야 할 사안이다. 정권적 차원에서 국가정보원을 국내정치와 선거에 활용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국기문란행위이며, 현 박근혜 정부 스스로의 정통성이 도전받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또한, 국정원이 과거 남북정상회담 당시 NLL과 관련된 대화내용의 공개여부를 이용하여 국내 정치과정에 직접 개입한 범죄를 덮고자 하는 것 역시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다. 국정원의 댓글달기나 일상적 정치개입이 ‘1차 정치개입’ 사건이라고 한다면, 이는 명백히 ‘2차 정치개입’이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NLL 발언이 담긴 회담록 발췌본을 국회 정보위원에게 열람토록 한 데 그치지 않고 멋대로 기밀문서를 일반문서로 전환하여 기록을 국회의원들에게 지공함으로써 만천하에 공개한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민감한 정치행위를 하는 것이며 ‘정치개입’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국가통치과정에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가 되어 법률적 신뢰를 상실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외교적 신뢰도 완전히 상실해서 정상간 대외외교가 심각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현재 집권층은 정권의 이익을 위해 국가기강을 뒤흔드는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현 정부의 여러 주체들이 보인 태도 역시 개탄스럽다. 먼저 경찰은 집권세력에 유리하도록 사실과 반하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만용을 저질러 놓고도 사과 한 마디 없었고, 법무부 또한 장관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검찰이 할 수 없이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하도록 유도하고도 전혀 부끄러운 기색이 없다. 

이번 사태를 박근혜정부가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따라 박근혜정부의 민주적 정통성 자체가 심각하게 흔들릴 우려가 크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사태를 축소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면서 이 시기를 모면하려는 잘못된 방향을 택하고 있다. 만약 여기에 권위적인 통치전략까지 더해진다면 이는 현 정권의 실패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우리 국민과 국가에 큰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심각한 민심이반을 경험했던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을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하고 철저한 수사와 함께 대대적인 권력기관 개혁을 단행함으로써 정상적인 민주정치를 회복하여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현 상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 사과하고 정부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약속하라
- 집권여당은 불법적 선거개입에 대한 국정조사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라
-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즉각 구속 수사하라
- 국가기밀을 자의로 누설하여 헌정질서를 교란한 남재준 현 국가정보원장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구속을 저지한 황교안 법무장관을 즉각 해임하라.
- 국가기관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라.

2013년 7월 10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대구대학교 서명 교수 일동

고진한, 김문봉, 김성진, 김성해, 김양희, 김용원, 김인숙, 나인호, 남영복, 민병준, 백순철, 안병억, 양난주, 유병제, 이규환, 임석회, 전승훈, 최병두, 허영은 (1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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