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교육의 유산과 미국식 교육의 무분별한 도입으로 말미암아 임계점을 넘어선 한국 교육 현실. 이을 혁신하기 위해서 우리는 핀란드 교육을 참조해야만 한다. 조동성(서울대 경영대 교수, 핀란드 명예총영사)가 조선일보에 흥미로운 칼럼 하나를 기고했다. '알토 대학' 이야기다. 제목은 통합 교육으로 '야생화 인재' 기르는 핀란드
국가경쟁력 1등, 환경경쟁력 1등, 윤리경쟁력 1등, 중학교 학생들의 과학교육수준 1등. 이상 4관왕을 차지하고 있는 핀란드 헬싱키에 올해 알토 대학이라는 명물이 탄생했다.
공익법으로 출발하는 이 대학은 핀란드를 대표하는 세 국립대학―헬싱키 공과대학·헬싱키 미술디자인대학·헬싱키 경제대학―을 통합하는 동시에 법인화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졌다. 1995년부터 세 대학은 통합석사과정을 운영하면서 3단계 실험을 진행해왔다. 첫째, 세 대학에서 각각 10명씩 뽑힌 석사과정 학생들이 모든 교육을 통합과정에서 공부했다. 둘째, 서로 다른 대학의 학생들이 한 조가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셋째, 모든 과목을 하나의 고리로 연결하여 마지막 과목을 끝내면서 신사업 모델을 완성시킨다.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수많은 졸업생을 성공적으로 취업시켰다.
통합과정의 성공에 자신감이 생긴 세 대학의 총장은 전 학생들이 공학·경영·디자인을 모두 아우르는 능력을 가지려면 세 대학을 통합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실천에 옮겼다. 이제 알토 대학 재학생 1만6000여명은 공학·경영·디자인 세 분야를 통합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조하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통합된 대학 이름 자체가 기능적 획일주의를 타파한 핀란드 출신 현대 건축가의 이름이다.
지난 1월 8일 있었던 창립기념식에서 통합 아이디어를 제일 먼저 냈던 헬싱키 미술디자인대학의 이르호 소타마(Yrjo Sotamma) 전 총장이 남긴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내가 세 대학의 통합을 생각하게 된 단초는 뒷산에 피어 있던 야생화였다. 학교가 지금까지 길러 온 학생들이 온실의 꽃이었다면 이제부터 길러야 할 학생들은 강하고 오래 버티는 야생화 같아야 하지 않을까? 치열한 경쟁,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조건에 대한 적응력을 갖추려면 한 가지 학문 안에 안주해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공학·경영·디자인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변화를 실시간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를 종합해서 시장을 선도하는 능력을 갖춘 학생을 만들어내자는 생각이 대학 통합의 철학적 기반이 되었다."
알토 대학에도 숙제가 있다. 인문학과 기초과학이 없거나 제한적으로만 설치되어 있다. 지금 인문학이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지혜를 제공해줄 수 있는 원천이라는 각성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한편 또 다른 국립 헬싱키 대학에는 공학·경영학·디자인과 같은 현장 지향적 학문이 없다. 따라서 핀란드 지도자들은 불원간 헬싱키 대학과 알토 대학을 통합해서 학생들에게 완전한 통합 교육을 시키는 실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핀란드에서 선택한 혁신은 우리나라 일부 대학들이 당장의 인기 여부에 따라 학과를 고무줄처럼 늘리고 줄이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기존 대학과 학과를 그대로 둔 채 이들을 사회발전에 맞춰 통합한 창조적 행위였다. 특정 학과가 현재 인기가 없다고 해서 영원히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인기 있던 학과가 쇠퇴하고, 인기 없던 학과가 발전하기 마련이다. 특히 인문·사회·자연과 같은 기초학문과 예술은 일시적인 부침은 있을지언정,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필요한 학문이다. 따라서 우리 대학들이 핀란드로부터 배울 점은 단기적 인기에 따라 특정 학과를 만들고 없애는 단세포적 사고를 버리고 이들 학과 간의 융합을 통해 학생들의 종합적 사고를 키우는 실험정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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