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시인께서 2010년 7월 14일 오늘 아침 <경향신문>의 '책읽는경향'을 통해 한 말씀. 오늘은 수요일. 꽁수네 수요일 시간표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나는 목요일 시간표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잔디밭에 누워 풀벌레 소리 엿듣기'이고, 금요일 시간표에서는 '사다리 타고 옥상에 올라 구름 바라보기'다.
고양이 안고 낮잠 재워 주기/ 자장면 아저씨랑 자장면 배달하기/ 종이비행기 날리며 동네 한 바퀴 반 뛰기/ 앞치마 두르고 라면 끓이기/ 만화 영화 한 편씩 꼭 보기/ 논에서 허수아비랑 새 쫓기/ 잔디밭에 누워 풀벌레 소리 엿듣기/ ― 이건 가을철 꽁수네 학교 목요일 시간표다.
오리랑 운동장에서 오리걸음 걷기/ 고구마 밭에 가 고구마 캐기/ 사다리 타고 옥상에 올라 구름 바라보기/ 컴퓨터 게임 두 시간씩 하기/ 콩밭에 가 콩메뚜기 한 병씩 잡기/ ― 이건 가을철 꽁수네 학교 금요일 시간표.
(<우리 선생 뿔났다> 강소천 외 글, 권태향 그림, 36쪽 권영상 ‘꽁수네 학교 시간표’)
슬기로운 생활/ 과학/ 도덕/ 사회/ 실과 ― 이건 내가 아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진짜 목요일 시간표다. 이 아이가 ‘꽁수네 학교 시간표’를 읽으면 어떤 얼굴을 할까? 부러운 얼굴을 할 게 틀림없다. 나부터도 이 시를 읽으면서 입이 헤벌어졌다. 이런 시간표가 있는 학교라면 얼마든지 다니겠다고 생각하면서.
아이들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교생활을 주제 및 소재로 삼은 이 동시 모음집에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학교생활이 그려져 있다. 따분한 공부 시간, 위압적인 선생님, 마음을 옥죄는 성적표…. 또한 예나 지금이나 답답한 현실을 빠져나와 발랄한 꿈을 꾸고 킥킥대며 구름을 타고 노는 아이들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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