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에 책 관련 강좌 개설
한홍구 교수 등 유족 운영비 쾌척
한국 출판문화를 개척한 인물로 꼽히는 ‘일조각’ 창업주 한만년(1925~2004·사진) 선생을 기리는 ‘책에 관한 강좌’가 생긴다.
성공회대(총장 이정구)는 5일 한홍구 교수를 비롯한 유족들의 기부를 받아, 1학기에는 ‘책의 사회사’(서혜성 교수), 2학기에는 ‘책의 문화사’(전성원 <황해문화> 편집장)라는 이름으로 앞으로 10년간 강좌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유족은 강좌 운영비로 해마다 1천만원씩 10년간 모두 1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6일 강좌개설 기념식과 첫 강의를 시작한다.
고인의 자녀는 4남1녀로 모두 학계에 몸담고 있다. 한성구(의대)·경구(자연유전공학부)·준구(의대)씨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중이고 넷째아들 홍구씨는 성공회대, 딸 승미씨는 연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홍구 교수는 “선친의 10주기를 맞아 평생을 출판과 독서문화 진흥을 위해 살아오신 뜻을 조금이나마 실천하고자 가족과 뜻을 모았다”고 취지를 밝혔다. 실제로 고인은 94년 펴낸 회갑기념 자전 수필집의 제목인 <일생일업>(一生一業)처럼 출판을 평생의 업으로 여겼고, 생전에 선친 한기악 선생의 이름으로 ‘월봉저작상’을 제정해 한국학분야 양서를 시상해왔다.
한 교수는 “더 많은 학생들이 인문소양을 쌓는 데 도움이 되도록 매회 강의록을 정리해 일반에도 공개하고, 주기적으로 책으로 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가 구봉인 고인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1948년 탐구당에 입사해 출판계에 입문했으며 53년 일조각을 창업했다. ‘좋은 책을 만들어라. 잘 만든 뒤에는 자존심을 갖고 팔아라. 베스트셀러는 마약과 같으니 추구하지 말아라’를 경영이념으로 내걸고, 60년대 후반부터 한국학의 개척과 정립을 위해 비영리적인 학술논문집, 전문서적 출간에 집중했다. 역저인 이기백 교수의 <한국사신론>(67년)을 비롯해 모두 860여 종의 한국사 서적을 발행했다. 계간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의 창간과 운영도 지원했고, 정기간행물 <어문연구>, 역사잡지 <한국사 시민강좌>를 발행하는 등 수많은 공로로 2004년 4월30일 별세 뒤 국민훈장 모란장이 추서되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출처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6269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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