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잠언집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을 넘겨보고 있다. 신영복 선생의 관계론에 입각한 '글씨론'이 있지만, 장일순의 '글씨론'은 신영복 선생의 것과는 다르다. 신영복 선생은 획과 획의 관계를 강조하고 그 획들의 조화로움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장일순 선생은 '절박함'을 강조하고 있다.
추운 겨울날 저잣거리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사람들이 써 붙인 서툴지만 정성이 가득한 '군고구마'라는 글씨를 보게 되잖아. 그게 진짜야. 그 절박함에 비하면 내 글씨는 장난이지. 못 미쳐.
이 책의 편집자인 김익록 씨는 '군고구마' 이야기 옆에 '서필어생(書必於生)'이라는 글씨를 붙여서 함께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리고 서필어생의 뜻을 '글씨는 삶에서 나온다'라고 풀이해놓았다. '서(書)'를 '글씨'로 푸는 것보다는 '글'로 풀어야 하지 않을까? '글은 삶에서 나온다'라고 해야 옳을 듯싶다. 군고구마와 '서필어생'을 함께 서툰 글씨로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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