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1일 월요일

창조적 인간의 일상

Here's How The World's Most Brilliant People Scheduled Their Days


Alas, there are but 24 hours in a day.
And when you have a seemingly insurmountable load of work, it can be a quite a challenge to even know where to start. But remember that history's most legendary figures -- from Beethoven to Beyonce -- had just as little (or just as much) time as you have.
Using the book Daily Rituals: How Artists Work by Mason Currey, RJ Andrews atInfo We Trust designed some enlightening visualizations of how history's most creative and influential figures structured their days. Unfortunately, there is no common prescription for the perfect schedule, and each person had a very different set of rituals.
Based on the charts, we learn that some of history's icons had more eccentric habits than others. Consider Beethoven, who would painstakingly count out 60 coffee beans for his morning brew:
beethoven
Think your mornings are stressful? French author Victor Hugo would be "awakened by daily gunshot," before taking an ice-cold, public bath on his roof. He'd also visit the barber every day:
hugo
Honoré de Balzac, the French writer, was said to live his life as “orgies of work punctuated by orgies of relaxation and pleasure," according to one biographer. He also had an epic caffeine addiction, consuming as many as 50 cups of coffee per day. We recommend you don't follow his example:
balzac
Check out the other creative routines below:
(Click here for a bigger image.)
daily rituals

자기 계발서 열풍에 똥침 놓는 '개독교' 연구자

자기 계발서 열풍에 똥침 놓는 '개독교' 연구자 
[인터뷰] <거대한 사기극>, <인문학으로 자기 계발서 읽기>, <공부란 무엇인가>의 저자 이원석 연구원

<뉴스앤조이> 2014.02.21  임수현 (hopesh) 기자 

  
어떤 사람이 한 분야에서만 천 권의 책을 읽고, 그 분야를 비평하는 책을 써서 상을 받았다면 그 비평은 들을 만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모처럼 따스한 오후, 홍대 어느 카페에서 만난 이원석 연구원(언더우드학원선교센터) 얘기다. '자기 계발서 권하는 사회의 허와 실'이라는 부제를 가진 <거대한 사기극>으로 지난해 출판평론상을 받았다. "첫 책부터 상을 받아 기분이 좋으셨겠다" 물었다. "뭐, 예"로 끝난 대답, 얼른 메뉴판을 건넸다.이 연구원은 선생님이셨던 어머니의 추천으로 자기 계발서를 읽기 시작해 지금까지 천 권을 넘게 읽었다. 그 정도 읽었으면 성공 안 하기도 어렵겠다 싶은데 그는 자기 계발서가 오히려 올바른 자기 길을 가지 못하게 막는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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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사기극>으로 2013 한국출판평론상을 받은 이원석 언더우드학원선교센터 연구원을 만났다.
이 연구원은 자기 계발에 매진하는 사회와 적극 이용하는 교회에 짱돌을 던진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서점에 가 보면 안다. 베스트셀러 코너는 자기 계발서가 점령하다시피 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텐데 그가 제대로 짚은 걸까.
큰 꿈을 품으라는 자기 계발적 가르침을 따라 10대 때 이 연구원의 꿈은 선교사였다. 3대째 가톨릭을 믿는 가정에서 청소년 때 개신교인이 된 그는 자기 계발서의 지론처럼 위대한 꿈을 꾸었다. "순교가 아니면 휴거를." (증인은 곧 순교자다.) 물론 믿는 바를 제대로 알고자 성경을 읽고, 기독교 고전을 봤다. 빨리 성장하고 싶어 방언 기도를 하고, 금식을 했다.

선교사 꿈꾸던 10대, 개독교 연구하는 40대
이원석 연구원은 학부와 대학원 과정에서 신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공부를 했다. 박사 과정에서는 문화이론이라는 전공을 택했지만 연구 주제는 교회를 떠나지 않았다.
"교회에서 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해 가고, 인생을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처음으로 다녔던 곳이 개독교의 모델 같은 교회였어요. 돈, 섹스, 권력이 얽히고, 삯꾼 목사까지 온갖 문제가 있던 교회였어요. 지금 와서 보면, 제가 신학을 공부하게 된 것도 하나님의 은총이지요. 교회를 통해 새롭게 내 자신, 자아를 만들었다고 여기기 때문에 기독교 문제에 더 민감해져 이제는 한국 사회의 '개독교 스터디즈(studies)'를 창시하겠다라고 반 농담으로 말합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이 연구원은 잠언 16장 9절 말씀을 언급하며 딱 자기 삶이라고 했다. 위대한 선교사를 꿈꾸다 개독교 현상을 연구하게 된 것, 몇 달 새 펴낸 자기 계발과 관련한 3권의 책(<거대한 사기극>, <인문학으로 자기 계발서 읽기>, <공부란 무엇인가>)이 그 방증이다. 3권의 책 이야기에 앞서 그가 말한 '개독교 스터디즈'가 궁금했다.

"한국교회는 세상과 짝패예요. 한국교회는 일제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강한 힘에 대한 동경, 의지, 열망을 갖게 됐어요. 그때부터 교회는 항상 권력자 편에 서서, 지배 계층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병리적 상태에 처했습니다. 사학법 개정을 논의할 때 목사들이 스님처럼 머리를 밀었죠. 주5일제가 도입되기 전, 한 목사가 안식일 계명을 내세우며 반대했습니다.
안식일 계명은 노예나 가축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의 계명인데, 그 목사는 (6일 동안 힘써 일해야 한다는) 그야말로 전복적 성경 읽기의 정수를 보여 줬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형 교회가 대기업 등의 주류 집단과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가 스스로 지배 집단에 자리한 이런 예들은 셀 수 없이 많아요."
미우나 고우나 한국교회 일원으로서 남이 까는 것보다 자기가 까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개독교 현상을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어릴 때부터 읽어 온 자기 계발서가 개독교로 불리는 한국교회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했다.
"2007년 출간된 <시크릿>은 2년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는데, 2년 전 <긍정의 힘>이 나와서 두 해 동안 기독교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해요. 그야말로 세례요한처럼 먼저 길을 예비해 줬달까? 그 이후도 마찬가지예요. <아침형 인간>이 나오니까 <새벽형 크리스천>이 나옵니다. 기독교는 자기 계발의 터를 닦기도 했지만 백업도 해 줘요. 자기 계발서와 기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아주 긴밀한 사이예요."

성경에 없는 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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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계발론은 승자 독식 사회를 인정한다. 경쟁에서 진 사람은 승자보다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이원석 연구원은 사회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자기 계발의 고전 상당수는 미국 청교도 목사들에 의해 집필됐다. 미국 개척 시대, 현세의 성공을 향한 열망에 자기 계발 패러다임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자기 계발서의 일차적 확산로는 교회였다. 노만 빈센트 필의 <적극적 사고방식>은 1952년에 쓰여 1955년 번역되고, 필의 후계자 로버트 슐러의 <불가능은 없다>는 출간된 지 1년 만인 1968년 대한기독교서회에서 번역했다. 이는 당시 우리나라 출판 상황을 고려했을 때 놀라운 속도다.
로버트 슐러의 절친, '삼중 축복(요삼 1:2)'의 조용기 목사가 부흥 집회와 기도원 등을 통해 "네 입을 크게 열라, 내가 채우리라"는 식으로 자기 계발 정신을 퍼뜨렸다. 그가 선포하는 '삼중 축복'은 구원의 복이 건강의 복, 경제의 복 등 현세의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IMF 이후 많은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기 계발서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쏟아졌다.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이길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회구조의 잘못은 배제하고 모든 일을 자기 자신의 책임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고 이원석 연구원은 말했다.
자기 계발의 원어가 "Self Help(자조)"라고 그는 밝힌다. 자기 계발서의 바이블 격인 <자조론>(새뮤얼 스마일스)의 원서 제목이기도 하다. <자조론>의 첫 문장이기도 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이 미국에 깊이 뿌리내리게 된 데에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모든 걸 건설해 가야 했던 미국적 정황을 배제하고 생각할 수가 없다.
이원석 연구원은 여기에 돌을 던진다. "정말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까?" 다시 말해서 아무도 나를 돌보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만을 챙기는 태도가 과연 성경적인가?
자기 계발서는 자조(自助)를 말하지만 이 연구원은 공조(共助)를 말한다. 그는 하늘은 서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믿는다. 교회가 진젠도르프의 모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20여 명의 신도가 한 명의 선교사를 후원하는 구조를 가리킨다.
교인 중에 암에 걸린 환자가 있다면, 교회는 암 치료를 위해 돈을 걷어야 한다. 그런데 교회는 오히려 믿음이 부족하고, 기도가 부족했다고 문제를 모두 개인에게 환원해 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성경에서 말하는 이웃 돌봄을 잊고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며 세상 권력을 취한 한국교회는 개독교라고 비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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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석 연구원이 펴낸 3권의 책에서 우리는 언젠가부터 자기 계발이 시대 정신이 된 현상에 관한 진단과 그 처방을 발견할 수 있다.

욕망 조장하는 자기 계발서 아닌 진정한 삶 찾는 공부
"자기 계발 사회는 겁을 줍니다. '남들처럼 일하면 망해. 더 빨리 아침부터, 아니 새벽부터 일찍 공부해야지', '안정된 노후를 위해서는 10억 정도 모아야 해', '중1, 2 때의 성적이 고3 때까지의 성적으로 이어지니, 중학교 때부터 열심히 해야 해' 등으로요. 또한 자기 계발 사회는 헛된 약속을 합니다. '인문학 공부하면 천재의 뇌로 바뀌어서 성공할 수 있어', '성공하려면 성공을 생각해', '지금은 말단 사원이라도 CEO의 마음으로 살면 언젠가는 CEO가 될 거야' 이런 식으로 욕망을 조장합니다. 더욱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욕망도 아닌 것을 내재화하게 했지요."
앞서 이 연구원이 쓴 <거대한 사기극>, <인문학으로 자기 계발서 읽기>가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진단이라면 최근 출간된 <공부란 무엇인가>는 대안이다. 사회의 거짓된 시스템에서 자기 계발서는 욕망의 체계를 공고히 한다. 인문학마저 조장된 욕망을 내재화하는 데 쓰이는 형편에서 바른 공부만이 대안이라고 그는 말한다.

"인문 고전을 공부한 사람들이 세계를 지배했다는 말은 허구입니다. 가령 서구 중세에서 인문 고전을 공부한 이들은 수도사들이었고, 그들의 몫은 청빈, 순결, 복종이었습니다. 외려 왕과 귀족은 대개 문맹자들이었지요. 우리 시대 갑부의 대다수가 저학력자들입니다. 인문 고전이 약속하는 것은 세속적 성공이 아니라 내면적 자유입니다.
우리도 중세의 수도사들처럼 읽어야 할 것입니다. 성공을 위한 도구로 고전을 대하면 안 됩니다. 논술 준비하듯이 인문 고전을 보는 작금에는 성경마저 기계적으로 대합니다. 매일 구약 3장, 신약 1장 읽기로는 크게 변하기가 어렵습니다.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66권으로 이루어진 성경의 각 권을 가급적 앉은 자리에서 다 읽는 거예요. 특히 복음서를 그렇게 읽는다면, 새로운 눈이 열릴 거예요. 더불어 가급적 한 권의 성경을 반복적으로 읽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가령 마태복음서 한 권을 여러 번 통독하는 거지요.
다른 하나는 묵상하는 것입니다. 매일 십여 절의 본문을 QT하는 것으로는 크게 변하기 어렵습니다. 한 번에 소화하기에는 본문도 많고, 정해진 도식으로 분석하기 일쑤입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한두 절 정도의 짧은 본문을 개가 뼈다귀 물고 늘어지듯이 곱씹어 읽고, 수시로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가급적 일주일 정도는 거기에 매달리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내면을 세밀하게 돌아보고, 세상을 다시 볼 때 이전에 깨닫지 못한 부분을 새롭게 통찰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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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석 연구원은 자기 계발서에서 주창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기 현실에 맞닿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기지 않아도 행복한 사회, 자기 계발하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고 결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힘이 거기에 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이원석 연구원이 강조하는 인문 고전 읽기에는 욕망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자조가 아닌 공조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이다. 예수는 로마제국과 종교 체제 속에서 자기 자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욕망을 좇지 않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자기 길을 가셨고, 그 결과로 십자가에 달리셨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많은 세속적 위인들도 그렇다. 고대 희랍 도시국가의 현자 소크라테스는 결국 사약을 받았다. 그들은 두렵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세상과 '맞짱 뜨는 자유'가 있었다. 자기 욕망이 아닌 것에 속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서가 요구하는 고삐 풀린 욕망의 질주를 멈추고, 진정한 자기 길을 찾는 것은 자기 내면을 비추는 공부의 힘으로써 가능하다.

삶에 맞닿은 공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일상을 바쁘게 몰아치는 세상에서 "개가 뼈다귀를 물고 늘어지듯이" 고전을 보고, 성경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요즘 20대는 오찬호 교수(<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저자)가 짚었다시피 자기 계발서의 내용을 완전히 내면화해 사회구조의 불이익을 자기 책임으로 여기고, 경쟁에서 낙오한 이들을 대놓고 차별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원석 연구원이 말하는 제대로 읽기는 여간한 자기 직면에 따른 결단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를 수월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기 계발을 비판하는 입장에서 개인의 몫과 사회구조의 몫을 항상 구별하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자기가 져야 할 몫이 있습니다. 그것은 먼저 자기 자신과 현실을 바르게 직면하는 것입니다. 많은 돌팔이 약장수들은, 많은 동기부여자, 많은 힐러, 멘토들은 사회적 차원을 거세하고, 개인적 문제로 줄여 준 다음에 개인의 능력을 부풀리고, 그 욕망을 '뽐뿌질'합니다. 상처를 토닥이고, 잘못하지 않았다고 격려하며, 더 잘할 수 있다고 다그치면서 말이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러한 일차원적 사회 속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라면, 그렇게 살면 됩니다.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면 안 됩니다. (바른 공부할)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마음과 욕망이 없는 것입니다. 싫으면 안 하면 됩니다. 그냥 노량진에서 계속 시험 준비하고, 계속 남 차별하면 돼요.
스스로 직면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경쟁이 옳은 걸까?', '이렇게 결혼하고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내 아이에게도 이런 지옥 같은 세상을 주는 게 옳은 걸까' 하는 질문이 든다면, 깊이 한번 인문 고전을 보고 제대로 성경을 읽어 보라고 하는 거지요. 저는 기본적으로 남의 소리가 아닌 자기 내면의 성찰에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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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가 개독교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이원석 연구원은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생계와 사회, 교회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만드는 데 소망을 두고 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이원석 연구원이 말하는 바른 공부는 자기 계발서들이 주창하는 성공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기 현실에 맞닿은, 서로 돕고 살아가기 위한 공부다. 그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연구 공동체를 구상하고 있다. 모여서 생계와 사회, 교회에 대해 공부하고 발표하면서 이야기 나누려고 한다. 교회 밖이든 안이든 더 많은 이들과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
"저는 어쨌든 사람들이 공부하도록 제가 독려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고 싶어요. 이미 여러 곳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기독교 안에서만 하더라도 청어람아카데미나, 기청아(기독청년아카데미), 현기아(현대기독연구원), 느헤미야, 로고스서원 등이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더 많이 그런 운동체가 일어나야 한다고 믿습니다. 좁은 시장을 두고 서로 경쟁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더욱 파이를 키워야지요.
저는 특별히 교회가 거듭나는 데에는 교양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가 공부하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럴 때에야 개독교라는 오명을 벗게 될 것이고, 나아가 한국 사회에 빛과 소금으로 다시 나타나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가 공부하는 교회와 공부하는 사회로 새롭게 나아가는 데에 그저 벽돌 하나를 올리고 싶습니다.
이게 한국 사회와 교회에 제가 기여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 일자리 못 찾은 수많은 시간강사들 있습니다. 수많은 젊은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분들이 뜻을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내가 잘 안 될 때, 남이 날 도울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공조(共助)지요. 어떤 곳보다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이에요. 제 책에서 인용한 피터 모란의 말입니다.

'아무도 부유해지려 하지 않으면 모두 부유해질 것이고, 모두가 가난해지려 하면 아무도 가난해지지 않는다.'
(<인문학으로 자기 계발서 읽기>, 258쪽)"
 

2014년 3월 20일 목요일

아이의 상상력이 꽃 피는 장소, 당신의 무릎

美 그림책 작가 모 윌렘스
"어른들도 좀 철없으면 어때요, 어리석게 사는 걸 두려워 말아야 자녀와 좋은 관계 이룰 수 있죠"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책, 펜, 그리고 엄마 아빠의 무릎입니다."

스마트폰만 가지고 노는 아이에게 책을 안기려면 '엄마 아빠의 무릎'부터 내어주라고 말하는 이 남자는, 미국의 그림책 작가 모 윌렘스(Willems·46)다.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 '내 토끼 어딨어?' 등으로 한국에도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 작가.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림책의 위대한 발견전'(6월 8일까지)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서울에 온 그는, "어른들이 좀 철없고 삐딱하고 어리석게(silly) 사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면 자녀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싱긋 웃었다.

20대 때 코미디언으로 잠시 일했을 만큼, 윌렘스는 장난스럽고 익살스러웠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책을 만들려면 부끄러움을 몰라야 한다"는 그는, "그래서 나는 부끄러움을 없애는 수술을 받았다"며 농담을 던졌다. 그림책 작가가 되기 전 '세서미 스트리트' '큰 도시의 양' 등 미국 유명 TV 만화의 작가로도 활약했다.


 모 윌렘스의 그림책은 2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100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하지만 그는“그림책은 몇권이 팔렸는지가 아니라 몇번이나 읽혔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 윌렘스의 그림책은 2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100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하지만 그는“그림책은 몇권이 팔렸는지가 아니라 몇번이나 읽혔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그림책 작가로서 첫출발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작품을 들고 갔더니 모든 편집장이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했지요. 마지막에 만난 편집장이 '정상이 아닌 것이 좋은 것'이라면서 책을 내주더군요." 그 책이 윌렘스의 첫 그림책이자 출세작인 '비둘기에게 운전을 시키지 마세요'다. 이 책은 그해 미국 최고의 그림책 작가에게 주는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했다. "왜 하필 비둘기냐"는 질문엔 "비둘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가가 거의 없어서"라고 했다. 비둘기, 토끼, 공룡 등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내가 (사람) 옷 그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라며 넉살을 부렸다.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윌렘스의 그림책은 교훈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게 특징이다. "작가는 그림책의 51%만 만들고 나머지 49%는 아이들이 읽으면서 상상하고 채워나가죠."

윌렘스가 다섯 살 적 '스누피'(원제는 피너츠)의 작가 찰스 슐츠에게 편지 쓴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신이 죽으면 그 일을 내가 해도 되겠느냐고 편지에 썼지요(웃음). 늘 화가 나 있고 우울한 찰리 브라운을 보면서 '난 얘보다는 행복하잖아?'하며 위로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나이 들어 어린 시절을 추억할 때 우리는 흔히 즐거운 일만 떠올리지만, 사실 어린 시절은 굉장히 힘든 시간입니다. 매일매일 천장에서 손이 나와 나를 옭아매는 일들이 일어나죠. 그래서 아이들 편을 들어주는 작품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처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3/19/2014031900800.html

2014년 3월 19일 수요일

집 근처 ‘동네 도서관’을 누리는 행복



집 근처 ‘동네 도서관’을 누리는 행복

‘교육일기’와 ‘하늘을 나는 교실’의 필자 정인진 님이 프랑스의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가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클뢰네 시립도서관’을 소개합니다 

교사를 동반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들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교사가 큰 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틈에서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깔깔거리기도 하던 아이들이 한꺼번에 사라지자, 도서관은 다시 평소의 평안함을 되찾았다.

‘휴!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우리 집에서 도보로 약 15분 정도의 거리에 클뢰네 시립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에서는 어린이와 어른들을 위한 도서와 신문, 잡지들을 볼 수 있으며 영화 DVD나 음악 CD까지 구비되어 있다. 내가 집에서 영화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건 바로 이 도서관 덕분이다. 이 도서관에서는 자녀들을 데리고 와 동화책을 빌려가는 부모들도 볼 수 있지만, 잠시 들려 잡지나 신문을 읽는 노인들도 자주 만날 수 있다. 날씨가 춥거나 덥거나 비가 오거나 맑거나 상관없이 내가 이곳을 자주 찾을 수 있는 건, 집에서 아주 가깝기 때문이다.

▲ 클뢰네 시립 도서관 1층, 청소년들의 모습     © 정인진

옛날부터 나는 도서관에서 ‘노는’ 걸 좋아했다.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지루하면 도서관에 있는 책이나 잡지를 뒤적이기도 하고, 그것도 싫증이 나면 시청각실에서 무료로 상영하는 영화를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급기야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센터에서 동양화를 배우기도 했다. 시립 도서관 식당에서만 먹을 수 있었던, 그저 파 몇 잎과 고춧가루만 들어간 우동이 그 때는 왜 그리 맛있었는지……. 그것을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러나 당시, 이런 시립도서관이 동네 곳곳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시립 도서관을 가기 위해서는 십 여분 버스를 타고, 버스에서 내린 뒤에도 몇 십분은 걸어야 했다. 도서관은 가볍게 나설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 도서관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늘 바랐는데, 그 꿈이 이루어진 건 한국의 지금 집에 살면서부터다.

한국의 우리 집 가까이에도 이렇게 시립 도서관이 있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옛날에 비해 마을마다 도서관이 좀 더 잘 갖추어져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이렇게 도서관 가까이 살 수 있는 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도서관 근처에 살게 된 걸 내 몇 안 되는 행운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곳 브르타뉴에서도 그 꿈이 이루어졌다.

동네 도서관에 어린이들이 가득한 이유는…

▲ 클뢰네 시립 도서관에서는 매일 어린이를 위한 문화교실이 열린다.     © 정인진

이곳, 클뢰네 시립도서관은 오후부터 문을 열 때가 많다. 또 오전에 개관을 하더라도 점심에는 두 시간씩 문을 닫기 때문에 주로 오후에 가는 편이다. 점심을 먹고 산책 삼아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쓰다가 돌아올 때는 관심 있는 책이나 영화 DVD등을 빌려와 보기도 하는 등, 도서관을 잘 이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 자리’로 정한 키 큰 잣나무가 보이는 창 앞 책상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은 참 즐겁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가, 바로 옆 만화책 코너에 잠시 머물다 떠나는 어린이들을 잠깐씩 바라보는 것도 좋다. 아이들이 붐비는 곳은 늘 만화책 코너인 걸 보면, 한국이나 프랑스나 아이들은 역시 만화책을 좋아한다.

이 도서관에서 내가 특히 부럽게 생각하는 건 도서관이 지역 아동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도서열람실과 몇 개의 그룹 활동실로 이루어진 2층과 달리, 1층은 넓은 홀 하나로 되어 있다. 이 홀에는 오후마다 청소년들로 넘친다. 그들은 홀 중앙에 있는 탁구대에서 탁구를 치기도 하고, 주변에 놓인 소파에 둘러앉아, 삼삼오오 짝지어 왁자하니 떠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을 제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수요일 오후에는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이 음악회가 열리는 날은 위층까지 전자 악기들과 드럼 소리로 엄청 시끄럽지만, 자칫 음침한 곳으로 숨을 수도 있는 청소년들의 숨을 트이게 해준다고 생각하면 참을 만하다

한편, 2층에 위치한 작은 그룹 방에서는 매일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교실이 마련되어 있다. 여기서 아이들은 미술과 음악, 무용 같은 취미활동들을 한다. 보통 도서관은 오후에 문을 열지만, 학교 수업이 없는 수요일이나 토요일은 오전에도 문을 열어, 직장인 부모를 둔 아이들을 돌봐준다.

이 도서관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한 전시나 행사가 펼쳐지기도 한다. 유명 그림동화 작가의 원화 전시회나 시 낭송회가 열린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때면 교사가 학생들을 데리고 온다. 얼마 전 한 그림동화작가의 원화 전시회가 열렸을 때도 이곳에서 수업이 펼쳐지는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작가를 소개하고 그의 동화책을 한 권 읽어 주고, 동화의 내용과 관련해 질문하면서 수업을 진행했다.

또 특별한 전시가 없는 날에도 교사들은 가끔 아이들을 이끌고 와서 동화책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곤 한다. 오늘도 이런 수업이 있었다.

▲ 동네 도서관으로 교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 동화책으로 수업을 하는 풍경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 정인진

문턱 없는 문화공간 ‘샹 리브르’ 렌메트로폴 도서관

프랑스에서 생활하면서 자주 가는 곳이 동네 시립도서관이라면, 시립도서관이 문을 닫는 목요일과 일요일에는 렌 시내의 ‘샹 리브르’(Les champs Libres)라는 문화공간에 있는 ‘렌메트로폴’ 도서관을 간다.

우리 집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려면 버스를 타고 지하철까지 갈아타가며 복잡하게 가야 하지만, 지름길을 이용하면 30분이면 걸어갈 수 있다. 전통적인 브르타뉴식 가정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을 지나, 키 큰 보리수나무들과 개암나무들이 가로수로 펼쳐진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 새 ‘샤를드골’ 광장에 도착한다.

‘샤를드골’ 광장은 ‘샹 리브르’ 건물 앞에 있는 큰 광장이다. 이 광장에서는 쉼 없이 렌 시의 주요 행사들이 벌어진다. 차 없이 사람들만 오갈 수 있는 광장이 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그래서 ‘자유로운 공간들’이라는 뜻의 ‘샹 리브르’는 ‘샤를드골’ 광장에만 접어들어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샹 리브르’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공간에 들어온 걸 실감하게 된다.

이름이 뜻하는 것처럼, 비장애인이나 장애인 모두,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었다는 것이 이들이 내세우는 ‘샹 리브르’의 가장 큰 특징이다. 문턱이 없는 정문을 들어서는 것부터가 너무 쉽다. 청각, 시각, 지체 장애인들이 모두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안내판과 구체적인 장소를 말해주는 건물 모형이 설치되어 있다. 무엇보다 신청을 하면, 안내자의 인솔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가이드를 동반해 시각장애인들이 도서관 곳곳을 오가는 것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다.

장애인 이용자 관점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 렌메트로폴 도서관의 4층 서가. 이곳에는 시민들에게 태블릿 PC도 제공하고 있다.     © 정인진

특히, 샹 리브르 안에 있는 ‘렌메트로폴’ 도서관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와 음성서비스가 제공되는 시각장애인 전용공간이 있다. 이곳에 있는 자료들은 점자로 출력도 받을 수 있다. 이곳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음성으로 제공되는 잡지와 전자자료, 점자책이 7천여 편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또 매달 하루는 <캄캄한 방에서 보고 듣는다>(Ecouter-Voir en Chambre noire>라는, 영화를 소리로만 상영하는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한편,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뀔띠흐 수흐드’(Culture sourde)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여기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대사가 적힌 DVD와 잡지, 책 등을 갖추어 놓았다. 특히, 음성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신문과 잡지 등, 각종 출판물들을 읽을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청각장애인을 위해 ‘샹 리브르’에서 전시되는 모든 전시에는 간단한 텍스트자료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렌메트로폴’ 도서관을 자주 오가며, 내가 가장 감동하는 건 바로 책꽂이들이다. 책꽂이들은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도 쉽게 자료를 빼고 꽂을 수 있도록 모두 낮게 배치되어 있다. 게다가 그 간격도 너무 넓어 휠체어는 물론, 침대차조차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하루는 도서관 안에서 전동 침대차를 스스로 운전하며 다니는 중증 장애인을 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자유롭게 혼자 서가 사이를 오가며, 책을 살펴보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보면서는 한국의 우리 동네 시립 도서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우리 동네 시립 도서관은 우선 책꽂이가 너무 높아 나처럼 키가 작은 사람은 가장 높은 데에 꽂힌 책을 뽑기조차 힘들다. 게다가 책꽂이 간격은 너무 좁아 휠체어가 드나들 엄두를 낸다는 건 상상도 할 수가 없다.

물론, 부탁을 한다면 사서들이 친절하게 책을 찾아다 주겠지만, 진정으로 장애인을 위하는 건 그들을 대신해 필요한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을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한국의 우리 동네 시립 도서관에는 장애인을 위한 승강기는 없고, 휠체어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리프트만 존재할 뿐이다. 이런 시설로는 장애인들이 2층에 있는 신문과 잡지들을 볼 수 있는 정기간행물실을 자유롭게 드나들기는 무척 어려워 보인다. 이 도서관을 드나드는 동안 나는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니 그전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도서관에서 만난 적조차 없다.

우리 시대, 도서관의 의미는 무엇일까

▲ 따보흐-뤼시앵 로즈 시립도서관 1층. 이곳에서 영화가 상영된다.     © 정인진

‘샹 리브르’ 안에는 도서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브르타뉴 박물관’(Musée de la bretagne)과 ‘과학관’(Espace de la science)이 도서관과 함께 자리해 있다. 장애인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특히, 브르타뉴 박물관의 상설전시와 관련해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상자료와 특별히 제작된 책도 갖춰놓고 있다.

이곳 ‘샹 리브르’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와 행사들이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또 영화를 상영하고 심포지엄을 할 수 있는 행사장도 갖추고 있다. 이 행사장에서는 매주 수요일에는 음악회가 열리고, 주말에는 다큐멘터리나 영화들이 시민들에게 무료로 상영되고 있다. 그러니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돈을 들이지 않고도 교양을 높일 수 있는 기회들이 많다.

물론, 이런 문화행사들이 ‘샹 리브르’ 에서만 전개되는 건 아니다. 동네마다 있는 시립도서관에서도 학술강연과 전시회, 영화상영 등의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프랑스에서 도서관은 더 이상 책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닌 것 같다. 지역주민의 교양을 높을 수 있게 도와주는 문화공간이기도 하고, 어린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그들의 젊음을 분출할 수 있도록 문화와 휴식의 공간이 되어주는 곳도 도서관이다.

떠나온 곳에서 우리와 너무 비슷한 모습을 볼 때도, 혹은 우리와 너무 다른 모습을 발견 할 때도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늘 마음이 아프다. 한국의 우리 도서관들도 이런 장소가 되길 바라는 게 큰 욕심일까?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6388

2014년 3월 13일 목요일

천원짜리 김밥의 진실

한국 전통음식인 떡볶이는 귀한 음식이었다. 오죽 귀한 음식이면 궁중떡볶이라고 불렸을까. 지금이야 떡볶이가 길거리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엄명으로 4대악 중에 하나인 불량식품의 대명사가 되었다.
귀한 음식이었던 떡볶이가 흔하디흔한 음식으로 전락하게 된 것은 밀가루 수입과 깊은 연관이 있다. 떡볶이는 전통 조리방식에 따르면 쌀로 만든 떡과 소고기에 간장양념으로 만든 음식이다. 쌀과 소고기는 예로부터 귀한 음식재료였고 명절과 양반집 제삿날에만 구경할 수 있는 음식이다.
현대 떡볶이에서 떡은 밀가루로 대체됐고 소고기는 오뎅(난 어묵보다 오뎅이 더 맞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외래어로 정착됐다고 보기 때문이다.)으로, 간장 양념대신 빨간 고추장 양념으로 바뀌어 배고픈 서민과 어린 학생들을 유혹하는 음식으로 변화했고 한때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한식 세계화라는 거창한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떡볶이를 한식 세계화의 첨병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밀가루 떡볶기 아닌 궁중 떡볶기의 모습(경기도 미수다 블로그)
밀가루 떡볶기 아닌 궁중 떡볶기의 모습(경기도 미수다 블로그)
밀가루로 만든 떡볶이의 시대가 가고 이제는 쌀로 만든 떡볶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가끔 옛 추억을 되살리는 복고 마케팅으로 밀가루 떡볶이를 파는 곳도 있다.
명절과 제사에서만 볼 수 있었던 떡이 어느 순간에는 지하철 역사 가판대에서도 흔하게 팔리기 시작했고 박정희가 쌀 부족을 염려해 금지시켰던 쌀 막걸리가 이제는 막걸리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거기에다 한때 유행했던 쌀로별이라는 쌀로 만든 과자까지.
한국 쌀 개방의 역사
대한민국의 벼농사 기술이 발달해 쌀이 남아돌아 떡과 막걸리에 과자까지 만들게 됐을까? 1992년 한국은 우루과이 라운드(UR)라는 듣도 보도 못한 무역협상에 봉착하게 되면서 농산물 전면 개방이라는 시련을 겪게 된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김영삼은 대통령직을 걸고서라도 쌀 개방만큼은 막겠다고 농민들에게 큰소리쳤지만 결국 협상 결과 흰소리가 됐고 김영삼은 임기를 채웠다.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한국은 개도국 지위를 얻었으며 쌀 이외 농산물에 대해서는 관세화, 즉 시장을 개방하게 되어 그 비싼 바나나를 싸게 먹게 됐으며 오륀지가 범람하고 농업은 본격적인 하락세를 걷게 된다.
당시 UR 협상에 대한 평가는 외국 언론보도가 가장 정확하게 했다. 외국 언론에서는 ‘한국이 UR 협상에서 가장 실패한 나라 중의 하나’라고 보도했다. 당시 공무원들은 협상장에서 영어가 되지 않았고 엄청나게 많은 협상 용어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협상을 했으니 제대로 된 협상을 할 리가 없었다.
관세화라는 말은 예전에는 아예 농산물이 국내로 수입될 수 없었지만(국내법으로 금지) UR 협상 이후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은 관세만 내면 수입할 수 있게 된 걸 말하며 정확한 표현은 수입개방이다.
쌀은 관세화 유예, 즉 수입개방을 10년 뒤에 하는 대신 의무적으로 쌀을 일정량 수입하는 단서조항을 달게 된다. 이에 김영삼 정부는 쌀 개방을 막았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이 국내로 수입됐기 때문에 대통령직을 사퇴했어야 한다.
그나마 김영삼 정부는 최소시장접근물량으로 수입되는 쌀을 밥상용이 아닌 가공용으로 돌리는 조치를 해서 시장격리를 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수입된 쌀은 모두 떡, 막걸리 등의 가공용으로만 사용하게 했다.
저가의 가공용 쌀이 국내에 들어오자 이를 소화하기 위해 쌀 막걸리가 나왔고 쌀 과자가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지하철이나 시장 통에서도 한 팩에 천 원 하는 떡이 판매됐다. 농산물 개방이 우리의 밥상, 식문화는 별 상관없어 보이지만 보이지 않게 작용되고 있거나 실제로 많은 걸 바꾸고 있다.
또다시 무늬만 쌀 개방 유예
UR 협상 이후 유예받은 10년이 된 2004년 한국은 쌀 관세화 유예에 대한 재협상이 진행되면서 다시 쌀 관세화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논쟁이 벌어진 이유는 당시 농림부가 쌀개방 유예에 대한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UR 협상에서 받은 쌀 관세화 유예는 10년이기 때문에 유예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협상을 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관세화 유예 조치가 끝나고 관세화, 즉 개방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진보적 농업학자들과 농민단체들은 UR 이후 새롭게 진행된 DDA(도하 Doha 협상)이 끝나야 한국의 쌀 관세화 유예에 대한 재협상이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DDA(Doha Development Agenda)협상은 2001년 11월 14일 카타르 도하 각료회의에서 합의된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다자간 무역협상이다. 1995년 1월 WTO가 출범한 뒤, 1998년 5월 제네바 각료회의에서 무역자유화를 위한 뉴라운드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하고, 이듬해 12월 시애틀 3차 각료회의를 거쳐 2001년 11월에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열린 제4차 각료회의에서 합의된 다자간 무역협상이다.
이 DDA 협상은 1999년 미국에서 시애틀 투쟁이 벌어지면서 주춤하다가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한국의 농민 이경해 열사가 자결하면서 반대투쟁이 거세졌다. DDA는 미국의 수출보조금과 EU의 높은 관세에 대한 논란에다가 브라질, 인도 등 신흥 농산물 수출국가가 서로 의견을 달리하면서 현재는 지리멸렬한 상태이다.
만약 2004년 정부가 재협상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쌀 관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2004년 재협상에서는 다시 10년간 개방을 유예하는 대신 1988~1990년의 쌀 소비량 평균의 8%까지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며, 관세화가 되더라도 8%는 저율관세(TRQ)인 5%로 영구적으로 반입하기로 합의했고 여기에다가 가공용 쌀이 아닌 시판용 밥쌀까지 수입하기로 했다.
시판용 밥쌀은 우리가 흔히 먹는 자포니카 계열의 쌀로, 미국의 칼로스 쌀과 중국 동북3성에서 재배되는 쌀이 가공용이 아니라 밥을 해먹을 수 있게 들어온다는 것이다.
2005년 한국에는 1984년 북한이 원조해준 쌀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밥쌀이 들어오게 됐다. 물론 미국 PX를 통해 강남의 부자들은 90년대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맛 좋기로 유명한 칼로스쌀을 먹기는 했지만 엄연한 불법이었다. 그래도 잡혀간 사람은 없다.
동네 슈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미국 칼로스 쌀
동네 슈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미국 칼로스 쌀
2005년 2만3천 톤의 밥쌀이 수입돼 매년 늘어나 2014년에는 12만3천 톤을 수입해야 한다. 올해도 12만3천 톤의 쌀이 들어왔다. 농협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된 밥쌀은 식당과 단체급식업체에 69%가 팔리고 17%가 김밥과 떡으로 판매된다고 한다. 수입쌀을 사고 싶으면 X마켓, XX번지에 가서 수입쌀만 쳐보면 된다. 미국산 칼로스쌀이 20Kg에 3만 원대에 팔리고 있다. (한국 쌀은 20Kg에 5,6만원대)
2000년 초반에 한국에는 아주 유명한 음식점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바로 김밥X국이다. 이를 시작으로 한국에는 어디를 가나 김밥집이 들어서 있다. 그 이유는 명확한 인관관계는 없지만 수입산 밥쌀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나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나서 한국에 엄청난 농산물 개방 압력을 넣었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한중마늘파동이다. WTO에 가입 전에는 중국은 한국에 농산물을 수출할 수 없었지만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엄청난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때 땅을 치고 후회한 사람들이 농림부 관계자들이다. UR협상을 워낙 미숙하게 해서 온갖 틈새를 만들어 농산물이 수입됐다. 마늘은 의무수입물량이 아니면 300~400% 이상의 높은 관세를 내야 하기에 관세+운송비+마진을 합치면 국내가격과 비슷해져 수입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깐마늘은 가공품으로 분류돼서 고율 관세를 내지 않고 들어오기 때문에 중국산 마늘이 엄청나게 수입이 돼 마늘가격이 폭락하자 2003년 결국 한국 정부는 세이프가드(SG)를 발동하게 된다.
중국은 당연히 WTO에 제소를 하게 되고 중국과 협상에 들어간 한국은 삼성의 핸드폰과 한국의 마늘을 맞바꿨다는 비판을 받는 협상결과를 가지고 한국에 온다. 당시 과일류 수입에 대한 이면합의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마늘만 그랬을까? 고추는 냉동고추로, 쌀은 찐쌀로 들어오게 된다. 이 찐쌀은 김밥집으로 유입되고 우리는 한 줄에 천 원 하는 김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중국이 없으면 한국은 굶어죽는다는 말이 점점 현실화 돼 가고 있다. <2부에서 계속>

출처 http://www.redian.org/archive/60876

1인당 장서 1.53권 ‘책 부족국가’

1인당 장서 1.53권 ‘책 부족국가’
日의 절반…도서관 수도 태부족
우리 동네 도서관을 비롯해 국내 공공도서관은 최근 10년간 비약적인 발전과 진화를 일궜지만, 장서 수 등에서는 OECD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열세다. 도서관 1곳당 인구수, 1인당 장서 수에서는 많이 뒤지고, 전문인력은 영국ㆍ일본 수준으로 올라섰다. 공동도서관 개선과 확충은 대통령 직속으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둘 정도로 정부 의지가 강해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전국 도서관 수=2012년 말 현재 대한민국 전국 도서관 수는 1만9008개다. 군대에 설치된 병영도서관 1606개, 장애인도서관 39개을 합한 숫자다. 초ㆍ중ㆍ고등 학교도서관이 1만1506개로 가장 많다. 국립도서관은 총 3개로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법원도서관이 있다.
▶장서 현황과 연간 이용자 수=2012년 말을 기준으로 전체 도서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장서는 약 3억6510만4000권이다.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공공도서관의 장서는약 7812만6000권으로 1개 공공도서관엔 약 9만4000권씩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장서가 가장 많은 곳은 국립도서관으로 1개당 평균 337만8000권을 보유하고 있다.

▶시ㆍ도별 공공도서관 현황=공공도서관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 가장 적은곳은 세종시다. 1개당 인구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세종시, 가장 적은 곳은 제주다. 서울은 1개당 인구 수가 8만7891명으로 평균인 6만1532명보다 많다.
▶주요 국가 공공도서관 비교=기준연도가 1~2년 정도 차이가 나지만 미국, 영국, 독일, 일본과 비교한 한국의 공공도서관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1개당 인구 수도 6만1532명으로 독일의 1만60명에 비해 6배 이상 많다. 또한 장서 수에서도 차이가 난다. 미국은 8억840만2000권으로 한국의 7812만6500권의 10배 이상이다. 가장 중요한 1인당 장서 수도 한국은 1.53권, 미국은 2.62권, 일본은 3.13권이다. IFLA(국제도서관협회연합)와 UNESCO의 공공도서관 자료 최저기준은 1인당 2~3권이다.
▶공공도서관 전문인력=장서를 정리하고 분류하며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사서 인력은 1곳당 평균 4.2명이다. 사서 1명이 대상으로 하는 인구는 2012년 1만 4780명으로 2003년 2만2296명보다 현격히 줄었지만 여전히 많다. 인구 1000명당 사서직원 수는 한국이 0.07명으로 미국ㆍ독일을 제외하고 영국ㆍ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출처http://weekend.heraldcorp.com/view.php?ud=20140307000500&sec=01-73-01&jeh=201

'도서관 파업합니다'..파리서 예산 삭감 반발해 파업 예고

프랑스 파리의 도서관들이 정부의 예산삭감에 반대하며 이틀간 파업을 예고했다.
파리시의 문화관련 예산 축소에 반대하는 이번 파업은 오는 목요일과 토요일에 걸쳐 이틀간 진행된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은 "시의 정책에 따라 파리 도서관 전체에서 80여개의 부서가 없어지며 이중 50여개는 정리해고가 확실한 상황이다. 즉 1000여명이 해고된다는 의미다"라고 밝혔다.
예산 삭감이후 각 도서관들은 운영시간을 축소해왔다. 이에 따라 주중 아침엔 시민들이 도서관 출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 CGT는 "올 3월 선거를 앞둔 시장후보들은 도서관 운영 연장 및 야간개방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공약을 이행할 예산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운영시간 연장도 확실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선거이후 정책변화 가능성 커
한편 파리시는 부서 감축안 추진에 대해 폐지가 아닌 '재편성'이라고 강조했다. 파리 시장은 "현재 비어있는 부서들은 없어지는게 아니다. 재편성을 앞두고 있는 것 뿐이다. 하지만 시장선거 이후엔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 오렐리 사로 기자 · 정리 = 정주리 인턴기자
출처 http://www.metroseoul.co.kr/news/newsview?newscd=2014031200298

시민 누구나 독서하는 ‘기쁨의 도시’ 만들자--인천 2015 세계 책의수도 시민공청회

시민 누구나 독서하는 ‘기쁨의 도시’ 만들자--인천 2015 세계 책의수도 시민공청회

앞으로 1년, 인천은 세계 책의 수도가 된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2015년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은 그 위상에 걸맞은 책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조판했던 강화도가 위치해 있으며, 1890년대 근대에 벌써 근대적 활판인쇄물로 전국 신문이 발행됐던 도시다. 또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으로 일컫는 송암 박두성 선생을 배출한 고장이다.

이 같은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인천이 세계 책의 수도가 되기 위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 출발점에서 인천시는 지난 7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출판·인쇄·도서 등의 분야 전문가를 초청, 시민 공청회를 개최했다.

세계 책의 수도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열린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다양한 고민들을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 주>

  
 
▶이희수 부평구립 부개도서관장=책 읽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효과는 개인 삶을 넘어서서 사회적으로 사람 간의 관계를 확장시켜 사회적 기반으로 확대할 수 있다. 특히 세계는 지금 범국가적으로 ‘독서운동’을 전개하는데다 2015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된 인천시도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대중 독서운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2000년대 초부터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 ‘One Book’운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도시가 한 책을 읽는 과정에는 ‘책 선정-독서 릴레이-독서 토론-책 문화 사업’이 수반된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은 책을 선정하는 과정부터 독서 분위기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과 단체, 개인들이 파트너십을 구축해 동반자 역할을 해야만 지역사회의 통합과 협력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중독서운동 전체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도 존재해야 한다.

인천에는 지역 곳곳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이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부평구는 부개도서관을 중심으로 지역 6개 공공도서관들과 유관기관 17곳에 협력해 ‘책 읽는 부평’사업을 전개, 지역 특성에 걸맞은 독서 활성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모델을 기초로 인천시 소재 도서관 간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한 대중독서운동을 전개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중현 도서출판 지식노마드 대표=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 관장이 주제발표에서 지적한 대로 인천의 전문 출판사는 10~20곳으로 추정될 정도로 열악한 출판환경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출판계 전반은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독서인구의 감소, 디지털 매체의 발달에 따른 독서인구의 위축 등으로 미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책의 수도 인천’이 지역 출판계의 활성화를 꾀한다면 인천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유통시키기에 적합한 다양한 형식을 찾아가는 순서로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근대 문명이 들어오는 관문이었던 ‘인천’의 특성을 살리고 동시에 지역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차원에서 출판 활성화를 논의해야 한다. 또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위에 지역 콘텐츠를 집중,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에 이 관장이 제시한 1인 출판단지 조성이나 전자출판 체험센터, 전문서점 창업 등 다양한 경로로 시민들이 책과 만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민들에게 인상적인 독서 경험을 전하는 것은 책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병수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인천시가 3천500만 원이라는 적은 예산으로 문화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책의 수도’를 유치했다는 것은 큰 성과다. 하지만 불과 1년이 남지 않은 시점에서 용역비 1억 원을 포함해 4억6천만 원의 예산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인프라를 갖추기에도 모자란 시간과 올해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인천시가 책의 수도를 위해 어느 정도의 역량을 투입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짧은 기간 안에 출판·문화 활성화를 통한 문화창조도시 인천을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인천대·인하대에 출판학과 신설을 통한 전문인력 배출 등 2015년 이후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져야 한다고 본다.

또 노동·아동·생태·일러스트 등 특정 분야의 문학에 집중한 작가 발굴 레지던스 시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 중심의 출판문화단지 지정, 특수도서관 설립 등도 시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기존 도서관정책팀과 책의수도팀만으로는 소정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최소한 ‘책의수도과’ 내지는 ‘문화창조도시과’를 조직해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해야 한다.
  
 
 ▲ 유네스코 '2015 세계 책의 수도' 세계 책의 수도 성공적 추진을 위한 공청회가 7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리고 있다./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 
 

▶이승환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인천시의 책의 수도 선정은 아시안게임 유치보다 장기적으로 도시에 더 큰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지금의 과제는 어떻게 인천이 상상력을 발휘해 책의 수도 사업을 문화도시 개발로 활용할 수 있느냐이다.

인천발전연구원이 발표한 ‘책의 수도 비전전략 수립 기본방향’을 보면 시민들이 체감하는 책의 수도 사업 전개나 책 읽는 문화의 생활화, 독서 소외현상 해소, 지역 출판 활성화 등 각각의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 적극적으로 제안돼 있다.

여기서 주목해 봐야 할 것은 책의 미래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큰 전자책과 관련된 사업들이다. 물론 지금은 디지털북 관계자들이 인천을 주목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싹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어 인천이 이번에 선정된 콘텐츠 코리아랩 사업(전국 4개 도시 선정)이 제물포스마트타운을 활용할 계획인데 이곳을 전자책 시민교육 프로그램, 창업 프로그램 등으로 활용한다면 지속성장이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일반적인 출판문화산업 전략으로는 서울 집중현상을 돌파하기 쉽지 않은 만큼 인천만의 특화전략으로 ‘국제 어린이 책의 생산·유통의 중심지’ 조성을 제안 드린다.

▶권지연 인천동구노인문화센터장=인천이 책의 수도로 가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독서문화 활성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제발표 때 배은주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이 지적한 대로 인천은 최근 꾸준한 노력으로 1개 도서관당 인구수, 사서 1인당 인구수 등 하드웨어적 지표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도서관당 이용자 수·대출 건수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지표는 낙후돼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 입장에서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가장 좋은 경험은 자신이 책을 쓰는 것이다. 단순히 ‘책’이라는 완성물을 만들어 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 향상과 독서문화 향상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동구노인문화센터에서는 최근 2년간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자서전 쓰기’로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은 물론, 심리·정서적 치료효과까지 거뒀다. 이를 노년에 국한하지 않고 이를 청소년·중년층에게도 확대한다면 인생을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시민 책 쓰기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기관의 강좌 개설을 통한 접근성을 확보하고 양질의 강사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그램 운영예산을 확보해 지역 곳곳에서 시민들이 책을 쓰고 출간한다면 저조한 출판업계에도 작게나마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출처 http://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1160

호주 시골 마을, ‘독서 클럽’에서 느낀 것들.

동네 여인 몇몇과 독서클럽을 시작했고 지난달 첫모임을 가졌었다그곳의 분위기했었던 생각들을 나눠보자.

호주엔 마을마다 독서클럽이 수도 없이 많다이 작은 시골 마을에도 이미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서모임이 있고 그냥 할머니나 여인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독서클럽도 꽤 있다몇 번쯤은 초대도 받았는데주저했던 이유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그들은 그냥 머리나 식히며 읽는 가벼운 책들이라 하지만 나에겐 모든 영어서적이 가볍지는 않다독해야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하겠지만읽는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이해를 위해 집중해야 하는 에너지 소모량도 훨씬 더 많은 데다가그렇게 열심히 읽고 나서도 모국어로 읽은 것보다 빠른 속도로 잊어버리기 때문이다게다가 그 이해라는 것도 제한이 많아서가령 한국어로 강원도 산골에서 감자를 캐먹고 살은 춘자’ 라고 한 줄을 읽으면 그 캐릭터에 대한 지역적 환경적 이해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데영어로 읽으면 그런 배경 지식도 없고 느낌도 살지 않아 모든 캐릭터가 평면적으로 다가오는 한계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유창함이나 익숙함을 떠나서 모국어와 제 2외국어의 차이란 늘 이렇게 있다내가 한국에서 산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이곳에서 산다 할지라도 그 간격이 좁아질지 언정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기도 하다.

어쨌거나 지난 해부터 여인 몇몇이 새로운 독서 모임을 결성하려 물밑 작업을 시작했고나는 거의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심정으로 내 이름을 리스트에 올렸다.

몇 개월의 준비 끝에 첫모임이 금요일 저녁 이웃집 여인의 거실에서 이루어졌다. 12명의 여인 중 10명이 모였다.우리는 이미 책 한 권을 배당 받았었고 그걸 다 읽고 모인 것이었다.

책 제목은 ‘Nightingale Floor’라는 호주 작가가 쓴 일본 무협소설이었다나는 3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 한 권과 이를 8개의 CD로 녹음한 오디오 북까지 함께 받았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호주엔 오디오 북이 매우 많다.시각 장애자도 이용하고 바쁜 사람들이 운전을 하면서 들을 수도 있다.)

일단 놀랐던 건독서클럽이 동네 도서관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클럽은 이미 일년 치 읽을 책들을 회원끼리 상의해서 목록으로 작성했고 동네 도서관에 제출했는데도서관의 사서가 이를 토대로12권의 도서를 한 박스로 매달 포장해 놓으면 클럽 회장이 도서관에 가서 들고 와 회원에게 전달하는 식이었다게다가 도서관에서는 클럽 회원들을 위해 이 도서나 저자에 대한 정보도 요약해 놓고 회원들이 토론할 만한 문제도 몇 개씩 뽑아 놓는다동네마다 편리하고 유용한 도서관이 몇 개씩 있고스킵튼 같은 소규모의 시골 동네엔 2주에 한번씩 봉고차에 책을 싣고 오는 이동 도서관이 있어 늘 감사한 마음으로 애용을 했는데이런 서비스까지 있는 줄은 몰랐다수입의 30% 이상을 세금으로 뚝뚝 떼다 바친 보람을 느꼈다고나 할까^^

둘째로 놀랐던 건일본 무협소설을 쓴 작가가 호주 사람이었다는 거다그녀는 몇 번씩 일본을 여행하며 그 문화에 심취해 있다가일본 문인협회의 물심양면 후원을 받아 일본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책을 출간하기까지 했다는 거다지금은 한풀 꺾인 감이 있지만일본의 문화적 영향력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이나 호주에서도 대단했는데일본 문화가 일본인들에 의해 생산파급되는 단계를 지나 많은 현지인들이 일본식 문화를 생산한다는 점이 내겐 충격이었었다불과 몇 년 전 까지 세상 사람들이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를 때 말이다지금은 한류다 한식이다 삼성이다… 한국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이때에 한국이 세계 안에서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할 만한 장기적 플랜을 세워볼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봤다.

셋째로는왜 평범한 호주의 부인들이 일본의 무협소설을 골랐을까 라는 의문점이었다.ㅎㅎ 사실대부분의 여인들은 이 책을 별로 즐기지는 않았단다이 책이 2부도 있는데마저 읽어볼 사람하고 물었더니 3-4명이 손을 들은 정도일부 회원이 환타지 소설을 좋아한다는 취향을 고려해 사서와 의논해 고르다 얼떨결에 선택된 책이라는 점그런데호주사람들은 의외로 책을 참 많이 읽는다베스트셀러나 명작을 읽는 경우도 있지만별 얼토당토한 시시껄렁한 잡글도 자기만 좋다면 끝까지 붙들고 열심히 읽는다나이를 먹어도 자기 전엔 꼭 몇 페이지씩 읽고 눕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다고 이들이 딱히 지적이지도 않다.) 어릴 때부터 독서훈련이 되어 있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필독도서다 명서다 강요가 없으니오히려 책에 대한 자발적 사랑에 푹 빠지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어쨌거나 인문학의 세계가 확장되려면 무슨 책이든 많이 읽어야 하고다양한 독서클럽이 형성 되야 하고그들이 뿌리를 잘 잡고 유지되도록 다양한 지원이 사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지 않나란 생각을 했다.

그래도독서클럽이니 책에 대해서도 몇 마디 해볼까나는 판타지 소설 별로 좋아하지 않고 무협소설은 한국어로도 즐겨 읽지 않는 장르다.;; 책 제목인 나이팅게일 마루란 이런 것이다일본의 춘추전국 시대에 부족들은 누가 적이고 동지인지 모른 채 늘 싸우고 죽인다무사는 자기집을 지을 때 일부러 마루에서 미세한 바람소리가 나도록 만든단다. (오래된 툇마루가 삐걱되는 걸 생각하면 될 듯들릴 듯 말 듯마루 판자가 움직일 때 나는 소음을 나이팅게일 새소리에 비유한 건데조용해도 모자랄 판에 일부러 소음을 만드는 것은그 방안에 있는 무사의 생존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야밤에 누군가가 숙소를 침입할 때그 사소한 바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마루는 새소리를 내고 무사는 잠을 깨 칼을 차고 문 뒤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낮밤으로 제 목에 칼을 꽂으려 하는그래서 한 가닥의 호흡조차 허락하지 않고 끊어놓으려 하는 적들이 사방에서 진을 치고 있을 때그 구중궁궐 골방의 무사는 그 구차한 목숨을 유지하려고 그래서 가족과 부족의 원수에게 복수하려고 그래서 더 큰 나라로 통합하려고그 마룻바닥이 내는 새소리에 긴장하며 밤잠을 설친다는 것그냥 그런 영웅들의 삶이 측은하게 느껴졌다는 ….

고만고만한 여인들이 모여 한 시간여 토론을 나눈 동안 누구는 바빠서 책을 다 못 읽었다 하고누구는 너무 일찍 읽은 나머지 내용을 기억 못하겠다 하고그래도 나름 재미있었고 토론이 끊기지 않던 시간이었다. 책을 덮고 밤이 늦도록 와인과 수제치즈, 단것들을 먹어가며 긴 수다를 떠는 것이야말로 모임의 진짜 재미라 할 수도 있겠고


이런 독서클럽의 분위기를 잘 담은 영화로 제인 오스틴 북 클럽이란게 있다뭐 대단한 영화는 아니고 그냥 마을 사람들이 클럽을 결성해 제인 오스틴의 단편소설을 한 달에 한편씩 읽는데그녀의 소설과 연관되어 매달 회원들에게 일어나는 일들그 사이에 피어나는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하는 드라마 같은 영화다그냥 모임을 마치고 나서 그 영화를 잠시 떠올려 봤었다.


출처 http://blog.chosun.com/article.log.view.screen?blogId=75233&logId=7337095&articleId=10&blog


2014년 3월 6일 목요일

외국인근로자 문학동아리 운영

김해글로벗도서관은 이달부터 외국인근로자 문학동아리‘꿈꾸는 시간’을 운영한다.
 
오는 16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시문학 수업을 진행하고 시낭독회도 가질 예정이다.   
 
김해글로벗도서관은 지난해부터 결혼이민자 문학동아리‘나도 꽃’을  운영해 베트남, 중국, 네팔 등 다양한 국적의 동아리 회원 10명이 매주 김해글로벗도서관에 모여 시를 공부하고 가족을 초대해 자작시와 유명시를 낭독해 보는‘문학의밤’과 동아리 회원과 가족이 함께 유명 작가의 문학관 등을 둘러보는‘문학기행’을 통해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동아리 운영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김해글로벗도서관 홈페이지(http://multiculturelib.gimhae.go.kr)에서 확인할 수 있고, 관심 있는 외국인근로자는 전화(☎338-1616)로 문의 및 참여 신청이 가능하다. 
   
시 허만록 도서관정책과장은 ‘다문화가정에 비해 외국인근로자들은 지역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이들을 위한 지원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문학동아리 활동이 언어와 문화 습득 뿐만 아니라 고국을 떠나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외국인근로자들에게 공감과 나눔의 기회가 되기 바란다 ’고 전했다.

출처 http://www.newsgn.com/sub_read.html?uid=58295&section=sc51&section2=

[김종철의 수하한화]‘기본소득’이라는 희망

모든 사람에게 인간다운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초생활비가 무조건 보장되어 있는 사회에서 살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게 단지 유토피아적인 몽상에 그치지 않고 과연 인간 세상에서 현실화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우리는 그것은 가능하고, 현재 세계의 여러 곳에서 비록 부분적이지만 실제 시행되고 있는 제도라고 대답할 수 있다. ‘기본소득보장제’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10월 스위스에서 기본소득제 도입을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한 서명운동이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국에서도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종래의 사회복지 프로그램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기본소득’이 재산이나 건강, 취업 여부 혹은 장차 일할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등, 일절 자격심사를 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모든 사회성원에게 일정한 돈을 주기적으로 평생 지급한다는 데 있다. 얼핏 황당무계하게 들리지만, 그러나 ‘기본소득’은 이미 2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개념임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즉 미국 독립전쟁의 사상적 원동력이었던 <상식>을 쓴 18세기 영국의 정치사상가 토머스 페인이 만년의 저작 <토지분배의 정의> 속에서 행한 제안에 이미 기본소득의 핵심 논리가 들어 있었다.

페인의 제안은, 원래 미경작 상태의 토지는 ‘인류의 공유재산’이라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리하여 어떤 개인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토지 그 자체가 아니라 그가 토지를 경작하거나 개량한 부분에만 한정된다. 따라서 토지 소유자는 ‘기초지대(ground-rent)’를 사회에 지불할 의무가 있다. 그러면 그 지대를 모아 ‘국민기금’을 만들어, 토지사유제도로 인해 ‘토지에 대한 자연적 상속권’을 잃은 데 대한 보상으로 21세가 되는 청년들에게 정액의 일시금을, 또한 5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남은 생 동안 매년 얼마간의 돈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페인의 이러한 ‘국민기금’ 구상은 단지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공적 부조나 자선 프로그램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페인이 강조한 것은, 근대적 토지사유제가 확립된 사회일지라도 원래 토지란 만인의 공통재산인 만큼 그 토지로 인한 이익의 상당부분은 사회 구성원 전체가 나눠가져야 하며, 따라서 그것은 누가 누구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모두가 누려야 할 자연적 권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국민기금’을 통해 지급되는 돈은 국가에 의한 생활지원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국민 각자가 응당 자신의 몫으로 지급받아야 할 ‘배당금’인 셈이다.

기본소득’을 생각할 때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게 바로 이 ‘배당금’이라는 개념이다. 토머스 페인 이래 ‘기본소득’ 사상은 간헐적이지만 꾸준히 계승되어 왔고, 그 연장선에서 최근 세계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져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이것은 매우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평생 한 번도 정규직 일자리를 가져보지 못하고 생애를 마칠 공산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지배층은 여전히 경제성장을 지향하고, 경제성장을 통해 누적된 사회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는 지금까지의 가정에 매달려 있지만, 지난 수십년간 세계경제의 성장·확대에 기여한 근원적 요인, 즉 석유자원이 급속히 고갈되어 가는 상황에서 종래의 성장패턴이 부활하고, 또 그것이 지속 가능한 것이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성적으로 냉정히 생각한다면, 석유에 기반을 둔 지금까지의 성장 논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유지되는 삶을 구상하는 것 이외에는 출구가 없음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기본소득’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극히 매력적인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일정한 직업에 종사함으로써 얻는 소득 없이도 인간답게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다면, 경제성장이 멈춘 세상에서 그보다 더 긴요한 방책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게다.

그러나 여기서 바로 ‘기본소득’에 대한 적잖은 오해와 혼란이 생겨날 수 있다. 즉 노동을 하지도, 할 의사도 없는 사람에게까지 기본소득을 보장한다는 게 과연 윤리적으로 옳은지에 대한 흔한 의문이 그렇다. 사실 우리는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전통적인 노동윤리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왔다. 우리들 대부분에게 그것은 뿌리깊은 고정관념이 되어 있다. 그러한 관념으로 보자면, 기본소득 개념은 생경하다기보다는 부도덕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해서(즉 토머스 페인의 논리에 의거하여), ‘기본소득’을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에게든 마땅한 권리로 주어져야 할 ‘배당금’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그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본래 인간은 토지 외에 공기와 물, 숲, 바다와 같은 공유지(혹은 공유재)를 원천으로 해서 살아온 존재이다. 토지의 사유화가 본격화되기 이전만 하더라도 대다수 민중은 이런 공유지를 근거로 생활을 유지하고 문화를 창조했다. 그러므로 기본소득의 형태로 지금 다시 그 공유지를 민중에게 돌려주는 것은, 이미 막대한 생산력을 이룩한 현대 산업기술 사회가 반드시 실현해야 할 역사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기본소득’과 관련한 또하나의 흔한 질문은,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기본소득’이 꼭 필요하다고 합의만 된다면 그것은 어떻게든 해결된다는 사실이다. 기본소득 도입을 가로막는 최대 장벽은 역시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고정관념이다. 이것만 극복한다면 오늘날 사실상 노예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는 우리들 대다수의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052102275&code=99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