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5일 월요일

흥미진진한 대학 교수님 독서생활 탐구/ 백원근, 교수신문 2018.11.05

기고_교수신문 '교수 독서실태 설문조사' 분석

한국인의 독서실태 관련 자료로 주로 활용되는 것이 ‘국민 독서실태 조사’(문화체육관광부)와 ‘사회조사’(통계청)이다. 두 조사는 여러 특징과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점점 책을 읽지 않는 한국인의 자화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정부 통계라는 공신력에 더해 장기간의 시계열 조사가 보여주는 국민 독서 지표의 하강 곡선은 절망적이다. 책이 창의력의 원천이라는데, 이제 국민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책과 담을 쌓은 ‘책맹(冊盲) 사회’에 미래에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에 <교수신문>이 실시한 대학 교수 독서실태 조사는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롭다. 전문 분야의 연구와 강의가 직업인만큼 일반 국민보다 훨씬 넓고 깊게 읽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구체적인 독서생활 방식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았다. 조사에 응답한 대학 교수 405명의 월평균 독서량은 3.7권으로 국민(성인) 연평균 독서량 8.3권에 비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런데 평균치의 마술이 그 정도이고 ‘한 달에 1권 이내’로 읽는 교수가 24%, ‘2권’ 30%, ‘3~4권’ 26%, ‘5권 이상’ 20%로 나타나 교수 사회 안에서 독서량 편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 확인됐다. 독서 빈도에서 ‘매일’ 책을 읽는 비율이 47%로 성인 평균치(5.3%)보다 훨씬 많지만 ‘한 달에 한 번’(17%) ‘몇 달에 한 번’(7%) 읽는다는 비율도 적지 않았다. “교수님들은 책을 많이 읽을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뒷받침할 만한 독서량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교수들이 즐겨 읽는 장르는 ‘인문’ 분야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성인 평균치에서 ‘문학’(36.7%)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과 비견된다. 응답자의 전공 분야가 인문, 사회, 기타(이공, 의학, 예체능) 계열로 3분의 1씩 나뉜 것을 고려하면, 전공과 무관하게 인문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책 읽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연구, 강의, 행정 업무 등 일 때문에 바빠서’를 1순위로 응답한 비율이 8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만약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근무 환경이 만들어질 경우 독서량이 늘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일한 문항의 2순위 응답을 보면 ‘책을 읽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51%)라는 응답에 이어 ‘다른 여가활동으로 시간이 없어서’(27%), ‘읽을 만한 책이 없어서’(7%), 소수 응답이지만 ‘어떤 책을 읽을지 몰라서’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각각 2%)라는 답변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번 조사는 자유로운 참여 의사에 따른 응답이어서 표본의 대표성이 확보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듯하다(성별로 남성이 78%, 연령별로 50대 이상이 86%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최고 지성인 집단인 교수 사회의 독서실태에 대한 기초 정보를 제공해 준 점, 연구실과 자택에 보유한 평균 장서량(3천452권)을 퇴임 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교수가 많다는 점, 도서 구입량에 비해 실제 독서량이나 도서관 이용 비율(도서 입수처 비중에서 21%)이 높지 않고, 독서량 편차가 크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은 나름의 의의가 있다고 본다. 

설문 응답 교수들은 독서를 삶, 기쁨, 성찰, 교감, 확장이라 정의했다. 이런 독서에 대한 열정을 부디 책을 멀리하는 학생들이 체감하도록 전하는 메신저가 되어주시길 바란다. 책을 안 읽는 학생들에게 재미난 책을 소개하며 생각을 자극하는 교수님들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가운데 기쁨을 얻는 학교 공동체를 그려본다.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3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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