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의 2010년 10월 6일자 사설, 교과부 ‘독서지원시스템’ 전면 재검토해야
교육과학기술부가 ‘독서교육지원종합시스템(독서지원시스템)’을 구축해 전국의 초·중·고교생의 독서 활동을 통합 관리하려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독서지원시스템은 750만명의 초·중·고교생이 읽은 책과 독후감 등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누적관리하는 것이다. 교과부는 학생들의 독서 활동을 국제중이나 특목고는 물론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에도 참고 자료로 활용토록 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이 시스템을 전국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독서지원시스템이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을 조장할 뿐 아니라, 학생 개인의 ‘사상 검열’ 장치로 악용될 소지도 있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데 있다.
책읽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중앙정부가 학생의 독서마저 관리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며 정부에 정책 철회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초·중·고 12년간 학생의 독서 활동과 이력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축적하는 것은 개인의 지적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굳이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중앙정부가 전국 초·중·고교생의 독서 이력을 통합관리하겠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일선 학교 차원에서 여러가지 형태로 독서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독서 이력을 대입에 활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아주 비교육적이며 부작용이 예상된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독서 활동이 평가대상이 될 수 있다 해도 인터뷰 등을 통해 드러나는 독서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맞다. 독서 이력 자체가 평가 자료일 수는 없는 일이다.
일선 교사들 사이에는 “독서논술 학원 등에서는 벌써 독서지원시스템에 입력할 내용을 만들어주고 있다”며 “대필을 해도 알 길이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학원가에서는 “독서도 입시 전략”이라면서 정부의 독서지원시스템에 대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독서가 ‘비교과 활동’의 하나로 자기주도 학습의 평가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입시지원시스템까지 운영한다고 하니 학부모들은 이제 독서를 기존 교과목에 추가된 ‘과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독서 이력 관리를 위한 사교육 수요가 새로 생겨나는 것은 뻔한 일이다.
청소년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교과부의 독서지원시스템 계획은 발상도 방법도 잘못됐다. 여론수렴 과정도 소홀했다. 교과부는 독서지원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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