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대한 일체의 검열 반대와 지적 자유 수호를 위한 성명서
도서관은 모든 이념적, 종교적, 정치적 갈등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 왔을 뿐만 아니라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도서관 및 사서직의 권리선언에 입각해 자료를 수집·제공하여 왔다.
그런데 최근 특정 단체가 여성가족부에서 선정·보급한 ‘나다움어린이책’을 비롯한 일부 도서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집한 도서관을 대상으로 금서목록을 만들어 부당한 압력을 통한 열람 제한 및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외압은 도서관법의 목적과 기본이념에 따라 국민의 지적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기 위한공적 시설로 존재하는 도서관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이렇게 규정하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요 국내외 선언문은 도서관에 대한 일체의 압박과 검열을 반대한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모든 도서관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
‘도서관인은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자신의 편견을 배제하고 정보 접근을 저해하는 일체의 검열에 반대한다’-도서관인 윤리선언(한국도서관협회 2019)
‘장서와 서비스는 어떠한 형태의 이념적, 정치적, 종교적 검열이나 상업적 압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IFLA-UNESCO 공공도서관선언(국제도서관협회연맹 2022)
‘도서와 기타 도서관 자원은 봉사대상 지역사회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 정보, 계발을 위해 제공되어야 한다. 자료는 창작에 기여한 사람들의 출신, 배경, 견해 때문에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도서관은 정보와 계발을 제공하기 위한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검열에 도전해야 한다.’-도서관권리선언(미국도서관협회 2019)
둘째, 도서관은 헌법(제10조, 제21조제1항, 제37조제1항 등)에 명시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따라서 도서관과 사서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무시한 채 자기검열 형태로 특정 도서를 배제할 수 없고, 도서관 밖의 어느 누구도 도서관의 자료선정과 수집에 압력을 행사할 수 없다. 어린이의 경우, 부모와 양육자, 사서와 사서교사, 그리고 교사의 지도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독서 또는 대출 여부는 이용자가 판단할 사안이다.
셋째, 도서관은 국적, 민족과 인종, 종교적 성향, 성별과 나이, 교육적 수준, 사회적 지위를 불문하고 누구나 공평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자료를 선정·수집해야 한다. 이에 따른 이념적, 종교적 등의 편향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도서관법」 제34조 제2항에 근거한 도서관운영위원회나 자료선정위원회를 통해 검증하고 여과해 왔다. 따라서 어떤 형태의 외압이나 검열, 일괄 폐기, 이용제한도 단호히 거부한다. 오랜 금서의 역사를 돌아보면 당대의 검열과 봉쇄로 감금되었던 무수한 책이 후에 고전으로 격상되고, 귀환한 사실이 이를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에 2021년 말을 기준으로 전국 22,625개 도서관을 대표하는 한국도서관협회는 최근 도서관을 대상으로 시도되는 일체의 ‘도서검열과 지적자유 침해’ 행위가 중단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도서관의 중립성과 국민의 지적 자유를 훼손하는 모든 외압과 검열에 대해서는 대응할 것임을 표명한다.
2023.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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