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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안찬수 2020청소년책의해 네트워크 실행위원장] "청소년 책 읽기, 문명사적 과제"
'북틴넷'서 다양한 큐레이션 제공 … 직접 참여해 읽는 재미 느끼게
2020-02-26 11:14:09 게재
"지하철을 타면 관찰을 많이 합니다. 저희 젊었을 때는 지하철에서 책도 읽고 신문 잡지도 읽고 그랬어요. 지금은 100명 중 99명이 스마트폰을 보죠. 스마트폰에서 기사도 읽을 거고 종이책만이 모든 매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너무 과도하게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에 빠져드는 건 아닐까, 우려됩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껴야 하는 시기예요. '청소년 책의 해'는 10년은 계속해야 하는 문명사적 과제입니다."
20일 서울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안찬수 2020청소년책의해 네트워크 실행위원장(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의 일성이다. 2020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민간단체들이 함께 하는 청소년 책의 해다. 청소년들이 게임 대신 책을 손에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자 한다.
내일신문은 안 위원장을 만나 청소년 책의 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들었다.
■왜 청소년 책의 해인가.
2018년이 '책의 해'였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를 중심으로 출판 독서 진흥을 위한 사업을 하면서 독자개발 연구를 할 수 있었다. 연구를 해 보니 초등학생 고학년 10명 중 9명은 책을 읽는데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할수록 그 비율이 떨어진다. 다시 청년기에 독서율이 회복하고 취업을 한 이후 또 떨어진다. 청소년 시기에 책과 멀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한 해를 청소년 책의 해로 선정한다고 해서 청소년들이 책을 읽을까.
꾸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올해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이 어떻게 하면 책과 만날 수 있겠는가'를 타진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거다.
청소년 책의 해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자발성이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일을 꾸미자는 거다. 둘째, 다양성이다. 획일적이지 않게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자 한다. 셋째, 지속성이 중요하다. 한 해, 두 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청소년의 책 읽기에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넷째, 공공성을 중시하고자 한다.
■'ㅊㅊㅊ'라는 슬로건이 재미있다.
처음엔 '청소년에게, 책을'과 같은 슬로건이 제안됐다. 이에 대해 교사 청소년들의 의견을 들으니 '꼰대스럽다'는 거다. 청소년 아이디어 중 하나가 'ㅊㅊㅊ'였다. 요즘 핸드폰으로 'ㅋㅋㅋ'라는 말을 하는 데서 따온 거다. 'ㅊㅊㅊ'는 '청소년' '책' '추천' 등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다. 확장성을 가진다.
포스터 3종을 만들었는데 청소년들에게 잘 알려진 김성미 디자이너와 윤예지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했다.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얼굴로 다가와요' '책은 우리의 마음을 키워 줘요' '책은 우리를 이어 줘요'라는 문구가 담겼다.
■북틴넷(bookteen.net)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청소년들과 같이 활동해 온 교사 사서들이 '제목만큼 기발하고 웃긴 책' 등 청소년들이 호기심을 느낄 만한 주제로 책을 큐레이션한다. 올해 200여개의 큐레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북틴넷은 올해 이후에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또 북틴넷은 청소년 책의 해 플랫폼으로도 기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련 정보를 담을 것이다.
또 다른 대표적 사업이 청소년들이 스스로 선정하는 청소년 문학상이다. 한 해 동안 나온 청소년 소설 중 일부를 골라 청소년들에게 제공해 스스로 좋은 작품을 선정하게 할 예정이다. 학교 도서반 문예반이나 청소년 동아리, 청소년 단체, 학교 밖 청소년 등과 함께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우수한 작가를 선정하면 작가를 초청해 얘기를 들을 수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청소년들에게 책 축제와 관련해 사용할 수 있는 예산도 지원한다. 스스로 자신들만의 축제를 꾸미는 거다.
■책 읽는 소년원 사업이 인상적이다.
소년원에 있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만한 1권의 책을 만난다면 살아가는 데 정말 큰 힘이 될 거라 확신한다. 법무부 범죄예방국의 협력을 받아 소년원 몇 군데를 돌아봤다. 책은 있지만 좋은 책이 없었고 책과 청소년들을 연결해 줄 사람이 없었다.
우선, 책이 놓일 공간을 만들어주고 책을 잘 선정, 지원해서 서가를 꾸며주려고 한다. 또 소년원의 교육과정에 책과 만날 수 있는 시수를 확보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올해는 안양여자소년원(정심여자중고등학교)을 대상으로 강사를 파견해 매주 2시간씩 2개 팀을 대상으로 40차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 청소년들이 변화할 것이라고 본다.
■사회적 관심이 함께 해야겠다.
예전에 방송에서 '이제 집으로 가야될 시간입니다'와 같은 시보가 나왔다. 이제는 '손에 책 1권 잡을 시간입니다'와 같은 시보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관심을 독서로 이끌어야 하며 언론도 동참하길 바란다. 코로나19에 비유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책읽기 바이러스'를 퍼뜨려야 하는 거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가 노동을 대체한다고 한다. 시간이 남는데 뭘 하는 게 좋을까. 책을 읽는 것은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주된 방법 중 하나다. 청소년들에게 '책을 읽어'라고 강조하는 게 아니라 '책을 읽으니까 즐겁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줬으면 한다.
청소년들이 게임을 왜 할까.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의 즐거움과 재미를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 싶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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