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의 길] 일본을 가다 ① -고등교육정책
■시리즈를 시작하며…
세계는 지금 격변기에 있다. 모든 곳에서 세계화는 가속되고, 정보통신과 교통분야에서의 기술혁신은 생활권을 지구촌으로 넓히고 있다. 국가 간 상호 영향과 의존도는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빈곤이나 분쟁, 감염증이나 환경문제, 에너지 절약 문제 등은 전지구적인 과제가 됐다. 여기에다 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밀려오면서 인류는 전혀 낯선 환경에 직면해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65%는 대학 졸업 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앞으로 10~20년 사이 47% 정도의 일자리가 자동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주 15시간 근무가 보편화한다고 한다. 산업혁명 후 지속돼 온 인류 삶의 패턴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이다.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미래에 대한 예측을 종합해 보면 세상의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미래 직업은 불투명하며, 생활환경 변화는 예측도 쉽지 않을 정도로 변화 폭이 크다. 지금과 같은 교육은 더 이상 지식발전도, 인재육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생존 차원에서 대대적인 교육혁신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학혁신에 국가자원 배분을 늘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2021학년도부터 대학입시 지원자 수 급감으로 미달사태가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고3 학생이 약 57만명이지만 내년엔 52만명, 2020년 45만명으로 급감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대학이 가장 많이 밀집돼 있는 대구·경산권 대학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본격적인 차별화·특성화 정책을 펴고 있다. 영남일보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혁신에 나서는 각국의 대학현장을 찾아가 본다. 그 첫 편으로 일본의 대학을 소개한다.
◆온갖 난관에 직면
일본 인구는 2008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2030년까지 20~30대 젊은 세대가 약 20%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OECD는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 생산연령인구 비율이 가맹국 중 최하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75세 이상이 다수를 차지해 ‘간병’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반면 초·중·고 학생 수는 모두 최근 감소세다. 2017년 조사에서 고등교육기관(대학) 진학 연령인 18세 인구는 현재 약 120만명에서 2032년에는 처음으로 100만명을 밑도는 약 98만명이 되고, 2040년에는 약 88만명으로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인구이동 면에서는 도쿄 일극(一極) 집중 추세가 가속화해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도쿄권에 살고 있다. 반면 인구감소와 대도시 이주로 인해 지방공공단체의 소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2030년쯤에는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을 비롯한 기술혁신이 한층 진전돼 사회나 생활을 크게 바꿔 갈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국민이 바뀐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뒤처진 4차 산업혁명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
◆소사이어티 5.0
일본의 이러한 문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대응하고 비전을 제시한 것이 소사이어티(Society) 5.0이다. 일본은 2016년 수립된 5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소사이어티 5.0을 발표했다. 인구감소, 초고령화사회,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삶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종합계획을 담았다.
소사이어티 5.0이 추구하는 인재상은 △인간의 강점인 현실세계를 이해하고 의미있게 만들 수 있는 감성·윤리관 △대립적인 견해를 조정하는 능력 △책임감 등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학교 수업은 독해력 등 기반적인 학력을 확실히 습득시키면서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개성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과학적 사고, 통찰력, 호기심, 탐구력을 갖춰 새로운 사회를 견인하는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해답 없는 문제에 대한 분석 및 대처능력을 향상시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4차산업혁명 대비
종합 비전 소사이어티 5.0 발표
문·이과 융합교육 등 실현나서
대학 법인화·정원감축 등 유도
학령인구 감소 대비도 준비 중
문부성 종합교육정책국 신설
교육정책 전반 횡적으로 추진
일본 일반대(4년제)는 인문계 50%, 이공계 20%(12만명), 보건계 10%, 교육·예술계 20%를 점유하고 있다. 이공계 비중이 독일(40%), 핀란드·한국(약 30%) 등보다 훨씬 낮다. 이에 따라 △‘공정하고 개별적으로 최적화한 배움’을 실현하는 다양한 학습의 기회와 장소 제공 △기초적 독해력, 수학적 사고력 등 기반적인 학력이나 정보활용 능력의 모든 학생 습득 △문·이과 융합 또는 통합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 능력이나 적성에 따라 개별적으로 최적화한 배움의 실현을 위해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어휘의 이해, 문장의 구조적인 파악, 읽기, 계산력이나 수학적인 사고력 등 기반 학력 신장을 위해 학습지도방법을 개선한다. 나아가 인문계 학생이 확률·통계와 기초적인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이과 학생은 인문·사회분야를 필수과목으로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더불어 AI 전문 인재의 육성,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의 확대·강화, 글로벌교육 강화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학교육 개혁
일본의 교육개혁은 3차 기본교육진흥기본계획(2018~22년)에 다 담겨 있다. 지난 10년간 국립대 법인화와 사립대 정원감축 및 학과개편을 유도해 온 문부과학성은 이번 3차 교육진흥기본계획 기간 중에는 △대학의 국제경쟁력 확보 △지방대의 지역밀착 강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다양한 개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우선 국립대는 비용/편익을 계산해서 확실한 결과를 내는 방향으로 특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크게 세 가지 모델로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대부분의 지방 국립대는 지역밀착을 강화해 지역문제 해결의 혁신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침체를 겪고 있는 지방의 상황을 감안해 대학이 학생교육뿐만 아니라 평생교육, 재교육, 사회교육 기능을 담당하게 하려는 취지다. 또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해 지역에 취업시켜 산업생산력을 높이고 정주인구도 늘어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역에 필요한 인력 공급을 위해 학과 개편을 유도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선 국립대-국립대, 국립대-사립대, 사립대-사립대 협력 및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다.
둘째는 공업대·예술대 등 특성화 대학은 광역권 또는 전국적 경쟁력을 갖도록 업그레이드한다. 특성화도 좀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차별화한 방향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경쟁대학과 유사한 대학이 아닌 유일한 대학, 독특한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책을 펴고 있다.
마지막 모델은 최일류 우수대학 육성이다. 이들 대학은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문부과학성에서 중점 지원한다. 도쿄대·도쿄공업대·가쿠인대·교토대 등 5개 국립대는 중점지원 대학으로 지정됐다. 문부과학성은 이와 함께 도쿄대·교토대·오사카대·와세다대 등 일본 13개 대학을 세계대학 랭킹 100위권 내로 진입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또 가나자와대를 비롯한 국립 10곳, 공립 2곳, 사립 10곳 등 모두 24개 대학을 글로벌화 견인형 학교로 지정했다.
◆종합교육정책국
지난달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육 분야 최대 국(局)으로 종합교육정책국을 신설했다. 인생 100년 시대, 슈퍼 스마트 사회(Society 5.0), 세계화와 인구감소 등으로 직면하게 될 교육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대규모 부서를 신설한 것이다. 국의 명칭에서 보듯 학교교육·사회교육을 통한 교육정책 전반을 종합적·횡적으로 추진한다. 종합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평가·개선한다. 종합교육정책국에는 정책과, 교육개혁·국제과, 조사기획과, 교육인재정책과, 평생학습추진과, 지역학습추진과, 남녀공동참가공생학습사회학습·안전과를 두고 있다.
특히 사회교육진흥총괄관을 배치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일본은 그동안 사회가 시스템적이고 안전한 탓에 평생교육 수요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지 않고 지금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평생학습사회 실현을 위한 사회교육 진흥에 적극 나선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 지방 유지를 위한 지역사회 교육, 나만이 아닌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교육 등을 위해서다. 종합교육정책국은 물론 문화청, 스포츠에이전시, 학교교육 담당부서 등과의 업무연계를 위해 사회교육진흥총괄관을 배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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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학정책 초점은 1차적으로 2030년에 맞춰져 있다. 문부과학성 2030계획은 여러 가지 정책목표가 있지만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이 인구감소에 따른 대학입학 정원 대량 미달사태에 대응하는 것이다. 일본정부가 2016년과 2030년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대학입학연령인 18세 인구는 1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현재 18세 인구는 119만262명이고 이 가운데 61만8천423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반면 2030년 18세 인구는 104만7천836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대학진학자는 55만2천970명으로 대학정원에 1만6천560명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대학 평균 정원충족률이 2016년 104.3%에서 2030년 93.3%로 11%포인트 줄게 된다.
문제는 이 기간 대도시지역에 비해 지방의 인구감소폭이 더 커 지방대학 생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일본정부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지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30년 대학 정원 100%를 채우는 지역은 도쿄시(101.7%)와 오키나와현(107.6%) 두 곳밖에 없다. 하지만 오키나와현 지역대학의 입학정원은 4천명도 안돼 사실상 도쿄를 제외한 전지역에서 대학정원을 채우기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특히 아오모리현(70.4%), 후쿠시마현(74.9%), 아키타현(76.9%), 이와테현(78.1%) 등은 80%를 밑돌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대학별이 아닌 행정구역 단위로 분석한 자료라는 점에서 지방대학 중 사실상 폐교 위기에 직면한 대학은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일본 문부과학성은 엄격한 정원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일본은 그동안 엄격한 정원관리를 하지 않아 국립대의 경우 10%, 사립대는 학과에 따라 최대 30%까지 정원을 초과해 모집하기도 했다. 현재 일본정부는 초과모집 정원을 전체 5% 이하로 제한했으며, 궁극적으로는 아예 없앨 방침이다. 이를 어길 경우 재정지원에 불이익을 주거나 추가등록금을 국가에서 회수하기로 했다. 또 도쿄23구(區) 내 대학은 정원 동결조치를 취했다. 일본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학생모집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대도시지역 대학과 명문대 정원을 엄격하게 관리해 지방대학의 충격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함이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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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혁신의 길] 일본을 가다 ② -슈도대학교
국제평화 및 문화의 도시로 알려진 히로시마는 일본에서 가장 큰 섬인 혼슈 서쪽에 위치해 있다. 히로시마시 인구는 100만명이 넘고, 히로시마현은 280만명이다. 대구시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고 주요 산업은 자동차 제조다. 이곳에 바로 사립 명문 슈도대학이 있다. 슈도대는 1725년 히로시마 번(藩)의 5대 영주인 아사노 요시나가가 번 학교인 고가쿠쇼를 설립한 데 뿌리를 두고 있다. 1960년 히로시마 상과대학(히로시마 쇼카 다이가쿠) 상학부 상학과 설립을 실질적인 개교 시기로 본다. 지난 5월 기준 학생 수가 약 6천300명(학부생 6천200여명, 대학원생 50여명 등), 교수진은 202명이다. 상학부(1천389명), 인문학부(1천360명), 법학부(1천295명), 경제과학부(1천705명), 인간환경학부(655명), 건강과학부(335명), 국제커뮤니티학부(167명) 등으로 구성돼 있는 데서 보듯 인문사회학부 중심(특성화) 대학이다. 평균적으로 보면 매년 슈도대 학생 200명이 외국에서 공부하고, 외국에서는 140명 정도가 슈도대로 유학 온다. 이 대학 학부생 중 중국인이 58명, 한국인은 10명이다.
◆중국(中國)·사국(四國)지방 최고 사립명문
혼슈 서쪽 끝에 있는 지방을 중국(中國)지방으로 부른다. 중국은 돗토리·시마네·오카야마·히로시마·야마구치현으로 구성된다. 남쪽으로는 세토 내해를 사이에 두고 시코쿠(四國)섬과 마주한다. 시코쿠는 도쿠시마·가가와·에히메·고치현으로 구성돼 있다. 규슈 섬과 시코쿠 섬은 대교로 연결된다. 슈도대는 중국·사국지역 최고 명문 사립대로 꼽힌다. 히로시마대학이 최고 국립대로 우수 인재 육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지만, 슈도대는 지역에 필요한 인재 육성으로 이 지역 최고 명문 사립대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대학입학 연령인 18세 인구가 계속 줄면서 일본에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해마나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슈도대는 지원자가 줄지 않고 있다. 2018학년도 입시에서 1천415명 모집에 1만611명이 응시해 지난 3년간 비슷한 경쟁률을 보였다. 현재와 같은 학령인구 감소상황에서 슈도대처럼 꾸준한 입시경쟁률을 나타내는 대학은 드물다. 지원자를 모이게 하는 매력은 철저한 지역 특성화에 있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 설명이다.
지자체·기업체와 끈끈한 관계
CEO·고급간부 배출도 잇따라
철저한 특성화 덕 지원 줄이어
4월 국제커뮤니티학부 개설 등
학문보단 실천형 과목에 초점
2/3가 교수인 이사회가 운영
“히로시마 지역연계 활동 통해
대학의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
슈도대의 인재 육성 방침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세계적인 지식으로 지역에서 일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슈도대는 지역 인재 육성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지역 경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中國)지역 기업체 사장을 출신 대학별로 분석하면 사립대 중에선 슈도대가 가장 많다. 일본 전역으로 보면 사립대 가운데에서는 긴키대학 출신 사장이 가장 많지만 중국지역에서는 슈도대 출신이 긴키대보다 앞선다. 슈도대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슈도대가 이처럼 경쟁력을 확보한 배경에는 특유의 ‘인턴십’이 자리한다. 슈도대가 지자체·신문사·기업체 등에 인턴십으로 파견하는 학생은 국립 히로시마대보다 더 많다. 전통적으로 인턴십을 통해 기업체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지역 경제단체와 관계도 좋다. 히로시마대가 세계적 연구자를 배출한다면 슈도대는 지역 인재 육성으로 차별화했다.
일례로 일본에서는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와 오사카 오코노미야키가 양대 산맥을 이루는데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 소스회사의 책임자가 슈도대 출신이다. 이처럼 기업체와 연계를 통해 취업을 확대하고 사장 등 고급 간부를 배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수학생이 슈도대를 찾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은 것이다. 하지만 슈도대 또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 신입생 모집, 취업률 등 모든 지표가 좋지만 다가오는 미래에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하지 않으면 응시인원이 감소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슈도대 혁신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사회 부응 학부 신설 잇따라
이시가와 전임 총장은 새로운 사회에 부응하고 대학의 미래를 생각해 ‘학부 신설’이라는 결단을 내린다. 하지만 새로운 학부를 만들더라도 효과를 보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만큼 사회수요를 예측해 선제적으로 학부를 신설했다. 이 과정에서 학내의 많은 저항이 있었고 학부 신설 후에도 많은 곤란을 겪기도 했다. 슈도대는 스즈가미네여자단기대학과 합병 후 이 대학 건강영양학과와 슈도대 심리학과를 합쳐 2017년 4월 건강과학부를 신설했다. 또 2018년 4월에는 국제커뮤니티학부를 신설했다.
슈도대가 스즈가미네여대와 합병한 것은 지역 경제계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즈가미네여대는 지역 경제계의 필요에 의해 설립된 대학으로 건강영양학과에서 관리영양사를 배출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관리영양사 취득 후 지역 기업체에 취업했다. 하지만 스즈가미네여대는 저출산으로 학생 모집이 줄어들면서 건강영양학과 외에는 신입생 모집이 잘 안돼 폐교할 수밖에 없었다. 슈도대 또한 지역 경제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학교를 성장시켜 오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두 대학 통합이 성사됐다. 슈도대는 합병 후 정신적 건강을 다루는 기존 심리학과와 건강먹거리를 책임지는 스즈가미네여대 건강영양학과를 합쳐 건강과학부를 신설했다. 학부 신설 당시 심리학과와 건강영양학부 모집정원은 각각 80명으로 정했다.
지난 4월에는 국립 히로시마대 교수를 영입해 국제커뮤니티학부를 신설했다. 슈도대 인재육성 방침인 ‘세계를 배우고 지역에서 일하는 인재 육성’을 구체화하기 위함이다. 기존 슈도대 국제정치학과가 실용성이 떨어져 취업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현실도 한몫했다. 국제커뮤니티학부 정원은 국제정치학과와 지역행정학과 각각 75명이다. 두 학과 학생은 학문적 교육보다는 체험적이고 실천형 과목을 배운다. 수업과목은 정치이론, 일본정치사, 일본정치, 동양정치, 지방자치론, 지방재정론, 합의행정론, 자금개혁론, 자치제 행정실무, 정책구성론, 사회정책론, 정책시스템, 공공정책론, 헌법, 행정법, 지방자치법, 민법 등 다양하다. 국제자원봉사단체, 국내외 지자체 협력기관, 지역 기업체 국제교류업무 등에 필요한 인재를 키워 달라는 지역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기존 국제정치학과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체질 개선시킨 것이다.
◆슈도대 운영주체
슈도대는 소위 1인 오너체제 사립대가 아니다. 히로시마경제대·야쓰다여대 등 주변에 1인 오너체제 대학이 있지만, 슈도대는 교수조직과 이사회를 두 축으로 하는 시스템으로 학교를 운영한다. 이사회에서 이사장을 선출하고, 대학을 실질적으로 경영한다. 총장·부총장·학부장 등 이사회 3분의 2가 교수다. 이사회 회의에서는 학교 의견을 반영해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 학교운영에 필요한 재정 부문은 재무이사가 맡는다. 재무이사는 지역 경제계 출신이나 은행권 근무 경력이 있는 전문인이다. 재무이사 외 전무이사·사무국장 등도 대부분 전문가들이 맡고 있다.
◆장기발전 구상
2년 연속 새 학부를 신설함에 따라 슈도대의 학교 운영 유동성이 증가했다. 무엇보다도 신설학부 학생들이 졸업해 취업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운영해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신설한 두 학부의 성과를 보고 4~5년 뒤 학부 추가 신설이나 변경 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원칙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요구가 있을 경우 새로운 학부나 학과 신설은 늘 열려 있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인문사회계 중심인 슈도대 특성상 4차 산업혁명과 AI(인공지능)시대 도래는 대학 경쟁력 약화 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컴퓨터학부처럼 이공계 학과라도 지역의 요청이 있고 사회적 수요가 있다면 어떻게든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인구감소는 학교운영의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슈도대는 그런 만큼 지역연계를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지금까지는 지역 경제계 중심이었으나 앞으로는 지역사회 전체로 연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재해지역 봉사활동은 물론 마을 등과 연계해 지역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지난 가을 태풍피해 지역에 자원봉사 학생들을 파견했다. 학생들은 지역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도 수행한다. 지역활성화 아이디어나 지역복지계와 연대한 아동지원활동 범위를 매년 넓혀가고 있다. 교수진을 활용한 오픈 아카데미를 열고 지역민을 위한 교양강좌를 강화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한글강좌가 인기라는 사실이다.
다카노리 미카미 총장(국제정치학과)은 “지방자치행정기관·지방의회와의 연계 확대를 통해 지역활성화와 함께 대학의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면서 “여건이 허락된다면 히로시마현 전체를 대상으로 지역연계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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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혁신의 길] 일본을 가다 ③ -시가대학교
시가대학교(滋賀大學校·Shiga University)가 있는 일본 시가현은 간사이 지방에 있다. 간사이 지방은 교토·오사카 2부와 시가·효고·나라·와카야마·미에 5현을 포함한다. 시가현 면적은 4천17㎢이며 인구는 141만명(2018년 4월1일 현재)이다. 시가현에는 일본 최대의 호수 비와호가 있다. 교통환경이 편리해 물류기지, 공장, 연구개발시설 등이 많다. 최근에는 JR 서일본의 어번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교토와 오사카의 위성도시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시가현처럼 도쿄 수도권 이외 지방에서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현은 손에 꼽힌다.
◆현주소
비와호에 인접한 시가대는 1949년 시가사범학교, 시가청년사범학교, 히코네경제전문학교를 통합해 설립한 대학이다. 2학부·2캠퍼스 체제로 지금껏 단일 캠퍼스가 없다. 교육학부는 오쓰(大津)에, 경제학부는 히코네시에 캠퍼스가 있다. 두 캠퍼스는 약 60㎞ 떨어져 있다. 대학본부는 경제학부가 있는 히코캠퍼스에 있다. 지난해 데이터사이언스학부가 신설돼 현재는 3학부·2캠퍼스 체제다. 교육학부 230명, 경제학부 460명, 데이터사이언스학부(과) 100명, 대학원 113명(이상 입학정원 기준), 외국인 유학생 150여명 등 학생 수가 3천200여명인 중규모 대학이다. 오쓰·히코 캠퍼스 모두 규모가 크지 않다. 강의실, 교수연구실, 도서관, 체육관, 강당 등을 갖춘 건물밀집형 캠퍼스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시가현 인구는 계속 늘고 있어 시가대 신입생 경쟁률은 2.5~3대 1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도쿄23구와 오사카·교토지역 우수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해 입학자원이 비교적 우수하고 취업률도 높아 간사이지역에서는 인기 있는 국립대로 통한다. 부총장 겸 이사인 아키히로 오구라 교수는 “시가대는 통상적인 지방 국립대보다 상황이 많이 좋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대 법인화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면 10% 정도 예산이 줄었다. 문부과학성에서 해마다 1%씩 예산을 줄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국립대처럼 시가대 또한 기존 예산을 합리적으로 운용해 투자예산을 확보할 것인지, 다른 대학과의 경쟁(공모)을 통해 경쟁예산을 확보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경쟁력
△교육학부 취업률 종합국립대 1위= 시가대 교육학부는 1875년 오쓰시에 설립된 소학교 교원 전습소(小學校敎員傳習所)가 모태가 됐다. 1898년 시가현 사범학교로 개칭했고, 1949년 시가대 학예학부(1966년 교육학부로 개명)가 됐다. 시가현을 비롯한 각지에 우수한 교원을 배출한 지역의 대표적인 교사 양성 학부다. 모집정원은 230명으로 유아교육 및 초·중등 교사를 양성한다. 초등교육과정은 유아교육전공을 비롯해 교육문화전공·학교임상전공·환경교육전공·초등영어·초등과학·초등 교과목 전공 등으로 구성돼 있다. 중등교육과정은 과목별 전공이 있고, 별도로 장애아 전공이 있다. 무엇보다도 교사 취업 실적이 뛰어나다. 2010~2015년 6년간 평균 교원 취업률은 일본 44개 교원양성 국립대 학부 중 4위다. 상위 3개 교는 단과교육대학(교대)이어서 종합대학 교육 학부로 치면 사실상 시가대가 1위다.
△경제학부 국립대 최대 학부= 시가대 경제학부의 전신은 1922년 설립된 히코네고등상업학교다. 이 학교는 사혼상재(士魂商才·무사 정신과 장사의 재능을 겸비함)를 건학정신으로, 깊이 있는 교양과 상호부조·사회봉사 정신을 가진 상업인 육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시가대 경제학부는 이 전통을 계승해 1949년 5월31일 새로 출범했다. 입학정원 460명에 5학과 17강좌로 구성돼 경제학부가 있는 일본 30개 국립대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학부 내에는 경제학과·금융학과·기업경영학과·회계정보학과·사회시스템학과가 있다. 경제학부가 있는 30개 국립대 중 랭킹은 10위이고 지방대 가운데는 단연 1위다. 취업률은 96~97%이고 60%가 대기업에 취업한다. 지역 내 취업률은 10% 정도다. 일본정부는 2021년 지역 내 취업률을 2016년과 비교해 10%포인트 더 올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대도시 경제인력 공급대학으로 외지 취업률이 높지만 대학 측은 지역취업률이 15% 선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대 경제학부는 확실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 ‘취업 만족도 향상→우수학생 입학’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일본 첫 데이터사이언스학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대는 미래 수요를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데이터사이언스학부(과)를 일본 대학 최초로 신설했다. 경제학부 입학정원을 100명 줄이고 2017년 4월 데이터사이언스학부를 만들었다. 데이터사이언스학부는 사회에 넘치고 있는 데이터에서 가치를 도출하는 학문이다. ICT(정보통신기술)가 진화한 현대사회는 사업·의료·교육·행정 등에서도 고급 데이터 처리 능력, 데이터 분석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학부를 신설했다.
정부서도 혁신 모범사례로 선정
교육학부 취업률 종합대학 1위
국립대 기준 최대규모 경제학부
취업률 97% 육박…60% 대기업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도 적극적
재학생 20%는 외국대학서 공부
하지만 개설과정에 상당한 갈등과 저항이 있었다. 일본 최대 경제학부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에도 굳이 모집인원을 줄이면서까지 새 학부를 신설하자는 데 선뜻 동의할 교수가 없었던 것. 하지만 당시 총장은 일본의 산업구조, 4차 산업혁명, 인구 구성 변화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 안주는 미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정부예산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현상을 유지하면 학교는 점점 위축돼 궁극적으로 학교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며 설득했다. 정부정책에 부응해 학교혁신을 이뤄야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예산과 외부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는 비전 제시에 결국 반대하던 교수들도 마음을 돌렸다. 다만 경제학부 정원 감축에 따른 인위적인 인력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경제학부 교수가 정년퇴임할 경우 추가적인 교수채용은 하지 않고 있다. 반대로 신설된 데이터사이언스학부는 필요한 교수진을 계속해서 충원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시가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신설을 국립대 혁신 모범사례로 선정하고 학부 운영에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교육 과정은 통계·정보의 기초능력 습득뿐만 아니라 실제로 데이터 분석 결과를 의사 결정에 활용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구성돼 있다. 1~2학년 때는 통계 및 정보 공학의 기초적인 내용을 익히고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 실례를 배운다. 3~4학년 때는 다양한 영역에서 과학적 데이터 분석 기법을 배우고, 실제 데이터를 이용한 연습을 통해 가치 창조의 실전 경험을 쌓아간다. 또 각자 관심 분야에 따라 특화된 커리큘럼이 준비돼 있다.
데이터사이언스학부는 응용분야가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분야에도 많아 문리융합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 관리·가공·처리·분석은 이과분야지만, 분석 결과를 가치 창조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배경을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해 문과적 지식배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커리큘럼은 정보·통계 관련 과목에 경제·경영 등의 교양 과목이 포함돼 있다. 그 외 비즈니스 등 기업현장을 파악할 수 있는 교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데이터사이언스학부 졸업자는 일정 학점 취득 후 ‘조사사’ 자격을 취득한다. 또 정보처리 기술자 시험 (기본정보기술자 시험·응용정보기술자 시험), 통계 검정(준 1급·2급), 품질 관리 시험(2급)도 응시할 수 있다.
시가대는 데이터사이언스학부 신설에 앞서 기업의 수요조사를 충분히 했다. 또 신설 후에는 교내 데이터과학교육연구센터를 통해 공동연구·교육제공·컨설팅제공·인턴파견 등 다양한 기업·단체와 네트워크 활동을 펴고 있다. 주된 교류 대상은 데이터 수요가 높은 금융·서비스·공공단체·제조업 등이다. 이로 인해 기부금 수입과 외부용역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및 지역연계 강화 시스템
시가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경제학부의 경우 외국인 비중이 장·단기 합쳐 200명에 이른다. 전체 정원의 10% 규모다. 외국인 입학생은 정원 내 최대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재학생들의 글로벌화도 촉진하고 있다. 재학생 20% 정도를 졸업 전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유학기간은 한 달에서부터 1년까지 다양하다.
시가현에는 소규모 대학이 10개 정도 있다. 대학 간 컨소시엄화는 돼 있지만 잘 운영되고 있는 편은 아니다. 정부에서는 사립대와 국립대의 협력발전을 유도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잘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시가대 역시 대학차원에서는 성과가 미미하다. 하지만 데이터사이언스학부와 교육학부는 다른 대학 학부와 학점 인정(대학 간) 등을 하고 있다. 국립대로서 지역사회와의 협력강화도 과제다. 시가현·시가시와 협력관계를 갖고 있고, 경제단체·기업 등과도 연계돼 있으며, 지역민을 대상으로 공개강좌도 마련하고 있지만 호응이 좋은 편은 아니다.
지역 및 글로벌 과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미래지향적인 문리융합형 신학부(데이터사이언스학부) 설치에 성공한 시가대는 이제 또 다른 장기발전계획을 추진 중이다. 현재 △재교육 기능 강화 △지역 이노베이션을 담당하는 인재육성을 위한 대학원 조직 재편 △시가현 내 국·공·사립대와의 제휴 추진 등 제3기(2016~2021) 중기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지식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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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혁신의 길] 일본을 가다 ④-리츠메이칸대학교
리츠메이칸대학교(立命館大學校)는 일본 간사이 지방의 4대 사립명문, 소위 ‘칸칸도리츠(關關同立)’ 중 하나다. 칸칸도리츠는 칸사이대(關西大), 칸세이가쿠인대(關西學院大), 도시샤대(同志社大), 리츠메이칸대(立命館大) 등 간사이 4개 명문 사립대 앞글자에서 따온 말이다. 메이지대, 아오야마가쿠인대, 릿쿄대, 주오대, 호세이대 등 도쿄 5개 명문 사립대 ‘MARCH’에 비견된다. 리츠메이칸대는 교토 기누가사캠퍼스(KIC), 시가현 비와코쿠사쓰캠퍼스(BKC), 오사카부 이바라키캠퍼스(OIC) 등 3개 캠퍼스가 반경 30㎞ 안에 있다. 기누가사캠퍼스가 가장 오래됐으며, 2015년 4월 문을 연 이바라키캠퍼스의 역사가 가장 짧다. 3개 캠퍼스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간사이 지역 4대 사립명문의 하나
KIC·BKC·OIC 등 3개 캠퍼스
반경 30㎞ 이내 독립적으로 운영
재학생 40% 이상은 역외서 진학
내년엔 ‘글로벌 교양학부’ 설치
외국인 교원비율 50% 확대 추진
지역사회와 협력을 중대 가치로
교육·연구·캠퍼스 만들기 추진
다양한 활동 통해 상호신뢰 구축
아시아·세계 연결하는 관문 자청
◆글로벌화 진행 중
리츠메이칸대는 2018년 10월 말 현재 3만2천여 명이 재학 중이다. 니혼대·와세다대에 이어 학생 수 3위다. 재학생의 40% 이상이 간사이지역 외에서 입학하는 전국단위 대학이다. 또 64개국에서 2천여 명의 유학생이 공부하는 등 양적인 부분에서 일본 최상위그룹에 속한다. 해외 유학 중인 학생은 1천800명이다. 과학 연구비 조성 금액 사립대 3위(2017년 기준 킨키지역 사립대 1위), 민간 기업으로부터 수탁 연구 실시 건수 전국 2위(2016년도 기준 국공립 포함) 등 질적으로도 뛰어나다.
현재 리츠메이칸대는 선진 국제교육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화가 진행 중이다. 2019년 4월에는 새로운 글로벌 교양학부를 설치하고 신입생을 모집한다. 리츠메이칸대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2014년도 ‘슈퍼 글로벌 대학 창성 지원사업’의‘세계화 견인형’에 선정됐으며, 2017년도 중간평가에서는 A를 받았다. ‘2030계획’에 의하면 앞으로 외국어로 수업하는 과목을 1천145개로 확대한다. 유학생 수는 4천500명, 해외 유학 파견 학생 수는 3천2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일본 사립대 3위, 세계 200위권 대학, 외국인 교원 50% 비율 확대, 이과계 8천명 국제화 등을 추진 중이다.
◆야심찬 OIC 프로젝트
OIC는 리츠메이칸대가 21세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야심차게 조성한 캠퍼스다. OIC는 리츠메이칸대의 세계화 거점이다. 지역사회와의 협력 강화, 아시아지역 유학생 유치, 일본 학생의 글로벌화 등을 촉진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바라키시(茨木市)는 오사카부 북부, 호쿠세쓰 지역에 있다. 대도시인 오사카시와 교토시 중간에 있어 주거지역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이바라키캠퍼스는 JR 교토역과 JR 오사카역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등 대부분의 JR 및 철도와 30분 이내에 연결될 정도로 교통여건이 좋다.
OIC는 리츠메이칸학원이 2015년 4월에 개설했다. 학교법인의 온갖 재정을 끌어모아 최신식 도심형 캠퍼스를 조성했다. 새 캠퍼스인 만큼 건축 조형미도 뛰어나 인기가 좋다. OIC는 정책과학부, 경영학부, 종합심리학부 등 3개 학부와 대학원의 경영학연구과, 정책과학연구과, 인간과학연구과, 기술경영대학원 등 4개 연구과로 구성돼 있다. 2018년 5월 현재 학생 6천700명, 외국인 유학생 600명이 있다. 대지면적 10만㎡, 건축면적 3만㎡, 연면적 11만㎡에 6개 건물로 구성돼 있다. 학교와 접한 이바라키시 방재공원인 이와쿠라공원은 약 1만5천㎡다.
A동엔 캠퍼스인포메이션(캠퍼스 관리실), 교양교육센터, 커리어교육센터, 서비스러닝센터, 언어습득센터(CLA), 언어교육센터, Beyond Borders Plaza, 교직지원센터, 국제교육센터, 학부사무실, 찻집, 편의점 등이 있다. B동은 주민개방시설이 밀집해 있다. C동엔 레인보(RAINBOW) 서비스 카운터 교실, 세미나 하우스, 카페(생협식당), 숍(생협종합서비스) 등이 있고, D동엔 아레나, 클럽박스, 트레이닝룸, 학생홀 등이 있다. E동은 에너지센터, F동은 탈의실 등이 있다.
◆3대 핵심 운영 콘셉트
21세기 글로벌대학을 지향하는 리츠메이칸대의 OIC 캠퍼스 운영 3대 핵심 요소는 △아시아로 가는 관문(Gateway to Asia) △도시 공동창조(Urban Co-Creation) △커뮤니티 및 지역 협업(Community and Regional Collaboration)이다. ‘Gateway to Asia’는 일본이 선진국으로 달려온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아시아와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이다. OIC가 중심이 되어 아시아 국가와 학생들에게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고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학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다. OIC는 또 아시아 내에서 진정한 신뢰와 동지애를 증진시키는 인적자원 개발에 기여할 것을 목표로 한다.
‘Urban Co-Creation’은 도시 전역에 분포돼 있는 잠재성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과 조직(단체)을 네트워크화하는 것이다. OIC가 지역혁신의 거점으로써 창의적 연계를 통해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Community and Regional Collaboration’은 지역사회와 지역공동체를 통해 교육·연구·학생활동의 분야를 확대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상호신뢰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풍요로운 지역사회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목표다.
◆글로벌교양학부 개설
내년 4월에 개설하는 글로벌교양학부에서는 다원적 지식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고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 인재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교양학부는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될 국경 없는 세계에서 스스로의 적응능력과 타인을 존중하고 문화의 차이를 넘어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세계적인 이슈에 대한 이해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 육성의 필요성에서 글로벌교양학부를 개설하는 것이다.
글로벌교양학부는 ‘호주국립대 코럴 벨 스쿨’(ANU Coral Bell School)과 공동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학부다. 원칙적으로 모든 학생이 4년간 2개의 학위 취득을 목표로 한다. 일본에서는 21세기 글로벌 시민에 어울리는 주체성을 몸에 익히기 위한 일반교양학문을 중심으로 배우고, 호주에서는 세계화의 역동성을 체험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지식을 쌓는다. 양 대학에서 수업요건을 충족하면 OIC 학사(글로벌교양학)와 ANU 학사(아시아·태평양학)를 취득할 수 있다. 학부 전체가 해외 대학과의 이중 학위를 전제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일본에서 최초다. 4년간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신입생 모집인원은 100명이다.
◆지역협력실
OIC는 캠퍼스 조성 단계에서부터 이바라키시, 지역상공회의소 등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교토의 기누가사캠퍼스나 시가현 비와코쿠사쓰캠퍼스가 별다른 지역협력 없이 운영돼 온 것과는 출발부터 달랐다.
이바라키시에서는 OIC캠퍼스 건축에 시 재정을 투입했고, 학교 앞 방재공원인 이와쿠라공원을 OIC가 관리하도록 했다. 반면 OIC에서는 학교운영 핵심 방침의 하나로 ‘지역사회 연계’를 내걸고 지역사회와 함께 교육·연구·학생활동·캠퍼스만들기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호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지역사회가 가진 문제의 해결, 새로운 가치의 창출 등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OIC는 지역협력실을 설치해 지역과 대학의 가교 역할을 맡기고 있다. 지역협력실장은 OIC 부총장보 이케다 신(池田 伸) 경영학부 교수가 맡고 있다. 지역협력실은 △지역·지자체 등과의 공동 프로젝트 코디 △세미나 및 학생의 지역 프로젝트 지원 △학교 내외 매칭 연계 △지역사회 만들기에 관한 자율 사업(커뮤니티·공창프로젝트·OIC강좌 등) △지역사회 협력에 관한 사례 축적, 정보 수집, 자료 제공 △지역사회 연계 활동 △오픈캠퍼스 만들기 등 광범위하다.
OIC와 이와쿠라공원 사이에는 담이 없어 많은 사람이 모이고 있다. 열린 캠퍼스로 운영되고 있는 것. 또 학생들은 지역사회 행사에 적극 나서 커뮤니티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OIC는 이바라키에 자생하는 수목을 배치한 사토야마구역이나 캠퍼스 남쪽에 위치한 가스가 신사의 경관을 위해 조성된 ‘벚꽃 광장’ 가꾸기 등으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캠퍼스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또 친환경 시스템 도입, CO2 저감에 기여하는 건축 설계, 재해에 강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등 지역사회의 안심·안전에 기여하는 캠퍼스로 운영하고 있다 .
이케다 신 부총장보 겸 지역협력실장은 “이바라키시, 지역상공회의소 등과 서로 필요한 협력방안을 찾아가고 있다”면서 “이바라키시와의 협력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오사카부와도 협의를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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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플라자(Future Plaza)’라고 불리는 리츠메이칸대학교 OIC B동은 지역커뮤니티를 위한 상징적 공간이다. 1층에 이바라키상공회의소가 입주해 있고, 2층에는 OIC 지역협력실 사무실이 있다. 학교도서관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개방돼 있어 학생·교직원뿐만 아니라 주민, 직장인, 기업가 등 다양한 사람이 모여 지식과 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는 풍요로운 장소다.
1층 컨퍼런스홀은 139석 규모로 소규모 학회나 심포지엄 등에 적합하다. 동시통역 부스도 있어 국제학회도 가능하다. 이벤트홀은 최대 수용 인원 400명의 다목적 공간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이벤트·리셉션·행사가 가능하다. 또 음악연습실이 있어 10명 안팎의 파트별 연습에서부터 100명 정도의 합동연습까지 할 수 있다. 마을 라이브러리(MACHI LIBRARY)는 단 한 권의 장서 없이 시작된 ‘마을 도서관’이다. 각 개인이 스스로 쓴 메시지와 함께 책을 가져 와서 책장을 채우는(植本) 방식으로 도서관을 키워 가고 있다.
이바라키상공회의소도 1층에 입주해 있다. 2015년 4월 OIC 개설과 동시에 이전·개소했다. 약 1천800개 회원 기업 및 관련 단체들이 산학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1층에는 또 레스토랑 ‘GARDEN TERRACE LION’이 있어 저녁 때는 와인과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실내 120석, 테라스 40석이다.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도 입주해 있다.
2층은 1천석 규모의 공연장인 그랜드 홀이 있다. 빨강을 기본색으로 한 시트와 차분한 인테리어에 의한 중후한 느낌이 비일상의 공간을 연출한다. 뛰어난 음향·무대 설비를 갖춘 고품격 공연장으로 행사·강연회·연극·클래식공연까지 가능하다. 갤러리 ‘R-AGORA’는 세미나, 캠퍼스 견학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 공간도 갖추고 있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캠퍼스의 교육·연구 활동을 소개한다.
2~4층의 OIC 라이브러리(도서관)는 1천100석 규모의 대학 도서관이다. 도서 소장 능력 최대 80만권. 열람실 일부는 이와쿠라 공원에 접해 있어 전망이 좋다. 3층 콜로키움은 현장감 넘치는 새로운 개념의 교실이다. 스쿨 형식뿐만 아니라 레이아웃을 변경하면 학회나 연구발표를 비롯해 대규모 토론이나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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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혁신의 길] 일본을 가다 ⑤·끝 -교토대학
일본의 고도(古都) 교토에 위치한 교토대학교는 자타 공인 일본 최고 명문으로 1897년 개교했다. 1949년 일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 교수를 비롯해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혼조 다스쿠 특별교수 등 지금까지 17명(동문 포함)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학부생 1만3천여 명, 대학원생 9천300여 명에서 보듯 학문연구 기능이 강한 대학이다. 교직원은 5천500명 정도. 캠퍼스는 요시다 캠퍼스, 우지 캠퍼스, 가츠라 캠퍼스가 반경 10㎞ 내에 있다. 요시다 캠퍼스가 본캠퍼스다. 2019년 QS세계대학순위가 35위로 도쿄대(23위)에 이어 일본 2위를 차지했다. 2018년 Times Higher Education(THE) 랭킹은 일본 1위다. 전체적으로 도쿄대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도쿄대와 쌍벽을 이룬다.
◆연구 자체가 목적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 결정 시즌이 되면 교토대 정문 도로변에는 방송국 중계차량이 진을 친다. 학교 한 연구실에서는 정장에 넥타이를 맨 교수가 노벨상 수상 소감을 다듬고 있고, 대학 홍보실은 기자회견장을 마련한다. 교토대 소속 수상자가 발표되면 곧바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대학, 후보자, 언론이 모두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연례행사가 될 정도로 교토대는 매년 노벨수상자 후보를 배출하고 있다. 그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데이비드 하지매 코네이저 국제홍보실장은 “노벨상 수상을 목표로 연구하는 연구자는 한 명도 없다”고 단언했다. 교토대 연구자들은 목적을 갖고 연구하는 게 아니라 연구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코네이져 실장은 강조했다. 자신의 연구를 좇아가는 자세, 연구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혼조 다스쿠 교수도 단기성과가 아닌 수십년에 걸친 연구성과가 합쳐져서 결실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현상을 발견한 후 인간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어떤 분야에 사용될 수 있는지를 오랜 시간 연구하고 있다. 교토대 연구자 가운데는 66년 동안 암흑 속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고, 50년 동안 바다만 관찰하면서 새로운 발견을 한 학자도 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연구가 의미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고, 어떤 결말이 날지도 모르고, 인간에게 유용한지 아닌지도 모르지만 오랜 시간 데이터가 쌓이고 분석 결과가 더해지면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코네이저 실장이 알고 있는 한 대학원생은 논문을 쓰기 위해 10년 동안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그 연구과제를 지도하는 교수도, 이를 받아들이는 학생도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런 연구는 기초연구분야가 더 활발하고, 연구의 출구나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많이 실패하기도 하지만 누구도 할 수 없는 연구업적을 쌓기도 한다는 것이 코네이져 실장의 설명이다.
◆자유스러운 학풍
교토대 졸업식은 엄숙함과는 거리가 멀다. 학생들이 온갖 치장을 하고 나타난다. 졸업식이라기보다는 코스프레 현장을 방불케 한다. 저마다 독특한 장식으로 자유분방함을 만끽하는 것이다. 또 구마노기숙사 학생들은 1년에 한 번 학교 상징인 시계탑 건물 점거에 나선다. 이 건물은 과거 총장 집무실이 있던 곳으로 학생들은 자유 학풍을 지키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 같은 이벤트성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자치가 억압돼 가고 있는 것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자 ‘자유학풍’을 지키려고 하는 몸부림이다. 점거 시도 소식이 알려지면 대학 홍보과 직원들은 스크럼을 짜 인간벽을 만들고 학생들이 시계탑을 점거하지 못하도록 제지하는 퍼포먼스를 한다.
2019년 QS세계대학순위 35위
자타공인하는 일본 최고의 명문
자율성 보장받은 교수·연구자
수십년 동안 한 가지 주제 탐구
누구도 할 수 없는 성과 쌓기도
학생들 자유학풍 수호 의지 강해
매년 시계탑 점거 퍼포먼스 펼쳐
문과·이과 경중 따로 있지 않아
인문사회계와 융합하는 게 중요
교토대의 자유학풍은 학교 그 자체라 할 정도로 뿌리 깊고, 교수·학생·직원들의 피 속에 흐르고 있다. 교토대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생각의 자유, 학문의 자유, 학사운영의 자유 등 모든 분야에 자유학풍이 녹아 있다. 특히 교토대는 연구분야에서 교수와 연구자들에게 상당한 자율성을 보장한다. 발상과 연구에 대한 자유가 많은 편이다. 교토대에서 일정 수준의 연구력을 인정 받은 뒤에는 연구 지원을 받기가 용이하다. 경력있는 교수는 물론 젊은 연구원과 학생들이 연구해 나가는 과정이 자유롭다. 교토대는 기본적으로 젊은 연구원에게 ‘자유로운 연구환경’과 ‘장기간 연구’를 지원하는 풍토가 조성돼 있다. 이 같은 교토대의 자유연구 풍토에 대해 8년 전 문부과학성이 제동을 걸려 했지만 실패했다. 기초연구에 대한 필요·불필요를 판별하려 하자 학교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결국 철회했던 것. 기초학문의 자유연구는 일본 대학의 공통된 현상이지만 교토대가 더 잘 돼 있다.
학생들도 자유를 만끽한다. 너무 자유스러운 학풍에 매몰된 나머지 학점을 날리거나 유급하는 학생도 많다. 특정 학부는 4년 동안 체계적인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도 수두룩하다. 우등생을 입학시켜 폐인(廢人)을 양산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교토대 자유학풍은 상상 이상이다. 교토대가 일본 내 최고 명문대로 자리매김하고, 기초학문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 가운데 하나는 이런 자유스러운 학풍이 바닥에 깔려 있다.
교토대의 자유학풍은 2001년 12월4일 교토대학평의회에서 결정된 대학 기본이념 제정에도 잘 반영돼 있다. 이 기본이념에 따르면 ‘자유의 학풍’을 교토대의 ‘빛나는 개성’으로 평가하고 앞으로도 계승·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운영에 있어서도 자유학풍을 해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1960년 과격한 학생운동으로 자유학풍이 위협받았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던 지금의 교수진들이 최근 학생들의 자율에 대해 규제를 가하려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경관훼손을 이유로 교내에 대자보도 마음대로 붙이지 못하게 하고, 기숙사의 자율운영에 대해 안전성을 이유로 벌칙조항을 강화하는 등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지난해부터 출석관리를 엄격히 하고 동아리 홍보물 입간판도 없애 학생들 처지에서는 자유가 점점 억압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문·이융합
2년 전 문부과학성은 문과보다 이과를 더 지원해 미래발전을 도모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자 여러 대학에서 ‘인문·이공계 둘 다 중요한 학문’이라고 공표하고 정부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했다. 당시 국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이던 야마기와 주이치 교토대 총장도 인문계를 축소하라는 정부 방침에 반발했다. 야마기와 총장은 당시 “과학은 과학 그 자체로 큰 도움이 안 된다. 과학은 인간사회와 반드시 관련성이 있어야 된다. 이공계의 과학기술은 인문학적 입장에서 사용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과학기술을 사회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인문학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학부 교수인 야마기와 총장은 직접 아프리카로 가서 인간 사회의 앞 영장류인 고릴라 연구를 통해 인간공동체 형성 기원을 연구하고 있는 교수로 유명하다. 고릴라 연구를 통해 인간의 사고방식, 윤리, 도덕성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연구한 것이다. 야마기와 총장 등의 반대로 문과계열 축소는 유야무야됐지만 아직도 일본의 국가적인 이슈로 남아 있다. 이에 앞서 마쓰모토 히로시 전 총장은 일본 정부의 국립대 법인화로 예산이 줄어들자 종합인간학부 해체를 골자로 한 대학개혁안을 발표했다가 교수들의 엄청난 반발로 물러선 바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세계대학 순위 100위 이내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슈퍼글로벌창성대학사업에서 A형에 선정된 13개 대학 가운데 하나인 교토대는 학교 비전을 ‘인문·사회·과학분야 균형발전’으로 설정해 주목받았다. 교토대는 학문연구에 있어 문과와 이과의 경중이 따로 있을 수 없으며, 더 나아가 이공계와 인문사회계를 융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cross curricular harmony among the humanity and the science’라는 말처럼 교토대는 과거부터 문(文)과 이(理)를 같이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다양한 아이디어(발상)는 문·이 융합에서 단서와 힌트가 나온다는 것이다.
출처 영남일보 http://ww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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