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최정환 중사의 자형으로 이번 발표를 담당한 이정국입니다. 가족의 생사 여부를 몰라 며칠 째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는 것도 지치고 힘든 일인데,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돼서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1. UDT대원의 순직에 대한 심심한 애도
우선 저희 천안함 실종자 가족 일동은 2010년 3월 30일, 잠수 구조 임무 수행도중 순직하신 UDT소속의 한주호 준위님께 대해여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아울러 위험하고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주고 활동에 임하고 계신 모든 군 소속 및 민간단체 소속의 구조 요원들께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 백령도 참관단의 복귀
3월 27일, 저녁 8시에 출발하여 다음날 오전 7시에 도착한 현장 참관단은 어제 오전까지 백령도 현장의 구조 작업을 직접 참관 했습니다. 도착과 함께 선상에서 진행된 해군측의 브리핑에서 함수 및 함미가 모두 유실되었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언론에서는 이미 현재 상황을 "실종자 구조"로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배도 못 찾았는데, 어떻게 실종자를 구조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기가 막힌 상황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이후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해군의 실종자 구조 작업은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절망과 분노만을 느끼게 할 뿐이었습니다. 실종자 대부분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 부분은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나서야 그것도 자원봉사로 지원 나온 소형 어선의 어군탐지기에 의해 최초 포착 됐습니다. 정작 해군의 기뢰제거함인 옹진함과 수상함 구조함인 광양함 등은 조기투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에 따라 함미 탐색 및 인명 주고가 상당히 지연됐습니다. 감압장치(챔버)를 확보하지 못 해 인명주고 작업의 최우선 작업인 잠수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 했습니다. 참고로, 대한민국 해군에서 보유하고 있는 운용 가능한 챔버는 현재 단 1기 밖에 없습니다.
현장에서의 지휘부 이하 모든 구조 요원들은 최선을 다 하고 노력했지만, 실제 구조를 위한 지원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결국, 저희를 위해 성심을 다 하시던 숙련된 UDT 요원 한 분께서 운명을 달리하시는 매우 안타깝고 비극적인 결과까지 발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5일째였던 어제 현재, 최종적인 구조 작업의 결과는 파손 부위에 산소 1병을 밀어 넣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산소 1병의 양은 1인을 기준으로 할 때 4시간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양입니다. 함미에는 36명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언론 보도에서 "지원 병력의 숙영 텐트 강제 철거"로 보도됐던 막사가 장FP를 위한 임시 분향소였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지원 병력의 숙영 텐트라고 보도한 언론은 무엇을 근거로 보도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결국, 더 이상의 참관이 의미가 없음을 느낀 백령도 참관팀이 철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3. 현재 실종자 가족 현황
46명의 실종자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얼음장 같은 바다 속의 한 점의 빛도 없는 쇳덩어리 안에 갇혀 한 줌의 산소를 나눠 마시며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아들이며, 남편이자, 아빠이고, 형제입니다. 또한 스스로 우리의 바다를 내손으로 지키겠노라고 다짐한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해군입니다.
현재 영내에는 실종 해군 장병 46명의 가족 200여 분이 기적을 소원하며 피 끓는 심정으로 1분 1초를 버텨 내고 있습니다. 한계를 넘는 인내심으로 가족의 생환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저희 실종자 가족은 그동안 별도의 단체 구성없이 오로지 해군 측에서 제공하는 자료와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 경쟁 및 오보로 인해 혼란만 가중돼 있는 상황입니다.
4. 가족 대표단 구성
이에 더 이상의 혼란을 방지하고 보다 빠른 실종자 구조를 촉구하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희가 어쩔 수 없이 대표단을 구성하게 됐습니다. 실종자 가족 대표단은 실종자 1인당 가족 1인씩, 총 46명으로 구성됐으며, 이번 사태와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 수렴 기구로 활동할 것입니다. 대표단 중에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한 일부 인원을 별도의 실무진으로 편성해 평택 2함대 사령부와 백령도 구조 현장을 담당하는 2개의 팀으로 나눠 활동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언론에 제공되는 보도 자료 역시 대표단을 통해서 배포될 것입니다.
5. 군에 바라는 대표단의 요구사항
첫째, 실종자 전원에 대해 마지막 1인까지 최선을 다 해 줄 것.
둘째, 현재까지 진행된 해군 및 해경의 구조 작업 과정에 대한 모든 자료를 제공해 줄 것. 셋째, 실종자 가족의 의혹 해소를 위한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해 줄 것.
6. 언론에 바라는 대표단의 요구사항
첫째, 추측 보도 및 확인되지 않은 사항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 줄 것.
둘째, 가족의 비통한 심정을 이용한 비인도적인 취재 행위를 하지 말 것.
셋째, 영외에 계신 실종자 가족, 특히 연로하신 가족들게 무리한 취재 요구를 하지 말 것.
7.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
실종된 46명은 대한민국의 바다를 수호하기 위해 스스로 자원한 자랑스럽고 귀중한 우리의 해군 장병들입니다. 또한, 저희 가족들의 정말 소중한 아들이고 남편이고, 아빠이며, 형제입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하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인 것처럼 발표하는 군 당국과 이를 받아쓰기 하듯 보도하고 있는 일부 언론의 왜곡된 보도에 저희 실종자 가족들은 칼로 심장을 찢어내는 고통 속에 심신이 망가져 가고 있습니다. 부디, 차디찬 바닷속에 갇혀 있는 46명의 장병들이 여러분의 가족이라 생각하시고, 최대한의 인원이 무사 생환할 수 있기를 기원해 주십시오. 하늘에서 부여 받은 명이 다해 불가항력적으로 희생된 장병이라도 온전한 모습으로 저희 곁에 돌아올 수 있도록 기원해 주십시오. 아울러 비통함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단체를 구성해 힘겨운 목소리나마 내고자 하는 저희에게 힘을 실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0년 3월 31일 수요일
천안함 실종자 가족 협의회 기자회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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