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뉴스 매체인 <뷰스앤뉴스>의 박태견 기자. 경제 부문을 전문적으로 다루어온 기자다. 2010년 7월 15일자 아침 편집 기사 "부동산거품 파열, 지방-공기업 '떼도산' 위기"에서 '부동산거품 파열'이라는 단어를 공식화하고 있다. 기사 내용은 인천시의 '모라토리엄' 사태를 다루고 있다. 인천시의 문제는 인천시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재정)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현임 정부의 살림살이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다. 토건국가의 패러다임을 끝장내야 할 때 토건밖에 모르는 사람이 정권을 잡게 된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한 정권의 역사는 불과 5년이지만, 한 국가의 역사는 5년이 그칠 수가 없는 것이다.
"인천시 부채가 왜 이렇게 급증했나?"
"부동산경기가 계속 좋은 줄 알았다. 이럴 줄 예상하지 못했다."
송영길 신임 인천시장과 안상수 전임 인천시장이 업무 인수인계를 하면서 나눴다는 대화다. 인천시 부채는 8년전 한나라당 소속 안상수 시장이 취임할 때 6천462억원이었던 게, 물러날 때는 9조3천950억원으로 무려 14.5배나 폭증했다. 해마다 갚아야 하는 이자는 3천억원. 사실상 '준(準)파산' 상태다.
13년 전 YS가 DJ에게 '텅텅 빈 국고'를 넘겼던 때와 너무도 흡사한 모습이다.
인천시 재정파탄 과정은 어떻게 하면 지방정부가 파산하는가를 '교과서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한나라당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독식하고 있다 할지라도 불과 8년새 부채를 14.5배나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시민과 언론의 따가운 눈총이 있어 예산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안상수 전임시장이 짜낸 편법이 지방공기업인 인천도시개발공사 설립이었다. 안 시장은 취임직후인 2003년 5월 인천도시개발공사를 설립했고, 이를 앞세워 영종도 하늘도시 건설을 비롯해 서구 검단 신도시, 7만석 규모의 아시안게임 경기장, 151층짜리 쌍둥이 빌딩, 119개의 주거정비구역 추가지정,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대규모 토목을 일으켰다.
하지만 미국발 국제금융위기로 부동산거품이 꺼지면서 인천도시개발공사는 각종 개발지 분양이 안되면서 빚더미에 안게 됐고 그 결과 올해말 부채는 6조6천424억원으로 폭증하면서 인천시 자체를 파산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대다수 지자체도 동일한 과정을 거쳐 지방재정을 파탄으로 몰아넣고 있다. 개발만 하면 분양이 척척 되고 지방정부 주수입원인 부동산관련 세수가 펑펑 늘어날 줄 알았던 뿌리 깊은 '부동산신화 중독'이 결국 전국 지방정부를 동시에 붕괴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거품이 꺼지면서 90년대초 일본 지자체들이 줄줄이 붕괴하던 때와 똑같다.부동산거품이 터지면서 쓰러지려는 건 지방정부뿐만이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철도공사 등 공기업들도 마찬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10월 토공과 주공이 합쳐 출범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는 민간기업이었으면 이미 파산한지 오래됐을 기업이다. LH의 총부채는 109조원. 부채비율은 무려 500%다. 요즘 민간기업은 부채비율이 300%만 넘어도 악성기업 취급을 받는다. 6월말 현재 금융부채는 80조원으로 하루 이자만 90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부동산경기가 침체하면서 LH의 재정구조는 더욱 급속 악화되고 있다. LH가 떠안고 있는 미분양아파트만 3만채다. 여기에다가 5조4천억 규모의 판교 알파돔 개발이 사실상 파산났고 성남시는 모라토리엄 선언을 했다. 그 결과 공공택지를 개발해 업자들에게 판 LH는 땅값을 받지 못하면서 부실이 더욱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또한 판교외 다른 신도시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뒤따를 것이다.
여기에다가 국책사업인 혁신도시, 보금자리주택 건설, 임대주택 건설 등은 적자규모만 늘리고 있다. 세종시 건설 또한 이명박 정부가 수정 소동을 일으키면서 아파트를 지으려 토지를 분양받았던 민간건설업체들이 대거 해약, LH 부실을 키웠다.
재정파탄 위기에 직면한 LH는 보유하고 있던 13조원 규모의 토지를 팔아 부실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나, 부동산거품이 터지면서 관심을 갖는 기업이 사라져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상태다.
철도공사(코레일) 역시 부동산거품 파열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표적 빚더미 공기업인 코레일은 용산 땅을 8조원에 팔아 4조5천억원에 달하는 고속철도 건설부채를 갚는 등 부채를 대폭 탕감해 부실기업의 오명을 벗는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동산거품이 터지면서 삼성물산 등 민간기업들이 31조원에 달하는 용산 재개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됐고, 결국 용산개발 자체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직면하면서 코레일은 암담한 상황에 몰렸다.
이밖에 이명박 정부가 토목공사인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면서 편법적으로 비용을 전가시켜 하루아침에 우량공기업에서 부실공기업으로 전락한 한국수자원공사를 비롯해 수많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공기업들이 파산 위기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다가 중앙정부 재정도 4대강사업 등 불요불급한 대형토목사업과 경기부양 등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13년전 부도난 국가를 인수인계받은 DJ는 '국민과의 대화'에서 "금고문을 열어보니 돈이 한푼도 없더라"라며 국가부채를 끝까지 은폐하려 한 YS에 대해 개탄했었다. 하지만 YS는 지난해 "IMF사태는 상당 부분 DJ 책임"이라며 지금도 IMF 사태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남 탓만 하고 있다.
같은 모습을 몇년 뒤 또다시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래서 세간에 "다음 정권은 설거지 정권이 될 것"이란 얘기가 파다히 나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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