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실은 2012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복권기금으로 운영되던 문학나눔 사업(올해 예산 40억 원)을 내년부터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를 일반 예산으로 전환하여 문학나눔 사업과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을 통합 운영키로 정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문학출판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되었다.
지역 문학출판 지속시킨 힘… 폐지라니
출판계에서 문학출판은 출판사에 소위 돈이 안 되는 '레드오션' 분야다. 2005년에 출판사를 창업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만난 서울 출판사 대표들은 필자에게 문학출판은 피하라고 당부하였다. 국내 작가의 작품은 독자의 구매 비율이 낮고 판매 기간이 너무 짧아 채산성을 맞추는 출판사가 희소하다는 이유였다.
그런 영향인지 필자는 2006년 조갑상 소설가의 산문집 '이야기를 걷다'를 출간하면서도 문학출판 장르라기보다 지역콘텐츠 출판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9월에 책을 냈는데 문학나눔이라는 사업이 2005년부터 생겼다는 정보를 듣고 뒤늦게 급히 신청하게 되었다. 1년여 공들인 책이 한국문학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됐고 2천 권을 구매해 주어 출판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출판사 9년 동안 42종이 각종 우수도서에 선정되었는데, 이 가운데에서 문학나눔은 16종이 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부산에서 문학출판을 지속시키는 힘이 되었다.
지난 8일 민영·천양희 시인과 현기영·윤후명 소설가, 염무웅 문학평론가 등 원로문인 13명은 문학나눔 사업 폐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본래 이 사업은 문학의 진흥을 위해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전문성과 자율성을 가진 민간단체에 운영을 맡겨 왔던 것이다. 이제 출판산업 진흥이 목적인 공공기관으로 사업을 이관시키겠다는 것은 통제와 검열의 시대로 돌아가려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윤후명 작가는 "문학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전시행정의 뒤에 있다고 해서 이렇게 홀대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문학인에게 글을 쓰는 최소한의 자유가 맡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업 목적을 훼손하지 않도록 문학계 등 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정교한 사업설계를 통해 배포처의 적절성, 심사의 공정성, 배포 후의 활용도 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52억 5천만 원의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2005년 시작된 문학나눔 사업의 초창기 사업 이름은 한국문학의회생을 위한 '힘내라 한국문학' 프로젝트였다. 침체에 빠진 한국문학을 되살린다는 목적하에 우수 문학도서를 선정, 구입해 산간벽지, 마을문고, 어린이도서관, 교도소, 고아원, 사회복지시설 등 문화 소외지역(계층)에 보급해 온 사업이다. 올해는 320종을 선정해 종당 1천200부씩 구입, 배포해 왔다. 양서이기만 하면 초판 물량 정도는 소화가 가능하도록 해 주는 문학출판 시장의 최소한의 안전 장치였던 셈이다.
정책 기조와 안 맞아 재검토 촉구한다
문학나눔 사업이 9년간 진행되며 이룬 성과 중 대표적인 것은 신인작가 쿼터제와 지역출판물 쿼터제를 최초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비율이 높지는 않았지만, 국내 유일의 제도로 지역 출판의 활성화에 기여했다. 좋은 작가와 작품들을 내놓으며 꼭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는 지역 문학의 저력을 보여줬다. 문학나눔이 신인이나 지역 작가의 책들을 꼼꼼히 살펴봐 준 덕분에 시장성이 떨어지지만 문학성이 높은 지역작가들의 소설이나 평론집을 낼 수 있었다.
문학나눔 사업의 폐지로 내년부터 유명한 저자의 책과 보기에 화려한 책들이 우수도서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분명 문학도, 지역출판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는 지역 고유의 문화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문화융성위원회의 최근 발표와도 완전히 역행하는 정책 엇박자이다. 재검토를 촉구한다.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3111200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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