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일 월요일

연구과제-볼로냐의 협동조합

주말에, 조금 보다가, 아이의 잠을 위해서 텔레비전을 끌 수밖에 없었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부산 이야기, 그리고 그 대안으로 제시된 볼로냐 이야기. 내가 보았던 부분은 앞의 부산 이야기였다. 부산의 부가 서울로 빠져나간다는 것. 지역자본의 유출에 대한 대안으로 협동조합을 제시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아니 그만큼 부산의 경제는 위기라는 것일 터이다. 부산만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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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busanilbo.com/news2000/html/2008/0830/060020080830.1012153231.html

 

위기의 부산 경제 그 해법을 찾아서 …
이탈리아 제2 경제도시 볼로냐의 협동조합 이야기


1970년대 고도성장을 하던 한국경제의 견인차였던 도시 '부산'. 현재는 기업유출의 가속화로 인해 전국 최고의 실업률을 달리는 위기의 도시로 전락했다. 반면 같은 70년대 불황과 산업화를 동시에 겪었던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오늘날 중소기업의 천국으로 불리며, 평균 임금이 국내 평균치의 2배에 달하는 제2의 경제도시로 우뚝 섰다. 출발이 비슷했던 두 도시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31일 오후 8시 방송되는 KBS스페셜(1TV) '오래된 미래 CO-OP, 볼로냐-부산 두 도시 이야기'는 이같은 의문점을 풀기 위해 부산과 볼로냐를 교차비교하면서 부산경제 회생의 길을 찾는다. 부산총국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인데, KBS스페셜의 아이템으로 채택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그램은 우선 부산의 위기 원인을 진단한다. 전국에서 유료도로가 가장 많은 부산. 동서고가도로의 경우 하루 이용금액은 평균 5천만원이다. 부산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이 돈은 22년간 수도권의 대기업이 가져간다. 한 건설업자는 "인프라 시설을 대기업 돈을 빌려 지으니, 지역의 돈이 빠져나가고, 그러다 보니 또 다음 공공시설을 외부자본으로 지어야 하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말한다.

또 2007년 기준, 부산의 대형마트들의 연간 매출액 2조1천억원 가운데 기본운영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익금은 본사가 있는 서울로 송금된다. 고작 주민세 0.3%와 재산세 일부 만을 부산에 남긴 채.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없을까? 제작진은 볼로냐의 '협동조합'을 그 해법으로 주목했다. 볼로냐의 시민 2명 중 1명은 조합원이고, 볼로냐 시에만 4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있다.

볼로냐 인근에 위치한 프로슈토 육가공협동조합에서 생산되는 볼로냐 대표음식 살라미는 이탈리아 전역 뿐 아니라 세계 50개국에 수출되고 연 매출액은 5백만 유로이나 그 수익은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남는다. 또 1934년에 설립된 볼로냐 건설협동조합은 연간 3천200억원대의 사업을 맡아 5천명의 조합원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볼로냐 시민들이 장을 볼 때 이용하는 곳은 대기업 대형마트가 아닌 지역협동조합마트. 판매되는 상품의 70%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조합마트에 지출한 돈은 고스란히 지역에 재투자된다.

볼로냐 대학 경제학과의 스테파노 잠마니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협동조합이 열등한 형태의 기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세계의 유명한 경제학자들은 미래를 내다보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경제 모델은 협동조합이라고 말해왔다"고 단언한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손준영PD는 "부산 경제 침체의 핵심 원인은 지역자본의 유출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을 통해 소비자들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또 이 돈이 지역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부산은 근대 협동조합 운동의 효시가 됐던 곳으로, 볼로냐식 협동조합이 도입되면 발전할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ilbo.com 입력시간: 2008. 08.3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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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기사

 

문화를 보면 삶의 질 안다

기사입력 2006-03-11 11:12

 

오는 2008년 세계 문화산업의 시장규모는 1조7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화산업은 매년 연평균 6.8%포인트씩 성장하고 있고 특히 아사이권에서는 그 증가세가 폭발적이다. 전세계적으로 문화수준이 삶의 질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기 시작한 것. KBS가 급변하는 문화산업을 진단하는 10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문화의 질주'를 내보낸다.

이번 프로그램은 KBS가 2006년 준비한 8개 주요 기획 가운데 하나. 지난해 8월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문화관광 방송 프로그램 제작 지원 공모에서 선정된 작품이다.

11,12일 1·2부 방송을 시작으로 앞으로 1년간 부정기적으로 10편이 방송될 예정.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 관광,음식,축제 등 다양한 사회 분야가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를 알아 보고 국내 문화산업의 문제점을 점검하겠다는 것이 제작진이 밝힌 기획의도. 외국의 사례 분석을 통해 향후 전망,정책제안 등의 해결책까지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외부전문가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전반적인 자문을 받았고 방송이 끝난 이후에는 해외판매까지 계획해 놓고 있다.

11일 오후 8시에 KBS 1TV에서 전파를 타는 제1편 '도시 문화를 꿈꾸다'에서는 상하이,볼로냐,아바나의 도시전략을 살펴본다.

문화도시라고 불리기 위해서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인가를 아시아,유럽,라틴 아메리카의 대표적 도시에서 살펴보는 것. 아시아의 대표 문화도시를 꿈꾸는 상하이는 세계적인 예술작품을 유치하기 위해 동방예술센터를 건립하고 기존의 사회주의적 상식을 깨는 문화집단을 육성하는 등 적극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경우 역사적 유물인 도심 건축물의 외관을 보존하면서도 내부를 첨단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연극도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관객 훈련 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쿠바의 아바나는 시민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활동을 강조한다. 평범한 시민들이 문화공연을 일주일에 2회 이상 관람하고 청소년들이 예술에 대해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일상이 된 도시.

12일 방송되는 제2편 '비틀스에서 해리포터까지'에서는 새로 태어난 영국의 문화산업을 살펴본다. 이른바 '굴뚝산업'의 몰락으로 쓰러져가던 도시들이 '문화'라는 화려하게 변신하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것. 비틀스의 고향 리버풀,뮤지컬의 요람 웨스트엔드 등이 대표적인 도시로 소개된다. 또 영국의 관광명소로 부각되고 있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촬영장소도 찾아가 본다.

김종우기자 kjongwoo@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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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문자체계인 한글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내년‘볼로냐아동도서전’
주빈국 기획 이호백단장

 

“조용하면서도 역동적인 우리 문화를 그림책을 통해 세계에 보여줄 겁니다.”

세계 최대 어린이책 전시회인 볼로냐아동도서전의 내년 주빈국은 한국이다. ‘주빈국 추진기획단’ 이호백 (46·재미마주 대표·사진)단장의 각오가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 대표는 “주빈국 행사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캐치 프레이즈도 ‘캄 앤 다이내믹(Calm and Dynamic)’으로 일단 정해뒀다”고 말했다.

볼로냐아동도서전 주빈국은 전시회 기간 중 주빈국관을 운영하면서 자국 그림책의 일러스트레이션 원화 전시회를 진행해야 한다. 또 해당 국가의 좋은 그림책을 소개하고 관련 세미나와 문화행사를 여는 것도 주요한 역할이다. 지난 3일 폐막된 올 볼로냐아동도서전의 주빈국은 ‘소가 날아갈때(When Cows Fly)’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세운 아르헨티나였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산하 기구인 추진기획단은 지난해 9월 구성돼 주빈국관의 공간 디자인과 한국관 운영 방안 등에 대한 기획 업무를 해왔다. 추진기획단의 구성원은 이 대표와 출판사 초방책방 신경숙 대표, 출판기획집단 문사철 강응천 대표, 디자인 회사 이가스퀘어 이상철 대표, 경기문화재단 정준성 연구위원 등 모두 다섯 명이다.

이 대표는 “주빈국 행사의 초점은 ‘한글’”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한글’이라는 특별한 문자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도서전에서 우리 그림책을 보러온 외국 출판 관계자들 중에 ‘한국은 일본말을 쓰냐, 중국말을 쓰냐’며 묻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면서 “한글이라는 독특한 문자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림책이 제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추진기획단의 당면 과제는 주빈국관에 전시할 그림책을 선정하는 일이다. 이 대표는 “한국적이다, 세계적이다 하는 기준을 넘어서서 가장 예술적인 작품을 골라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린이책이 전체 출판시장의 50%를 넘어섰을 정도로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 지원뿐 아니라 기업 후원도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볼로냐=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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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601200102

 

[도시, 미래로 미래로]<5>이탈리아 볼로냐

 


지붕이 있는 보행로인 ‘포르티코’는 볼로냐 시 특유의 건축구조다. 도심을 둘러싸고 40여 km 가까이 조성된 포르티코는 햇빛을 가려 주고 눈비를 막아 준다. 사진 제공 이영범 교수
이탈리아 중부의 유서 깊은 도시 볼로냐. 12세기에 건설돼 여전히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선 두 개의 탑 아시넬리(97m)와 가리센디(45m)는 이 도시의 상징적인 이정표다. 이곳을 기점으로 탑 주변의 좁은 골목길로 한 발만 들어서면 마치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 할아버지를 만날 것만 같다. 손때 묻은 그림을 손질하거나, 구두나 피혁 제품을 만들고, 금은 보석을 세공하는 작은 공방들이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도시가 으레 도심 뒷골목의 공동화() 현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 달리 볼로냐 도심 뒷골목은 이처럼 개성 있는 공방들 덕분에 활력이 넘쳐난다. 인구 42만 명의 볼로냐 시는 중소 규모 공방들이 세계 수준의 명품을 생산하면서 이탈리아 제2의 부자 도시로 발돋움했다. 세계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대가 있는 역사도시로만 알려졌던 볼로냐가 어떻게 생산력이 왕성한 ‘21세기형 창조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을까.

○ 공동화된 도심을 문화 창조 공간으로

볼로냐에는 1970년대부터 도시 외벽(옛 성곽) 밖으로 펼쳐진 주거지와 주변 농촌의 경계지점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패키지(자동포장) 기계제조 기업 등이 들어섰다. 그러나 교외지역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역사적 건축물이 몰려 있는 도심은 공동화되기 시작했다. 시는 ‘역사적 시가지 보존과 재생’이라는, 소위 ‘볼로냐 방식’의 도심 재생전략을 짰다. 1985년부터 도심을 6구역으로 나눠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과 복원, 활용방안을 세밀하게 수립한 것.

시청 앞 마조레 광장에서 ‘두 개의 탑’과 볼로냐대로 이어지는 축을 따라 뒷골목 구석구석에서 생겨난 예술공방형 기업들은 도심 재생의 가장 큰 힘이 됐다. 특히 볼로냐가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추진한 ‘볼로냐 2000 프로젝트’는 도심 건축물의 외관은 보존하되 내부는 첨단 문화공간으로 바꾸었다. 옛 주식거래소는 이탈리아 최대의 디지털 도서관으로 변신했고, ‘팔라초 디 렌초’ 등 중세 귀족들의 저택은 대규모 이벤트와 회의를 열 수 있는 시설로 복원됐다. 이 같은 노력으로 볼로냐는 국제아동도서전, 체르사이에(타일 인테리어 국제전시회) 등 세계적인 컨벤션과 이벤트를 개최하는 박람회 도시로 발돋움했다.

옛 그림을 복원하는 볼로냐 인페르노 거리의 ‘누오바 보테가 델 루초’ 공방.


○ 소규모 공방을 키워라

작지만 강한 공방형 중소기업을 거미줄처럼 엮는 ‘문화 창조도시’ 전략은 볼로냐만의 세계적인 명품을 낳았다. 공기주머니를 밑창에 넣어 발가락과 그 주위 부분이 신발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볼로냐 공법’으로 만들어진 수제 구두 ‘테스토니’와 ‘브루노 말리’ 등은 그 대표 격이다.

작은 공방형 기업들은 CNA라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전 세계를 상대로 공동 기획, 홍보, 마케팅을 펼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 1945년 창설된 볼로냐 시의 CNA에는 현재 2만1000여 명의 기능인이 가입해 있다.

CNA 산하 예술기능인직업학교(ECIPAR)의 매니저 루카 로베르시(42) 씨는 “공방형 기업의 정착이 가능하도록 시가 도심 재생전략을 짜고 공동 마케팅, 금융, 박람회 전시 지원 등을 해 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볼로냐=이영범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

▼볼로냐에 가면 마냥 걷고 싶어져요▼

이탈리아 볼로냐는 마냥 걷고 싶은 충동을 갖게 하는 도시다. 눈이 내려도, 비가 와도,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도 보행자들은 마치 건물 복도를 걷고 있는 듯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이는 볼로냐 도심에 있는 모든 건물의 1층마다 처마가 보도까지 뻗어 나가 전 시가지를 회랑처럼 구석구석 연결해 주기 때문이다. 아치형의 이 독특한 회랑은 ‘포르티코(portico·주랑·)’라고 불린다. 투영되는 빛과 그림자를 통해 건물의 미학적 깊이까지 더해 주는 포르티코는 로마 피렌체 밀라노 등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볼로냐만의 도시 명품이다.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은 시민들이 합의하에 포르티코를 완벽하게 보존하는 도시 계획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도심 전 구역에 조성된 포르티코는 오래된 건축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도심에 새로 건물을 지을 경우 건물 사유지의 일부를 개조해서라도 포르티코를 만드는 것을 의무화했다. 이 때문에 볼로냐의 포르티코는 건물마다 그것이 생겨난 시대의 유행을 반영해 각각 모양이 다르다. 꾸밈없이 소박한 중세풍, 섬세한 고딕풍, 화려한 르네상스 양식, 중후한 바로크풍, 단순한 모양으로 지어진 시멘트 아케이드까지…. 포르티코는 역사 속에 담긴 도시의 발자취를 하나의 길로 연결하는 동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볼로냐를 찾았을 때 거리의 상가는 신년 세일 중이었다. 쇼윈도마다 ‘SALDI’(‘세일’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라는 안내문이 붙은 상가에는 쇼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탈리아 디자인 명품이 진열된 쇼핑몰은 이 포르티코 지붕 아래서 행인들을 맞았다. 건축물인지 보도인지 구분이 안가는 포르티코 아래에서는 보행자와 건물이 서로 따스하게 소통한다. 포르티코 주변에는 문을 활짝 열어 놓고 피자를 구워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한여름에는 포르티코 그늘 아래 펼쳐진 야외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한가로이 차와 와인을 마신다.

볼로냐에서 음대를 졸업한 한국인 유학생 황 루디아 씨는 “예술적으로도 빼어나고, 기능적으로도 편리한 포르티코 덕분에 볼로냐는 시민들의 감성이 살아 숨쉬는 도시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볼로냐=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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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책과 길] ‘작은 일기’…“종이로 지은 城 무너뜨리기”
기사입력 2004-11-11 15:42
 
“별로 진지하지 않은 것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 고귀한 기능 중의 하나는 바로 지나치게 진지한 것들에 의혹의 그림자를 던지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패러디의 중요한 기능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이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 기호학 교수 움베르토 에코는 이렇게 서문을 장식하면서 스스로 “문학적 허구를 보여주는 진정한 연습장”이라고 명명할 만큼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담고 있다. 서른 살 무렵의 에코가 1959년부터 1961년 사이에 이탈리아의 문학잡지 ‘일베리’지에 연재했던 칼럼들을 묶은 것으로,우스꽝스러우면서도 현학적인 패러디를 통해 상아탑에 갇힌 지성을 현실세계로 끌어내린다.

예컨대 15세 소녀에게 끌리는 40대 중년 교수의 심리를 그린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패러디해 80대 노파에게 사랑을 느끼는 청년의 심리를 묘사한 ‘노리타’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새로운 형태의 사랑을 그려 사랑과 성의 본질을 환기시킨다. “그녀는 아무렇게나 뭉쳐져 있는 검은 면양말 더미를 다리에 대고 풀고 있었다. 뒤얽힌 양말을 풀기 위해 힘없이 움직이는 늙은 손이 스치는,정맥이 툭툭 불거지고 퉁퉁한 그 다리의 섬광 같은 모습은 나에게 마치 처녀에게 애무당하는 야수적인 남근처럼 보여 질투를 불러일으켰다.”

에코는 그동안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있던 것들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드는 것은 물론 현대 예술 이론,비평 이론,과학 등으로 인간이 얼마나 제한된 틀에 갇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좁게 해석하고 있는지 재치있게 꼬집는다. 프랑스의 누보로망 작가 로브그리예를 겨냥한 ‘누보 고양이 스케치’에서는 고양이를 2인칭인 ‘당신’으로 바꿔 붉은 고깃덩어리 앞에 선 고양이의 움직임과 심리를 그려낸다.

“이제 바로 당신은 그 불그스레한 커다란 덩어리의 유혹 앞에서 수염을 핥게 되고 당신의 시선에 흥분된 그 붉은 덩어리는 누런 색의 쭈글쭈글한 종이 위에 체액을 방울방울 떨어뜨리게 된다. 이제 당신과 그 붉은 덩어리는 서로 유혹하게 된다. 위선을 떨어 보아야 소용없는 짓이다. 당신은 다시 한번 테이블 위의 고기를 바라본다.”

‘희한한 세 개의 비평’은 지폐를 예술 작품으로 승격시켜 관찰해 물신숭배 사상이 팽배한 현대 사회의 단면을 꼬집고 있으며,‘아메리카의 발견’에서는 본질을 왜곡하는매스컴의 속성과 메커니즘을 풍자한다. ‘마이크 본조르노의 현상학’ 역시 마찬가지다. 마이크 본조르노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퀴즈 쇼 프로그램의 사회자. 에코는 이 글에서 사회자가 성공을 하기 위해 갖춰야할 기본적인 측면을 조명한다. “마이크 본조르노는 시청자들에게 평범함의 가치에 대한 확신을 생생하면서도 의기양양한 예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그는 사람들에게 우상으로 비춰지지만 열등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그에게 감사하며 그를 사랑하는 것으로 보답한다. 그는 그 누구도 도달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이상을 대표한다. 누구든 이미 그의 수준에 이르러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에코는 ‘오디세이아’ 같은 서양 문화의 근간이 되는 작품들이 출판사 편집자에게 어떤 이유로든 출판하기 곤란한 책으로,제임스 조이스의 ‘피니건의 경야’를 “정말 거지 같이 쓴 책”이라고 수모를 당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이 책에 수록된 16편의 글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뒤집고 비틀어 봄으로써 새로운 관점에서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포 강 유역 평야 사회에서의 산업과 성적 억압’이란 글은 아프리카 인류학자들에게 유럽 도시들을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고,‘포르타 루도비카의 역설’은 지금도 수많은 대학의 건축학부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으며,1866년에 쓰인 유명한 동화 ‘사랑의 학교’의 등장인물 프란티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해석한 ‘프란티에게 바치는 찬사’는 이탈리아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작은 일기·움베르토 에코).

정철훈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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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완역 출간
기사입력 2004-08-12 06:33 |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 가 여행을 통해 예술가 정신을 회복하는 과정을 담은 '이탈리아 기행'(민음사刊.전2 권)이 완역돼 나왔다.

이 책은 괴테가 1786년 9월부터 1788년 6월까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독일의 지인들에게 보냈던 서한과 일기, 각종 메모 등을 엮은 것이다. 3부로 구성된 이 책 은 1816년 제1-2부가 출간됐고, 1829년 제3부 '두 번째 로마 체류기'가 출간되면서 완성됐다.

희곡 '프로메테우스',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으로 작가적 명성을 얻어 가던 괴테는 스물일곱 살에 바이마르공국의 고문관이 된다. 공직을 통해 부와 사회 적 지위를 얻은 괴테는 경직된 공무원 생활에 점점 회의를 느끼던 중 서른일곱 살이 되던 1786년 예술가 정신을 되찾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실현시키고자 이탈리아로 비 밀여행을 떠난다.

그가 베로나, 비첸차, 베네치아, 볼로냐, 피렌체, 로마, 나폴리, 시칠리아 등을 경유하며 이탈리아의 고대 건축에 매료되고, 고전주의 예술작품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모습이 책에 담겨 있다.

익명의 여행자로 20개월을 보내며 자유를 만끽했던 괴테는 그런 와중에도 자연 과 인간, 예술과 학문에 대한 탐구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자연과학에 조예가 깊었 던 그는 이탈리아 여행중에 식물학, 기상학, 지질학, 광물학, 동물학, 색채학 등 광 범위한 영역에 걸쳐 세심한 관찰기록을 남겼다. 이런 자연탐구는 나중에 '색채론' ' 자연과학론' 등의 저술로 이어졌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행동, 생황양식, 관습, 도시환경에 대한 관찰은 베네 치아의 운하와 도시환경에 대한 서술, 로마의 사육제에 대한 묘사 등에서 자세하게 나타나 있다.

괴테는 고대 로마의 유산을 답사하면서 젊은 시절에 추구했던 '질풍노도' 경향 의 조야함을 극복하고 규범과 조화를 중시하는 이탈리아 고전주의를 받아들이는 등 새로운 작품세계를 펼쳐나갔다. 그는 바이마르로 돌아온 뒤 오랫동안 구상중이던 ' 파우스트'의 집필을 서두르는가 하면,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친화력' 등 걸작들을 완성했다.

한국괴테학회를 창설한 박찬기(76) 고려대 명예교수가 번역했다. 기존 번역본에 서 누락된 100여편의 일기와 서한 등을 되살린 국내 최초 완역본이다. 각권 454쪽 내외. 각권 1만원.

ckch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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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의 사진들
 
출처: http://blog.naver.com/sosiminjh?Redirect=Log&logNo=10001479481
http://blog.naver.com/anti03?Redirect=Log&logNo=120038529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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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blog.daum.net/mctnews/14823869
 
출처: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및 문화도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2008 문화도시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이번 컨퍼런스에는 유명한 건축가이자 문화도시 전문가인 이토 도요씨와 로베르트 그란디 이탈리아 볼로냐대 국제협력 부학장, 사사키 마사유키 일본 오사카시립대 도시연구프라자 소장, 재미건축가 우규승씨, 빈센트 펑 홍콩특별행정구 민정사무국 전 차관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들이 참가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사에서 “21세기 도시재생의 화두는 인간의 삶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문화”라며 “정부는 미래지향적인 문화도시를 조성하는데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문화 도시의 발전을 위해선 다양한 문화가 생산되고 소비되고 소통되는 문화콘텐츠의 생산기지인 창조도시를 조성해야 한다”며 “정부는 2023년까지 국책사업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까트리나 스테뉴 유네스코 문화정책·문화간 대화국장은 기조발제에서 “오늘날 세계화는 획일적인 문화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각 도시는 과도한 도심 확장과 균일화 과정을 겪고 있다”며 “유네스코의 목표는 문화 다양성과 문화간 대화가 가능한 평화로운 낙원으로 도시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도시의 문화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창의성과 도시의 독특한 문화적 융합을 활용해야 한다”며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한다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다양한 아시아 문화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열린 제1섹션에서 이토 도요씨는 ‘현대건축의 문화적 의미’라는 발제문을 발표했다. 그는 “건축이나 도시가 예로부터 물질적·정신적 측면에서 인간생활을 풍요롭게 해왔다”고 전제한 뒤 “20세기 기술 약진이 급격한 도시인구 증가 현상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참가했던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프로젝트’와 ‘센다이미디어테크’, ‘Vivocity’, ‘마쓰모토시민예술관’, ‘타이중시 오페라하우스’ 등을 예로 들어 자연환경과 건축과의 관계를 설명하며 “21세기형 도시를 창조하기 위해선 문화적 사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제설계공모 당선자인 건축가 우규승씨는 ‘밖으로 향한 안뜰’이라는 주제로 2005년 6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국제건축설계공모전 작업에 착수했던 배경과 프로젝트 중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통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지상공원·지중건물 건축양식ㅇ르 택한 이유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지향적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진 제2섹션에서 로베르토 그란디 부학장은 과거와 현재의 유럽국가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유럽문화도시 프로그램이 주는 시사점’을 제시했다. 과거 고급문화로 정의됐던 예술이 시민들의 참여로 정의가 변화하는 과정, 1985년 유럽문화수도 프로그램이 발족되기까지의 역사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또 37개 도시가 유럽문화도시로 지정된 지난 23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도시 개발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긍정적 요인과 주요 요소를 소개했다.


사사키 마사유키 소장은 ‘네트워킹을 통한 창조도시 개발’이라는 주제에서 “21세기 글로벌사회는 민족국가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큰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다”며 창의적 예술문화를 발전시키고 혁신적인 경제기반을 육성하는 창조도시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현 상황을 분석했다. 특히 가나자와, 교토, 오사카, 요코하마 등 일본의 창조도시를 향산 도전사례를 제시하며 창조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조언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빈센트 펑 전 차관보는 서구룡문화지구 문화허브를 개발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협의체 및 자문단의 역할, 주요 고려사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핵심문화예술시설을 개발하고 시민이 즐길 수 있는 활기찬 항구지역,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연계, 신중하고 투명한 재원조달 방식, 시의적절하고 가치있는 투자, 여론수렴 과정과 결과, 문화 소프트웨어 강화 등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후 열린 종합토론에선 김광식 성균관대 교수의 사회로 이토 도요, 빈센트 펑, 로베르토 그란디, 사사키 마사유키,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문의 : 문화체육관광부 교류협력과 (02-3704-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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