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에 다녀왔습니다. 스웨덴의 도서관 등을 둘러보는 연구여행의 여진이 채 끝나지 않아서, 아직 시차가 적응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만, 오래 전부터 계획된 일이라 고속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익산희망연대(대표 김정필)은 누리집에서 밝히고 있듯이 “물질중심과 이기주의를 넘어 '우리사회의 인간화', '나. 모두와 함께 번영하는 아름다운 공동체사회'를 익산이라는 도시를 모델로 하여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시민단체”입니다. 전국 각지에 많은 지역시민단체가 있지만 가히 모범이 될 만한 활동 역사와 내용을 지니고 있는 단체입니다. ("익산희망연대는 우리사회의 인간화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운동의 꿈을 담아 2003년 전북 익산에서 태동한 풀뿌리 지역시민단체입니다. 주요활동으로는 사회창안, 벽화봉사단 붓만세, 행복식탁 자원활동, 공동체 시민아카데미 등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단체가 2007년 즈음부터 익산 지역에서 작은도서관 확대 조성운동을 전개할 때 익산시립영등도서관에서 열렸던 도서관학교를 통해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 단체의 상근자와 명함을 주고받았는데, 그 이후 ‘책읽는사회’의 전자우편함으로 거의 매일이다시피 익산희망연대의 활동 소식을 보내주시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역사회 희망찾기 열린강좌’의 강사로 초대되어 오후 7시부터 ‘책읽는 문화도시에서 교육의 희망, 지역의 희망을 찾다’라는 내용으로 1시간 30분쯤 말씀을 드릴 시간을 가졌습니다.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고속열차가 익산역에 도착하니, 마침 이 단체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진홍 씨가 마중을 나와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강연장으로 마련된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로 가는 길에, ‘책읽는사회’가 2008년에 이리 석암초등학교를 재단장한 일로부터 이야기의 물꼬가 터져서, 짧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익산시는 마한과 백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최근 국보 11호인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 복원 과정에서 “서동요의 미륵사지 석탑, 잠자던 유물을 쏟아내다”라는 기사에서 보듯이 정말 잠자던 유물이 새롭게 말을 시작하고 있는 곳입니다. 익산은 전라북도에서도 논산과 전주, 감제로 이어지는 커다란 들녘의 한복판이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고속철도가 지나고 있고, 전라선, 호남선, 군산선(장항선)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합니다. 인구는 대략 30만 명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익산시청 누리집에는 31만 명이 넘는 현황 자료가 제시되고 있지만, 27만 명이 조금 넘는 분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익산시 누리집에 따르면 학교는 초등학교 63개교, 중학교 26개교, 고등학교 18개교, 대학교 1개교가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도서관과 관련된 사업도 활발하게 전개하여, 기존의 익산시립도서관 마동분관(1994년 개관) 외에 익산시민공원 내에 익산시립도서관(익산시립영등도서관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이 2003년에 개관(2007년에 본관 이전)하였고, 작은도서관도 ‘익산작은도서관협의회’가 결성될 만큼 확산되었습니다.
이진홍 사무국장의 전언으로는 현재 12개의 작은도서관들이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에는 글마루작은도서관(팔봉동), 꿈꾸는뜰 어린이도서관(부송동 꿈꾸는뜰 교육문화센터 내), 동산작은도서관(동산사회복지관 2층), 배산작은도서관(모현동 익산노인종합복지관 3층), 봄나루작은도서관(춘포면 주민센터 옆 구 보건지소), 부송작은도서관(부송종합사회복지관 3층), 삼성동어린이도서관(삼성동주민센터 2층) 등의 이름이 있는데, 그 사이에 더 늘어난 듯싶습니다.
무엇보다도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으로는 2010년 2월에 ‘익산시 독서문화진흥 조례’(조례 제1087호)가 제정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기초 자치단체 가운데 독서문화진흥 조례를 제정한 곳이 많지 않은데, 익산시의 사례가 또 하나의 훌륭한 사례가 될 듯싶습니다. “제1조(목적) 이 조례는「독서문화진흥법」제3조에 따른 독서 문화의 진흥에 필 요한 시책을 수립하여 독서 문화 진흥활동을 활성화 함으로써, 익산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민의 균등한 독서활동 기회를 보장하며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조례의 목적이 밝혀져 있고, 익산시장은 이 조례에 따라 5년마다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익산희망연대는 ‘책읽는 문화도시 익산’ 태스크포스(이렇게 표현해도 되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에 참여하여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기도 하였고, 또 최근에는 활동가 분들이 ‘책읽는도시 김해’의 탐방을 갔다오기도 하였습니다.
활동가 분들이 모이는 시간을 고려하여 잠시 기다리는 시간 동안 김정필 대표(익산 제일 한의원 원장인 한의사이기도 합니다)와 차를 한잔 하면서 익산시를 ‘책읽는 문화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익산희망연대의 비전과 포부를 들었습니다. ‘책읽는 문화도시 익산’의 알짬을 어린이와 청소년 들이 공교육 안에서 책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저녁 9시가 다 되는 때까지 준비해간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후에는 활동가 분들이 조를 짜서 익산시의 도서관문화를 발전시켜 내기 위해, 또한 책읽는문화를 풍부하게 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야기 모둠 속에서 짤막하게 희망하는 바를 색종이에 적어서 발표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 내용이 너무나도 흥미로웠습니다. 우리 시민들이 도서관에 대해 바라는 바, 시의 행정에 대해서 바라는 바가 솔직하게 드러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최근 도서관문화운동이 전국적으로 어떤 인식을 바탕으로 전개되고 있는지도 잘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열린 강좌를 마치고, 마침 활동가 분들이 작년에 <진보를 연찬하다>를 출간한 바 있는 이남곡 선생의 문상을 가야 한다기에 그 차량에 동승하여 익산역으로 가면서 ‘책읽는 문화도시 익산’을 위해서 저도 힘닿는 대로 도울 것을 약속을 드렸습니다.
안찬수 사무처장님... 어제는 고마웠습니다. 무작정 전화해서 강연요청 했는데 흔쾌히 승낙해주시고, 익산까지 내려오셔서 좋은 말씀 감사했습니다. 새벽에 집에 도착했을텐데 또 쉬지도 않으시고 글을 쓰셨군요. 피곤하실텐데... 이후에도 책읽는 문화도시 익산을 만들어가는 길에 책사회의 도움을 자주 요청하겠습니다. 그리고 몸도 마음도 쉬어가며 일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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