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연기군(http://www.yeongi.go.kr/). 이 고장은 충청남도의 동북부에 위치하여 동은 충청북도 청원군, 서는 공주시, 남은 대전광역시, 북은 천안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인구는 8만여 명. (2007년 통계 81,450명). 연기군이 내놓은 <비전21>에 따르면, 2020년 인구 12만 명이 살 곳이라고 예상되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은 행정복합도시(이른바 행복도시)가 어떻게 추진될 것인가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고장이다.
2008년 9월 26일(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연기군청 대강당에서는, 아산시민모임과 사단법인 연기마을어린도서관연대가 주관한 ‘책읽는연기군 만들기 토론회’가 열렸다. 이는 2008년 제1회 연기어린이책잔치한마당의 첫 번째 순서로 마련된 것이었다.
박영송 연기군의원이 사회를 보고, 한은경(연기마을어린이도서관연대 회원)이 ‘연기군의 도서관현황과 과제’를, 박용주(연기교육청 중등장학사)가 ‘연기군 학교도서관 현황과 전망’을 발표했으며, 나는 ‘도서관활성화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연기군의 공공도서관으로는 1991년에 개관한 연기도서관(조치원읍 평리12, 1099.95제곱미터, 자료 약 7만건)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금남면과 전의면의 복지관 내에 작은도서관을 조성하였지만, 주민들의 ‘독서권’ ‘정보접근권’에 대한 요구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한마디로 연기군은 <도서관법> <독서문화진흥법>에 규정되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거의 20년 동안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예산을 분석해 보아도 이런 점은 여실히 드러난다. 작은도서관 민간경상보조라는 예산항목으로 2천4백만원과 농촌공공도서관 지원(교육비특별회계전출금)으로 3천만원을 책정한 것이 도서관 관련 예산 전부이다.
약 2700억원의 연기군 예산 가운데서 최소한 1%(약 30억원)에서 최대 5%(150억원) 규모의 예산이 책정되어 집행되어야 할 필요를 강조하였다.
더불어 토론자 가운데 한경희(문화공보과 직원)이 나와 있었지만, 도서관 건립 및 운영에 대해 문화공보과가 주요한 업무로 인식하고 전담 직원을 두고 종합적인 계획과 예산 확보, 세부 업무를 집중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비록 ‘행복도시’가 추진된다고 한들, 주민들의 ‘행복’은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현재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도서관/독서 등에 대해 기본적인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나, 책 읽는 도시로 나아가고 있는 것에 비추어 연기군의 무관심과 책무 방기는 놀라울 정도라는 것이 나의 진단이었다.
이는 거듭된 지방자치단체장의 ‘낙마’와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기군은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도 낙마, 그 후 보궐선거에서 선출된 군수도 낙마하고 이번 10․2 보궐선거를 또 치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주민들의 참살이(웰빙)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방기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말 그러나, 토론회의 장을 보면, 책임 있는 공무원은 그 누구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군의회 의장이나 교육청 학무과장 등이 인사하는 자리에서나 ‘잠깐’ 얼굴을 비추었을 뿐이었다.
연기군의 ‘어머니’들은 지난 해 대전 지역에서 열렸던, 도서관 만들기 워크숍 등에 참석하신 뒤, 자발적으로 법인체를 꾸렸을 뿐만 아니라, 번암주공아파트 복지회관 내에 ‘책아라문고’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이 책아라문고는 2008년 약 4천만원의 자원으로 리모델링과 자료 구입을 완료하고 개관하였다. 비록 약 85제곱미터(15평 규모)이지만 주민들의 호응과 이용도가 높다고 연기마을어린이도서관연대 관계자 분들이 전해주었다.
연기군에는 초등학교 15개교, 중학교 7개교, 고등학교 3개교, 대학교가 고려대세종캠퍼스, 홍익대조치원캠퍼스, 대전카톨릭대학교 등 3개교가 있다. 박용주 장학사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실시되었던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통해 거의 대부분의 초중학교가(초등학교의 경우에는 4개교가 제외되었는데, 소규모 학교여서 그랬다는 것) 예산 지원을 통해 리모델링을 이루어졌고, 조치원여중의 경우에는 다시 5천만 원을 교부하여 환경 정비를 실시하고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전체 관내에 사서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1개교뿐이라 하였다.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하겠지만, 대구의 한원경 장학관처럼 교육청에서 적극적으로 학교도서관에 대한 지원과 학생들의 책읽기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각기 나름으로 책 읽는 도시, 책 읽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연기군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방기’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으로 주목된다고 하겠다. 사실 지난 7월에도 이 법인체가 마련한 자원활동가 교육에 참여한 바 있었다. 진정숙(사단법인 연기마을어린이도서관연대 대표)의 말로는 이번 토론회는 “군청이 하도 안 움직이니까, 박영송 의원을 움직여 군청에 쳐들어간 것과 같다”는 것이었다. 연기군은 바뀌어야 한다. 단지 행정복합도시(행복도시)--신 정부는 참여정부의 이 정책을 축소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의 추진 여부와 상관 없이 주민들의 행복을 위해 애쓰지 않는 지방자치단체란, 그 존재 의의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조금은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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