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아니 오는 밤. 꺼져 있던 컴퓨터를 켜니 '대구는 항구다'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검색을 해서 들여다보니, 대통령직속 기구인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2009년 12월 발간한 보고서인 <수변 공간 도시디자인 전략 연구>를 보면 내륙인 대구와 구미를 ‘항구산업’ 대상도시로 분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건축진흥과의 김성호 과장-김영현 전문관의 보도해명자료가 이 위원회에 탑재되어 있으니 찾아서 읽어보시길.)
국가건축정책위원회라...
도서관 분야에서 MB정부의 인수위 시절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의 존폐 문제가 한때 뜨거운 주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던 것처럼, 건축 분야에서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도 마찬가지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도 <건축기본법>(2007년 12월 21일 제정공포, 법률 제8783호)과 <건축기본법시행령>(2008년 6월 22일 제정공포, 대통령령 제20852호)에 따라, 대통령직속 기구로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법의 제정 과정에 대해서는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인 건축가 김진애 씨 블로그의 글 '건축기본법과 국가건축정책위원회'를 통해 그 단면을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참여정부에서 건축 분야 최초의 정책 관련 대통령 자문기구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가 출범하였고 이 위원회에서 두 가지 중요 과제를 설정했다는 것, 즉 하나는 건축공공연구소 설립, 다른 하나는 건축기본법 제정. 그런데 참여정부 때에 이 두 가지가 다 이루어졌다는 것.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국토연구원 부설로 설립되었고, <건축기본법>도 참여정부 임기 말이었지만 제정되었다는 것. 이런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와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음을 김진애 씨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축의 전 과정이 바로 서야 한다"고 노 전 대통령이 핵심을 잘 짚어주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끝부분에서 김진애 씨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관심에 따라 건축기본법의 실효성이 달려 있습니다. 법에 의하면 대통령 직속의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건축정책 수립 및 관련 시책을 펼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지자체에서도 건축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으므로 선도적인 지자체 장의 관심도 기대합니다. 기실, 건축 분야는 약 15개 부처와 모든 지자체들이 관련되어 있고, 공공과 민간을 아울러야 하며, 정책의 현장 실효성을 낼 수 있도록 민간부문이 긴밀하게 맞물려야 하는 복합 현장 분야이기 때문에 건축정책이 현장에 안착될 때까지 대통령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그 관심을 끌어낼 전문 분야의 역할도 필요함은 물론입니다. (강조는 원문)
이런 언급의 속내를 짐작하지 못할 바는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대구는 항구다'라는 내용의,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연구보고서를 폭로하고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김진애 씨이더군요. '대통령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는 그 말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이런 식으로 건축가인 국회의원에게 날아든 것이라 생각하니 씁쓸합니다. 제도란 결국 하나의 그릇일 뿐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하는 것,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결국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의 몫임을 이 사례는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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