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33)-유해도서
보수 성향 민간단체들이 젠더, 성평등, 인권 등을 다룬 어린이, 청소년 책이 ‘유해도서’라며 공공도서관에 “열람 제한 및 폐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이에 최근 일부 도서관들이, 단체들이 민원을 제기한 도서출판물 117종의 유해성 여부를 심의해달라고 간행물윤리위원회에 의뢰했다고 한다. 보수 성향 단체들이 ‘유해도서’라고 주장하는 도서들은 <10대를 위한 성교육>, <꽃할머니>, <어린이 페미니즘 학교>, <달라도 친구> 등 대체로 젠더, 성평등, 인권 등을 주제로 삼은 책들이다. 그 중 허은미 작가의 <달라도 친구>는 성격, 외모, 취향, 장애, 가족구성, 인종 등이 각각 다른 아이들을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화로, 교과서에도 수록돼 있다. 권윤덕 작가의 <꽃할머니>는 2007년 한·중·일 작가들이 ‘평화’라는 주제로 그림책을 동시 출판하기로 해 권 작가가 ‘위안부’ 피해 여성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만든 그림책이다. 권 작가는 최근 세계적인 아동문학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CAA) 2024년 한국 후보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작가다.
‘유해도서’에 대한 기사를 보고 지난 날의 한 사건이 불현듯 떠올랐다. 15년전 군법무관으로 근무할 때 일이다. 국방부에서 뜬금없이 ‘불온서적’이라며 그 목록과 함께 해당 서적의 군내 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불온서적 이야기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당시 적잖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불온’하다는 의미는 “온당하지 않음”. 즉, “판단이나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남”이라는 뜻이다.
당시 국방부가 “사리에 어긋난다”고 발표한 서적들을 보자. <북한식 우리의 문화>(주강현), <지상에 숟가락 하나>(현기영),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노엄촘스키),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대한민국 사(史)>(한홍구), <세계화의 덧>(하랄트 슈만, 한스 피터 마르틴) 등이다. 국내외 저명교수의 책, 당시 인기가 높았던 TV 프로그램에서 권장도서로 소개한 책, 그리고 대학교 교양교재로 널리 쓰이고 있는 책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국방부는 무슨 기준으로 이러한 책들을 불온서적으로 선정한걸까? 국방부는 당시 대학가 운동권단체인 한총련에서 군내 도서보내기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듣고 한총련이 보내려고 한다는 도서 목록을 입수한 후 재분류하여 총 23권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하였다. 소위 좌파 운동권세력이 선정한 책이니 책 내용도 보지 않고 불온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그후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국방부의 지침대로 선정된 불온서적이 군내에 반입될 수는 없었지만 군 밖 세상에서는 해당 서적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미 출간된 지 꽤 지난 책들도 말이다. 장병들도 군내에서는 읽을 수 없었지만 휴가 나가서는 많이들 읽었다. 어릴 적 읽지 말라고 하면 호기심에 어떻게든 더 찾아 읽어보려했던 심리랑 똑같은 이유일게다. 당시 저술한 책 2권이 불온서적으로 선정된 미국의 저명한 언어학자 노엄촘스키는 "불온서적 판매량 증가는 한국인들의 양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방부가 자유를 두려워하고 사람들을 통제하려 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지침을 내려 불온서적이라고 판단한 서적의 군내 반입은 강제로 막을 수 있었지만 장병들의 읽을 자유를 완전히 뺏을 수는 없었다.
당시 나는 군 간부였지만 행정기관이 나서서 책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군인이라는 이유로 읽을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에 대해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군법무관들 사이에 법적으로 다투어 보자는 얘기들이 나왔고 뜻을 모은 몇 군법무관들이 국방부의 불온서적 선정과 그 근거인 군인복무규율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그러자 국방부는 헌법소원을 청구한 법무관들을 색출하여 징계에 나섰다. “헌법상 권리인 재판청구권 행사로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이 징계사유가 될 수 있느냐”라는 또 다른 논란이 있었지만 법무관들을 징계함으로써 군내에서 일고 있는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었기에 징계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특히, 2명의 법무관은 그전에는 언제 있었는지 확인도 되지 않았던 파면 처분을 당했다. 다행히 행정소송에서 파면은 취소되었지만 그동안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당시 불온서적 반입 금지 조치 후 과연 그 조치대로 실행되었을까?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몇 군데 부대 도서관을 가보니 불온서적으로 선정된 도서들이 그대로 비치되어 있었고 장병들은 무엇이 불온서적으로 선정되었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작금의 ‘유해도서’도 15년전 ‘불온서적’의 전철을 밟고 있는 듯 하다. ‘유해도서’로 알려진 책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져 해당 도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책을 읽고 토론회를 연다는 소식들이 들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읽을 자유를 제한하는 어떠한 시도도 성공하지 못했다.
신종범 변호사 http://blog.naver.com/sjb629
출처 : 벌률저널 2023년 8월 3일 인터넷판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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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참고 기사>
군, 대학교재·베스트셀러도 “불온서적”
2008-07-31
국방장관 지시따라 책23권 차단·수거명령
‘나쁜 사마리아인들’ ‘삼성 왕국의…’ 등 포함
국방부가 대중성 높은 인문교양서와 십수만권이 팔린 베스트셀러까지 ‘불온 서적’ 딱지를 붙여 수거명령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또 장병들의 개인 우편물 내용을 간부 입회 아래 확인하는 등 불온 서적 차단 대책도 전군에 지시했다.
30일 <한겨레>가 입수한 공군참모총장 명의의 공문을 보면, 공군본부는 지난 24일 각급 부대에 7월28일~8월8일 불온 서적 반입 여부를 일제 검검해 8월11일까지 상급부대에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이 조처는 지난 19일 이상희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 보안정책과에서 육·해·공군 등 각군에 내린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지시)’에 근거한 것으로 돼 있다.
공문은 “불온서적 무단 반입시 장병 정신전력 저해요소가 될 수 있어 수거 지시하니 적극 시행”하라며,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눈 23개 ‘불온서적 목록’을 제시했다. 군 당국이 분류한 불온서적 목록에는, 세계적인 석학의 저서와 대중적인 인문교양서, 일반적인 문학작품과 베스트셀러 등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가 쓴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지난해 10만부 이상 팔리며 상당수 언론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책인데도 ‘반정부·반미’로 분류됐고, 대학 교양수업 교재로도 널리 읽히고 있는 <북한의 우리식 문화>(민속학자 주강현 지음)는 ‘북한 찬양’ 딱지가 붙었다. 또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의 저서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는 ‘반정부·반미’ 도서로, 삼성의 불법 비리 의혹과 맞서 싸워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은 ‘반자본주의’ 책으로 각각 분류됐다.
공문은 또 ‘군내 불온서적 반입 차단대책’으로 △불온서적 취득시 즉시 기무부대 통보 △휴가 및 외출·외박 복귀자의 반입 물품 확인 △우편물 반입시 간부 입회 하 본인 개봉(확인) 등을 제시했다. 군은 지난해에도 문화관광부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한 <국가의 역할>, <한국사회의 성찰>, <민주화, 세계화 ‘이후’ 한국> 등의 책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모두 거둬들인 바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공군의 한 장교는 “기무사령부가 아니라 일반 지휘 계통을 통해 이런 지시가 내려진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서적이 발간되면 국가보안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적인 내용이 포함됐는지 등을 판단하고 있다”며 “군인복무규율에 의해 군인은 불온도서 등 표현물을 소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송지혜 인턴기자 goloke@hani.co.kr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017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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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한총련 권장도서면 ‘불온 서적’인가?
2008.08.19
국방부 어떻게 선정했나, ‘책읽기 운동’ 도서 중에서 뽑아 지정
"출판계 불황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 공로로 연말에 국방부 장관에게 감사패라도 줘야 할 것 같다. 더군다나 지금이 전통적으로 책이 잘 나가지 않는 휴가철이라는 점에서 더 고맙다.”
사회과학 출판사 후마니타스 안중철 편집장의 말이다. 이 출판사가 지난해 5월 출간한 ‘소금꽃 나무’는 지난 일주일 사이에 주문과 판매가 급증했다. 후마니타스 영업담당 박경춘 대리는 “7월 31일 이후 일주일 사이에 주문이 1000부 들어왔고, 실제 판매량은 5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민노총 부산지역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겪은 체험을 질박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문체에 담은 이 책은 초판을 2000부 찍었고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만 부가량 판매됐다.
문광부 선정 우수도서도 포함
국방부가 얼어붙어 있던 인문사회과학 도서 시장에서 불쏘시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발단은 공군에서 나온 공문이다. 7월 31일 ‘한겨레’는 공군이 7월 24일 각급 부대에 “불온서적 무단 반입 시 장병 정신 전력 저해요소가 될 수 있어 수거 지시하니 적극 시행”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군참모총장 명의의 공문을 내려보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보다 앞선 7월 19일 이상희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 보안정책과가 ‘군내 불온서적 차단 대책’을 마련했으며, 이 공문에는 ‘북한 찬양’ ‘반정부 반미’ ‘반자본주의’ 세 분야로 나눈 23권의 ‘불온서적 목록’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관심의 초점은 목록을 선정한 경위와 선정 기준이다. 북한을 찬양하고 반미 관련 도서가 수두룩하고 이보다 훨씬 과격한 이념 서적이 버젓이 유통되는 데도 이런 서적은 이번 목록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 ‘불온서적’의 기준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기준이 아주 자의적인데다 국방부의 지적 수준이 의심스럽다”고 못박고는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된 것인지, 누가 결정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7월 31일 브리핑에서 “공개를 통해 논란이 확산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분류 근거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해당 출판사 관계자들은 제대로 된 분류 근거라는 게 애초에 있기나 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국방부가 ‘북한 찬양’ 도서로 분류한 북한 작가 백남룡의 ‘벗’을 출간한 출판사 살림터 영업담당 정광일씨는 “‘벗’은 북한 남녀의 사랑과 연애, 이혼 문제를 다룬 책으로 1992년 출간 당시 안기부에서도 문제삼지 않았던 책이다. 국방부에서 책을 읽지 않은 듯하다”라고 말했다. 후마니타스 안중철 편집장은 “국방부가 ‘반미 반정부’ 도서로 분류한 ‘소금꽃 나무’에는 반미 관련 내용은 일절 없고, 책에 기록된 노동탄압도 이전 정부와 관련한 일들이다. 반자본주의나 반체제라면 몰라도 ‘반미 반정부’로 분류한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책은 2007년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우수교양도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반정부 반미’ 도서로 분류된 것은 더욱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 책은 지난해만 10만 부 이상 팔린 대중적인 베스트셀러일 뿐 아니라 저자 장하준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 경제는 더 많이 성장해야 한다’는 논지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보 진영 경제학자들은 장 교수가 재벌 편향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며 비판해왔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장하준 교수는 조선일보에 칼럼을 쓰고 있고 재벌을 현실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는 분인데 반정부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얼마 전 대한민국 학술원이 선정한 우수학술도서에 뽑히기도 했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사회의 기준과 군대의 기준이 다를 수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국방부 대변인실은 “한총련이 군대에 책 보내기 운동을 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한총련이 만든 도서목록을 국방부 보안정책과의 현역 군인들이 분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총련 도서목록을 재분류했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올해 6월 19일자로 이 단체 홈페이지에 올린 ‘16기 한총련 7~8월 방중사업계획서’에는 ‘6.15~8.15 한총련 방중 책읽기 운동’이라는 제목 아래 31권의 책을 담은 도서목록이 나와 있는데, 국방부가 발표한 23개 도서 가운데 20개가 이 목록과 일치한다. 국방부 목록에 있는 책 중 한총련 목록에 없는 것은 ‘미군범죄와 한미SOFA’(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두리미디어), ‘정복은 계속된다’(촘스키, 이후), ‘우리 역사 이야기’(조성오, 돌베개) 세 개다. 이 가운데 ‘정복은 계속된다’는 한총련 목록에 나오는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쓴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의 저서이고, ‘우리 역사 이야기’는 1980년대 학생운동권에서 널리 읽힌 ‘철학에세이’의 저자가 쓴 책이다.
“군대에 책보내기 운동은 사실무근”
국방부는 목록의 출처로 한총련만 지적했지만, 한총련 도서목록은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이 올해 4월 9일자로 이 단체 홈페이지에 올린 ‘학생회 일군 책읽기 선정도서’ 목록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 이유는 한총련과 한대련이 펼치고 있는 책읽기 운동이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부설기관인 한국민권연구소에서 제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방부 불온서적 목록에 ‘북한의 미사일 전략’과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등 자신의 책 두 권이 포함된 전영호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민권연구소에서 올해 4월 3일에 31개 도서를 뽑아 한총련과 한대련에 공동으로 책읽기 운동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총련과 한대련은 국방부의 주장처럼 군대에 책을 보내는 운동을 계획했던 걸까. 한총련 소속 대학생 20명은 지난 8월 1일 국방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총련이 군대에 책보내기 운동을 계획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한대련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책읽기 운동 제안서는 “학생회 일꾼들에게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바로 실력”이라고 전제하고 “책 속에는 이 사회를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 또 다른 세계에 대한 대안 제시, 삶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 등이 있다”고 밝히고 있을 뿐, 군대에 책을 보내는 것에 대한 언급은 없다. 게다가 이 행사는 “5권 이상 책을 읽은 일군에게 소정의 상품을 증정”하는 이벤트일 뿐이다.
보도가 나간 후 인터넷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에 해당 도서를 찾는 주문이 쇄도하는 한편 ‘불온도서’를 출간한 출판사와 출판인 들은 조직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15개 출판사와 3개 출판 관련 단체, 저자 13명이 참여한 공동대책위원회는 6일 성명서를 발표해 “이번 일은 기본적으로 학문 사상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글을 집필한 저자와 책을 출간한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나’를 출간한 출판사 철수와영희 박정훈 대표는 “성명서에 대한 국방부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으며 국방부 장관을 대상으로 한 고소 고발도 논의 중이다”면서 국방부가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https://m.weekly.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18175#c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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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서적’ 헌소낸 군법무관들 9년만에 멍에 벗었다
고법, 파기환송심서 징계취소 판결
“복무기강 저해 집단행위 아니다”
대법 최장기 미제사건중 하나 매듭
등록 2018-07-30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노엄 촘스키가 쓴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세계화의 덫>….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7월, 국방부는 국내외 석학 등이 쓴 책을 포함한 23권을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북한 찬양’이라며 ‘불온서적’ 딱지를 붙이고 부대 반입을 금지했다. 도서관과 서점에 버젓이 비치된 대중적 인문교양서와 베스트셀러가 다수였지만, 국방부는 “무단 반입 시 장병 정신전력 저해요소가 될 수 있는 불온서적”이라고 전군에 ‘차단’을 지시했다.
이런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알려지자, 당시 군법무관이던 지영준·박지웅·한창완·이환범·신성수·신종범씨 등 6명은 “표현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에 군은 지씨와 박씨를 파면하고, 한씨 등 나머지 4명은 감봉·근신·견책유예 등의 처분을 내렸다. 군 지휘계통을 문란하게 하고 집단행동을 해 복종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2009년 4월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부당 징계를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고, 이 소송은 9년 넘게 진행됐다. 2010년 4월 1심 재판부는 지씨의 파면만 취소하고 나머지 5명의 징계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듬해 8월 2심 재판부는 ‘징계 사유가 인정되지만 수위가 과하다’며 두 사람의 파면 처분만 취소하고, 나머지 4명의 징계 수위는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군인도 국민으로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지만, 군인이라는 신분과 군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기본권은 특별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당시 법원의 판단 이유였다. 한씨 등 4명은 2011년 9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후 6년이 넘도록 판단을 내놓지 않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었고 결국 ‘양승태 대법원 최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대법원은 지난 4월에야 ‘징계 처분은 적법하다’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 접수 이후 6년7개월, 정권이 두 차례나 바뀐 뒤였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문용선)는 30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려면 법률적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또 이들의 헌법소원 제기가 군 복무 기강을 저해하는 집단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한씨 등 4명에 대한 징계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군을 대리한 검찰이 재상고를 하지 않으면서 이들은 9년여 만에 부당 징계의 멍에를 벗게 됐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555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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