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도서관을 아십니까? 청우도서관은 청우 이인순 여사를 기리는 학교도서관입니다.
경기도 가평군 상면에 자리잡고 있는 상면초등학교, 이 학교의 위치는 경춘가도를 달리다가 현리로 꺾어진 뒤, 한 4-5킬로미터를 달리다 보면 오른쪽 언덕배기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학교 정문의 건너편이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아침고요수목원으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오늘 아침 바로 이 상면초등학교의 청우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삼성사회봉사단의 국좌호 과장과 책사회의 손소영 간사와 함께 아침 일찍 부지런히 다녀왔습니다. 입학식의 한 순서로 입학생 14명에게(1명이 입학식에 오지 않아서 실제로는 13명에게) '책날개를 달아요'라고 씌어진 그림책 꾸러미를 전달하고 왔습니다. 작년까지 이 학교 학생이 모두 104명인데, 졸업생 19명, 입학생 14명. 그래서 학생수가 99명이 된 학교입니다. 최명환 교장 선생님 말씀으로는 1명이 더 입학하게 되어 모두 100명이 될 거라고 합니다. "두 자리 수 학생과 세 자리 수 학생이 있는 학교는 천양지차죠. 교육청에서 지원을 하거나 폐교 대상을 정할 때에도 학생 수가 두 자리 수이냐 세 자리 수이냐에 따라 다르니까요."
이 학교의 청우도서관은 아주 깊은 사연이 있습니다. 청우 이인순 선생이 일제말에 이 초등학교에 부임하셨다가 이후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공부하시고 나중에 중동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계시다가 1982년에 돌아가시게 되었는데, 선생께서 자신이 처음 교단에 섰던 상면초등학교에 자신의 퇴직금을 도서관 설립기금으로 써 달라고 유언을 남기셨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듬해인 1983년 따님이신 최나리 선생이 도서관 설립기금으로 기증하시어 청우도서관이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2006년 '희망의 학교도서관'을 만들 때 이 청우도서관을 1호관으로 삼았던 것도 바로 이런 내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8년에 6월에 답사를 갔었는데(그 내용은 '책사회 블로그'에 올려놓았습니다. 아래에 붙여놓겠습니다.) 올초부터 후속 지원을 시작하게 되어 오늘 이 학교를 다녀오게 된 것입니다. 원하시던 서가를 조금 더 보태어 드릴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 그리고 신입생들이 '책날개' 가방을 들고 이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좋은 책들을 즐겁게 읽어주기를 기원했습니다.
최명환 교장 선생님께서 상추를 뜯어주시던 그 텃밭에서는 급식실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의 함박웃음을 가슴 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사진 몇 장을 붙여 놓겠습니다.
----------------------------------------------------------------
전수탐방의 계획을 만들고 실행에 오기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는, 그 동안 운영자들께서 학교도서관과 마을도서관(작은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으신지, 또 운영상 겪게 되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그 실태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후속 지원의 방안을 강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그 사이 우리 사회의 '적지 않은 변화' 특히 교육현실의 변화와 공공성의 위기 상황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더운 날씨에 탐방자-간사님들과 도움을 주시는 분들의 건강이 걱정되지만, 최선을 다하여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보려고 합니다.
그 첫번째 방문지는 가평의 상면초등학교였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가는 내내 찜통같은 차속에서 땀흘렸지만
너무나도 잘 운영하고 계신 상면초등학교 최명환 교장선생님과 사서 선생님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인사성 밝은 아이들때문에 학교에 있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아래에 탐방기를 남겼습니다.
---------------------------------------------
-가평 상면초등학교 청우도서관 탐방기, 2008년 6월 12일,
기록 안찬수
1.
6월 12일 오전. 예전 같으면 여름이라 하기도 어려웠을 터인데, 날씨가 한여름 날씨입니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며, 가평 상면초등학교으로 달려갔습니다.
가평은 경기도 가평입니다. 서울에서 춘천 가는 길인 46번국도를 따라 동북 방향으로 한참을 달리다가, 북한강 물줄기가 오른편으로 잠시 사라지는 듯이 느껴지는 청평을 지난 뒤, 현리 방향으로 37번국도 쪽으로 좌회전하여 5분쯤, 이번에는 서북 방향으로 올라가면, 아침고요수목원을 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상면초등학교는 바로 그 아침고요수목원으로 들어가는 길의 입구 건너편 쪽에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주 오래 전부터 이 길을 사랑했다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아니 현리에서부터 상판리로 이어지는 길, 그리고 그 길 끝자락부터 시작되는 명지산과 그 명지산으로부터 시작되는 조종천을 사랑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명지산(1267m)도 좋지만 그 산이 높다고 느껴지면, 운악산, 연인산, 축령산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경기알프스의 이 산군들을 언제나 저를 부르고 있습니다. 어서 오라고, 어서 오라고.
상면초등학교를 찾아간 이유는 청우도서관 때문이었습니다. 2년 전인 2006년 여름, ‘희망의 작은도서관 만들기--학교도서관 지원 사업’ 때문에 말 그대로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신청서를 접수하고, 서류를 검토한 뒤, 현장 실사를 떠나기 위해 실사단 워크숍을 열었던 것이 그해 7월 28일 오후 1시였습니다. 그리고 8월 16일까지 2주 동안 ‘희망의 작은도서관 만들기’ 지원대상 학교 현장 실사를 하며 128개의 초등학교를 탐방했었습니다. 물론 저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힘을 얻어 여러 팀을 만들어 권역별로 탐방했었습니다. 그렇게 실사 결과를 기초로 58개교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그해 8월 말부터 설계회의를 밤을 새며 거듭해서 1호관인 상면초등학교의 청우도서관이 개관한 것이 9월 25일의 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초등학교의 도서관과는 다른 공간구성과 디자인을 적용해서 아주 새로운 도서관을 만들려고 하는 ‘책읽는사회’의 요구와 학교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그때 공사를 맡았던 업체들은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전혀 새로운, 혁신적인 도서관을 만들어주자! 그때는 우리 간사진들이 1호관이라 하지 않고 ‘시범관’이라고 불렀습니다. 무엇의 시범이냐 하면, 앞으로 재단장해서 개관할 ‘희망의 학교도서관’의 시범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공간구성의 기본적인 컨셉과 가구와 서가, 장서구성 등등의 시범이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오목공간이나 다락방 만들기나, 벽부형 서가이자 편안한 열람공간, 교사와 학부모용 소파, 어린이용 소파 등등의 시범이기 때문에 그 제작을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소파만 해도 그때까지 초등학교 도서관에 사용된 소파는 우리나라 그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에(?) 계속 수정하면서 만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도서관의 모습이 갖추어가자 굵은 땀방울을 흘리던, 업체의 사장님도 디자인팀장도 목수도 도공도, 그리고 교장 선생님이나 교사 분들도 큰 보람을 느겼던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도서관에 대한 희망나무를 만들기도 하고 ‘내가 바라는 도서관의 모습’을 나무판(이번 이 나무판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아주 반가웠습니다)에 그리기도 하면서 도서관이 하루 빨리 개관하기를 고대하던 우리 어린이들이 기뻐하였습니다. 상면초등학교의 학교도서관이 ‘희망의 작은도서관 만들기--학교도서관 지원 사업’의 1호관으로 문을 열게 된 데에는 아주 의미 깊은 사연이 있었습니다. 청우 이인순 선생의 사연입니다. 개관식 때, 하늘 높이 고무풍선들이 날아가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다시 상면초등학교를 찾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궁금했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정년이라는, 짙게 그을린 얼굴의 최명환 교장 선생님께서 우리 탐방단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가평군 관내의 초등학교(공립)는, 가평교육청의 누리집을 확인하니, 13개교인데 그 가운데 사서교사가 배치된 곳은 가평초(학생수 1,195명)뿐이고, 비정규직 사서가 배치된 곳이 청평초(학생수 659명), 대성초(124명), 상면초(105명) 등 4곳, 총 5곳뿐이라 말씀하십니다. 올해 새로 부임하신 교감 선생님도 도서관 운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십니다. 독서활동 시범학교를 하면서 학부모의 이용은 3-4배, 학생의 이용은 2배 이상 증가하면서 대출량도 크게 늘었다고 하십니다. --지금까지 2007년 3월부터 ‘달빛도서관’ 운영을 10회나 진행했어. 강사를 초빙하기도 하고, 작가와의 만남, 마술, 인형극, 글짓기나 일기 쓰기에 대한 강의 등을 진행하기도 했지.
마침 우리가 방문했던 6월 12일은 11번째 달빛도서관을 운영하는 날이기도 하였습니다. 최 교장 선생님이 준비해놓은 쪽동백 재료와 버튼 만들기 재료를 보여주시며 자랑하십니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다함께 합심해서 도와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야. 선생님이 움직여주니까 가능한 거지. 달빛도서관 운영 외에도 책방 가서 책 빼오기도 연중행사로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가평읍의 유일한 서점에 가서 아이들이 읽고 싶어 하는 책을 한 권씩 빼와서 먼저 읽고 그것은 도서관 장서로 만드는 것입니다. 도서구입비는 본래 학교도서관 도서구입비로. --아무래도 아이들이 책을 많이 접하니까 무슨 글짓기 대회 같은 데 가서도 성적들이 좋아. 최 교장 선생님의 뜻과 교사 분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들인 듯싶었습니다. 사서 선생님으로 근무하시는 김은미 선생이 교장실로 오셨습니다. 마치 얼굴이 ‘나는 마음이 밝은 사람이에요’라고 씌어 있는 듯한 표정의 김은미 선생께 힘들거나 어려운 점, 혹은 뭔가 요구가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벌써 장서가 1만 권을 넘어서고 있어서 서가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도서관에서 여러 활동을 할 때 서가를 움직이면 좋겠는데, 고정되어 있어서 아쉬울 때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또 여러 가지 도서관 활동을 위한 수납공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고 말씀하십니다. 그 부분은 청우도서관을 재단장할 때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김은미 선생도 그런 생각이신 모양입니다. 도서관 안을 둘러보니, 교사 분들과 학부모를 위한 도서도 꽤나 늘어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청우도서관 내부 모습, 장서가 1만여 권으로 늘어나 있었다. 서가가 보충될 필요가 있다고 탐방단은 생각했다.
탐방자: 안찬수, 이경근, 김유리, 김솔 ------------------------------------------
상면초등학교 정문 앞에 차를 세워두고 학교로 오릅니다. 학교 정문은 솟을대문으로 반듯하고 우뚝합니다. 이 학교 어린이들은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이 솟을대문을 마음속 깊이 담아둘 듯싶습니다.
2.
--쾌적하면서도 아름답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도서관을 만들자!
--다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들자!
--주민이나 교사들도 학교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자!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계속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서관을 만들자!
이런 의욕과 비전이 기존의 관행과 관성과 거듭해서 맞부딪치기도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한 때 이 학교에서 근무했던 이인순 선생이 돌아가실 무렵,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에 쓰라고 돈을 남겨 주셨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맙고,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입니다. 재단장 하기 이전에도 도서관 한켠에는 청우 선생이 보던 일본어 책들도, 그리고 해방 직후의 책들도 꽂혀 있었습니다.
3.
과연 잘 운영되고 있을까? 마치 삼촌과 같은 인상으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시던 최명환 교장 선생님은 그대로 계실까? 교사와 학부모님들도 도서관을 쉼터로 생각하시며 이용하고 있을까? 아이들은 얼마나 책을 즐기며 읽고 있을까? 궁금한 점이 꼬리에 꼬리를 이으며 계속되었습니다.
--운영? 정말 잘 운영하고 있지. 그럼 당연하지. 작년에 독서활동 시범학교였어. 사서를 지원받았는데 무리해서 1년 더 근무하도록 해서 올해도 근무하고 있지. (반말로 말씀하신 것은 아니지만 반말투로 정리했습니다.)
‘달빛도서관’의 운영에 대해서는 각종 사진자료들이 상면초등학교 누리집 한구석에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달빛도서관 운영 사진자료
http://www.sangmyun.es.kr/bbs/zboard.php?id=book_37
사진자료를 둘러보니, 신문지 가지고 재미있는 놀이하기, 별에 대해 알아보기, 인형극단의 공연, 마술 공연, 놀이에 대해 알아보기, 도서관에서 살아남기, 북아트의 세계, 할머니극단의 동극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를 실시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김은미 선생은 비정규직. 최 교장 선생님이나 김 선생은 입을 모두어 도서관에 사서는 꼭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학교도서관진흥법시행령'이 입법 예고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생각하고는 마음 깊이 괴로움이 느껴졌습니다. 왜 정부는,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도서관이 학교교육의 중심이고 학교도서관에는 책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어줄, 책의 세계로 아이들을 안내할 사서 선생님이 꼭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몰라 주실까요?
4.
최 교장 선생님과 사서 김은미 선생 등과 함께 도서관을 둘러보았습니다. 도서관 입구에는 달빛도서관 활동의 사진자료와 신간도서 소개, 독서활동 스티커 붙이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쪽 벽에는 개관식 준비 활동으로 만들었던 ‘내가 바라는 도서관의 모습’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그린 이 도서관 그림들은 참 소중한 자료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거기에는 아이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드러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자고, 수영도 하고, 놀고, 친구들과 수다 떨고, 다락방에 올라가고, 숨고……. 우리 어른들이 감히 생각지도 못하는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소중하게 담겨 있습니다.
학교를 떠나는 우리 일행을 위해 최명환 교장 선생은 학교 텃밭에서 상추를 한 소쿠리 가득할 만큼 따주셨습니다. 아주 싱싱한 상추들!
염정미 2009-04-25 오전 11:25
어!!! 나는 상면초등학교에 다님
그리고 마지막 사진에 여자 3명중 가운데가 바로 나임 ㅋㅋㅋ
내가 나오다니 정말 좋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