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20대들의 또 다른 이름은 88만원 세대다."라고 시작하는 선언문을 읽고 있습니다. 은평구의 아르바이트 청년 88명이 이 지역 보궐선거에 후보로 나온 사회당의 금민을 지지하는 선언문입니다.(출처: 은평구 ‘아르바이트’ 청년 88명, 금민 후보 지지 선언)
세상에나.
많고 많은 선언문들을 읽어보았지만, 편의점과 PC방의 아르바이트 청년들의 선언문은 처음 읽어봅니다. 아마도 인류역사상 아르바이트 청년의 선언문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 선언문이 발표될 때, <88만원세대>라는 책을 내어 '88만원세대'라는 말 자체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만들었던 우석훈 씨가 김광석의 '일어나'라는 노래를 불렀다 합니다. 우석훈 씨, 무척 애를 쓰긴 합니다만(그리고 저보다는 노래를 잘 부르지만), 그래도 웬지 피곤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아예 내친김에 김광석이 노래 부르던 모습을 검색을 통해 찾아보았습니다. 김광석의 목소리에 들어가 있는 '슬픈 힘'을 새삼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겠죠. 그런데 노래 가사가 다시금 가슴 떨리게 합니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거야 /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노래 가사의 후렴구가 자꾸 입안에 맴돕니다.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어어어어럼!"
88만원 세대에게 기본소득을!
은평구 ‘아르바이트’ 청년 88인 금민 후보 지지 선언
오늘날 20대들의 또 다른 이름은 ‘88만원 세대’다. 그것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실이다. 오늘날 20대의 대부분은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취업을 하려고 해도 말 그대로 바늘구멍이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들이 저임금 중노동의 비정규직이거나, 아르바이트의 연장일 뿐이다.
'88만원 세대'가 곧 우리의 비극적인 삶이지만, 이를 극복할 해결책은 마땅치 않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다시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더라도 노동자, 서민 그리고 88만원 세대의 삶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10여 년의 양극화를 통해서 체험했다.
이명박 정부도, 민주화 10년도 우리의 처지를 개선할 뾰족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해 미국발 경제위기로 한국경제가 추락할 때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고 임금을 삭감하면 일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고통분담만 있고 고통을 분담한 대가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어차피 모든 20대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88만원 세대를 더 양산하는 것에 그치는 이명박 정부의 20대 수탈정책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다.
우리가 주장하는 대안은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기호 9번 금민 후보가 강조하는 전국민 기본소득제 도입이다. 국가가 모든 국민들에게 노동여부와 상관없이, 또 소득이나 자산에 대한 심사 없이 무조건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것만이 우리 20대 88만원 세대들의 미래를 희망차게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국민이 투표권뿐만 아니라, 당당한 국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조건을 보장할 것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다.
심각한 양극화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기본소득제 도입이라는 우리의 요구는 과도하지 않다. 당장 실현할 수 있다. 지금까지 비생산적 방식의 투기불로소득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고, 오늘날의 경제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으면서도 실제로 책임은 지지 않은 고소득 불로소득 생활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동안 이행하지 않았던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하며, 국가는 여기서 마련된 재원으로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우리 20대들은 먹고살기 위한 취업이 아닌, 꿈을 실현하는 직업을 찾을 수 있다. 보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공부를 더 할 수도 있고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더 이상 88만원 세대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 희망 세대로 거듭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88만원 세대로서의 삶을 더 이상 지속하지 않기 위해 7.28 은평을 재선거에서 기본소득을, 기호 9번 금민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평생 고난을 감당해야만 하는 우울한 미래가 아니라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장밋빛 미래를 오는 7월 28일에 선택할 것이다.
2010년 7월 22일
기본소득과 금민 후보를 지지하는 88만원 세대 은평구 ‘아르바이트’ 청년 88명
<편의점>
고보경 권오현 김강석 김동훈 김명순 김문수 김미진 김병수 김수자 김시진 김일수 김창현 류은영 민용기 박보은 박소연 박충은 박효경 배기백 석광섭 송창훈 안민영 여현지 오경식 오세원 오은주 왕지정 유성진 윤강의 윤덕희 이강희 이기명 이미애 이병학 이성희 이아름 이정훈 이중선 장강희 장우성 전재훈 천정우 최윤호 홍예나 황영진 (이상 45명)
<PC방>
강현수 김소연 김연정 김준우 김지권 박혜원 송지선 신종철 심영환 오인영 유아린 이은주 이주희 이준이 장솔이 전민주 조아해 주지인 최 솔 한상우 (이상 20명)
<기타 아르바이트>
강영환 김시원 김태규 김현철 민하늘 박수영 박지영 박진영 사가영 송형택 안용수 안창규 엄민지 유진아 윤주호 이덕선 임상철 장영휘 전정현 정대윤 천현우 최고영 한태경 (이상 23명)
검은 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봐도 소용 없었지
인생이란 강물 위를 뜻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수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 가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끝이 없는 말들 속에 나와 너는 지쳐가고
또 다른 행동으로 또 다른 말들로 스스로를 안심시키지
인정함이 많을수록 새로움은 점점 더 멀어지고
그저 왔다갔다 시계추와 같이 매일매일 흔들리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살아 있는걸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가고
햇살이 비치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 버리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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