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23년 봄부터 여름까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월요 시국미사를 열었다. 마산부터 서울까지 계속 이어진 시국미사, 사제단은 시국미사를 열 때마다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 성명서는 마치 시(詩)와 같았다. 나는 여기에 옮겨놓고 거듭 읽어보고자 한다. 성서 구절은 ‘공동번역성서’https://bible.cbck.or.kr/를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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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월요시국기도회 성명서> 주인이 해야 한다 2023.4.17.
항쟁과 혁명
[부마민주항쟁]과 [4.19혁명]의 도화선, 대한민국 최초의 유혈민주화운동 [3.15의거]의 유서 깊은 현장에서 ‘항쟁’과 ‘혁명’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 역사에서 나라를 망치는 쪽은 대대로 특권을 누려온 지배층이었고, 되살리는 쪽은 한평생 궂은일을 도맡는 민중들이었다. 온갖 수고와 수모를 견뎌주다가 고비가 닥치면 세상의 죄를 정화하고 인간의 본래 품위를 회복시키기 위해 하느님과 연대하는 일꾼은 우리들, 우리 가운데 있는 보통사람들이다. 마산 시민들은 1960년에 “이승만은 하야하라, 일인독재 물러가라!”, 1979년에는 “독재자 박정희 파쑈 물러가라!”고 외쳤다. 이승만 일인독재, 박정희 유신독재가 나라를 더럽히고 나라의 주인들을 못살게 괴롭혔으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 자리에서 시작된 ‘혁명’으로, 이 거리에서 격렬하게 벌어졌던 ‘항쟁’으로 나라도 사람도 말끔해졌으며 그 덕분에 대한민국은 전진할 수 있었다.
자유란 무엇인가?
취임사에서 자유, 자유를 서른 번 넘도록 반복한 사람이 있다. 그가 추종하는 전임자들도 자유를 강조했다. 이승만도, 박정희도, 전두환도 “자유민주주의”를 내걸고 권력을 연장하거나 폭압을 변명하였고, 심지어 학살까지 자행하였다. 대답해보라! 자유가 무엇인가? 자유自由는 ‘제 맘대로’가 아니라 ‘자기로 말미암아’라는 뜻이다. 나는 나로 말미암아, 너는 너로 말미암아 그래서 존엄하다는 의미다. 자유자재自由自在라고도 한다. “거침없이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나로 말미암아 스스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묻고 싶다. 당신은 자유로운 자유자재의 인간인가?
미국 정보기관이 대통령실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동맹, 혈맹 그 이상으로 믿고 의지해온 미국이 우리 뒤를 캐고 있다니 씁쓸하지만 대통령실의 대응이 가관이다. 시늉으로라도 화를 낼 법한데 “도청 사실은 터무니없는 거짓… 상당 부분 위조가 됐다… 악의적 도청은 없었다… 미국과 협의하겠다”면서 도둑맞은 자가 되레 도둑을 두둔하고 있다. 한술 더 떠서 언론 자유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라는 훈계를 빠뜨리지 않는다. 이게 어찌된 노릇인가. 여기저기서 죄다 털리고(기밀, 포탄) 혹은 알아서 먼저 갖다 바치고도(제3자 변제안) 납작 엎드리기만 하는 그를 두고 꼿꼿이 떳떳하게 직립하는 자유자재의 인간이라 말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뭐가 무서워서 있는 걸 “있다!”, 없는 걸 “없다!” 그 쉬운 말도 못하는지 나무라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뼛속까지 병든 한 영혼이 지금 대한민국의 운명을 틀어쥐고 있다.
어차피 주인이 해결해야 한다
부활 소식을 듣고도 두려워하던 사람들이 마침내 빗장을 풀고 밖으로 나가던 때가 있었다. ‘자기我相’라는 지상 최대의 장벽을 무너뜨린 사람들이 대거 출현하던 혁명의 그날을 신약성경은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사도 2,1-47 참조). “나는 그를 모르오”(마태 27,43) 하던 사람들이 우리는 남이 아니니 “한 마음 한 뜻으로 자기 재물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모든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사도 4,32) 하자며 ‘한살림’을 하기 시작했다. 생명의 실상을 자각한 이후 생겨난 놀라운 변화였다. 하느님과 사람, 나와 너, 사람과 자연이 둘로, 셋으로 가를 수 있는 별개가 아니라 하나에서 나온 하나다.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깨달음은 실로 성령의 불꽃이 지핀 위대한 통찰이었다. 너 따로 나 따로 살던 과거를 부끄러워하는 일이 회개요, 본래부터 하나이니 하나로 더불어 사는 ‘한살림’이 하느님 나라다. 이와 같이 저만 알고 저만 위하는 망상에서 깨어날 때 대한민국은 오늘의 파국에서 탈출할 수 있다.
건강한 사회라면 유력 계층일수록 사회를 보호하는 데 책임감을 느끼고 공익을 중시할 것이다. 소속 사회를 보전함으로써 가장 큰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1910년 한일병탄 이래 정상사회의 지도층이 갖춰야 할 도덕성을 가벼이 여기고 이기심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풍토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민족의 장래를 스스로 찾아나갈 지도층을 육성하는 대신 일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협력자 집단을 키워내는 것이 식민지 교육의 목표였던 바 그 흐름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 어찌할 것인가? 세 들어 사는 사람이 더럽힌 집을 청소할 이는 오직 주인뿐이다. 동네 논밭 다 떠내려가게 생겼을 때, 앞뒤 가리지 않고 뛰쳐나가던 사람들이 결국 나라를 살리고 나라를 지켜왔다는 점을 다시금 생각하자. 우리가 해야 한다. 공정과 상식, 외교, 안보, 경제, 복지, 모든 가치를 무너뜨리는 윤석열의 폭주는 점점 가속될 것이다. 강한 자에게 한없이 비굴해지는 사대事大, 약한 자를 모질게 찌르고 사정없이 구박하는 천대賤待는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순서만 다를 뿐 우리 모두에게 고통과 불행이 닥칠 것이다.
단결과 연대가 우선이다
당장은 서로 어려움을 알아주고 힘을 합치는 단결과 연대가 우선이다. 여기저기서 얻어맞고 쫓겨나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다. 우리가 노동자들의 설움과 농민들의 한숨을 남의 일로 여기는 한 윤석열의 무모와 무례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주변을 살피고 어루만지자.
젊은이들에게 호소한다. 동료와 ‘경쟁’하지 말고 불의에 맞서 ‘투쟁’하는 청년의 마음을 간직해 주긴 바란다.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빕니다.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빕니다.”(2014.8.15. 대전월드컵경기장. 성모승천대축일미사 프란치스코 교종 강론)
2023.4.17.
마산 창동사거리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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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2,1-47
1마침내 오순절이 되어 신도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는데 2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들이 앉아 있던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3그러자 혀 같은 것들이 나타나 불길처럼 갈라지며 각 사람 위에 내렸다. 4그들의 마음은 성령으로 가득 차서 성령이 시키시는 대로 여러 가지 외국어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5그 때 예루살렘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경건한 유다인들이 살고 있었다.6그 소리가 나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사도들이 말하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자기네 지방 말로 들리므로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7그들은 놀라고 또 한편 신기하게 여기며 "지금 말하고 있는 저 사람들은 모두 갈릴래아 사람들이 아닌가! 8그런데 우리는 저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저마다 자기가 태어난 지방의 말로 듣고 있으니 어찌 된 셈인가? 9이 가운데는 바르티아 사람, 메대 사람, 엘람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메소포타미아, 유다, 갑바도기아, 본도,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도 있고 10프리기아, 밤필리아, 이집트, 또 키레네에 가까운 리비야의 여러 지방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로마에서 나그네로 온 11유다인들과 유다교에 개종한 이방인들이 있고 그레데 사람들과 아라비아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이 지금 하느님께서 하신 큰 일들을 전하고 있는데 그것을 우리는 저마다 자기네 말로 듣고 있지 않은가?" 하고 말하였다. 12이렇게 모두 놀라고 어안이 벙벙하여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가?" 하며 웅성거렸는데 13그 중에는 "저 사람들이 술에 취했군!" 하고 빈정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14그 때 베드로가 다른 열한 사도들과 함께 일어서서 군중을 보고 큰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유다 동포와 예루살렘 시민 여러분,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듣고 잘 생각해 보십시오. 15지금 시각이 아침 아홉 시인데 어떻게 술에 취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사람들은 술에 취한 것이 아닙니다. 16이것은 예언자 요엘이 예언한 대로 된 것입니다. 17'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마지막 날에 나는 모든 사람에게 나의 성령을 부어주리니 너희 아들 딸들은 예언을 하고 젊은이들은 계시의 영상을 보며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18그 때에는 나의 남종에게도 여종에게도 나의 성령을 부어주리니 그들도 예언을 하리라. 19나는 하늘 높은 곳에서 표징을 보이며 땅에서 기적을 행하리니 피와 불과 짙은 연기가 일고 20해는 빛을 잃어 어두워지고 달은 피와 같이 붉어져 마침내 크고 영광스러운 주의 날이 오리라. 21그 때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 22이스라엘 동포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나자렛 예수는 하느님께로부터 오신 분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것을 분명히 보여주시려고 여러분이 보는 앞에서 그분을 통하여 여러 가지 기적과 놀라운 일과 표징을 나타내셨습니다. 이 사실은 여러분이 잘 알고 있습니다. 23그런데 하느님께서 미리 정하신 뜻과 계획에 따라 여러분의 손에 넘어간 이 예수를 여러분은 악인들의 손을 빌려 십자가에 못박아 죽였던 것입니다. 24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되살리시고 죽음의 고통에서 풀어주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죽음의 세력에 사로잡혀 계실 분이 아닙니다. 25그분에 관해서 다윗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주께서 내 오른편에 계시오니 나는 항상 주님을 가까이 뵈오며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26그러기에 내 마음은 기쁨에 넘치고 내 혀는 즐거워 노래하며 이 육신마저 희망 속에 살 것입니다. 27당신은 내 영혼을 죽음의 세계에 버려두지 않으시고 당신의 거룩한 종을 썩지 않게 지켜주실 것입니다. 28당신은 나에게 생명의 길을 보여주셨으니 나는 당신을 모시고 언제나 기쁨에 넘칠 것입니다.' 29형제 여러분, 나는 여러분에게 우리의 선조이신 다윗에 관해서 분명히 말씀 드려야겠습니다. 그는 죽어서 묻혔고 그의 무덤은 오늘날까지 우리 땅에 남아 있습니다. 30다윗은 예언자로서 하느님께서 자기 후손 가운데 한 사람을 자기 왕좌에 앉혀주시겠다고 하신 맹세를 알고 있었습니다. 31그리고 그리스도의 부활을 내다보며, '하느님께서는 그를 죽음의 세계에 버려두지 않으시고 그의 몸을 썩지 않게 하셨습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32바로 이 예수를 하느님께서 다시 살리셨으며 우리는 다 그 증인입니다. 33하느님께서는 이 예수를 높이 올려 당신의 오른편에 앉히시고 약속하신 성령을 주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성령을 지금 여러분이 보고 듣는 대로 우리에게 부어주셨습니다. 34다윗은 하늘에 올라가지 못했으나, 그는 '주 하느님께서 내 주님께 35내가 네 원수들을 네 발 아래 굴복시킬 때까지 너는 내 오른편에 앉아 있으라고 하셨다.'라고 말하였습니다. 36그러므로 이스라엘의 온 백성은 분명히 알아두시오.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이 예수를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주님이 되게 하셨고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습니다." 37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찔려 베드로와 사도들에게 "형제 여러분,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38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회개하시오. 그리고 여러분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시오. 그리하면 성령을 선물로 받게 될 것입니다. 39이것은 우리 주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여러분의 자녀와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 곧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신 약속입니다." 40베드로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증거를 들어 그들을 설득시키고 이 사악한 세대가 받을 벌을 면하도록 하라고 권하였다. 41그들은 베드로의 말을 믿고 세례를 받았다. 그 날에 새로 신도가 된 사람은 삼천 명이나 되었다. 42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듣고 서로 도와주며 빵을 나누어 먹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43사도들이 계속해서 놀라운 일과 기적을 많이 나타내 보이자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44믿는 사람은 모두 함께 지내며 그들의 모든 것을 공동 소유로 내어놓고 45재산과 물건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나누어주었다. 46그리고 한마음이 되어 날마다 열심히 성전에 모였으며 집집마다 돌아가며 같이 빵을 나누고 순수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함께 먹으며 47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이것을 보고 모든 사람이 그들을 우러러보게 되었다. 주께서는 구원받을 사람을 날마다 늘려주셔서 신도의 모임이 커갔다.
**마태오 26, 69-75
69그 동안 베드로는 바깥 뜰에 앉아 있었는데 여종 하나가 그에게 다가와 "당신도 저 갈릴래아 사람 예수와 함께 다니던 사람이군요." 하고 말하였다. 70베드로는 여러 사람 앞에서 "무슨 소린지 나는 모르겠소." 하고 부인하였다. 71그리고 베드로가 대문께로 나가자 다른 여종이 그를 보고는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이 사람은 나자렛의 예수와 함께 다니던 사람이오." 하고 말하였다. 72베드로는 맹세까지 하면서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하고 다시 부인하였다. 73조금 뒤에 거기 섰던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다가오며 "틀림없이 당신도 그들과 한 패요. 당신의 말씨만 들어도 알 수 있소." 하고 말하였다. 74그러자 베드로는 거짓말이라면 천벌이라도 받겠다고 맹세하면서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하고 잡아떼었다. 바로 그 때에 닭이 울었다. 75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에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예수의 말씀이 떠올라 밖으로 나가 몹시 울었다.
***사도 4,32
32그 많은 신도들이 다 한마음 한 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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