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2011년 3월 15일자, 변광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고문·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의 기고문, "스웨덴 복지, '악의적 오보'들을 고발한다"
무상급식에서 시작된 보편적 복지가 시민단체, 학계, 정치권에까지 확장되어 논란이 뜨겁다.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제기되었고, 심지어는 보편적 복지를 아편에 빗대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 한 가운데에 스웨덴의 복지국가 모델이 도마 위에 올라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다. 스웨덴 복지제도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인간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기에 빈틈이 없을 수 없고,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가변적 제도이기에 부실한 점은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비판의 논거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의도된 편견에 사로 잡혀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과장해서는 안 된다. 최근 인터넷 매체에 보도된 두 가지 칼럼이 바로 그런 사례에 속한다. 이하의 글에서는 정규재 논설위원의 "스웨덴 국민 누가 협잡꾼으로 만들었나"(<한국경제>, 2011.02.08)와 이의춘 편집국장의 "무상복지라는 '괴물'을 굶겨라"(<데일리안>, 2011.02.14)를 검토해 본다. 지면 관계로 이들 칼럼 내용에서 스웨덴에 대한 비판적 주장 가운데 몇 가지 주요 사항만을 사실대로 밝히고자 한다.
아바그룹(ABBA Group)이 스웨덴 국적을 버렸다?
먼저, 정규재 위원은 문제의 칼럼에서 조세기피 목적으로 "윔블던의 승자 비외른 보리가 망명했고, 맘마미아를 부른 아바그룹이 국적을 버렸으며, 이케아가 해외로 본거지를 옮기는 엑소더스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 한 번 확인해보자. 비외른 보리는 1974~81년까지 테니스 황제로 명성을 날린 후 루마니아 여성과 결혼하여 1990년대에 세금 피난처 모나코에서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2002년 스웨덴 여성과 재혼하여 현재 스톡홀름에 살고 있다. 부진했던 의류 패션업체 'Björn Borg'를 다시 시작하여 현재 유럽 7개국에서 성업 중이다(Observer Sport Monthly, June 2005). 망명은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박해를 벗어나기 위해 조국을 떠나 타국으로 도피하는 행위를 가리키며, 망명자는 영원히 자기 조국을 등지게 된다는 게 일반의 인식이다. 비에른 보리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바그룹(ABBA Group)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남녀 4인조 혼성 팝그룹이다. 그들은 아그네타 팰트스코그(Agnetha Fältskog), 비외른 울배우스(Björn Ulvaeus)와 아니프리드 륑스타드(Anni-Frid Lyngstad), 베니 안데르센(Benny Andersson)으로, 이들이 함께 활동한 전성기는 1972~1982년까지였다. 인기가 한창이던 70년대에 그들은 결혼했다가 이혼하면서 1983년에 아바그룹은 완전히 해체되었고, 그 후에는 따로 활동했다.
베니 안데르센의 아내였던 아니프리드 륑스타드(Anni-Frid Lyngstad)는 1992년에 독일귀족 Prince Ruzzo Reuss와 재혼하면서 플라우엔 백작부인이 되어 Her Serene Highness Princess Anni-Frid Synni Reuss, Countess of Plauen 라는 공식 칭호를 받았다. 독일 아버지와 노르웨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웨덴에서 성장한 아니프리드가 정식 혼인을 통해 독일 귀족 가문의 일원이 되려면 스웨덴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이를 두고 28년 전에 해체된 '아바그룹' 4명이 세금 때문에 국적을 버렸다는 것은 지나친 왜곡이요 과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아바그룹은 앨범만 3억7천만 장 이상 팔렸고, 그룹 해체 이후에도 매년 300만 장의 음반 판매가 지속되어 스웨덴 음반 산업을 크게 진흥시키는 한편, 국가에 엄청난 조세 수입을 안겨주었으니 그들은 '애국자'이다. 또 1999년 런던에서 개막되어 제2의 아바시대를 연 뮤지컬 드라마 '맘마미아'의 선풍적 인기로 전 세계에서 거둬들이는 로열티의 조세 수입도 만만치 않다. 2010년 런던의 아바월드 개장에 이어 호주와 스톡홀름에도 곧 아바박물관이 개관되면 아바 음악의 판매와 국고 수입은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것이다. 한편, 문제의 아니프리드 륑스타드는 1999년에 백작 남편과 사별한 후 현재 스위스에 거주하면서 자선활동과 환경운동에 집중하고 있다(Wikipedia, 2009.10).
스웨덴 가구 회사인 이케아의 해외 이전도 굳이 세금도피 행각으로 매도해야 하는지 냉큼 수긍이 가지 않는다. 정 위원이 언급한대로 "스웨덴은 가장 원시적 자본주의 나라이며 신자유주의적인 국가"로서 우리나라처럼 수출 주도형 경제에 의존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자본과 금융의 해외 유통이 원활해지면서 더 많은 이윤 창출을 위해 기업의 해외 투자 진출은 세계적 추세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볼보자동차, 사브-스카니아, 에릭손, ABB 등 56개의 스웨덴 대·중소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볼보(Volvo) 굴삭기는 1998년에 본사 생산기지를 통째로 창원에 옮겨 현재도 성업 중이다. 그 뿐만 아니라 현대 자동자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해외 진출이 활발한 데 이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모두 조세기피 행각으로 비난할 수 있겠는가.
2006년 사민당의 총선 패배로 스웨덴 복지국가는 조종을 울렸나?
다음은 이의춘 국장의 "과도한 세금 부담으로 국가에 해악을 끼치는 복지병"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스웨덴 사민당이 주도하던 44년간의 장기집권은 1976년에 끝났고, 그 후에는 정권교체가 자주 일어났는데, 이는 대의민주정치에서 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중도보수 연립정부는 1976~1982, 1991~1994, 2006~2010까지 세 차례 집권했고, 작년 9월 총선에서 다시 정권을 잡았다. 2006년 사민당이 집권 12년 만에 총선에서 패하자 조중동을 비롯한 국내보수 언론에서는 실패한 복지모델에 대한 국민의 심판, 복지 피로증의 당연한 결과, 복지국가의 종언 등 마치 스웨덴 복지사회가 당장 무너질 것 같이 쾌재를 불러댔다.
심지어 국영방송 KBS TV도 같은 뉴스를 전했다. 이런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한 스웨덴 대사관의 입장 표명이 있자, 당황한 언론사들은 기자를 스톡홀름 현지에 보내 야당이 된 사민당, 여당이 된 보수당 중진의원들에게 확인 인터뷰를 했다. '복지병' 때문이 아님을 현지에서 재차 확인한 해당 언론사들은 대서특필 했던 스웨덴 선거결과 오보 사건에 대한 정정 보도를 조그만 1단 기사로 처리하고 끝냈다. 그 후 많은 보수신문의 독자들은 스웨덴 복지가 끝장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도 순식간에 알게 되는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다. 아무리 남의 나라 체제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를 자기의 취향대로 난도질해서 보도하면 안 된다. 그것은 해당국가에 대한 외교상의 결례요, 자기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2006년 총선 결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객관적인 분석으로는 중립 성향의 스웨덴 최대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Dagens Nyheter)>의 논평을 들 수 있다. 선거 일주일 전인 2006년 9월11일자 보도에 의하면, 사민당의 예란 페르손은 지금까지 이룩해온 경제지표로 유권자를 더 이상 사로잡지 못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반면에 보수당의 라인펠트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제개혁, 아동정책, 가족정책 등 굵직굵직한 내용을 4개 정당의 정책공조안으로 내세워 유권자들의 많은 호감을 사고 있다고 했다.
사민당은 선거운동 기간 중에 거시적 경제지표에 안주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OECD 국가들 보다 높은 경제성장률, 낮은 물가상승률, 높은 노동생산성을 내세웠다. 또한 국민소득은 1988년에 2만 달러에서 17년 후인 2005년에 3만9694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 기간은 걸프전, 9.11테러 사태, 이라크 침공, 이란 핵실험 사태 등으로 유가가 치솟고 국제 경기가 전반적으로 불경기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민당 정부는 고세율-고복지의 사회복지제도를 유지해온 자신감에 차 있었던 것이다(최연혁, 2007:51).
그런 반면, 당시 중도보수연합의 선거운동 구호는 이의춘 국장의 주장대로 "과도한 세금부담과 나라경제를 좀 먹는 복지병"의 근본 틀을 깨부수자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보수당 당수 라인펠트는 오히려 복지제도의 운영을 "사민당보다 더 사민당 같이 하겠다"고 공언했던 것이다(김인춘, 2007:130). 말하자면, 복지제도의 하드웨어는 그대로 두고 소프트웨어를 바꿔 더 효율적으로 해보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집권 후 라인펠트 정부가 단행한 상속세와 부유세 폐지, 일부 민영화도 운영방식의 변경일 뿐 복지체제의 기본 틀을 해체하려는 시도는 전혀 아니었다.
중도보수연합(Alliansen)의 2010년 총선 전략 - 보수당이 노동자당으로
지난해 9월 19일 의회 선거에서 스웨덴 국민이 중도보수 진영에게 재집권을 허용한 것은 4년 동안 노력한 복지제도의 보다 효율적인 운영에 신뢰를 보였고, 앞으로도 실업대책, 특히 청소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그들의 공약을 한 번 더 기대해 보자는 믿음의 결과라고 본다. 2010년 총선 전략에서 괄목할만한 변화는 보수당(Moderaterna)이 사민주의 노동당(사민당의 공식 명칭: 사회민주주의노동당)을 제치고 스스로를 '노동자당'으로 자처하면서 사민당의 기선을 제압해 나갔다는 점이다. 보수당 선거캠페인의 핵심 구호가 "유일한 노동자당만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Bara ett arbetarparti kan fixa jobben)였고, 그 다음으로 "우리는 스웨덴이 완전고용을 성취하도록 정책을 펴나갈 것이며, 더 많은 사람들의 취업을 통해 복지의 질을 향상시켜 가도록 하겠다"(Vi för en politik för att ta Sverige till full sysselsättning. Genom att fler jobbar kan vi utveckla kvaliteten i välfärden)고 공언했다(2010년 보수당 선거공약집, 2010.08.12).
보수당의 총선 공약에 명시된 대로 오늘날 스웨덴 정치계에는 1970년대와 같은 이념적 대결은 이미 사라졌다. 각 정당이 좌우 이념적 색깔을 벗어 던지고 오로지 '국민행복'을 위해서 실사구시의 정책 경쟁을 하다 보니 우파는 좌측으로, 좌파는 우측으로 선회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보편적 복지의 강화와 완전고용만 하더라도 사민당이 수십 년 간 추구해온 단골 정책 메뉴였는데, 지금은 보수당에게 점령당하고 말았다. 바깥 세계가 이렇게 변해 가는데 우리는 아직도 낡은 이념적 잣대에 매달려 진보진영의 개혁 시도에 온갖 제동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이 국장의 또 다른 큰 오류는 사민당이 선거 패배와 함께 군소정당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정말 엉터리 보도이다. 사민당은 득표율 30.66% 의석수 112석으로 여전히 제 1당의 위치를 유지했고, 보수당은 제 2당으로 30.06% 107석, 제 3당인 녹색당은 7.34% 25석을 각각 차지했다. 녹색당을 포함한 20~25석 수준의 4개 정당을 군소정당이라고 해야 옳다. 최종 개표 결과, 중도보수계열의 합산표가 사민계열보다 많아서 총괄 득표에서 사민당은 집권에 실패한 것이다. 아무리 보편적 복지국가와 스웨덴의 사민당이 싫다고 해도 언론의 생명은 진실 보도에 있기에 언론인은 자기 글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사실 확인과 정확한 보도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왜 스웨덴 모델인가?
다시 정규재 위원으로 돌아가 보자. 그는 "스웨덴은 공적 자산에 대한 사적 자산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소수 재벌에 국부가 독점되어 있는 가장 원시적인 자본주의 나라이다. 스웨덴 대기업의 매출 비중이 국내 총생산량의 65%에 달하고, 발렌베리 그룹의 시가총액이 전체 시가 총액의 40%가 넘는 나라가 스웨덴인데, 한국의 좌파들은 이런 사실을 종종 잊고 있다"며, 한국 좌파가 그런 스웨덴을 복지국가의 모델로 삼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논조이다. 이 말을 풀이하면, 한국 좌파들은 아마도 스웨덴이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인 줄 착각하고 그 모델을 동경하는 모양인데, 스웨덴은 대표적인 독점자본주의 국가이니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일깨움 정도로 들린다.
그 분의 스웨덴에 대한 인식이 고작 그 수준이라면 이는 무지의 극치요, 제대로 알면서도 그리했다면 궤변에 가까운 억지 주장이다. 이의춘 국장 역시 같은 논조로 "역사적으로 무상복지와 지상낙원을 내걸었던 나라들 대부분이 멸망하거나, 독재와 기아에 신음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그 실례로 볼세비키 러시아와 북한을 들고 있다. 그러니 무상복지, 지상낙원, 그런 사탕발림에는 아예 귀도 쫑긋하지 말라는 투이다. 그의 주장은 사실일 수 있다. 그래서 스웨덴의 역대 지도자들은 멸망했거나 아직까지 신음하고 있는 국가들의 체제상의 문제점과 원인을 잘 분석하여 그들에게 없었던, 그래서 망하게 된 빵과 자유와 물질적 풍요를 안겨주어 국민 전체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제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렇다. 경제구조만 보면, 스웨덴은 분명히 독점자본주의 국가이다. 우리 한국도 똑같이 독점자본주의 나라다. 커다란 차이는 스웨덴의 복지국가모델은 잘 알려진 대로 성장과 고용에 중점을 두고,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과 평등주의적 분배정책을 결합하여 사회정의를 확립했다는 점에 있다(김인춘, 2007). 1930년대부터 반세기에 걸쳐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스웨덴 자본가들은 노사 간의 계급 타협을 통해서 파트너로서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그리하여 노동자들을 공동운명체의 진정한 동반자로 인정하고 인간적 대우와 물적 분배를 성실히 이행해 온 것이다. 이러한 엄연한 사실을 한국의 보수진영에서는 의식적 또는 무시의석으로 외면하고 있다. 더욱이 그 나라의 자본가들은 일반 국민들보다 도덕적 우위에서 고율의 세금 납부와 준법생활에서 모범을 보인다. 국부 창출을 위해 전력투구를 하면서도 사적으로 탐욕하지 않고, 세금포탈, 횡령,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같은 탈법행위를 하지 않는다. 스웨덴의 최대 재벌 발렌베리 그룹이 온 국민의 존경을 받는 이유도 바로 국가경제에 대한 투철한 책임감과 모범적인 기업경영 자세에 있다.
그리하여 "스웨덴은 세계화 시대에서도 수출주도형 경제, 높은 무역실적과 세계적 기업을 유지해가며, 평생교육과 가족정책을 통한 인적자원 개발, 높은 삶의 질과 사회적 신뢰수준, 투명한 국정관리, 고도의 민주주의, 산업평화, 인권의 실현 등 다방면에서 모든 국가들이 닮아가고 싶어 하는 표상이 되어 있다"(신동면, 2007). 이러한 긍정적 평가는 유엔을 비롯한 여러 평가기관이 내놓은 각종 성과지표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미국의 명성연구소(Reputation Institute)가 매년 전 세계 39개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가명성도 평가에서 스웨덴은 2010년도에 1위를 차지했는데, 평가부문은 사회복지, 국제기구에서 공헌도, 기업환경, 효과적인 정부운영 등 11개 분야였다.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2010년 선진화 지표를 중심으로 OECD 30개 국가를 조사한 결과, 스웨덴을 가장 선진화된 국가로 선정했다. 스웨덴 보편적 복지의 특징은 주지하다시피 모든 국민의 전 생애에 걸친 소득보장과 보육, 교육, 의료, 요양 등의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한편, 국민은 이런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소득에 따른 누진적 세금을 기꺼이 낸다는 점이다.
한국 복지국가의 전망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복지를 말하면 보수 기득권층에서는 좌파들의 정신 나간 소리로 폄하했었는데, 지난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맞춤형의 '한국형 복지국가'를 제안하면서 이제는 여야가 모두 복지 확충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포함한 복지국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선별적 복지 제도는 적어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처음 시행된 2000년부터는 상당히 발전된 형태로 우리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오늘날, 사회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국민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져 간다.
그래서 진보진영에서는 스웨덴식 또는 북유럽식 보편적 복지제도를 모델로 삼아서 보다 확실한 복지국가를 건설해 보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이것이 과연 실현 가능한 희망일까 아니면 몽상일까?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상식적으로 추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편적 복지는 국민생활 전반을 아우르기에 막대한 재정을 필요로 한다. 전문가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1960년대에 시작하였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사회복지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5년 단위로 3차에 걸쳐 15년 정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면, 최소한 OECD 국가들의 중간 수준에는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제 능력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나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세계 10~12위 경제대국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국민소득 개념조차 없던 1930년대 가난하던 시절부터 노인부양과 아동보육을 지원하기 시작하여 그 범위를 넓혀 나감으로써 국민소득 1만 달러인 1977년에 오늘의 보편적 복지제도를 완전히 정착시켰다.
먼저, 우리나라에서는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의 규모와 이를 마련하기 위한 방식과 절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증세여부, 세제개편 등 계층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민감한 문제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 여야정계, 정부와 국민, 각종 시민단체, 이익단체들 간의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합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까지 유지해온 재정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당장 시급하지 않은 거대한 국가사업, 예를 들어 4대강 전면 치수사업, 한도 끝도 없는 도로, 교량, 터널 등의 토건사업 등에서 예산을 절감하여 복지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나아가 남북의 군사적 대결 관계를 평화 협력 관계로 발전시켜 군사비용을 절감하면 복지비용 조달에 큰 보탬이 되고, 이는 남북 주민 모두에게 삶의 질을 크게 향상 시킬 것이다.
다음으로, 재원조달 방법이 수립된 이후 복지제도의 단계적 시행과 관련해 반드시 선행 또는 병행되어야 할 중대한 요건이 있는데, 그것은 담당공무원들의 비리 방지책이다. 아무리 좋은 사회복지제도를 시행하더라도 복지 공무원들의 부정비리를 발본색원하지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니, 제도는 유명무실해지고 국민의 조세 무용론만 불러오게 된다. 이 문제는 비단 일선 공무원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재계, 관계, 정계 등 우리사회 전반에 퍼진 증후군으로, 이를 척결하지 않고는 선진 복지국가가 되는 길은 요원하다.
국민의식 개혁 정풍운동이 실현되어야 한다. 이러한 운동은 우리 현대사에서 여러 번 시도되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용두사미로 끝난 경험이 수차례 있었다. 그러니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지도층 인사들부터 묵묵히 실천하여 사회정화의 길을 인도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선망의 대상이 된 스웨덴이라도 어느 날 비리 풍조가 전염병처럼 퍼진다면 복지국가 스웨덴의 명맥은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스웨덴과 우리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너무 판이하니까 그들의 모델 중에서 우리 현실에 적응시킬만한 부문을 선별적으로 도입해 가다듬어야 한다. 과욕하거나 지나치게 서두르지 말고 부정비리를 척결해 나가면서 복지국가를 정착시켜 나간다면 국민들의 탐욕도 줄어들고 치열한 경쟁의식도 완화되어 좀 더 살기 좋은 인간다운 사회로 바뀌어 나갈 것이다.
참고자료
김인춘. 2007. 스웨덴 모델, 독점자본과 복지국가의 공존. 삼성경제연구소.
신동면. 2007. '스웨덴 합의체제의 변화'. 스칸디나비아 연구 8호, 75-99.
한국 스칸디나비아학회.
최연혁. 2007. '스웨덴 2006년 총선과 사민주의 함의'. 스칸디나비아 연구 8호,
45-74. 한국 스칸디나비아학회.
웹사이트 http://en.wikipedia.org/wiki/ABBA#Forming_the_group_.281970.E2.80.931973.29http://sv.wikipedia..org/wiki/Riksdagsvalet_i_Sverige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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