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 김일주 기자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더 작가)을 취재하여 보도한 기사. 어린이책 작가들과 사회문제는 일견 쉽게 어울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어린이문학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방정환의 <만년 샤쓰>나 권정생의 <몽실언니>는 사회와 역사에 대한 작가의 깊은 관심이 없이는 쓸 수 없고 씌어질 수 없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작가들의 모임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궁금하다.
원문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442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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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세상, 따뜻한 이야기만 쓰기엔…
사회 문제 고민하는 어린이책 작가들
*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 회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어린이와 문학> 사무실에서 회의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작가 김해원, 공진하, 임정자, 박서영, 이현씨.
대운하 반대 집회등 참석자들 주축 ‘더 작가’ 결성
용산참사 토론회도…“작품에 문제의식 스며들 것”
어린이책 작가들이 사회 문제에 팔을 걷어붙였다. 어린이책 작가 100여 명이 모인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더 작가) 회원들은 일제고사 문제로 해임된 교사들과 교문 투쟁을 함께하고 용산 철거민 참사 범국민대회에 참가한다.
“동화작가는 사회 문제를 고민한다기보다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좋은 이야기만 들려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사실 동화 쓰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둘러싼 사회 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에요.”(임정자 동화작가)
“사회에서 먹이사슬의 가장 밑에 있는 게 아이들입니다. 문제가 터졌을 때 모든 어려움을 겪는 것도 아이들이죠. 그런 때문인지 소설이나 시 부문에서는 1990년대 들어오면서 리얼리즘적인 맥이 상실된 상태이지만 동화에는 80년대 리얼리즘 문학의 전통이 지금까지 주요한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어요.”(이현 동화작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월간 <어린이와 문학> 사무실에서 세 번째 운영진 회의를 연 작가들을 만났다. 본디 “집회에 혼자 가기가 어색해” 시작한 일이었다. <어린이와 문학> 회원들을 중심으로 어린이책 작가들이 지난해부터 대운하 반대 집회 등을 벌이며 ‘작은 실천’을 함께 하는 모임을 가졌던 게 씨앗이 됐다.
작가들이 모여서 “사회적인 책임을 작게라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모임을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자연스레 나왔고 지난해 12월26일 첫 모임을 가졌다. 그날 모인 40여 명으로 시작한 ‘더 작가’ 회원은 현재 작가와 어린이책 편집자까지 12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달마다 사회적 의제를 함께 고민하는 토론회를 연다. 지난달에는 해직교사인 서울 길동초등학교 최혜원씨와 청운초등학교 김윤주씨를 초청해 ‘일제고사와 우리 시대의 교육 문제’에 관해 토론회를 열었고, 이번 달에는 용산 범대위 관계자를 초청해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카페(cafe.daum.net/childand...)에는 회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며 칼럼을 연재하는 ‘더 작가의 목소리’ 게시판도 운영한다. 지난 2월 초에는 용산 참사 제3차 추모대회에 맞춰 ‘더 작가’ 이름으로 신문에 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동화작가 김해원씨는 “모임을 통해 사회 현안이 지닌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파고들고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함께 계속한다면 각자의 작품에도 이런 문제의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거라고 생각한다”며 “세상이 좋아지고 아이들 삶이 나아지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글·사진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기사등록 : 2009-03-15 오후 0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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