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우 교수가 비평집을 펴냈다. 제목은 낭만적 망명. 연합뉴스의 고미혜 기자는 "E.H.카의 저서 '낭만적 망명자들'에서 제목을 딴 이번 평론집에는 "치열하기 이를 데 없는 낭만적 망명자들의 문제의식을 철 지난 것으로 치부하는 이 시대 지식사회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한 사람의 비평가로서 이러한 평단의 현실로부터 망명해보고자 하는 결기"가 담겼다"고 요약하고 있다. 절반 이상이 청탁 없이 스스로 기획하고 스스로 채찍질하며 쓴 글이라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쉽지 않은 길을 가는 이의 발자국이라 해야 할 것이다. 기사의 말미에 권 교수가 한국을 떠난다고 되어 있는데, 어디로 떠난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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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우 비평집 '낭만적 망명'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문학평론가인 권성우(45) 숙명여대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우리 문단을 뜨겁게 달구었던 '문학권력' 논쟁의 한 가운데 섰던 인물이다.
권력이 돼 버린 거대 문예지와 칭찬 일색의 '주례사 비평'에 문제를 제기했던 권 교수는 이로부터 받은 상처의 체험이 '문단으로부터의 자발적인 망명'으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논쟁적 비평가'인 권 교수의 신작 비평집 '낭만적 망명'(소명출판 펴냄)에는 주류에서 망명한 비평가로서 이 시대 문학과 비평에 대한 그의 날카롭지만 애정 넘치는 시각이 담겨 있다.
E.H.카의 저서 '낭만적 망명자들'에서 제목을 딴 이번 평론집에는 "치열하기 이를 데 없는 낭만적 망명자들의 문제의식을 철 지난 것으로 치부하는 이 시대 지식사회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한 사람의 비평가로서 이러한 평단의 현실로부터 망명해보고자 하는 결기"가 담겼다.
특히 이번 비평집에 실린 글의 절반 이상은 청탁받지 않고 저자 스스로가 기획해 쓴 글이며 수록된 작품론도 신간 뒤에 해설로 발표된 글이 아닌 독자적으로 쓴 글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문학권력 논쟁 이후 권 교수에 대한 청탁이 뜸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지만 문예지 편집진의 기획 의도와 출판사의 입장이 개입되지 않은 자율적인 비평활동의 산물을 묶은 이 책은 그 어떤 비평집보다 뚜렷한 색깔이 있고 흐름이 있다.
권 교수는 우선 도입부에서 동서양의 세 비평가 임화, 에드워드 사이드, 가라타니 고진을 통한 성찰을 바탕으로 이 시대 비평과 비평가의 존재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문학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거론되기도 하는 '비평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제언도 내놓았다.
그는 한국문학 전공자 일색인 평단에 외국문학 전공 비평가들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시ㆍ소설 중심의 문화 지원책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어 김애란, 황석영, 최인훈, 이문열, 최인호 등에 대한 작가론과 작품론을 수록했는데 텍스트 안팎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애정 어린 비판도 잊지 않았다.
김애란에 쏟아진 상찬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자기 체험의 세계에 머물고 있다"는 한계를 극복할 것을 조언했고 황석영의 '바리데기'의 서사적 실험 성과를 높이 사면서도 "이것이 진정으로 새로운 문학적 갱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욕망의 심연을 찬찬히 응시하면서 자기 객관화의 도정을 통과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나 소설이 아닌 에세이에 대한 비평을 시도한 점도 눈에 띈다.
권 교수는 "비평이 비평대상에 대한 근본적 전환과 확장을 꾀할 필요가 있다"며 서경식과 박노자의 글을 살펴 읽고 "이들의 에세이는 이 시대 어떤 문학작품 못지않은 미학적 품격과 현실에 대한 통찰력, 진지한 자기 성찰의 풍경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몇 개월 후 한국을 떠난다는 권 교수는 서문에서 "현재 우리 문단과 평단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관행으로 보았을 때 '낭만적 망명'에서 개진된 입장이 평단의 주류적 입장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내 정신의 망명의 여정과 함께 한 이 책에 대해 각별한 주관적 애정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380쪽. 2만원.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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